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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71화


“… 차원 결계?! 그게 무슨 소리야!”

리오는 커피숍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작게, 하지만 강하게 아란에게 물었고, 아란은 커피를 살짝 마신 뒤 품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어 리오에게 내밀었다. 리오는 아란의 향수 냄새가 강하게 배어있는 사진을 진지한 얼굴로 들여다보았고, 다시 아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 이곳이 도대체 어디지?”

“… 독일이죠. 예전에 보급부대 호위도 하고 정보도 얻기 위해 아직 동룡족의 세력권 안에 있는 독일로 잠입한 일이 있었죠. 그런데, 우연히도 거기서 재미있는 연구 광경을 볼 수 있었어요. 여기 보시다시피….”

아란은 사진 중 하나를 손가락을 짚어보였다. 그곳엔, 눈에 띌 정도의 강력한 결계에 보호되고 있는 사람 크기의 구조물이 있었고, 아란은 계속 말을 이었다.

“… 아직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갈까 말까 한 정도의 크기지만, 제 눈으로 봤을 때 이건 분명 차원 결계예요.”

“… 인간의 힘으로 차원 결계를…? 하지만 무엇 때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리오가 질문을 하자, 아란은 고개를 저으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후훗, 당신들은 보통 때 주신에 의해 안전 주문이 걸려 있어서, 당신을 제외한 다른 가즈 나이트들은 주신의 허가 없이는 제1 안전 주문도 풀 수가 없죠. 당신은 2단계까지 자유롭게 풀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당신 혼자서 제2 안전 주문까지 풀면 체력 소모가 엄청나죠. 이 사람들이 차원 결계를 만들려는 이유는, 예전에 이 세계에 차원 결계가 쳐졌을 당시 당신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상당히 고전을 했다는 경우 때문이겠죠.”

“… 흐음….”

리오는 한숨을 쉬며 이런 일을 할 사람을 머리에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물론 몇 사람 떠올릴 것도 없었다.

“… 그 와카루라는 할아범은 언제까지 날 괴롭힐 생각인지… 후훗. 어쨌든, 이런 귀중한 정보를 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고마워 아란.”

리오는 자신의 앞에 놓인 밀크 커피를 살짝 들어 올리며 아란에게 윙크를 해 주었고, 아란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리오에게 물었다.

“… 후,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정보냐느니 하며 저하고 차 마시는 것조차 꺼려하더니, 지금은 윙크까지 하며 고맙다고 하고…. 당신은 정말 바람꾼 기질이 있는 것 같군요.”

아란이 갑자기 그런 의외의 말을 해오자, 리오는 약간 당황해하며 찻잔을 놓고 그녀에게 따지듯 묻기 시작했다.

“자, 잠깐, 무슨 소리야? 난 그저….”

“… 음? 후훗… 그럼 저 밖에 있는 소녀의 표정은 어떻게 된 것이죠?”

리오가 막 변명을 늘어놓으려 하자, 쇼 윈도우에 시선을 두고 있던 아란은 리오에게 밖을 잠깐 보라며 손짓을 했고 리오는 움찔하며 쇼 윈도우 밖을 바라보았다.

“… 챠, 챠오양?!”

리오는 창 밖에 멍하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챠오를 보고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챠오는 곧 실망했다는 듯 몸을 휙 돌려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리오는 결국 한숨을 길게 쉬며 자리에 깊숙이 주저앉고 말았다.

“… 후우,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래서 한 차원엔 오래 있으면 안 된다니까….”

“… 전 괜찮으니 어서 나가보시죠. 저 아가씨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순진이라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저 아가씨에겐 심한 충격이 될 수도 있으니 나중에 사과할 생각 말고 빨리 따라가 보세요.”

“… 음? 아, 그렇겠군…. 오늘은 여러모로 신세를 지는데. 그럼, 차 값은 지불하고 갈 테니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미안.”

리오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선 뒤 카운터를 거쳐 밖으로 뛰어나갔고, 그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란은 자신의 붉은색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 여자에 대한 것은 정말 많이 변했군요 리오. 증오스러울 정도로… 후후후훗….”

…………………. . . . . . .

“아아, 그 할아범 요즘 들어 통 조용하다 했더니 그거 만드느라 정신 없어서 조용했던 거구만. 그럼, 그거 개발 상황은 어느 정도래?”

지크는 리오와 함께 치킨 전문점을 빠져나오며 차원 결계에 대한 일을 물어보았고,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힘없이 대답했다.

“… 나도 사진으로만 봤기 때문에 그것까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차원 결계가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가 경계할 필요는 있어. 지금까지 차원 결계를 쓸 수 있는 신이 아닌 존재는 서룡족뿐이었지. 이 드래고니스를 보호하고 있는 초차원 결계가 그것인데…. 뭐, 나중 일은 닥쳐보면 더 확실히 알겠지.”

“… 흠. 그건 그렇고 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오늘 챠오한테 닭튀김을 사 준다는 거야? 이젠 마음 잡고 한 명만 파기로 한 거야?”

“으음, 그건 아니고…. 오늘 좀 실례되는 행동을 해서 화도 풀어줄 겸, 오래간만에 얘기도 할 겸….”

“… 에휴, 됐다 됐어.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하는 녀석이니까 난 신경 끌란다.”

