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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95화


리오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가볍게 대련을 하는 중인데 갑자기 지하드를 보여달라는 아더의 말은 리오로 하여금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투구 사이로 보이는 아더의 눈은 진지하다 못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 어, 어째서 지하드를…?”

리오가 그렇게 묻자, 아더는 곧바로 대답했다.

“최근 들어, 자네는 오딘께 배운 지하드를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었네. 물론, 그만큼 상대가 강하기도 했지만 말일세. 잘 생각해 보게나. 화이트 나이트라는 기계까지 자네의 지하드를 완전히 마스터할 정도인데, 지하드를 맞을 가치가 있는 상대들이 두 번 지하드를 맞아줄 것 같나?”

“…!!”

“오딘께서도 그러셨지. 분명 지하드는 미완의 검술이라고 말일세. 내가 지금까지 인정한 단독 검술 중 최강은 휀이 쓰는 레퀴엠이야. 레퀴엠은 휀 말고도 신계의 시간으로 수천, 수만 년 전부터 주신과 주신 직속 투 천사의 일부가 사용했기 때문에 거의 공개적인 기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지. 하지만, 휀의 표적이 된 신들은 그 기술을 알면서도 맞고 사망을 해야만 하네. 지하드는 분명 위력만으로는 레퀴엠에 필적,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지만 완벽성으로 보자면 떨어지고 말지. 자, 어서 사용해 보게나. 내가 지하드의 약점을 증명해 주지.”

아더의 말을 듣고 있던 리오는 잠시 머뭇거렸다.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아더는 즉사를 피할 수 없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리오는 곧 크게 심호흡을 한 뒤 파라그레이드를 뽑았고, 양손에 검을 들고 지하드의 자세를 취한 리오는 아더를 바라보며 말했다.

“… 당신을 믿겠습니다. 그럼… 지하드…!”

리오의 몸에선 곧 녹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아더의 눈은 그에 맞추어 리오의 몸 전체를 꿰뚫기 시작했다. 리오의 지하드 발동을 바라보던 릭은 리오와 아더가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고, 결국 말리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릭의 몸이 움직이기도 전에 리오가 든 두 개의 검은 새가 날개를 펴듯 양옆으로 내려졌고 순간 드래곤의 눈마저도 초월할 정도의 녹색 섬광이 훈련장 안을 휘감았다.

“으, 으으윽…?!”

갑자기 발동된 엄청난 압력에 전룡단 단장들은 모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겨우 정신을 차린 전룡단 단장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눈을 비비며 시야를 회복한 전룡단 단장들은 곧 놀라운 광경을 접하게 되었다.

“리, 리오님?!”

리오의 몸은 훈련장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의식을 잃은 듯 그의 몸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더는 훈련장 중앙 대련장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서 있었다. 아더는 곧 투구를 벗었고, 그는 머리를 흔들어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떨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두 개의 검… 원래 하나의 검으로 사용하는 지하드를 두 개의 검으로 사용해 완성도와 위력을 높였군. 소형 같았는데도 위력 하나는 확실히 무시무시한데…. 온몸에 이 정도로 소름이 돋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군….’

“… 콜록, 콜록…!”

그때, 리오가 기침을 하며 몸을 꿈틀댔고, 리오에게 뛰어가던 전룡단 단장들은 곧 리오를 부축하며 상태를 묻기 시작했다.

“리오님, 괜찮으십니까!!!”

“의무병을 불러! 연락해 빨리!!”

그러나, 리오는 손을 들며 전룡단 단장들을 제지했고, 곧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아아, 큰 충격은 아니었으니 걱정 말게. 그런데 훈련장 벽에 금이 가게 해서 어쩌지? 후훗….”

“아,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리오님.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으음, 잠시 의식을 잃었을 뿐이야. 괜찮네.”

리오는 전룡단 단장들의 걱정스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아더에게 다가갔고, 곧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숙였다.

“… 저의 패배입니다. 지금의 가르치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으음, 아닐세. 나도 오래간만에 땀을 흘리니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이군. 허허헛…. 자, 이제 나가세나.”

아더는 자신의 복장을 다시 등산복 차림으로 바꾸었고, 엑스칼리버를 거둔 뒤 배낭에 있던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리오와 함께 훈련장을 나섰다. 그들의 모습을 보던 전룡단 단장들은 리오의 지하드를 부순 아더의 실력에 감탄을 금치 않았고, 릭은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사상 최강이며 전설로까지 불리는 분의 실력…. 그냥 인간이라 하기엔 너무 강하군. 그런데 어째서 저런 분이 오랫동안 표면에서 활동하지 않으신 걸까…?”

릭은 고개를 저은 뒤, 다른 전룡단 단장들을 부르며 말했다.

“자, 뒤처리를 하고 다시 수련하세. … 음? 스레톨, 자네 왜 그러나?”

제 79 전룡단 단장 스레톨은 멍하니 대련장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궁금하게 생각한 릭은 스레톨의 가까이 다가갔고, 스레톨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 시선을 돌린 릭은 순간 숨을 멈출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아, 아니 바닥이…?! 도대체 이 무늬는 뭐지?”

대련장의 바닥엔 이전까진 없었던 거친 결이 나 있었다. 릭은 곧 멀리서 다시 한 번 대련장 바닥을 바라보았고, 거친 결에 의해 대련장 바닥 전체에 두 개의 거대한 회오리 모양의 무늬가 생성된 것을 볼 수 있었다.

