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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7화


“보급함에 타고 있었으니 시베리아에 있을 주둔 기지의 위치는 모르겠군.”

리오는 몸 이곳저곳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누워있는 동룡족에게 그렇게 물었고, 자신이 포로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룡족 여성은 눈을 감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더 많은 병력이 이쪽으로 올 테니, 시원하게 우릴 죽이고 떠나시지. 어차피 기지의 위치를 알면 우리를 죽일 것 아닌가?”

그녀의 말에, 리오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고 건너편 의자에 앉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확실히 알아둘 점이 있지. 지금의 내 상태라면 아까 전멸당한 부대의 열 배 숫자가 온다 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우리가 너희들을 두고 도망칠 기대는 안 하는 게 좋아.”

그러자, 동룡족 여성은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고, 리오는 반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리오가 없앤 부대의 규모는 병력으로 친다 해도 몇백이었다. 몇만을 상대하는 리오에겐 가볍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오에 대해서 모르는 그 여성에겐 황당한 망언으로 밖엔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후훗, 하하하핫…!! 너무 허풍이 심하군 붉은 머리 씨. 자신이 무슨 가즈 나이트라도 된다 착각하고 있나?”

“…자신의 부대가 어떻게 전멸되었는지도 모르는가 보군. 알고 있나? 아니면 모르고 있나?”

“….”

그녀는 사실 모르고 있었다. 창고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머리에 함선을 덮쳐온 큰 충격에 의해 머리를 부딪힌 뒤 깨어나 보니 병원인 탓이었다. 자신을 치료하던 서룡족 의무병에게 자신의 부대가 전멸되었다는 것 말고는 들은 것도 없었다.

그때, 한 서룡족 병사가 급히 병실 안에 들어왔고 그 병사는 리오에게 경례를 붙인 뒤 약간 큰 목소리로 상황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보고드립니다 리오님! 백여 척 정도 되는 동룡족의 함대가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도착 시간은 한 시간 뒤로 추정됩니다!”

“…아, 그래? 훗, 아까와 비교해 딱 열 배군. 좋아, 그럼 나가도록 하지. 의무병 여러분은 부상자와 포로의 치료에만 전념해 주도록. 자, 수고하라고 아가씨들.”

“네에~.”

의무병들이 환히 웃으며 손까지 흔드는 모습을 보고, 동룡족 여성은 이들이 집단으로 정신 이상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여 척 정도의 함선들이 몰려온다는데, 그 붉은 머리의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 있게 밖으로 나갔고, 의무병들 역시 아무 걱정 없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리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된 동룡족 여성은 옆에서 빵과 수프를 먹고 있는 의무병에게 넌지시 물었다.

“…포로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저 리오라는 남자 도대체 정체가 뭐죠?”

그러자, 의무병은 빵을 수프에 듬뿍 담근 뒤 입안에 넣으며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해 주었다.

“음~저 분이요? 가즈 나이트죠. 저 분 처음 보세요?”

“….”

※※※

릭과 함께 캠프로 돌아온 리오는 급히 레이더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분명 백여 개의 점들이 이쪽으로 몰려 오고는 있었지만, 상당히 느린 속도로 오고 있었고 게다가 진행 좌표가 일직선이었기 때문에 리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쪽에서 경계를 하고 일부러 저렇게 느린 진행을 하는 것 같나,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기 때문에 저렇게 진행을 하는 것 같나?”

리오의 물음에,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해 보았다.

“…그들이 진행을 저렇게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백여 척 정도의 함대를 전투가 끝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저렇게 준비한다는 것도 이상하고…물론 저들의 정신 상태가 좋다면 가능하겠지만 말이죠.”

머리카락에 손을 댄 채 가만히 고심을 하던 리오는 곧 텐트 밖으로 나갔고, 릭 역시 리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리오는 텐트 밖 아름드리 나무에 손을 댄 채 눈을 감고 있다가,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릭을 돌아보았다.

“…이번에 상대할 동룡족 함대엔 잔머리를 쓰는 녀석이 있는 것 같군. 좋아, 자네들은 캠프를 철수하고, 좀 불편하겠지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게. 단, 주의할 점은 병력이 모두 사방을 관찰하고 있어야 하고,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네.”

“…예? 그럼 리오님은….”

“난 원래 단독 전투 전문 아닌가. 적들 함대 쪽으로 한 번 가 볼 테니 내 지시에 따라 기다리고 있어.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자네가 지휘권을 넘겨받는 건 같아. 그럼, 수고하도록.”

리오는 곧 캠프를 떠나 동룡족의 함대가 오는 쪽으로 급속히 날아가기 시작했고, 릭은 리오의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혼자 처리하시려고 그러시나…?”

※※※

십분도 안 되어 동룡족의 함대 근처에 도착한 리오는 가까운 침엽수림 안에 몸을 숨긴 뒤 느릿느릿 오고 있는 동룡족의 함선들을 관찰해 보았다. 이곳을 향해 출발하기 전, 리오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오는 함선들은 가짜이고, 진짜 적들은 지하(地河)나 고공을 통해 자신들을 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생각이 맞아떨어졌는지, 현재 오고 있는 동룡족 함선의 대부분은 이동이 가능하게 특수 제작된 풍선에 불과했다.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길 바라는 모양이군. 그렇게 한 다음 뒤를 치겠다는 말이겠지. …그럼 함장부터 만나 봐야 하겠군.’

리오는 곧 침엽수림에서 벗어난 뒤, 기척을 없애고 후방에 배치된 진짜 전함들을 향해 조용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함대의 진짜 함선 숫자는 고작 십여 대에 불과했다. 그 정도 숫자라면 리오에겐 정면으로 붙어도 가벼운 정도였으나, 리오는 조용히 기함을 향해 접근해 갔다.

