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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50화


「온다!! 브레스로 선제 공격!! 대신 전열이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라!!!」

릭은 동룡족과의 거리가 적당히 좁혀지자, 큰 소리로 전룡단에게 지시를 내렸고, 전룡단들은 지시에 따라 파상적인 브레스 공격을 펼치며 동룡족들을 차례차례 처단해 갔다. 물론 동룡족 측에서 반격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피해 정도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황은 간단했다. 불속에 뛰어드는 나방들의 무리를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까. 동룡족들의 부대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 나갔고, 결국 몇십 분도 안 되어 후열에 있던 가변형 대전차 ‘귀골’과 동룡족 장군 워스프가 타고 있는 ‘독룡’만이 남게 되었다. 독룡의 앞에 포진해 있는 20대의 가변형 전차는 대구경 주포를 쏘며 인간형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완전히 모습을 바꾼 전차들은 양 어깨에 설치된 초대형 머신건을 쏘며 전룡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온다!! 받아쳐라!!! 각자 ‘프로텍트’ 마법을 이용해 몸을 보호하라!!!」

전룡단은 릭의 지시에 따라 프로텍트 마법을 사용한 뒤 브레스로 머신건의 탄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후열에 있던 귀골들이 등에 부착된 대구경 주포를 공중으로 쏘아대기 시작했고, 쏘아진 탄은 긴 곡선을 그리며 전룡단의 머리 위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앙–!!!

순간, 포탄은 공중에서 폭발했고, 그 안에 있던 액체들이 지상에 있는 전룡단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지크는 움찔하며 전룡단에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네이팜’탄이다!!! 모두 피해 바보들아!!!!”

지크의 지시를 들은 전룡단은 몸을 피하기 시작했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범위 내에 들어가 버린 전룡단은 하늘에서 떨어진 액체를 뒤집어썼고, 액체들은 엄청난 속도로 불이 붙으며 드래곤의 두꺼운 피부를 태우기 시작했다.

「우, 우워어어어어어–!!!!!!」

지크는 비명을 질러가며 화장되어가는 전룡단원의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알던 네이팜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순간 온도가 수천도까지 올라가는 대인용 네이팜탄이 아닌, 대 드래곤용 네이팜탄이 분명했다. 멀리서 느껴지는 온도만 해도 수십만 도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어떻게 저런…!!! 이봐 릭!! 전룡단은 후퇴시켜!!! 저 덩어리들은 나와 리오가 맡겠다!!!”

「예!? 하지만, 저 전차들은 20대 정도나 되는데…!」

“우린 저 녀석들보다 훨씬 더한 괴물들도 상대해본 사람들이야!! 말꼬리 달지 말고 어서 사라져!!!”

「아, 예!!」

전룡단들은 곧 릭의 지휘에 따라 리오와 지크를 엄호하며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전장에 단 둘이 남게 된 리오와 지크는 전차들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귀골들은 둘에게 포화를 퍼부었고 둘은 사방으로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해야만 했다.

“젠장!! 어떻게 할 거야 리오!! 방법이라도 있어!!!”

“오늘에야말로 신기술을 보여준다 떠든 녀석은 누구지!!”

“…쳇, 알았다구!!! 엄호나 좀 해줘!!!”

지크의 몸은 곧바로 강한 기류에 휘감겼고, 리오는 귀골들을 향해 달려가는 지크를 엄호하기 위해 양손에 마법진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설원에 쌓인 눈을 헤치며 지크는 귀골들을 향해 고속으로 달렸고, 전차들은 지크의 접근을 포착했는지 어깨에 장비된 대인 살상용 공뢰를 퍼트리며 지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멋지게 보여줘 봐 지크!! ‘인페르노’–!!!”

귀골들의 어깨에서 공뢰들이 벌떼처럼 튀어나와 지크에게 따라붙자, 리오는 미리 준비한 ‘인페르노’ 마법을 기동시켰고, 양손에 준비된 마법진에선 붉은색의 광선들이 제각기 목표를 찾아 잔광을 흩날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인페르노’의 빛줄기와 공뢰들이 부딪혀 일어난 폭발을 뚫고 귀골들에게 가까이 접근한 지크는 허리에 맨 무명도를 양손에 든 뒤, 몸의 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귀골들을 쏘아보았다.

“명도(冥刀) 무명(无冥), 구백구십구식(九百九十九式) 뇌천살(雷千殺) 개(改)!!! 음(陰) 구백구십구식 지옥도(地獄圖)–!!!!! 목을 내밀어라–!!!!!”

그러자, 지크의 몸에서 퍼지던 기류는 폭풍처럼 거세어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지크의 몸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멀리서 그것을 보던 리오의 눈은 지크가 사라짐과 동시에 크게 떠졌고,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호오, ‘지옥도’라…. 이거 320번째 베기 이후론 보이지도 않는걸…?”

이윽고, 지크의 모습은 전차들의 뒷쪽에서 회오리 바람을 동반하며 나타났고, 지크는 굳은 표정으로 무명도를 칼집에 넣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20대의 귀골 중 열아홉 대가 일순간 수십 조각으로 몸이 잘리며 폭발했고 마지막 남은 한 대마저도 왼팔과 머리의 반이 잘려 나가며 상태 이상을 일으켰다. 한순간에 전차 20여 대가 부숴지는 모습을 본 릭과 전룡단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지크를 바라보았고, 리오 역시 놀란 표정으로 지크에게 다가와 기특하다는 듯 그의 등을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대단한데! 바람의 힘에 대해 각성한 뒤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몰랐어!!”