“… 단지 기와 기의 충돌에 의해 이런 무늬가…!”

한편, 훈련장을 나선 리오는 아더에게 멀린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뒤 제궁 밖으로 천천히 나서기 시작했다. 아까 전룡단 단장들에겐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리오의 몸은 괜찮은 상황이 아니었다. 지하드로 아더와 충돌하는 순간,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아더의 가공할 만한 반격기에 휘말려 양팔과 등허리의 관절이 한꺼번에 뒤틀려 버린 탓이었다.

“… 후우, 아직도 얼얼하군. 어쨌거나 큰 걸 얻었는데? 지하드의 약점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니… 후훗. 음?”

제궁을 막 빠져나가려던 리오는 제궁을 향해 날아오는 누군가를 볼 수 있었고, 리오는 그 자리에 멈춰서며 그, 아니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은발, 신력으로 생성된 하얀 날개, 걱정이 서린 눈과 표정….

“… 게다가 앞치마…. 요리하다 뛰쳐나오신 것 같군.”

리오는 속으로 미안해하면서도 앞치마를 두른 채 자신에게 오고 있는 세이아를 보고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오의 앞에 착지한 세이아는 리오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의 겉으로 별 문제가 없어 보이자 세이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 하아… 다행이군요. 전 제궁 쪽에서 지하드의 느낌이 들어 무슨 일이 있나 생각했는데…. 그런데, 지하드는 왜 사용하셨나요?”

“… 잠시 대련을 했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리오는 그렇게 말을 맺었다. 그리고는 세이아의 옆으로 비켜섰고 리오의 그런 반응은 세이아에겐 큰 충격이었다. 리오는 곧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멍하니 리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던 세이아는 곧 돌아서서 리오 쪽을 바라본 뒤, 애써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 더 이상… 잃기 싫으셔서 그러시나요.”

“….”

리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계속 길을 걸었다. 그러자, 세이아의 얼굴은 순간 노기를 띠었고 순식간에 리오를 앞질러 그를 막아섰다. 리오는 잔잔한 미소를 띠운 채 눈을 감으며 세이아에게 말했다.

“… 어떻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 가즈 나이트, 그리고 당신은 성계신. 이런 상황에 놓일….”

파악–!!!!

순간, 리오의 뺨과 세이아의 손 사이에선 큰 소리가 터져 나왔고 세이아는 리오의 뺨을 때린 손을 서서히 쥐며 리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 리오씨께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신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시겠죠. 물론 같은 영혼을 지닌 분들을 잃으셨지만….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전 그런 경험을 하기 싫다고요!!!!”

“….”

리오는 세이아의 말을 들으며 그녀에게 맞은 뺨을 손등을 부볐다. 그런 뒤, 조용히 세이아를 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 죄송합니다. 전 너무도 이기적인 인간인 것 같군요….”

리오는 곧 그 자리를 떠났고, 세이아는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채 제궁 앞에서 말없이 울기만 할 뿐이었다.

“….”

제궁 안 회의실의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휀은 묵묵히 담배를 부벼 끈 뒤 창가에서 벗어났고, 회의실에서 릭에게 온 전화를 한참 받고 있던 지크는 그가 갑자기 나가려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휀을 불렀다.

“얼라? 어디 가는 거야 대장, 아더왕인가 하는 할아범이 오셨다는데.”

“….”

그러나, 휀은 아무 대꾸도 없이 회의실을 나섰고 지크는 무슨 바람이 들었냐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젠장, 얼굴은 응가 밟은 사람처럼 해 가지고…. 실연당한 것도 아닌데 왜 저래? 음? 아아, 미안 릭. 응, 그래? 그 할아범이 지하드도 깰 정도로 강하단 말이지? 호오오오…. 이 지크님의 뜨거운 가슴 속에서 투쟁 본능이 용솟음치는 걸!!! … 이봐, 끊지 마 릭!!!”

원래 복잡한 건 생각하기 싫어하는 그였다.

※※※

“자신이 벌린 일은 책임지지 않는다…. 그것이 너의 사상이었나.”

“… 갑자기 왜 이러는지 한 번 이유나 들어볼까.”

휀과 리오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간의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휀이었다.

“세이아님께 사과하도록.”

그러자, 리오의 눈은 크게 벌어졌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의외라는 듯 말했다.

“… 후, 천하의 휀이 임무 외적인 일에 신경 쓰는 건 처음이군. 그럼 아까 내 질문에 대답한다면 고려해 보지.”

“세이아님의 마음이 흐트러진다면 이 세계의 자연현상이 흐트러진다. 그렇게 되면 전투 시 힘들겠지. 이유는 그것이다.”

“… 그런가. 그러나 미안하지만 난 그럴 수 없어.”

“할 수 있다.”

그러자, 리오는 결국 인상을 찡그렸고 휀을 쏘아보며 거칠게 말하기 시작했다.

“… 쳇, 왜 나에게 그러는 거지!! 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

여느 때와 같은 냉엄한 표정으로 가만히 리오를 바라보던 휀은 곧 눈을 감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없는 것을 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것뿐이다, 더 이상 일을 크게 벌리지 말도록. 특별한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집에서 쉬어도 좋다.”

그렇게 말을 맺은 휀은 몸을 돌려 제궁 쪽으로 향했고, 휀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리오는 결국 자신의 앞머리를 오른손으로 휘어잡으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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