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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48화


“…음…리오 녀석은 잘하고 있을까 바이칼?”

“…나완 상관 없어.”

바이칼과 함께 소파에 앉아 그의 방에 설치된 대형 입체 TV로 세상 좋게 쇼프로를 보고 있던 지크는 자신의 질문에 바이칼이 그렇게 대답하자 속으로 비웃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숭은….’

그러던 도중, 지크의 눈엔 바이칼의 방 구석에 있는 검은색의 허름한 거울 하나가 들어왔고 그는 TV에 광고가 나가는 동안 그 거울을 집어 와 바이칼에게 보이며 그 거울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이건 또 뭐야?”

“…아아, 120년 전 어머니께서 내 생일 때 나에게 가져다주신 선물이다. 그곳에 얼굴을 비춰보면 자신의 모습 대신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이 비춰진다 하시더군. 난 한 번도 본 일은 없어.”

“…오호라. 그럼, 이번 기회에 한 번 보는 건 어때? 궁금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 네 지문이 묻는 게 더 두려워.”

지크는 바이칼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입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인 뒤 거울을 소파 옆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거기에서 포기할 지크는 아니었다. 다시 쇼프로가 시작된 뒤 바이칼이 그곳에 열중하는 동안, 지크는 다시 거울을 집어 든 뒤 바이칼 쪽으로 거울을 맞춘 다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바이칼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

바이칼은 순진하게도 지크가 찌른 방향을 돌아보았고, 그 순간 바이칼의 눈은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눈과 일치하게 되었다. 곧이어 거울에선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졌고, 이윽고 거울의 표면엔 바이칼의 모습 대신 다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다.

“…허억….”

그 순간, 지크는 손에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고 거울은 안전히 소파의 시트 위에 떨어져 내렸다. 지크는 반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바이칼을 다시 돌아보았고, 바이칼은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지크의 목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갖다 대며 무겁게 말했다.

“…이 일을 다른 누구에게라도 퍼트린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거다…! 주신 할아범에게 말을 해서라도 반드시 널 죽이겠어…!!!”

“…무, 물론입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금 후, 둘은 모든 일을 잊은 듯 다시 TV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크의 속은 조금 달랐다.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을 모르는 바이칼은 여전히 TV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

「더욱더 밀어붙여!! 밀리지 말아라!!!」

예상보다 많은 숫자의 바이오 버그가 땅속에서 튀어나온 탓에, 전룡단들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릭의 패기 있는 지휘에 따라 전황은 빠르게 호전되어갔다.

C급 정도의 거대 바이오 버그라 해도 전룡단을 이기기엔 무리였다. 기습을 했다 하더라도 전룡단을 위기에까지 몰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 리오가 미리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전룡단은 거의 희생자 없이 일을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오래 걸리지 않아 바이오 버그는 최후의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멸되었고 전룡단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즈음, 리오는 천천히 본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고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것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럭저럭 잘해 주었군. 수고했네 릭. 흠…날도 저물어가니 오늘은 이만 전룡단을 쉬게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이곳을 떠나세.”

“예? 하지만, 동룡족의 시베리아 공략 기지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그리고 습격이라도 온다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리오는 걱정 말라는 듯 릭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훗, 내가 누군가.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그리고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그들 역시 알기 때문에 그들도 함부로 이곳을 습격하진 못해. 아, 그리고 난 기함에 잠깐 볼일을 보러 갈 테니 없는 동안 부탁하네.”

리오는 곧바로 상공에 떠 있는 기함을 향해 날아 올랐고, 릭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오에게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인가? 아니면 동룡족의 전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인가…. 저 분의 속을 도저히 모르겠군.’

어쨌거나, 그날 하루도 그렇게 천천히 저물어갔다.

……………………… . . . . . . .

밤샘 보초 덕분에 피곤해진 눈을 부비며, 릭은 멀리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아침인가. 하아아아암…!”

릭은 한껏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어본 뒤 미리 준비해 둔 빵을 먹으며 약간 고파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엇?”

그때, 릭은 주위의 공기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시선을 공중으로 돌려 보았다. 이리저리 돌아보던 릭은 남쪽 상공에서 작은 함선 한 대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는 시력을 집중하며 그 함선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같은 서룡족의 수송함이었다.

“아, 도착했나?”

리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릭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곧 뒤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 지원군입니까? 아직 전력상의 손실은 없는데….”

