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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69화


5장 [손님]

띠띠띠띠띠…

“… 으음….”

바이칼은 리오가 예전에 선물로 사준 자명종 시계의 버튼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바이칼의 시선은 버릇처럼 용력(달력)으로 갔고, 잠시 용력을 바라보던 바이칼은 다시 자리에 누워 머리까지 이불을 덮으며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 귀찮은 날이 왔군….”

……………………. . . . . . .

아침 식사 시간.

바이칼은 아침 식사로 나온 샐러드를 힘없이 씹으며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고, 바이칼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리디아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 저어, 오라버니. 오늘 무슨 불편하신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 별로. 그건 그렇고 장로. 용왕들은 왜 오지 않는 거요.”

바이칼이 곧바로 말을 돌리자, 리디아는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고 장로는 바이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 예. 용왕들께선 내일 일정에 맞춰 오시기로 되었습니다만, 중립 공간이 요즘 불균형을 이루는 시기라서 더 늦어질 것 같사옵니다.”

“… 그런가. 시기 한번 멋지게 맞추는군. … 하여튼 내일 일정을 치를 준비는 잘 되어가나.”

“예. 전룡단과 웨드 부대의 예행 연습 결과도 거의 완벽합니다. 마마께선 아무 부담도 가지실 필요가 없사옵니다.”

“… 함대 소집은?”

“예, 80%가량 소집되었습니다. 오늘 정오 정도에 모두 소집될 예정이옵니다.”

“… 좋군.”

바이칼은 다시 샐러드를 입에 넣었고, 한참 얘기를 듣고 있던 리디아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이칼을 바라보며 다시 그에게 물었다.

“저어, 오라버니. ‘내일 일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그러자, 바이칼과 장로는 움찔하며 리디아를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인상을 살짝 찡그린 채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 너 정말 내일이 무슨 날인지 모르고 있나? 용족이면서 ‘용신제’를 모른단 말이야?”

“… 네?”

……………….. . . . . .

“용신제? 그건 또 뭐하는 축제야?”

지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어오자, 리오는 한심하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이런 이런…. 서룡족과 동룡족이 모든 건 달라도 신룡 ‘브리칸트’만은 공통적으로 모신다는 건 알고 있지?”

“몰라.”

“… 뭐, 하여튼 용신제는 이틀 정도 날을 잡고 신룡 브리간트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정이 주를 이루는데, 그 용신제 기간 일주일 중엔 서룡족이나 동룡족이나 모든 전투를 금하게 되어있어. 만약 칼이라도 잡는다면 브리간트님에게 노여움을 사지. 주신 할아버지와 대등할 정도의 위치를 가진 브리칸트님이 화를 내신다는 것은 그야말로 끝장이라는 소리니까 두 종족은 이 날만큼은 정말 조용해.”

리오의 설명을 들은 지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리오에게 다시 물었다.

“오호라… 그렇구나. 근데, 그런 좋은 기간에 바이칼 녀석의 표정이 왜 그런 거야?”

그러자,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당연하지 않겠다는 듯 대답했다.

“양 종족이 전쟁 중인 상태에선 드래고니스에서 용신제가 거행되거든. 그리고 용신제가 거행되는 이틀 동안 드래고니스에 동룡족의 우두머리인 주룡 ‘쥬빌란’이 머물게 되니 바이칼이 얼씨구나 좋아할 이유는 없겠지.”

“… 그려?”

시간은 흘러, 결국 용신제의 날이 되었고 바이칼은 새벽부터 고르고 고른 옷을 단정히 정돈해 입은 상태로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브리간트 신상의 앞에 섰다. 그의 앞쪽으로는 지금 현재 이 차원 안에 있는 모든 전룡단 단원들이 단장들을 앞세워 대열을 맞추었고, 그의 옆쪽으로는 장로와 리오, 지크, 슈렌, 그리고 오래간만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세이아와 라이아가 있었다.

드래고니스는 현재 원래 정박해 있던 높이보다 2km 정도 더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 이유는 드래고니스를 중심으로 서룡족의 총 함대가 정렬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상 시설물을 복구하던 사람들도 일을 멈춘 채 서룡족의 함대가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오는 우주 함대들처럼 멋지게 정렬한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정오가 다 됐을 무렵 동쪽으로부터 서룡족의 함대와 대등할 정도의 숫자를 갖춘 동룡족의 함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고, 바이칼은 그 함대 대열의 앞에 있는 거대 전함, 칠두지룡(七頭之龍)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 올 것이 왔군. 지겨운 녀석….”

