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89화
화이트 나이트가 쓰러진 장소에 겨우 도착한 바이칼은 곧바로 몸을 인간의 형태로 바꾸었고, 화이트 나이트에게 달려가 콕핏 위를 두드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나와 어서!!! 지금까지 날 속인 대가를 받을 차례다!!”
순간, 의외로 콕핏 문은 쉽게 열렸고 연기와 함께 큰 키의 남자가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는 심하게 기침을 하며 연기를 손으로 내저었고, 나오자마자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리오·스나이퍼…. 그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망토와 머리끈을 하지 않은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화이트 나이트의 콕핏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 후우, 이거 질식사 하겠는걸. 강제 트랜트 오프를 시키는 바람에 무리가 갔나 봐. 아, 오래간만이다 바이칼. 혈색은….”
파악–!!
순간, 바이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리오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고, 리오는 갑작스러운 바이칼의 행동에 당황하며 주위에 아무도 없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 이봐! 아무리 오래간만이지만 이런 건 자제를 해야 하잖아!”
“… 으윽…!!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이게 그냥 오래간만이라며 끝낼 일이야!!!”
바이칼은 리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리쳤고, 그 외침에 리오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리오는 어깨를 떨며 흐느끼고 있는 바이칼의 머리와 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조용히 사과하기 시작했다.
“…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다시 살아나서 돌아다닌다면….”
“…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이거나 받아.”
바이칼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들고 왔던 물건을 리오에게 건네주었고,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물건을 싼 자신의 망토를 먼저 풀어냈으나, 곧 그는 망토 속에서 떨어지는 세 자루의 검과 십자가를 바라보며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그 안엔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물건인 디스파이어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 바이칼, 어째서 이 검이 여기에 있는 거지?”
“… 나도 몰라. 하여튼, 그 알테미스라는 데스 발키리가 더 이상 아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말했어.”
“…!!!”
순간, 리오의 얼굴은 흙색으로 변했고 바이칼은 갑자기 느껴진 리오의 이상 분위기에 움찔하며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침만을 넘기며 감정을 억제하던 리오는 결국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젓고 말았다. 리오는 자신의 망토를 걷어 올린 뒤 자신의 몸 위에 천천히 둘러 나갔다. 하지만, 바이칼은 리오의 그 모습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의 리오와는 틀렸다. 그는 지금 눈물을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
망토를 두르고, 세 자루의 검을 허리에 나누어 맨 리오는 곧 바이칼을 바라보며 쓸쓸히 말했다.
“… 가자 바이칼. 더 이상 소중한 것을 잃긴 싫으니까.”
“… 기다려 봐.”
바이칼은 그렇게 말하며 리오의 뒤로 돌아갔고, 주머니에서 긴 끈 하나를 꺼내 리오의 산발을 자신이 직접 묶어주기 시작했다.
“… 옛날 레나라는 여자가 너에게 주었던 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더군. 어쨌거나, 넌 머리를 묶은 게 더 어울려. 이걸로 대신하는 게 좋아.”
바이칼의 말 마무리는 좋지 않았지만, 리오는 충분히 바이칼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머리채를 손으로 다듬은 리오는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제 십자가를 목에 건 뒤,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 오래간만에 날아보자, 바이칼.”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때였다. 갑자기 드래고니스가 있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사방 전체를 울리는 그 소리에 리오와 바이칼은 뒤를 돌아보았고, 그들은 공간의 일그러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수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보던 리오의 눈은 가늘게 변했고, 곧 바이칼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 빌어먹을 녀석들…. 넌 어서 돌아가.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넌 넬을 맡아줘.”
“… 흥, 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 무얼 말하는지 알고나 있나.”
“…?”
리오가 돌아볼 틈도 없이, 바이칼은 곧바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몸을 변화시켰고 곧 리오를 쏘아보며 말했다.
“넌 수차례 이 용제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내 부하들과 백성들은 내가 지켜. … 명심해 둬라, 서룡족의 제왕은 네가 아니고 나다. 헛소리 말고 타기나 해.”
그러자, 리오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이칼의 어깨에 올라탔고, 그의 목을 두어 번 두드리며 물었다.
“… 넬은?”
“세이아가 맡고 있다. 그녀 역시 여신이고, 휀 녀석까지 있으니 알아서 할 거다. 네가 몇 번이나 말했지 않나. 넌 네 동료들을 믿고 있다고.”
바이칼의 그 말을 들은 리오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푸욱 쉬었고, 곧바로 디바이너와, 여태까지 한 쌍으로 쓰던 파라그레이드 대신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 훗, 눈물 자국이나 닦고 말하시지 용제님.”
“… 닥쳐.”
조금 후, 리오를 등에 태운 바이칼은 엄청난 스피드로 공중을 향해 날아 올랐고 그와 함께 공간의 일그러짐들은 곧 여태까지 보아온 동룡족의 함선들과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의 함선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씨익 웃으며 바이칼에게 소리쳤다.
“좋아, 멋지게 한 방 날려 바이칼!!!”
“명령조로 얘기하지 마!!”
그의 말과는 달리, 바이칼의 벌려진 입 안에선 새파란 에너지의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그 구체는 일순간 거대한 푸른색의 섬광으로 변하며 적 함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후 리오와 바이칼의 시야를 일순간이나마 괴롭힌 섬광은 전 차원계 최고, 최강의 콤비라 불리우는 둘의 재결성을 알려주는 축포로서 사방에 퍼져 나갔다.