치킨을 들고 대답하며 걸어가는 리오의 모습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크는 결국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리오의 어깨를 두드렸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계속 길을 걸어갔다.

※※※

칠두지룡 내 자신의 방에서 통신 화면을 바라보는 쥬빌란의 표정은 굳을 대로 굳어있었다. 하지만, 화면 안에 비춰진 노인–와카루의 얼굴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밝기만 했다. 가만히 와카루를 바라보던 쥬빌란은 우습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와카루에게 말했다.

“… 나에게 그런 비겁한 행동을 하라 이 말씀입니까. 아무래도 귀하는 날 당신의 하수인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군요. 난 지금이라도 당장 이 전쟁을 그만두고 성도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그 쓰레기 같은 인조 생물들과 기계에 의존해 서룡족과 가즈 나이트들을 상대해야 하겠지요. 그렇게 되기 싫으시다면 당장이라도 그 부탁을 철회해 주시기 바랍니다.”

「… 뭐, 실례되는 행동이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마마. 하지만, 당신께서 내일 협조만 해 주신다면 지금의 전황은 확실히 바꿔놓을 수 있소이다. 잘만 하면 그 드래고니스인가 하는 거대 요새도 부술 수 있을 것이외다. 게다가 가즈 나이트라는 젊은이들마저….」

“됐습니다. 이 일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지금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니 이만 통신을 끝냈으면 합니다.”

「… 알겠소.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다시 연락 주시오. 허허헛….」

곧 화면은 꺼졌고, 쥬빌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보이는 드래고니스의 일부를 주시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리디아를 되찾은 뒤엔 당신의 제거입니다…. 와카루, 당신은 너무 위험해….”

그런 뒤, 쥬빌란은 기분을 풀 겸 자신의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해보려 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 쉬고 계시는데 감히 실례하겠습니다 마마. 올파드이옵니다.”

“… 아니오 올파드. 들어오시오.”

곧, 왼팔 대신 왼쪽 도포 자락을 펄럭거리며 올파드가 쥬빌란의 방 안에 들어왔고, 올파드는 쥬빌란에게 절을 올린 뒤 앞에 무릎을 꿇으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드래고니스 안에 있는 가즈 나이트들과 일명 ‘웨드’라 불리우는 기계들에 대해 제가 탐색을 한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먼저, 웨드들은 이 세계에 있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인간들에게 우리 동룡족 병사와 대적할 정도의 힘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웨드를 조종하는 인간들의 능력에 따라 지금보다 더 두려워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웨드들을 조종한다는 인간들의 눈빛은 강렬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싸우려는 자의 눈이 아닌, 되찾아야 할 것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습니다. 충분히 경계할 만한 대상입니다.”

“… 가즈 나이트들은 어떻습니까. 예전과 비교해서….”

“… 패왕, 리오·스나이퍼는 예전에 저와 대적할 때 이상으로 더 강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간발의 차이로 역전을 당했지만, 지금은 역전이라는 말을 쓰기조차 어려운 수준일 듯 합니다. 그의 위치는 현재 서룡족의 전력 2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염장 슈렌…. 그 역시 예전보다 강해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리오라는 자보다는 힘으로만 따졌을 때 두렵진 않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의 묵묵함 속에 숨겨진 총명함과 냉철함은 리오의 힘 이상으로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람의 가즈 나이트, 지크라는 자는 머리도 총명하지 않고, 힘도 겨우 가즈 나이트라고 인정해 줄 정도였지만 리오나 슈렌이라는 자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뭔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선 무한에 가까운 발전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가즈 나이트라는 존재는 저나 마마, 그리고 다른 군주 몇 명을 제외하곤 동룡족 안에서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존재이고 게다가 셋이나 되기 때문에 예전보단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 그렇구려.”

쥬빌란은 고뇌에 찬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올파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힘이 담긴 눈빛으로 쥬빌란에게 말했다.

“… 그래도, 동룡족엔 아직 이 올파드가 살아있습니다. 마마께선 아무 걱정 마시고 편안히 지켜봐 주십시오.”

그러자, 쥬빌란은 믿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올파드에게 말했다.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차원계를 통틀어 광황, 암왕, 패왕 세 명과 대결해 무사히 살아있는 유일한 남자가 내 눈앞에 있지 않습니까.”

“… 하핫, 감사합니다 마마.”

여기 있는 올파드는 그런 남자였다. 휀과 바이론, 그리고 리오와 차례대로 대결해 살아남은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는 남자이며 도검술에 관해선 초신(超神), 즉 신을 초월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남자이기도 했다. 게다가, 더욱 두려운 것은 위에 거론한 셋이 올파드와 대결할 때 안전 주문을 1단계에서 2단계까지 풀고 그와 대결했다는 점이었다. 올파드는 그들을 이긴 일이 없지만, 셋의 경우로 본다면 올파드를 확실히 이겨본 일은 없다는 말로 바뀌게 된다.

후에, 올파드는 옛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을 남겼다 한다.

『휀·라디언트는 기로서 날 제압한 유일한 인물이었고, 바이론·필브라이드는 나에게 공포감을 준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리오·스나이퍼는 나를 파괴력으로 제압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이제 서룡족과 가즈 나이트, 그리고 웨드들은 전 차원계 최고의 명장 올파드와 대결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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