곧, 두 거대 함대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고, 드래고니스와의 고도차를 단 1mm도 어기지 않은 칠두지룡으로부터 동룡족 군주들과 장군들을 위시한 주룡, ‘쥬빌란’이 항구에 내려 바이칼이 있는 곳까지 직접 도보로 향하기 시작했다. 구경을 나온 서룡족 주민들은 그들의 시간으로 5년에 한 번 직접 볼 수 있는 쥬빌란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금치 않았고, 쥬빌란은 옅은 미소를 띄운 채 여유롭게 드래고니스의 시내를 감상하며 계속 길을 걸었다.

얼마 있지 않아, 바이칼과 쥬빌란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두 최고 권력자의 대면을 동룡족 장군과 서룡족 전룡단 단장의 신분으로 보아온 플루소는 미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서로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둘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그들이 싸워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쥬빌란은 키마저도 비슷한 바이칼의 눈과 자신의 눈을 마주한 채 먼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 오래간만입니다, 용제 바이칼님. 드래고니스는 언제 보아도 당신과 같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군요. 그럼, 이틀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에게 인사를 먼저 받은 바이칼은 약간 인상을 찡그린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역시 인사를 했다.

“다른 때완 달리 혈색이 좋은 것 같소, 주룡 쥬빌란님. 이쪽이야말로 이틀간 잘 부탁드리오.”

이후, 양측의 우두머리는 그 이하의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리오는 망토를 단정히 한 뒤 쥬빌란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 감히 주룡께 인사를 올립니다.”

“… 패왕… 리오님. 수하 장군들께서 당신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지셨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더군요. 앞으로도 멋진 승부를 기대하겠습니다.”

“예. 이틀간 편히 쉬십시오.”

그런대로 편한 자세로 자리에 서 있던 지크는 쥬빌란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자, 곧 그답게 씨익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인사를 했다.

“가즈 나이트, 지크·스나이퍼요. 헤헷, 바이칼 녀석보다는 혈색이 좋으시구려.”

“… 아아, 소문의 지크님이시군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역시, 멋진 승부를 기대하겠습니다.”

“헤헷, 고맙소. 나중에 놀러갈게요.”

지크는 슈렌 쪽으로 이동하는 쥬빌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바이칼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동룡족 장군에겐 시선조차 돌리지 않은 채 속으로 꿍얼댔다.

‘… 역시 저 녀석을 데리고 나온 건 자멸이었어….’

“저, 저어… 용제시여.”

그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동룡족 제1 장군 ‘쿠르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바이칼은 헛기침을 하며 다시 쿠르퍼를 바라보았다.

“흠, 실례. 여전히 얼굴은 좋아 보이오 쿠르퍼 장군.”

“….”

“… 얘기 끝났소.”

“아, 죄, 죄송하옵니다.”

쿠르퍼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비켜날 따름이었다.

플루소의 앞에 선 쥬빌란의 표정은 다른 길을 택한 자신의 옛 부하를 바라보는 최고 권력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얼굴의 상처가 많이 나아져 이젠 잘 보이지도 않는 플루소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이젠 좀 마음이 편한 모양입니다 플루소 단장. 어딘가 사념이 서려있던 예전의 모습보다 지금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용제께서도 당신의 실력을 믿고 좋은 벼슬을 주셨으니 더욱 수고해 주십시오.”

“… 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

플루소는 왠지 모를 감격에 눈물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쥬빌란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 준 뒤 천천히 옆으로 지나갔다.

지크는 리오의 앞에 서 있는 외팔의 군주를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중년의 위엄이 풍기는 그의 단련된 모습에 약간이나마 질린 지크는 전음으로 그 동룡족 군주의 정체를 슈렌에게 물었다.

「이봐, 저 아저씬 정체가 뭐야? 리오 녀석도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데?」

「… 저 남자가 바로 동룡족 최고의 도검술 실력을 가진 군주 ‘올파드’야. 리오에게 들은 얘기이지만, 그 당시 리오가 제2 안전 주문을 풀은 상태였는데도 어렵게 싸웠다 하더군. 또 다른 별명이 도성(刀聖)일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가진 남자야.」

리오는 진지한 눈으로 올파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올파드 역시 눈에서 강렬한 기를 뿜어내며 리오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곧 그는 눈을 감고 미소를 띄우며 리오에게 말했다.

“… 예전보다 훨씬 멋지게 성장했군 리오·스나이퍼. 언젠간 자네와 대결할지 모르겠네만, 그때도 잘 부탁하겠네.”

“… 여전히 무서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올파드님. 당신의 이도류(二刀流), 녹슬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 후, 부탁만 하게나.”

리오와 올파드의 대화를 들은 지크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알기로, 이도류라는 것은 두 개의 도검을 들고 싸우는 것을 말하는데 올파드는 분명 한 팔이 없는 탓이었다. 올파드가 자신의 앞에 오자, 지크는 인사는 접어두고 서슴없이 그에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아저씨, 당신 분명 이도류를 쓴다고 했는데, 신체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도류를 쓰시나요?”

