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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37화


“‥그 노인네가‥무슨 생각으로‥!!!”

바이칼은 순간 짜증을 내며 고개를 푹 숙여 버렸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음? 왜그래 바이칼?”

“‥하도 오래간만에 보니 기억도 안나는건가. 저건 드래고니스잖아.”

“‥?!”

리오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점차 모습을 갖춰가는 초차원 거대 요새, 드래고니스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한편, 그들 가까이 다가온 슈렌은 바이칼의 어깨를 쿡 찌르며 물었다.

“드래고니스가 왜 온거지.”

“나도 장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어쨌거나 여기에서 멀리 떨어지자. 장로의 성격으로 보아 저 밑에 있는 변신 전차들에게 드래고니스로 포격을 가할게 분명하니까.”

“으음‥.”

리오와 슈렌은 고개를 끄덕인 뒤, 바이칼과 함께 그곳으로 부터 빠르게 벗어나기 시작했다.

…………………………….

“장로님! 마마께서 포격 범위로 부터 벗어나고 계십니다!!”

“좋아!! 역시 바이칼 마마! 자아, 제 8 하단 블럭의 메기도 캐논에 에너지를 주입하도록!! 목표는 지상의 대형 병기다!!!”

장로는 팔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고, 사령실의 대원들은 바삐 손을 움직이며 지상에 있는 가변형 전차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좌표, E80에서 E136!! 차원굴곡 현상에 의한 오차 계산 실시!!”

“중력 변화 초당 9G! 포탄의 명중 예상 시간 3초! 명중률 28%!!”

곧, 장로는 손을 힘껏 내리며 메인 브릿지 안에 있는 모든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격 개시!!! 마마를 우롱한 죄값을 치루게 하는거다!!!”

이윽고, 드래고니스의 하단부에선 수천발의 메기도 에너지탄이 지상에 있는 가변형 전차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고, 전차들은 바리어 필드를 작동시켜 그 포화를 막아내려 했으나 신계에서도 화력 만큼은 일급으로 쳐주는 메기도 캐논의 앞에선 무의미한 저항일 뿐이었다. 결국, 전차들은 1분여 가까이 계속 된 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고, 그것을 멀리서 지켜보던 리오는 한숨을 후우 내쉬며 중얼거렸다.

“후우, 장로님도 인정사정 없으시군. 자아, 바이칼. 네가 직접 갈 필요는 없어진 것 같은데?”

“‥흠‥.”

바이칼은 고뇌 섞인 한숨을 내 쉬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집 앞에 내려선 서룡족의 공중 전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스 발키리들 역시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에 네명이 한데 모여 동룡족 전함과 공중에 떠 있는 드래고니스를 각자 관심있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때, 지크의 집 쪽에서 리오가 나오며 지크에게 소리쳤다.

“어이 지크! 들어오지 않고 뭐하는거야!”

“아? 아아, 미안 미안‥.”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집 쪽으로 향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데스 발키리, 알테미스는 옆에 서 있는 아란의 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계획이 약간 틀어지겠군‥.”

그러자, 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알테미스에게 말했다.

“후훗‥그래도 어렵진 않을거야‥후후훗. 우린 그때까지 보고 즐기면 끝이니까.”

아란의 말을 들은 알테미스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혀로 살짝 핥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난 그때까지 못참아‥. 피가 보고 싶어‥.”

그 말을 들은 레베카와 츄우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

“오오, 리디아 마마!!! 이 늙은 것이 살아생전에 리디아 마마를 만나게 될줄은‥!”

장로는 눈물을 글썽이며 리디아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전룡단 단장들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본 지크는 옆에 있는 리오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서룡족들은 드라마도 안보나 보군. 저런 흔한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니‥.”

“‥뭐, 나름대로 감동적인 상황인가보지 뭐.”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그렇게 말할 따름이었다. 한편, 바이칼은 레니가 가져다준 차가운 홍차를 마시며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 끌고 온 군대는 어느정도나 되지.”

“아, 예 마마. 우선 드래고니스를 호위하는 주력 함대는 지금 이곳 상공에 주둔하고 있으며, 다른 4대 용왕들께서 보내실 추가 함대와 독립 기동 함대는 하루나 이틀 내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곳 상공? 지금 상공엔 드래고니스 하나 밖에 없잖아요 할아버지?”

