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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6화


바이나의 대검, 그것은 엄청나게 무거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거대한 양날에 푸른색의 기묘한 무늬가 흐르고 있는 신기한 검이었다. 나중에 가서야 일행들이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녀의 직업은 드래곤 킬러였고 검의 이름도 드래곤 킬러였다.

얇은 갑옷을 입고 있는 대신에 경쾌한 공격을 주로 하는 바이나의 모습에 지크는 흥미를 가지고 대전에 임하고 있었다.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지크에게 파고드는 바이나를 슈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아까 전의 두 명보다 신중한 자세로 임하고 있어서 대전은 약간 길어지게 되었다.

검과 도가 부딪히고 둘은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를 마주보았다.

“어이, 힘 한번 좋군 빨간 아가씨.”

지크는 여전히 웃으며 그녀를 놀려대고 있었다. 바이나는 팔에 힘을 넣어 보았으나 지크가 밀릴 리는 없었다.

“의외로 힘이 세군 말라깽이!”

지크를 밀쳐내며 거리를 벌린 바이나는 이리저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다시 무명도를 집어넣고 뽑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저 녀석, 나보다 빠르고 강한 공격을 하고 있잖아, 그렇게 본다면 내 방식으론 결코 이길 수가 없는데…. 어쩌지?’

지크는 계속해서 바이나가 생각만 하고 있자 자세를 풀고 팔짱을 꼈다. 바이나는 갑자기 지크가 이렇게 나오자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재미없어, 역시 난 여자랑 못 싸운단 말이야. 나 대신에 다른 사람이 싸우면 안 되나? 저기 저 사람으로.”

지크는 슈를 응시했다. 슈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크게 떴다.

“저 여자분이랑 대신 싸우는 건 어때, 그게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 말이야. 빨간 누나도 손해 볼 건 없고, 내 동료도 심심한 것 같은데….”

바이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의 제의를 승낙했다.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는 군인들도 적지 않았지만 아까 지크와 대전한 두 명은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이나가 이길 가능성이 약간은 높아졌군, 그렇지 않나?”

터번을 고쳐 쓰며 검은 얼굴의 사나이가 란지크에게 말했다.

“내 생전에 요우시크보다 더한 괴물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은 저 녀석이 처음이야. 저 녀석이 아까 말했지? 자신은 바람이라고. 그 비유가 맞는 것 같아.”

터번을 다 쓴 사나이가 말을 마쳤다.

“빠르고… 강하다는 건가?”

슈와 바이나 둘은 자세를 취하고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지크는 전혀 부담 없는 표정으로 둘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이나와는 몇 분간이지만 대전해 본 지크이다, 그녀의 방식이나 힘, 속도는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었다. 슈의 전투 능력도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 승률은 거의 확실하게 예상하고 있었다.

슈는 보통 때처럼 나이프 하나에만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두 개의 나이프를 동시에 사용하는 때는 거의 없었다. 검은색의 전투 나이프 레반스, 티타늄이란 특수 금속으로 가공했다고 제작자가 설명한 적이 있었다. 0.8가론(80cm)정도의 길이에 넓은 몸체, 그러나 무게만큼은 같은 종류의 어떤 무기보다도 가볍게 만들어져 있다. 무광 검정으로 표면이 처리되어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암살용으론 최적의 무기일 것이다. 두 자루가 만들어졌고 두 자루 모두 슈가 가지고 있다.

무기의 강함으론 분명 드래곤 킬러가 더 강할 것이다. 지금의 대전은 공격 방식의 차이가 승부를 만든다고 지크는 생각했다. 전투력의 비는 5:5, 거의 비슷했다.

“헙―!”

바이나가 먼저 검을 휘두르며 대전을 개시했다. 슈가 지크나 리오의 전투 방식을 보고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방어력에 의존하지 않는다〉였다. 둘의 공통점은 방어구를 거의 갖추지 않고 전투에 자신 있게 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공격을 간단히 피하며 카운터 공격을 먹인다. 그것도 거의 일격 필살의…. 기사들이 무도장에서 배운 방식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실전에선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슈는 거기에 따라 바이나의 공격을 피한 후 레반스로 반격을 개시했다. 전투용 나이프라 공격이 빠른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바이나의 흉부 갑옷이 긁혀 나갔다. 검을 다시 돌릴 여유도 주지 않고 슈는 연속 공격을 개시했다. 그녀의 빠른 공격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계속 붙어있으면 불리하다 판단한 바이나는 슈를 다리로 공격해서 거리를 벌려 놓았다. 거리를 벌려 놓아서 슈에게 이로울 것은 없었다. 공격 범위 내에 들지 않으면 카운터 공격도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시 접근하려는 슈에게 바이나는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길이가 긴 대검인 만큼 공격 범위도 엄청났고 무게도 가벼워 공격 속도도 빨랐다. 과연 전설의 무기였다.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자 슈도 약간 밀리기 시작했다.

`리오랑 대전할 때와 비슷한데…. 그렇다면 이걸―.’

슈가 몸을 뒤로 제치자 바이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슈의 왼손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

퍼억―!

“흐윽?!”