“음? … 허, 가즈 나이트 치곤 꽤 당돌한 젊은이로군.”

올파드는 씨익 웃으며 오른팔로 지크의 어깨를 두드렸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 양 손에 칼을 나눠든다 해서 꼭 이도류가 아닐세. 한 팔로도 충분히 두 개의 칼을 사용할 수 있지. 알고 싶다면 나중에 전장에서 보세. 후후훗…. 이름이 뭔가?”

“… 지크, 지크·스나이퍼죠. 헤헷, 만나길 빌게요 아저씨.”

“… 지크라. 기억해 두지. 하하하핫….”

쥬빌란은 세이아와 라이아의 앞에 서 있었다. 그를 보좌하던 궁인들은 쥬빌란이 여성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지은 것을 처음 보는 탓에 속으로 경악을 하고 있었다. 쥬빌란은 지금 세이아의 얼굴이 아닌,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압도를 당하고 있었다. 잠시 세이아를 바라보던 쥬빌란은 곧 눈을 감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 감동적입니다. 빛의 최고위 신, ‘라’ 이후 이 정도의 빛을 보이신 신은 제 기억 속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 최근에 제가 잃어버린 빛까지도 가지고 계시는 듯합니다. 그럼….”

그런 쥬빌란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세이아는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뒤, 막 가려던 쥬빌란의 양손을 자신의 손으로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분은 언제까지나 당신의 마음속에 계실 겁니다. 쥬빌란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시니 아랫분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리지 마세요.”

“…!!”

순간, 쥬빌란은 눈을 번쩍 뜨며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쥬빌란에게 말했다.

“… 어서 가보세요. 다른 분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실례를 범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세이아를 뒤로한 쥬빌란은 곧 리디아의 앞에 섰고, 다시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 잘 지냈느냐 리디아. 얼굴이 좋아 보이니 이 오라버니의 마음도 편하구나.”

“예? 예에….”

“… 더 이상 안부를 물으면 네 또 다른 오라버니께서 화를 내실 것 같으니 이만 하자꾸나. 나중에 더 얘기를 나누도록 하자.”

“… 예.”

거의 모든 중요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는 쥬빌란은 곧바로 자신의 위치로 갔고, 리디아의 옆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던 바이칼은 쥬빌란에게 시선을 둔 채 팔짱을 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여전히 맘에 안 드는 녀석….”

※※※

두 용족의 우두머리들이 한참 의식을 치르는 동안, 의식과는 관계가 없는 리오 등은 집으로 돌아가 다른 행사가 있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궁금증이 있으면 떨치지 못하는 성격의 지크는 리오의 앞에 서며 올파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봐 리오. 그 올파드인가 하는 아저씨가 이도류를 쓴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외팔로 이도류를 쓴다는 소리야? 난 도무지 이해가 안 가던데…?”

“음? 아아, 그거 말이야? 오늘은 올파드가 무기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말했듯이 두 개의 도검을 한꺼번에 사용하지. 둘 다 네 무명도에 비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칼인데, 하나는 특이하게도 역도검이야.”

“… 역도검? 날이 뒤집어진 칼이란 말이야?”

“음, 그래. 하지만 거꾸로 들고 휘두르니 그리 좋아할 건 아니야. 하지만 정도검보다 더 무서운 게 그 역도검이야. 날이 거꾸로 된 탓에 보통 도검술과는 휘두르는 자세 자체가 달라서 방어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워. 게다가 정도검과 병용해서 공격을 가하기 때문에 더하지. 그가 이도류를 사용한다 불리는 까닭은 한 팔로 두 개의 칼을 전광석화처럼 교차해서 사용하기 때문인데, 초반엔 나도 정말 고생했어. 내가 검술이 아닌 힘으로 밀어붙인 적은 그와 대결할 때가 처음이었지. 물론 당시에는.”

“… 한 팔로… 두 개의 칼을 교차해서? 게다가 네가 기술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크는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예전 용족 전쟁 때의 리오가 지금보다 약했다고는 하지만 제2 안전 주문을 푼 상태의 리오를 기술만으로 제압했다는 것은 지크로선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다.

“뭐, 지금은 나도 두 개의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예전보단 훨씬 상대하기 쉽겠지만, 그래도 무시하지 못할 인물이야. 모든 차원계를 통틀어 도검술만큼은 올파드가 최고라고 주신 할아버지도 그러셨으니까. 자자,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좀 쉬어 둬.”

“… 쳇, 내가 최고야!!”

지크는 순간 그렇게 소리치며 밖으로 뛰어 나갔고, 리오는 눈을 크게 뜬 채 슈렌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 저 녀석, 왠지 모르게 불타오르고 있는데?”

“…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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