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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68화


“이봐 플루소! 리오 녀석이 갑자기 드래고니스 밖으로 나가던데, 무슨 일 있는 거야?”

리오가 드래고니스 밖으로 번개같이 나가는 모습을 바이칼의 방에서 목격한 지크는 무슨 상황이 있는 건가 알아보기 위해 제궁을 빠져나가려다가 우연히 플루소와 마주쳤고, 지크의 물음에 플루소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예. 중동 지방으로 향하는 보급부대가 동룡족 기동부대의 습격을 받았는데, 리오 숙부님께서 그 자리에 화이트 나이트까지 나타났다는 말을 들으시자마자 마마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라 하신 뒤 곧바로 그곳을 향해 가셨습니다. 큰일이 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래도 동룡족들은 숙부님의 별칭만 들어도 일단 사기가 저하되니….”

“… 흠, 그래. 아, 그런데 말이야. 동룡족들이 리오나 휀을 보면 ‘패왕’이니, ‘광황’이니 하는데, 언제부터 그런 별명이 생겨난 거야?”

지크는 예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싶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플루소에게 물었고, 플루소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예. 아시다시피, 가즈 나이트 휀·라디언트님의 경우 신계에서부터 ‘광황’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거기서부터 비롯되어 다른 분들의 별칭도 만들어진 것입니다. 바이론·필브라이드님은 그분께서 보여주시는 강대한 어둠의 힘과 압도적인 광기로 인해 ‘암왕’이라는 별칭이 쓰여지기 시작했고, 리오 숙부님은 예전 용족 전쟁 당시 동룡족을 공포에 떨게 한 파괴적인 마법과 검술 때문에 동룡족의 군주분 중 한 분이 ‘패왕’이라는 별칭을 쓰시면서부터 계속 ‘패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셨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선 동룡족 사이에선 그리 유명하진 않으셔도 신계에서나 각 차원계에서나 ‘염장(炎將)’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유명하시기 때문에 동룡족에서도 그 별칭을 사용합니다. …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가즈 나이트분들은 별칭이 있지 않습니다.”

플루소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맺었고, 지크는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쳇, 괜히 여기서만 놀았나 보군. 하긴, 위에 나열한 넷은 유명인들이니까 나도 어쩔 수 없지. 아 참. 플루소는 이제부터 뭐 할 거야?”

“예? 마마께 리오 숙부님의 말씀을 전해 드려야….”

플루소가 의아한 얼굴로 대답하자, 지크는 잘됐다는 듯 플루소를 끌고 제궁 안으로 다시 들어가며 말했다.

“아, 그거 잘 됐군! 지금 안에서 트럼프를 하고 있는데 사람이 적어서 재미가 없거든? 바이칼에게 보고할 겸 같이 하자구!”

“예에!? 하, 하지만 전…. 그리고 리오 숙부님께서….”

“괜찮아 괜찮아! 설마 리오가 죽어서 돌아오겠어? 헤헤헤헷… 자, 어서 가자!”

플루소는 지크가 과연 현실 감각이 있는 사람인가 의심을 하며 그와 함께 제궁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의 방 안에서 리디아와 함께 TV를 보며 여유를 보이고 있는 바이칼을 보며 그녀의 불만은 사라지고 말았다.

“… 리오가 그곳으로 갔다고. 흥… 그 녀석은 원래 그런 놈이니 신경 꺼. 난 또 무슨 대단한 보고인가 했군.”

“… 외람된 말씀이오나, 마마께선 리오 숙부님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플루소의 질문에, 바이칼은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구기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 내가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면 그 녀석은 항상 날 귀찮게 끌고 다니지. 몇 백 년간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 일은 접도록. 귀관이 하는 질문은 내 앞에선 처벌 대상 1호니까.”

바이칼의 대답을 들은 플루소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고, 카드를 한참 섞고 있던 지크는 피식 웃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이봐, 아무리 수백 년간 들은 질문이라지만 처벌 대상 1호는 또 뭐야. 자자, 얼굴 펴고 다시 하자구. 근데 바이칼 너 괜찮아? 오늘 계속 맞기만 했잖아.”