옆구리에 무형의 충격을 받은 바이나는 검을 떨어뜨릴 뻔한 것을 간신히 잡았다. 마치… 공기가 자신을 때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사이 슈는 다시 거리를 좁혀왔고 바이나는 다시 방어에 힘을 쏟기 시작하였다.

“기합포(氣合咆)의 일종인가…? 대단하네 저 누나.”

지크는 티퍼의 옆에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티퍼는 뚫어지게 슈의 대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무기와 그녀의 나이프는 다루는 방식이 비슷해서였다. 그의 아버지처럼 대검이나 장검을 휘두르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것이 불가능해서였다.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이리프를 구출하고 싶은 것이 티퍼의 생각이었다.

“당신…. 굉장한데? 이름이 뭐지?”

바이나는 검을 약간 내리고 슈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슈도 여전히 방어 자세를 취하며 대답해주었다.

“슈·버밀튼이라고 하는데….”

바이나는 슈의 이름을 듣고서 검을 거두었다.

“당신이 버밀튼? 그럼 말스 왕국의 칠호장 중 한 사람?!”

바이나가 자신을 알아보자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도 검을 거두었다. 바이나는 그녀에게 다가와 반갑게 손을 잡으며 기뻐했다. 군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태라트님이 말씀하셨어요! 당신과 다른 호장들의 이름을 말하시면서…. 이봐, 동지들! 이분들은 손님이시다!”

바이나는 병사들의 경계를 풀며 손을 흔들었다. 병사들은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이나의 표정을 보고서 그들도 지크 일행을 반겨주었다.

“자, 우선 장교 막사로 저와 같이 들어가세요. 해드릴 이야기가 많답니다.”

지크는 바이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걸었다. 아까 전에 그가 한 도발 행위 때문이었다.

“제기랄…. 우습게 됐잖아.”

막사 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긴 탁자에 앉아 바이나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태라트가 저항군을 조직한 것에서부터 그들의 예상치 못했던 수도에서의 패배, 그리고 재 결성까지….

“… 태라트님께선 수도에서 탈출하시면서 계속 중얼거리셨죠, 호장들만 자신들에게 있었어도…라고요. 저항군은 다시 결성되긴 했지만 중요 인사들이 요새 감옥으로 많이 끌려갔어요. 그래서 예전과 같은 강한 전력은 아니지요. 저희는 요새 돌파전을 벌이고 있는 태라트님의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독립 부대입니다. 이렇게 호장 중에 한 분인 슈님을 만나게 된 것이 그분에게는 더없는 행운이겠죠. 정말 다행입니다.”

지크는 자신의 앞에 놓인 물을 들이키다 말고 끼어들었다.

“잠깐, 빨간 누나. 우리가 언제 동참한다고 말했소? 우리들은 누구를 만나기 위해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이란 말이요, 그러다가 우연히 당신들을 만난 거고….”

“우연이 아니에요 지크.”

지크는 그렇게 말한 슈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우연이 아니라니, 그 무슨 뚱딴지같은…!!”

슈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저와 리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태라트 왕자님을 찾아내는 거예요. 티퍼의 아버지와 이리프의 어머니께 태라트님이라면 저항군에 가담하고 계신다 들었어요. 마침 독립 부대가 이곳에 잠시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지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슈를 쳐다보았다.

“제기랄, 그럼 나보고 이런 오합지졸들과 함께 싸우란 말이오?”

지크의 말투에 계속 자극을 받은 바이나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검에 손을 가져가며 일어섰다. 그러나 지크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틀린 말인가? 어제 요우시크인가 뭔가 하는 시커먼 놈을 만났거든? 그 녀석 실력으로 보아하니 너희들이 깨질만도 하더군. 장비도 허술하기 이를 데 없고, 훈련도 엉성하고. 그리고 이 막사는 또 뭐야, 이거 누가 여기에 짓자고 한 거지?”

“내가 했다! 어쩔 거야!”

바이나는 거칠게 내뱉으며 씩씩거렸다. 훤히 뚫린 게 경치도 좋아 보여서 그랬다 자신 있게 말했다.

“웃기고 있군, 아무리 주둔하는 거지만 막사는 원거리 공격을 받지 않는 곳에다가 지어야 해, 회의하는 도중에 불화살이라도 맞으면 어쩌려고. 완전 초보잖아…. 당신들 이 여자에게 목숨 걸었구만?”

그 이야기를 들은 란지크와 터번 사나이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자신들이 느끼고 있는 그대로를 이 사나이가 찌른 것이었다. 바이나는 그들마저 웃어버리자 참지 못하고 나가버렸다. 둘은 곧 미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날 내내 바이나를 막사 안으로 들이지는 못하였다. 슈의 제의로 지크 일행은 잠시 동안 저항군에 가담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날, 저항군은 짐을 챙기고 본대가 기다리고 있는 수도의 세 번째 요새로 향하기 시작했다.

“똑바로 걸어 머저리들아! 이래 가지고 해방인가 뭔가를 할 수 있겠어! 내가 너희들에게 선물을 주겠다!!”

영 힘이 없어 보이는 병사들을 보고서 지크가 소리쳤다. 지크의 실력을 아는지라 반항하거나 앞에 나서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선물이라는 말에 병사들은 귀를 세우고 지크를 보았다.

“바로 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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