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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75화


“저, 저어… 리오 씨께선 절 어떻게 생각하시죠?”

리오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 치킨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던 챠오가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챠오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역시 말이 없던 리오는 곧 빙긋 웃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 좋아해요. 챠오 씨 같은 분이라면….”

“…!!”

그 순간, 챠오의 얼굴은 더더욱 붉어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오는 곧 조용히 챠오에게 질문을 던졌다.

“… 죄송하지만, 챠오 씨께서 저에게 그런 질문을 어째서 하셨는지 알고 싶은데요? 아, 곤란하시거나 기분이 나쁜 질문이었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리오의 물음에 챠오는 잠시 동안 테이블만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챠오를 바라보던 리오는 한숨을 쉬며 챠오에게 냅킨을 건네주려 했으나, 챠오의 대답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때였다.

“… 사실 전 지크를 좋아해요.”

“…?”

챠오의 그런 대답을 들은 리오는 순간 챠오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리오는 그녀가 이런 얘기를 할 정도로 자신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나 생각하며 계속 챠오의 말을 들었다.

“… 어렸을 때, 전 남자 형제들 말고 외간 남자를 거의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지크를 처음 만났고, 좀 좋지 않은 일을 계기로 집에서 나와 BSP로서 한국에서 살게 되었죠. BSP가 된 이유도 지크 때문이에요. BSP가 되면 지크하고 더 오래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 하지만 지크는 절 생각해 주지 않았어요. 친구 외엔 알지 못해요. 여자 친구도 친구에서 끝날 뿐이죠. 그 이상의 관계로는 더 이상 진전시킬 노력도 하지 않아요. 물론, 제가 노력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요.”

“… 그렇군요.”

리오는 그녀가 상당히 고심하고 자신에게 그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챠오는 한숨을 길게 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리오 씨는 달랐어요. 저 말고 다른 여자들에게도 잘 해주시지만, 지크보다 절 잘 이해해준 남자는 리오 씨뿐이셨어요. 그리고… 그리고 죄송하지만 전 리오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

챠오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리오를 올려다보았고, 리오는 옅은 미소를 띄운 채 챠오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 . . . . . . . . .

“….”

침대에 누워 바로 한 달 전 일을 회상하던 챠오는 눈을 감으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는 침대의 시트를 손으로 움켜쥐었고, 굳게 닫힌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벌써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챠오의 아침이 그렇게 시작되는 것은 이제 예사가 된 지 오래였다.

“챠오, 출근해야지.”

그때, 리진이 챠오의 방 문을 열고 안에 들어왔으나 챠오가 몸을 돌린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리진은 한숨을 쉬며 챠오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챠오의 몸을 토닥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 리오 씨는 죽지 않았어.”

“…!!”

순간, 챠오는 움찔하며 몸을 일으켜 리진을 바라보았다. 리진은 어느새 눈물로 범벅이 된 챠오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지며 챠오에게 말했다.

“… 그 무적의 아저씨가 우리를 놔두고 쉽게 죽을 것 같아…? 절대 아니야. 리오 씬 죽지 않았을 거야. 분명 어디선가 우릴 지켜보며 도사리고 있을 게 분명해.”

“… 지크가 그랬어…. 리오 씬 이제 살아날 수 없다고…. 네 말 뜻은 알겠지만….”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가 실망한 사람처럼, 챠오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리진은 순간 화가 치밀었는 듯 손으로 챠오의 어깨를 잡고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네가 미칠 것 같아 보이니까 내가 이러는 거 아니야!! 언제부터 린 챠오가 이런 가련한 아낙네였지? 언제부터 침대 시트를 눈물로 적시며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었냐고!”

“….”

챠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리진이 팔을 살짝 흔들 때마다 힘없이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결국, 리진마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리진은 챠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울먹이듯 말했다.

“… 누군 리오 씨를 싫어했는 줄 알아…! 너 혼자만 리오 씨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낸 게 아니잖아…!! 수백 년 동안 친구라는 바이칼 씨도, 형제라는 지크도, 슈렌 씨도 너 이상으로 슬플 거 아니야!! 왜 다른 사람을 더 슬프게 만드는 거야…!”

“… 리진….”

그때였다. 거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2층에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안 둘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곧, 문은 노크도 없이 열렸고 발자국 소리의 주인공인 지크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둘에게 소리쳤다.

“이봐, 동룡족 녀석들이 쳐들어왔다! 긴급 출동이니 어서 나와!! 조금이라도 늦으면 출격도 할 수 없어!!”

“… 동룡족이…!”

※※※

“거리 1000! 적 함대의 기종은 처음 보는 신형입니다! 전력 분석 불가능! 위성 촬영 방어용 방사능 필드가 탐색된 지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초음파 레이더가 역추적을 당하고 있습니다! 적 함대 이동 개시 중!”

계속 들려오는 오퍼레이터들의 보고에 장로는 고뇌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상대방의 전력이 어느 정도이든, 현재의 드래고니스 상태로는 적 함대를 상대하기가 매우 힘든 탓이었다.