“… 신경 꺼.”

바이칼은 붉게 변한 자신의 손목을 매만지며 카드에 시선을 집중했고, 지크는 카드를 돌리면서 리디아에게도 물었다.

“근데 리디아 생각보다 잘 하네? 오늘 무패 행진을 계속하고 있잖아?”

“아, 아니에요. 오라버니께 죄송할 뿐이죠.”

“… 그러면서 몸무게를 실어 치는 저의를 알고 싶군.”

“죄, 죄송해요!”

플루소는 카드를 받으면서도, 이 사람들이 과연 서룡족의 최고 권력자와 그의 동생, 그리고 주신의 명을 받아 일하고 있는 가즈 나이트 중 한 명인가 의심을 해 보았다. 하지만, ‘어차피 나중 일은 고민해 봤자 머리만 빠진다’는 지크의 사상을 몸에 익혀가고 있는 그녀였기에 예전과 같은 큰 불만은 없었다.

“자자! 바이칼, 승부다! 이번에도 리디아에게 맞지 않길 빌어주지, 키키킥….”

“… 너나 먼저 깔어.”

“쳇, 난 쓰리카드! 리디아는?”

“… 풀하우스… 인데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바이칼은 장엄한 몸짓으로 자신의 히든카드 두 장을 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스트레이트 플러시.”

“… 헉!”

자신의 패가 제일 낮은 것을 안 지크는 말없이 손을 바이칼에게 내밀었다. 그러나, 아직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 저어, 숙부님. 이 패가 뭐죠?”

“잉? … 허억!”

지크는 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스페이드 에이스를 정점으로 하는 같은 마크의 킹, 퀸, 잭, 10번의 절묘한 조화…. 그것을 본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패를 덮으며 플루소에게 팔을 묵묵히 내밀었다.

“… 쳐라.”

※※※

리진, 마키, 티베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살극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무사한 것은 서룡족의 부대뿐. 화이트 나이트는 동룡족의 단 한 사람까지도 놓치지 않고 저승으로 보낸 상태였다.

“무, 무서운데? 리오 씨완 달라…! 전투 방식만이 리오 씨와 같을 뿐이야!”

리진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마키와 티베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웨드의 무기를 점검하며 말했다.

“… 그런데 가지 않고 뭐 하는 거지? 내가 듣기론 일을 마치면 홀연히 사라진다고 하던데….”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봐, 또 팔짱 끼고 폼을 잡잖아.”

티베의 예상이 들어맞은 건지, 얼마 안되어 동쪽으로부터 강력한 기 하나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 왔고 리진 등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모두 괜찮습니까! 다친 곳은 없나요!”

숨을 헐떡이며 날아온 리오의 모습을 본 리진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리진은 괜찮다는 듯 리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그에게 무전으로 말했다.

“아, 괜찮아요 리오 씨. 그건 그렇고….”

“…!”

리진의 말을 들으며 뒤를 돌아본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리오의 몸을 엄습해왔다. 강력하긴 하지만 차가운… 비유하자면 무장된 무인 카메라에 촬영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오는 빠르게 화이트 나이트에게로 접근했지만 화이트 나이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 안에서 아무런 기척도, 생명 반응도 느껴지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귀에 낀 마이크폰을 떼며 디바이너를 꺼내 들었다.

“… 어째서지?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오가 검을 꺼내 듦과 동시에 화이트 나이트는 등의 부스터를 가동시켜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고, 추격할 마음이 없던 리오는 디바이너를 거두며 버릇대로 팔짱을 낀 채 화이트 나이트가 사라져간 방향을 바라보았다.

“… 단순한 기계인가? 아니면….”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화이트 나이트의 느낌은 리오로선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보통의 기계와 같지만 또 어떤 면에선 그렇지 않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따라 하는 화이트 나이트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여러 면에서 리오를 불편하게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숨을 쉬며 리오는 중얼거렸다.

“… 언젠간 밝혀지겠지…. 계속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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