지크의 물음에, 장로는 빙긋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예, 지금 현재는 대기권 밖에 있답니다. 초차원 전함들이니 그곳에 있는다 해서 무리는 없죠.”

지크는 혀를 내두르며 대화에서 빠졌고, 그 사이 바이칼은 턱을 괴며 장로에게 말했다.

“선전포고 없는 용족 전쟁이라‥. 각오는 하고 온건가 장로.”

바이칼의 날카로운 질문에, 장로는 역시 미소를 지은 채 대답해 주었다.

“아, 심려치 말아 주십시오 마마. 아직 서룡족에서 동룡족과 표면적인 마찰을 일으킨 사람은 마마 한분 뿐이니까요. 헛헛헛‥.”

“‥흐음‥.”

바이칼은 핵심을 찔린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그 상태로 다시 장로에게 말했다.

“‥어쨌든, 리디아를 드래고니스로 돌려보낼 준비를 하도록. 지금 즉시.”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마마.”

“자, 잠깐만요!! 전 싫다고요!!! 전 이 집에서, 그리고 제가 아는 사람들 곁에서 떠나기 싫어요!!!”

그러자, 장로는 여전히 여유있게 웃으며 리디아에게 친절히 말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집을 통째로 옮기면 되니까요 마마.”

“‥?!”

리디아는 순간 말을 잊고 말았고, 바이칼은 퉁명스레 찻잔을 들며 중얼거렸다.

“‥하긴, 저 드넓은 드래고니스에 이런 작은 집 두채쯤은 우습지.”

그런 모습을 보던 지크는 이상해진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며 슈렌과 리오를 바라보고 말했다.

“왠지

‘가즈 나이트’

에서

‘용족 전쟁’

으로 바뀌는 것 같은데‥?”

“‥기억을 잃어버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훌륭히 그려낸‥. 후훗‥.”

리오는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중얼거렸고, 곧 슈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즈 나이트라는 멋진 조역으로 더욱 흥미진진 하겠지‥.”

“‥맞아 맞아.”

셋은 동감한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적막을 깨는 레니의 질문이 장로에게 던져졌다.

“저어, 그 드래고니스란 곳엔 전기랑 가스는 들어오나요? 요즘 음식 하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서‥.”

“….”

※※※

지크의 집, 그리고 세이아의 집 둘을 한꺼번에 드래고니스로 옮기는 동안, 리오는 세이아와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근처의 놀이터로 간 리오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서 드래고니스를 바라보고 있는 세이아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죠?”

“‥설마 서룡족 분들까지 이 일에 이렇게까지 관여가 되실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아아,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 더 큰 희생이 벌어질텐데‥.”

세이아는 무릎 위에 얼굴을 댄 후 고민스레 부비며 말했고, 리오는 트랙터에 이끌려 조심스레 드래고니스로 올라가고 있는 지크의 집을 보며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분명 희생은 있을 것입니다. 저도 드래고니스가 이곳에 올 줄은 생각치 못했죠. 이제 저희들‥가즈 나이트들이 할 일은 저들의 희생을 가급적이면 줄이는 것입니다. 물론 동룡족들은 죄가 없지만‥대 격전이 벌어지기 전에 이 일의 발단을 없애는 것이 세이아양과 라이아를 돕는 일이겠죠.”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팔짱을 꼈고, 그 말을 들은 세이아는 리오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히 물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 일의 발단이 저라면‥예전에 저희 어머니와 같이 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면 리오씨는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러자, 리오는 약간 놀란 얼굴로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의 눈이 진지한 것을 본 리오는 쓸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지만‥힘드시겠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하고 있는 저희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전 세이아양이 성계신으로서 반드시 이 위기를 해결하실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예, 고마워요 리오씨. 한결 기분이 나아졌네요.”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조심스레 미끄럼틀에서 내려왔고, 곧 리오와 함께 드래고니스로 향하기 위해 모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둘 다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 놀이터에 그들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후훗‥. 그래, 당신은 모든 여자들에게 친절했죠‥. 아직까지도 쓰디쓴 기억으로 남아있답니다 리오씨‥. 당신이 내 목을 자를 때의 느낌 까지도‥. 후훗‥후후후훗‥.”

커다란 고목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란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일행이 있는 쪽으로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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