“…등 좀 그만 두드려…우우웩…!”

순간, 지크는 몸을 크게 웅크리며 위장 안에 있던 내용물을 토하기 시작했고, 리오는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뒤로 돌아서며 지크에게 물었다.

“읍…. 이건 또 무슨 반응이지?”

“…네가 나 정도의 스피드로 칼을 천 번 휘둘러 봐…! 우우욱…!!! 중력을 무시하는 운동 때문에…우욱…!! 위장이 뒤집어진다구…우우욱…!!!!!”

“…부작용이 있는 기술이구나.”

리오는 계속 괴로워하고 있는 지크를 측은하다는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볼 뿐이었다.

쿠웅!!!

그때, 머리 일부와 왼쪽 팔이 잘린 귀골이 몸을 리오와 지크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고, 오른팔에 장착된 대형 머신건으로 그들을 조준하며 탄을 퍼부을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귀골은 뒷쪽에서 날아온 전룡단의 브레스에 무차별로 당했고 결국 폭발하며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두 분 다!!」

릭은 둘에게 급히 날아오며 상황을 물었고, 리오는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아직도 몸을 숙이고 있는 지크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향한 채 계속 구토 증세를 나타낼 뿐이었다.

“…이봐, 지금은 약도 없어.”

“…우우욱…!!! 물이나 줘…입안에 써…우우욱…!!!”

아직도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지크를 보던 리오는 한숨을 지으며 시선을 마지막 남은 초대형 전차에 돌려 보았다. 그 전차는 다행스럽게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나, 그 전차로부터 풍기는 알 수 없는 분위기는 지크가 없앴던 귀골 20대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왠만한 전함보다도 강할 것 같군. 포탑 양쪽에 장치된 저 동굴 같은 포대는 또 뭘까. …하긴, 상대해 보면 알겠지.’

“…좋아, 여기서 휴식. 나와 지크가 여기서 상황을 보는 동안 자네들은 부상자의 후송과 전사자들의 처리를 하도록. 저 거대 전차는 우리들이 맡는 게 희생이 적을 것 같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리오의 지시를 받은 릭은 곧바로 전룡단을 이끌고 후방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리오는 지크의 등을 두드리며 가자는 듯 말했다.

“자자, 완전히 끝내 버리자고 지크.”

“등 두드리지 말랬지!! 우우우욱…!!!!!”

“…이런 이런…. 어쨌거나 먹은 것도 많군.”

※※※

“…이렇게 전멸을 당하다니….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동룡족 장군 워스프는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괴로워하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한 번의 출격 명령에 의해 완전히 부숴진 시베리아 기지의 병사들, 그리고 가즈 나이트 한 명에 의해 조각나 버린 귀골 20대…. 이것은 워스프 자신이 생각해도 주룡 쥬빌란에게 도저히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결과였다.

“…장군님….”

워스프의 부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았다. 독룡의 상황실 안은 워스프의 무거운 분위기에 맞춰 어두울 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이윽고, 워스프는 고개를 들며 상황실 안에 있는 모든 병사들에게 말했다.

“…전원 탈출하도록.”

“예에!?”

워스프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전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워스프는 덤덤히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부관과 병사들에게 말했다.

“이 독룡은 나 혼자서도 조종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너희들의 임무는 주룡께 이 시베리아 기지가 함락되었다는 것을 전하는 것이다. 부관은 이것을 받도록.”

워스프는 자신의 품에서 커다란 메달을 꺼냈고, 그 메달을 옆에 있는 자신의 부관에게 건네주었다. 부관은 그것을 본 순간 완전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고, 일부 병사들은 눈물까지도 떨구고 말았다. 그 메달은 장군들에게 하나씩 전해지는 일종의 ‘면죄부’로서, 장군을 놔두고 도망쳐온 병사들이 쥬빌란에게 처벌을 받지 않게 하는 표시였다.

“마마께 죄송하다 전해라.”

“…예!”

조금 후, 병사들은 워스프와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독룡으로부터 탈출을 시작했고, 워스프는 병사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뒤 직접 조종석에 앉았다.

“…이걸 누르면 한 명이 조종하게 되는 건가…. 하하하핫….”

워스프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스위치 위에 설치된 커버를 젖힌 뒤 말없이 스위치를 눌렀다.

※※※

“…온다.”

리오는 몸을 숙이고 있는 지크의 머리를 두드렸고, 속이 그런 대로 풀린 지크는 리오가 준 물통의 마개를 닫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라? 저 녀석들 다 도망가잖아? 이렇게 되면 게임 오버 아니야?”

지크는 독룡의 뒷쪽에서 동룡족의 병사들이 용의 모습으로 변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아, 그렇진 않을 거야. 우리가 해치운 저 대전차들도 인공지능 회로 하나만으로 움직이니, 저 거대한 녀석도 파일럿 한 명으로도 다 때울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저기 도망치는 녀석들 가운데 동룡족 장군 워스프가 보이지 않았어. 아, 움직인다!”

리오와 지크는 두 개의 거대한 포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 시베리아 기지의 마지막 보루, 독룡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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