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651화


지크와 리오가 현재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독룡의 대형 포탑 양옆에 장치된 두 개의 거대한 포였다. 독룡이 천천히 움직이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용의 머리와도 비슷하게 생긴 그 두 개의 포 역시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리오와 지크가 있는 곳을 향해 포구가 돌려졌다.

쿠우우우우우우…

그 거대한 포구에서 자신들이 위치한 곳 가까이까지 알 수 없는 액체들이 강하게 분무되기 시작하자, 리오는 무언가를 물어보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지크는 피식 미소를 지은 후 뒤로 돌아서며 리오에게 말했다.

“헤헷…. 도망가자!!!!!”

“뭐!?”

둘은 곧바로 몸을 날리며 독룡으로부터 물러났고, 그 직후 독룡의 포구에서 뿜어지는 액체는 곧바로 새파란 화염으로 변하며 마치 광선처럼 리오와 지크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 화염의 범위로부터 겨우 벗어난 리오는 약간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지크를 바라보며 그 화염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뭐지? 화염 방사기의 일종인가?”

“쳇, 너희 동네 화염 방사기는 불꽃이 시퍼렇냐? 게다가 보통의 화염 방사기라면 여기까지 일직선으로 올 수도 없다구. 저건 스페이스 셔틀이나 우주용 대형 로켓에 쓰이는 부스터를 무기에 응용한, 개발 코드네임이 ‘이플리트’라는 병기야. 휘말리면 장난이 아니라구. 하지만 이플리트는 개발된 지 한 달 만에 너무 위험한 데다 연료 소모가 지극히 높다는 이유로 UN에서 사용 금지는 물론 설계도 및 계획서 폐기 명령까지 내린 건데…? 그것도 10년 전에!”

지크의 설명을 들은 리오는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는 독룡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며시 저어 보았다.

“…지금 그것이 우리 눈앞에 있으니 사용 금지나 폐기 명령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 그런데, 그 반동을 어떻게 이겨내는 거지? 저런 정도의 위력이라면 뒤로 쭉 밀려나가는 게 정상 아닌가?”

“중력 바리어도 만들어내는 녀석들인데 뭐가 이상하겠어. 어쨌거나, 온다!”

독룡은 곧 포탑 주위에 설치된 미사일 포트의 문을 연 뒤 리오와 지크를 향해 무차별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둘은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미사일들을 피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다가오는 미사일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자 귀찮다는 듯 큰 소리로 투덜댔다.

“빌어먹을!!! 기관총이라도 하나 들고 나올걸 잘못했군!!!”

“…쳇!”

리오 역시 귀찮음을 느꼈는지 왼손에 마법진을 떠올린 뒤, 곧바로 지면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가 만든 마법진에선 커다란 화염구 하나가 튀어나와 지면과 격돌을 했다. 그러자, 눈 덮인 설원의 한 곳에 일순간 강한 화염이 치솟아 올랐고, 대부분이 열추적식인 미사일들은 그 화염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미사일을 처리한 리오는 하는 수 없다는 듯 몸의 기를 높인 뒤 독룡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향해 소리쳤다.

“자, 잠깐!!! 지쳤으니 나에게 부탁한다고 한 녀석은 누구야!!!”

“할 수 없잖아!!”

결국, 리오는 독룡과 거리를 점점 좁혀 나갔고, 독룡은 기다렸다는 듯 이플리트의 포구를 리오에게로 돌린 뒤 강하게 폭염을 분출했고, 한 발의 폭염을 여유 있게 피한 리오는 디바이너에 기를 불어 넣으며 독룡의 포탑을 노렸다.

“리오!! 위험해!!!”

“-!?”

지크의 신호와 함께 시선을 위로 올린 리오는 자신의 바로 위에 이플리트의 포구가 입을 벌리고 있자 움찔하며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이플리트가 뿜어내는 폭염의 속도는 짧은 시간 동안 플레어부터 오메가 선샤인에 이르는 대형 기술을 연속으로 쓴 리오에겐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것이었다. 결국, 리오는 이플리트의 폭염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말았고, 리오를 명중시켰다는 것을 느낀 이플리트의 포구는 자신의 동체로부터 폭염을 떨어트린 뒤 지면을 향해 계속 폭염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포구로부터 뿜어지는 엄청난 열과 압력에 의해 포구가 떨어지는 지면은 부숴지기보다는 녹아서 사방으로 ‘튀었고’, 그 광경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지크는 이를 악물며 독룡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은 녀석!!! 부탁한다면서 개죽음을 당하면 무슨 망신이야!!!!”

한편, 독룡을 홀로 조종하고 있는 워스프는 리오를 잡았다는 생각에 이플리트의 출력을 더더욱 올리고 있었다.

“하핫!! 하하하핫!!!! 이것으로 가즈 나이트, 패왕 리오·스나이퍼의 전설도 끝이다!!! 수천만 도의 폭염 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버려라, 리오·스나이퍼!!!!! 으하하하하하하핫–!!!”