“… 워프 엔진의 수리 때문에 주 동력로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때…! 왜 하필이면 지금이란 말인가…!! 휀 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장로는 옆에 서 있는 휀을 돌아보며 물었고, 모니터에 찍혀진 무수한 점들을 바라보던 휀은 곧바로 뒤로 돌아서며 장로에게 말했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만약의 상황’이 아니면 위치 변동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웨드 부대와 현재 드래고니스 호위 함대는 대기 상태로 두십시오.”

“예, 그럼 몸조심하시길….”

장로는 허리를 굽혀 휀에게 인사를 했고, 휀은 곧바로 드래고니스의 상황실을 나서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순간, 오퍼레이터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미확인 물체 고속 접근 중!! 현재 북서쪽으로부터 드래고니스를 향해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물체가 있습니다! 숫자는 하나! 10초 후 드래고니스의 상공에 다다릅니다!!”

“…?!”

그 보고를 들은 휀은 급히 몸을 움직여 상황실을 빠져나갔고, 장로는 갑자기 반전된 상황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눈을 부릅뜨며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카메라를! 외부 카메라를 이용해 접근하는 물체를 잡도록!!”

곧, 드래고니스의 모니터엔 파란색의 하늘이 떠올랐고, 거기에 비춰진 미확인 물체를 눈으로 확인한 장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백야…?!”

……………………….. . . . . . . . . .

“… 크앗…!!”

챠오, 리진과 함께 집을 나서던 지크는 순간 귀에 손을 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지크의 이상 반응을 본 리진과 챠오는 걱정스런 눈으로 지크에게 상태를 물었다.

“지, 지크! 왜 그래!!”

“… 뭔가 온다!”

한참 동안 귀에 손을 대고 있던 지크는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하늘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챠오와 리진 역시 지크를 따라 하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셋의 눈엔 엄청난 스피드로 드래고니스의 상공에 나타난 백색의 물체가 들어왔고 그것을 본 지크와 리진, 챠오는 눈을 크게 뜨며 동시에 중얼거렸다.

“… 백야?!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에 나타난 거지!!”

“지크 씨, 무슨 일이죠!”

그때, 집 안에 있던 세이아가 라이아와 함께 밖으로 뛰어나왔고 지크들의 시선이 공중으로 향해있는 것을 본 둘은 곧바로 하늘 쪽으로 눈을 돌렸다.

하늘에 떠서 드래고니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순백색의 웨드…. 리오를 비롯한 가즈 나이트들도 그 성능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수수께끼의 존재를 직접 본 모두는 그저 그 웨드를 지켜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 저 녀석, 도대체 오늘은 왜 저러지? 다른 때엔 누가 볼까 무서운 듯이 사라지더니 말이야. 아휴… 도대체 음속의 몇 배로 달려왔길래 내 귀가 다 멍멍해.”

지크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인상을 찡그렸다. 곧,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곧바로 북동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고 한참 화이트 나이트가 있던 곳을 지켜보던 세이아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 기계면서도… 기계가 아닌 존재…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다만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있다는 것…? 도대체 어떻게 된…!”

“… 엣! 멍하니 있을 여유가 없어! 가자!”

세이아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지크는 곧바로 제궁이 있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고, 챠오와 리진 역시 지크를 따라 제궁 쪽으로 향했다.

한편, 제궁 쪽에선 황색의 빛줄기 하나가 북동쪽으로 날아 올랐다. 빛에 휩싸인 채 화이트 나이트가 간 쪽으로 향하고 있는 휀은 보통 때보다 더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마나 날았을까.

휀이 도착했을 무렵, 지금까지완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디자인된 동룡족 전함의 절반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바다에 침몰한 상태였고, 나머지 반은 함대 안을 휘젓고 다니는 화이트 나이트에 의해 처참히 부서지고 있었다. 휀은 자신이 지금까지 보았던 어떠한 기계보다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며 전함들을 두 개의 검으로 가르고 다니는 화이트 나이트를 보며, 어디선가 본 듯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검을 휘두르는 자세, 세세한 버릇… 그리고 휘두른 후 다음 목표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는 모습마저 그 누군가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리오?”

휀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지만, 화이트 나이트로부터는 아무런 생명 반응도, 기도,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휀은 그가 보기에도 상당히 잘 싸우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를 여유 있게 지켜보기로 했다. 현재 동룡족 함대는 화이트 나이트에게 온 신경이 집중된 탓에 휀에게 신경 쓸 틈이 없어 휀은 여유롭게 화이트 나이트를 관찰할 수 있었다.

“…?!”

한참을 관람하던 휀의 눈을 부릅뜨게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바로 검을 한참 휘두르던 화이트 나이트가 오른손에 든 검을 위로 치켜올린 뒤 강한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화이트 나이트의 오른쪽 손등에선 곧 붉은색의 마법진이 떠올랐고, 그 마법진에선 진홍색의 빛이 찬란히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 빛은 일순간 검에 흡수되었고, 화이트 나이트의 검에선 진홍색의 빛이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 마법검 ‘플레어’… 인가.”

겉으로는 덤덤했지만 휀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기계가, 그것도 파일럿이 느껴지지 않는 존재가 리오의 대표 기술인 개인 마법검을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사실은 휀을 충분히 놀라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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