※※※
드래고니스의 선수에서 조용히 적 병기를 기다리던 세이아는 얼마 있지 않아 적 병기가 뿜어내는 광선에 집중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이아가 신력으로 직접 만들어낸 방호망은 광선들을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현재, 적 병기에게 공격을 가하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고 적 병기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세이아에게 집중 공격을 하염없이 퍼붓고 있을 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세이아는 눈을 감고 다시금 힘을 집중하며 적 병기에 매달려 있는 웨드의 콕핏 안쪽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접근시키기 시작했다.
「넬, 들리는 거니 넬? 들리면 대답해봐, 어서.」
그러나, 세이아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웨드에선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웨드 안쪽에 마음을 접근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 돌아갈 거야… 방해하지 마–!!!!」
“–?! 넬!!!”
순간, 적 병기의 두부가 열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고출력의 에너지 광선이 뿜어졌고 그 광선에 직격을 한 세이아는 그만 그 광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드래고니스의 초차원 결계에 충돌하고 말았다. 몸에 큰 충격을 입은 세이아는 등에 전해지는 고통을 참으며 다시 신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방호망은 그 두께를 더해갔다. 세이아는 다시금 웨드 안에 있는 넬에게 마음을 접근시키기 위해 애를 썼으나, 그녀는 아까와는 달리 웨드 안쪽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두터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넬, 정신 차려 넬!!!!」
「….」
그러나, 적 병기는 대답 대신 다시금 고출력 에너지 광선을 뿜어냈고 세이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닥쳐올 충격에 대비했다.
“넬 녀석, 계속 그러면 선배한테 혼난다!!!!”
순간, 세이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안겨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이동한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는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을 옮겨준 존재를 바라보았다.
“지, 지크씨?!”
지크는 곧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살짝 윙크를 했고, 곧 세이아를 놓아준 뒤 적 병기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헷, 늦진 않았군요. 어쨌거나, 넬 녀석 집에 어지간히 돌아가고 싶었던 모양인데요? 방해되는 존재가 시각 내에 없으니 곧바로 드래고니스에 공격을 퍼붓네요. 쳇, 내가 잘못 가르쳤지….”
지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살짝 분노를 표했고, 세이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지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 지크는 세이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가 뭘 해드리면 되는 거죠? 뭔가 해드릴 일이 있다면 사양 말고 말씀하세요.”
“예? 그, 그러니까…. 절 넬이 타고 있는 웨드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게 해 주세요. 아마,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면 넬의 마음의 벽을 더 빨리 허물 수 있을 거예요.”
“… 그래요…?”
지크는 곧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세이아를 가까이 접근시키기 위해선 자신이 적 병기의 공격을 유인하는 수밖에 없는데, 숨 쉴 틈 없이 쏘아대는 적 병기의 광선들을 일일이 피하면서 유인할 정도의 자신감이 쉽게 들지 않은 탓이었다.
“… 쳇, 고민이군…. 바이론이나 슈렌, 사바신, 레디 녀석들만 있었어도 조금 쉬울 텐데…. 좋아요,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죠!”
“아, 지크씨 위험해요!!!”
“엥?!”
지크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그의 시야엔 자신들을 향해 번쩍인 적 병기의 고출력 광선이 눈에 들어왔다. 지크는 급히 세이아를 안고 몸을 피하려 했으나, 아무리 지크라 해도 그건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아직 어려.”
순간, 지크와 세이아의 뒤쪽에서 황색 빛의 거대한 기둥이 굉음을 일으키며 분출되었고, 그 기둥은 고출력 광선과 상쇄되며 중간에서 사라져갔다. 지크는 움찔하며 뒤를 바라보았고, 그와 세이아는 자신들의 뒤에서 가볍게 오른쪽 손목을 풀고 있는 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욱, 대장!”
“적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화를 하는 건 죽음을 애원하고 있다는 증거. 시선을 고정시켜라.”
“… 아, 알았어.”
지크는 곧바로 적 병기에게 시선을 돌렸고, 휀은 갑자기 쏜 광황포 덕분에 소진된 몸의 기를 다시 보충하며 지크에게 말했다.
“나라도 저 집중 포화는 다른 방향으로 유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저 집중 포화를 하나로 줄이는 건 너도 할 수 있다.”
“… 뭐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넬이 위험할지 모르잖아!”
“그런 이유로, 적 병기의 공격을 하나로 차단한다. 난 왼쪽 팔과 다리를, 넌 오른쪽 팔과 다리를 맡는다. 그 이후, 적의 두상에서 뿜어지는 고출력 광선은 우리가 유인한다. 그 다음은 세이아님께서 맡아 주십시오.”
“… 예! 맡겨 주세요!”
세이아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휀은 곧 지크와 나란히 서며 나지막이, 그리고 간단히 그에게 물었다.
“자신 있나.”
지크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오른손 가죽 장갑을 강하게 죄어 보였다.
“헤헷, 죽는 것보다는 자신 있다구 대장. 이 바람의 지크님이 새로 개발한 기술도 보여줄 테니 기대하라구!!”
“기대하겠다.”
곧이어, 휀과 지크는 자신이 맡은 방향을 향해 급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세이아는 양손을 모으며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고 세이아는 순간 감격 어린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 돌아오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