삐익–! 삐익–!

그때, 한참 신이 나 있는 워스프의 귀에 경보음이 들어왔고, 워스프는 순간 불길한 마음에 독룡의 상태 화면을 돌아보았다. 독룡의 양쪽에 장착된 두 개의 이플리트 중 한 개의 터빈에 이물질이 붙었다는 경보였다.

“이, 이것은…!?”

그와 동시에, 리오를 향해 폭염을 뿜어내던 이플리트의 뒷쪽에서 강한 폭발이 발생했고, 순간 폭염이 폭발 부분을 향해 역류하며 양쪽으로 화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오래가지 않아, 이플리트는 결국 대폭발을 일으키며 독룡의 육중한 차체를 뒤흔들었고 독룡을 향해 돌진하다가 그 폭발 때문에 몸을 멈춘 지크는 독룡으로부터 화염 덩어리 하나가 공중으로 치솟는 것을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순간 주먹을 불끈 쥐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희열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괴물 녀석…! 하여튼 넌 괴물이야!!”

독룡으로부터 치솟아 오르던 물체의 겉을 감싸고 있던 화염은 이내 사라졌고, 그 화염 안에 있던 리오는 상당히 지친 모습으로 지크의 가까이까지 날아왔다. 비실거리며 날아온 리오를 부축한 지크는 리오의 몸이 엄청나게 뜨거운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리오는 입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지크에게 힘없이 중얼거렸다.

“…쿨럭…! 폐가…타 버린 느낌이야…쿨럭…! 이제 진짜로 너에게 맡겨야 하겠다 지크…. 허억…!”

“…쳇, 넌 어쩔 땐 나보다도 더 바보 같단 말이야. 자, 몸이나 한참 식히라구!”

지크는 곧바로 후퇴해 있는 전룡단에게 연락을 취한 뒤 리오를 밑의 눈밭에 눕혀주었고, 리오가 눕자마자 지면에 쌓인 눈들은 연기를 내며 증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리 기로 몸을 보호했다 하더라도 수천만 도에 이르는 열은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다시 공중으로 떠오른 지크는 독룡의 움직임이 잠시 정지한 것에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하고 공격을 하려 했으나, 그에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대인 격투가 전투 방식의 주를 이루는 지크에게 저런 대형 물체를 격파하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부탁이었다.

‘우욱…! 우찌하란 말이냐!! 지금 당장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지크는 죄 없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으나 방도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가 고민하는 동안 독룡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크의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만 갔다.

“지크, 이 멍청한 녀석!!! 구백구십사식, 단공(斷空)을 써라!!! 네 스스로 봉인시킨 그 기술을 쓰란 말이다!!!”

그때, 지크가 귀에 끼고 있던 마이크 폰에서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리오가 누워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리오는 현재 릭의 부축을 받은 채 전룡단 중 한 명이 대신 들어주고 있는 무전기를 통해 지크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크는 리오의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머뭇거리고 있었다.

“하, 하지만 단공은 내 수준으론 쓸 수 없는…!!”

“지금 넌 옛날의 네가 아니야!! 진정한 바람의 힘을 깨우친 바람의 가즈 나이트란 말이다!! 그런 기술을 쓰고 지쳐 쓰러질 정도의 네가 아니야!!! 저들과의 첫 전투를 실패로 돌릴 생각인가!!!”

사실, 리오가 전투 불능에 빠진 지금 상황은 역전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오가 없었다면 전룡단의 전투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고, 사상자도 수십 배 이상 늘어났을 것이 뻔했다.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할 것을 염려한 리오는 그런 이유로 지크를 부른 것이었고, 결국 리오가 생각해 둔 나쁜 상황대로 지크는 마지막 카드가 되어 있었다.

“…빌어먹을 녀석!! 저 고철 덩어리를 부수면 널 바비큐로 만들어 버리겠어!! 좋아, 간다!!!”

지크는 곧바로 무명도를 뽑아 양손에 거머쥐었고, 무명도의 날과 자신의 몸을 일직선이 되게 만든 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금(禁), 구백구십사식 단공. 이것은 지크가 자기 스스로 수련을 하며 터득한 기술 중 가장 절단력이 높은 기술로서 자신과 무명도, 그리고 대기가 하나 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초고성능의 초식이었다. 그러나, 보통 상태에서 지크가 이 기술을 성공시킨 일은 기술 개발 당시 한 번뿐, 그 이후로는 그가 이성을 잃고 무제한의 바람을 사용할 때 말고는 한 번도 사용한 역사가 없는 기술이었다.

“…아, 아니…?”