“아아, 지원군이긴 하지. 한 명밖에 없긴 하지만. 놀려두기 싫은 녀석이 하나 있어서 어제 저녁에 바로 이곳으로 오라고 했어. 그리고, 대함 장착용 초 장거리 메기드 랜처가 필요하기도 했고. 우주에 귀찮은 녀석이 하나 떠서 우릴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어. 그것 덕분에 어제 우리의 존재가 생각보다 빨리 적들에게 포착이 된 거지. 물론 기함을 우주로 올리는 것도 괜찮지만 기동 함대에겐 연료가 최고의 물자이지 않나. 차라리 반나절 걸릴 거리라면 저렇게 추가 병기를 주문하는 게 더 좋겠지. 아, 착륙 신호를 보내주도록 지시하게.”

“아…예.”

곧, 수송함은 오래 지나지 않아 지면에 착륙을 했고, 이윽고 수송함의 문을 열고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씨, 추워. 빌어먹을 리오 녀석….”

지크는 양손으로 몸을 감싼 채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다가왔고, 지크를 내려준 수송함은 기함에 장거리 메기드 랜처를 장착하기 위해 다시 공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잘 왔어 지크. 뭐 마실거나 줄까?”

“…커피나 줘. 추워 죽겠다.”

지크는 몸을 부르르 떨며 텐트 안으로 들어갔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크를 따라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리오에게 불려온 남자가 지크라는 것을 안 릭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너무 전력이 급상승한 건 아닌지….”

……………………… . . . . .

“좋아, 이 추운 곳에 날 대령시킨 빌어먹을 용건이나 한번 들어보자구.”

지크는 컵에 담긴 커피를 훌쩍훌쩍 마시며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따뜻한 우유가 담긴 컵을 손으로 매만지며 대답해 주었다.

“아아, 별건 아니야. 그냥 파괴 공작을 같이 하자는 것뿐이지.”

“…오오, 그래? 너무 가벼운 일이라 커피 맛이 절로 나는군.”

지크는 텁텁한 표정을 지으며 다 마신 커피 잔을 내려놓았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그에게 계속 말했다.

“바이오 버그는 네 전담이잖아. 웨드들은 아직 개발 중이니 첫 번째 목표 지인 이 시베리아를 완전히 탈환하기 위해선 너도 필요해.”

“…쳇, 알았다구. 어차피 할 생각 없었으면 오지도 않았을 텐데 뭐. 헤헷….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시작이야?”

지크의 물음에, 리오는 검지 손가락을 위로 올리며 대답했다.

“축포가 울리면.”

“…?”

……………………… . . . . . .

몇 시간 후, 출동 준비가 끝난 지크, 릭, 그리고 전룡단들은 리오의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무명도를 등에 맨 채 몸을 풀던 지크는 귀에 낀 마이크 폰으로 기함에 있는 리오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다.

“어이, 아직이야?”

「아, 다 끝났어. 조금만 기다려.」

이윽고, 기함의 포대 중 하나를 개조하여 만들어진 초 장거리 메기드 랜처로부터 극도로 증폭, 압축된 에너지탄 한 발이 드높은 공중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에너지탄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잠시 후, 리오로부터 지크에게 연락이 떨어졌다.

「좋아, 위성 파괴 성공. 아까 내가 말해준 그 좌표 쪽을 향해 이제부터 신나게 날아가 봐. 난 조금 있다가 뒤쫓아 갈 테니.」

“OK! 자자, 출발이다 언니 부대들!!! GO, GO!!”

지크의 몸은 곧바로 강력한 기류에 휘감겼고, 그는 곧 엄청난 스피드로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릭은 리오와 지크의 출발 신호에 맞추어 역시 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뭐라고!? 감시 위성이 파괴를 당해 서룡족 기동 함대의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워스프는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부관에게 되물었고, 부관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예. 아무래도 서룡족 함대와 접촉한 한 대의 수송함에 장거리 공격용 메기드 랜처의 부속품이 들어있었던 모양입니다. 위성이 위치 전환을 하기도 전에 파괴당한 것으로 보아 거의 확실합니다.”

“음음음음…!!! 그럼 어서 방어 태세를 갖춰라!!”

워스프가 무장을 하며 그렇게 지시를 내리자, 그의 부관은 의아하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하지만, 서룡족 측에선 이 기지의 위치를 알지 못하지 않습니까?”

“…예전 용족전쟁 때 내 부관이었던 얼간이도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던 일이 있었지. 내가 아는 리오·스나이퍼 녀석이라면 어제 우리 함대를 습격했을 때 이미 무슨 조치를 취해 놨을 거야. 분명히 습격해온다. 그 와카루인가 하는 인간이 어제 공수해 준 가변형 전차 ‘귀골(鬼骨)’을 모두 꺼내도록. 우리는 기함 대신 ‘독룡(毒龍)’을 탄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그 거대 전차의 성능은 뛰어나니까. 이번엔 실수 없도록!!”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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