……………………… . . . . . . . . .

‘…서룡족 녀석들, 무슨 재주로 기동 함대를 전멸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너희들의 뒤통수를 부숴주마…! 감히 나 워스프 님의 자존심을 건드리다니…!!’

동룡족의 장군, ‘워스프·그라돌’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그가 자신의 휘하 기동 함대가 전멸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자신들과 연합해 있는 바이오 버그 측에서 위성으로 전멸 후 상황을 찍어 그에게 건네준 탓이었다. 전멸 시의 상황을 찍어 보내주지 않은 것이 좀 의심스러웠지만, 다혈질 성격인 워스프는 자신의 부관과 급히 작전을 짜 바이오 버그 측이 미리 준비한 작전용 풍선을 이용하여 바이오 버그들과 함께 양동 작전을 급히 개시하였다. 바이오 버그 쪽에서 보내준 사진 중엔 서룡족의 함대 규모도 대략적으로 나와 있었기에, 워스프는 현재 양동 작전이 성공한다면 서룡족의 함대도 충분히 부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바이오 버그들은 어디까지 진격해 있나!!”

“10분 후면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서룡족 함대는!”

“움직임 없습니다! …아, 장군님! 아주 미세한 생명 반응 하나가 기함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미세한 생명 반응?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 없다!! 가까운 대공포대에 연락해서 없앨 수 있으면 없애버려!!!”

콰아아아앙–!!!!!!!!!!!

순간, 워스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함장실이 크게 흔들렸고 곧이어 사람의 형상을 한 그림자 하나가 함장실의 천장을 뚫고 워스프의 앞에 내려섰다. 일직선으로 뚫려 버린 천장에선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고, 워스프는 놀람의 극에 달한 상태로 자신의 앞에 선 붉은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네, 네 녀석은 누구냐!!! 여봐라, 뭘 하는 거냐!!!!!”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서 미안하군. …오, 동룡족 장군 워스프 님 아닌가. 지난번 용족전쟁 이후 오래간만인걸, 후훗….”

그 붉은 머리의 남자가 얼굴을 들며 자신에게 아는 체를 하자, 워스프의 얼굴은 순간 얼음처럼 창백해졌고 기함의 장갑판으로부터 함장실까지 일직선으로 뚫고 들어온 그 남자에게 용감히 달려들던 병사들은 워스프의 이상 반응과 동시에 발을 멈췄다.

“…가, 가즈 나이트…!! 설마 네 녀석이 내 부대를 전멸시킨 장본인…?”

“당신 부대였군. 또 미안하게 됐는데? 어쨌거나, 지금 이 함대는 전투를 하러 가는 건가, 아니면 풍선 퍼레이드를 하러 가는 건가? 좀 물어보고 싶어서 직접 왔는데.”

리오는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머리를 긁적이며 워스프에게 물었고,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워스프는 입술을 떨며 리오에게 말했다.

“그, 그건…그러니까….”

“…양동 작전이라면 이미 준비는 되어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이오 버그 중엔 콘크리트 벽도 체액으로 뚫을 수 있는 별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그 녀석들이라면 지중을 통해 우리의 뒤를 치는 건 간단하겠지. …내 말이 맞나?”

“…으윽….”

워스프는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여버렸고, 리오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리오는 곧 의자에 앉아 있는 워스프의 어깨를 두어 번 쳐주며 말했다.

“전투 상황이 아닌 지금 동룡족들을 죽이긴 싫으니까, 당신과 당신 부하들은 이제 여기서 철수했으면 좋겠어. 아, 한 가지 물어볼 게 또 있는데, 당신이 끌고 온 이 부대가 시베리아 지방에 파견된 동룡족 부대의 전부인가?”

“…그렇다. 인간들을 없애는 덴 우리로선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워스프는 현재 리오에 대한 공포감 대신 밀려오는 치욕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정직하게 나와 버렸고,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워스프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좋아, 난 이만 가보지. 그리고 한 번 더 말하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진격해 오지 않는 게 좋아. 그럼 살펴 가길.”

리오는 곧 자신이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다시 밖으로 나갔고, 워스프는 그가 나가자마자 의자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탄식을 했다. 수백 년 전 용족전쟁 때도 그랬지만, 동룡족에게 있어서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는 공포라는 단어의 집합체임과 동시에 가장 저주를 받는 존재였다. 그리고, 동룡족의 주룡 쥬빌란에게 임무 실패 시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핑계거리였다.

계속 탄식을 하며 고통스러워하던 워스프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들며 나지막히 말했다.

“…철수한다.”

※※※

리오의 명령에 의해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채 공중에 떠 있던 릭은, 어느 순간 지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 강하진 않았지만 경계해야 할 정도의 생물체들이 땅속으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전룡단 단원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릭에게 시선을 보냈고, 릭은 쓴웃음을 지은 뒤 브레스를 뿜기 위해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속으로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알고 나에게 이런 지시를 내리신 건가? 리오님…. 정말 적으로 두기엔 너무 위험한 남자야.’

이윽고, 레드 드래곤인 릭의 입에선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눈 덮인 지면을 향해 뿜어져 내렸고, 곧 거대한 폭발과 함께 땅 밑으로 침투하던 바이오 버그들은 시커멓게 구워진 채 지면 밖으로 밀려져 나왔다. 무사한 바이오 버그들 역시 땅을 뚫고 지면 위로 기어 올라왔고, 그것들이 지금까지 상대하던 바이오 버그보다 상당히 거대한 종이었기에 릭은 다른 전룡단 단원들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자!! 한 번에 날려버리자!!! 우리들의 여신을 위하여–!!!!」

「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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