리오를 한참 부축하고 있던 릭은 갑자기 자신의 주위를 감싼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을 받고 말았다. 릭을 비롯한 다른 전룡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리오만은 알고 있었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바람의 가즈 나이트가 시동이 걸렸군. 지금까진 뇌력만을 사용해서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대기와 친해지지 않았던 녀석이, 드디어 진짜 가즈 나이트가 되는 거야…. 단 400년 만에 저 녀석은 슈렌과 가까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됐어. 대기를 알게 된 것은 나와 잠깐 대결했던 단 30분 만이고…후훗….”

“…!!”

릭은 리오의 그 말을 듣고서야 주위의 대기가 정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저 재미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만 느껴지던 지크의 뒷모습이 지금 한순간 그가 어렸을 때 보았던, 얼굴의 피를 닦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리오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

지크는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자신을 향해 이플리트의 포구를 들어 올리고 있는 거대 전차, 독룡의 모습이었다. 이플리트의 포구로부터 화학 물질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폭염을 분출하기 직전이었다. 분명 자신은 그 범위 내에 있었고, 단공을 쓰기 전엔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되는 자신에게 있어서 크나큰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지크의 지금 정신 상태는 맑디맑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같이.

“…금, 구백구십구식…!”

지크의 중얼거림과 함께, 무명도는 그의 손에 이끌려 하늘 높이 치켜 올려졌고 그 모습을 독룡 내의 모니터로 지켜보고 있던 워스프는 그 역시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지 곧바로 이플리트와 이어진 스위치를 눌렀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이플리트 내의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 포구의 중앙으로부터 밀려나오는 폭염. 그리고 물이 흐르듯 깨끗이 그어 내려지는 무명도의 칼날.

“…단공…!!”

“이~히!!! 또 한 곡 뽑아 볼까!!!!”

“오오오오옷–!!!!”

전룡단 기함 안에선 한참 승리의 자축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독룡을 깨끗이 이등분시켜 승리를 결정지은 지크는 상의까지 벗은 채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다른 전룡단들 역시 운이 없게 경비를 맡게 된 단원들 말고는 전부 잔치에 참가해 승리감을 만끽했다. 전룡단 단장인 릭 역시 처음엔 이게 무슨 짓이냐며 지크에게 따졌지만 그 역시 술이 한두 잔 들어가면서 결국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다음날, 전룡단 기동 함대는 새벽같이 드래고니스로 귀환했고, 1차 탈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그들은 동료들과 드래고니스의 거주 주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게 되었다. 바이칼은 그저 덤덤히 잘했다는 한마디를 던졌으나, 바이칼로부터 잘했다는 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전룡단으로선 상당히 영광이었다.

짧긴 했지만 상당히 성공적으로 끝난 시베리아 탈환 작전이 끝난 후, 리오는 오래간만에 드래고니스로 옮겨진 지크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바이칼의 궁전에서 쉴 수도 있었지만 그곳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있었기에 리오는 몸도 마음도 편히 쉬기 위해서 그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지크의 집에 도착한 리오는 곧바로 집의 현관문을 열었고, 그 순간 리오는 잠시 동안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지크의 집 거실에서 레니를 주축으로 옆집에 사는 세이아까지 카드놀이를 한참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웨드 개발 전까진 백수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리진이 입에 오징어 다리를 문 채 리오를 향해 손짓을 하며 그를 반겨 주었다.

“와아, 어서와요 리오씨! 식사는 주방에 남은 것이 있으니 알아서 챙겨 드세요.”

“예? 아, 예….”

리오는 알 수 없다는 미소를 지은 채 천천히 주방으로 향했다. 그때, 세이아가 뒤에서 그를 불러 세우며 추가로 말을 해 주었다.

“어머, 리오씨. 오븐에 피자 남은 것도 있거든요? 데워서 드시면 괜찮답니다.”

“…예.”

리오는 힘없이 망토를 벗어 옷걸이에 걸은 뒤 오븐으로 다가가 안에 들어있는 피자를 확인한 뒤 ‘데우기’라고 쓰여진 버튼을 눌렀다. 의자에 앉아 차가운 우유를 마시며 한참 휴식을 취하던 리오는 순간 아차하며 다시 오븐에 다가갔다.

“…아, 가스 밸브를 열지 않았군.”

가스 밸브를 열고 다시 데우기 버튼을 누른 리오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겨 보았다. 만약, 자신이 가즈 나이트가 아니고 보통 남자로서 가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계속 이런 상황의 반복이 될지 모른다고….

그때, 부엌 안으로 갑자기 세이아가 들어왔고, 그녀는 앞치마를 급히 두르며 리오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어머, 죄송해요 리오씨. 카드 놀이에 정신이 팔려서…. 지금 식사 만들어 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나요?”

“아, 아닙니다. 계속 즐기시지요.”

“어머, 그럴 수는 없어요. 일 끝나고 들어오셔서 피곤하실 텐데 식사는 드려야죠.”

세이아는 그렇게 말한 뒤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급히 다듬기 시작했고, 리오는 오븐 안에 있는 피자를 슬그머니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재미있었을지도…. 후훗….’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