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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98화


리오와 아더는 다시 한 번 대련장에 마주서 있었다. 리오는 편안한 표정으로, 호흡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고 아더 역시 호흡을 조절하며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목을 몇 번 털은 후 디바이너를 뽑는 리오를 묵묵히 바라보던 아더는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 무엇을 위해 살아가갈지 이젠 결정했나.”

“예, 그렇습니다.”

“들어볼 수 있겠나.”

“가즈 나이트가 필요 없는 세상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한 번이라도 그렇게 결심했던 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힘들지 않겠나.”

“그런 것으로 고민할 정도의 시간도 없을 정도지요.”

리오와 아더는 곧 미소를 띄웠고, 아더는 천천히 자신의 투구를 머리에 쓰며 리오에게 말했다.

“좋아,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군. 그럼 다시 사용해 보겠나, 지하드를….”

그러자, 리오는 곧 자세를 취하며 씨익 웃음을 지었고 눈을 가늘게 뜨며 아더에게 말했다.

“송구스럽지만 이번엔 전하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

그 순간, 아더는 말을 잊었고 대련장 주위에 몰려 있던 전룡단 단장들과 부단장들은 숨을 죽이고 말았다. 몇일 전과는 달리, 리오의 지금 목소리와 눈엔 진지함을 넘어선 살기가 도사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더는 달랐다.

‘… 그래, 그것이 바로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의 모습이야…!’

※※※

최근 전투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할 일 없이 자신의 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바이칼은 몸을 뒤척이며 소파에 앉아 있는 리디아를 바라보았다.

“리디아.”

“예, 오라버니.”

“심심하지 않나.”

“…?”

“… 아니야. TV나 보자.”

리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바이칼은 곧 손을 내저으며 다시 시선을 TV로 돌렸다. 리디아는 가끔씩 이해가 되지 않는 바이칼의 행동에 결국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그때, TV의 자막에 ‘특집’이라는 문구가 찍혔고 리디아의 시선도 그쪽으로 돌려졌다. 그러나, 그 특집 프로그램의 제목을 본 바이칼은 인상을 찡그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특집, 가즈 나이트 대 분석…? 방송국 녀석들도 어지간히 아이디어가 없나보군…. 갈아 치워야… 음?”

「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특별히 드래고니스 최고의 우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곱 빛깔의 남자, 가즈 나이트 여러분의 집중 분석과, 설문조사의 결과를 여러분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방송은 DBS 최고의 미녀 아나운서, 롤케가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 저 공주병 아나운서는 짤리지도 않는군. 나보다 못생긴 주제에….”

바이칼이 퉁명스레 중얼거리자, 리디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바이칼에게 충고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오, 오라버니….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는데요….”

순간, 바이칼의 얼굴은 굳어졌으나 그는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며 리디아에게 말했다. 물론 바이칼로선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었다.

“… 차라리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어때. 아니면 인용 문구를 바꾸던가.”

“죄, 죄송해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네, 설문조사 1번!! 가즈 나이트 중에서 가장 미남이라 생각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7위부터 발표해 드리겠습니다!!! 제 7위… 아… 아쉽게도 바이론님이 차지하셨군요. 그분께 이 결과가 도착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참고로, 이 설문조사는 드래고니스에 살고 계시는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다음 6위!!」

……………… . . . . . . . .

“이거 놔!!!! 저 방송국을 박살내야 내 속이 후련하겠어!!!!!”

“지, 지크님, 참으십시오!!!”

“시끄럿!!!! 우오오오오오오옷–!!!!!!”

식당 안에서 TV를 보던 전룡단 단장들은 갑자기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지크를 말리느라 안간힘을 썼고, 식사를 마치고 역시 TV를 보던 리진들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흥, 당당히 5위나 하셨으니 저럴만도 하지. 누가 저렇게 진지하지 못한 인간을 좋아한단 말이야.”

“… 나….”

그때, BSP 멤버를 비롯한 모두는 소리가 들려온 쪽에 시선을 집중했고, 멋쩍은 웃음을 지은 채 손을 살짝 들고 있는 사이키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 아, 4위다. … 레디씨네? 서룡족 여자들은 미소년을 싫어하나 봐. 3위는… 어머나, 리오씨가 3위 밖에 안된다고? 말∼도 안 돼.”

리진이 투덜대며 불만을 표시하자, 곧 챠오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리오씨는 3개월간 공백이 있었잖아. 아쉽지만 인정해야 할지도.”

“∼으음, 그렇군.”

“….”

세이아는 고작 엔터테인먼트 프로를 보며 너무도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며 멋쩍은 미소를 띄울 뿐이었다.

………………………. . . . . . . .

“… 2위가 휀? 웃기는군….”

바이칼은 어느새 손에 들고 만 팝콘을 씹으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때, 바이칼의 방에 설치된 직통 전화에 불이 들어왔고 그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왜. … 사바신 녀석이 전함 하나를 부쉈다고? 그것 때문에 하와이에서 여기까지 전화를 걸었단 말인가. … 알았으니 말릴 수 있는데까지 말려봐. 이상.”

바이칼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TV에 시선을 돌리자, 리디아는 궁금한 얼굴로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저어, 오라버니. 무슨 일인가요?”

“두 번째로 못생겼다는 말에 어떤 녀석이 난동을 부렸다는군. 신경 끄고 TV나 봐.”

“… 예? 예….”

“… 흠… 1위는 슈렌인가…. 딸하고 같이 만세를 부르겠군.”

한편, 설문조사 결과를 마치고 슈렌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띄운 여성 사회자는 곧 다음 순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예에, 다음 순서입니다! 그러나 그전에 기습 인터뷰!!! 설문조사로 3위를 차지하신 리오·스나이퍼님을 저보다 약간 안 예쁜 소레티 리포터가 찾아뵙겠습니다!! 소레티 리포터 나오세요!!」

그러나, 화면이 바뀌자마자 보여진 것은 리포터 대신 아더와 한참 대련 중인 리오의 모습이었다.

…………………… . . . . . . .

“하앗!!!”

“흡!!”

리오와 아더의 공격이 교차할 때마다 대련장 사방엔 불똥이 튀었고, 신기에 가까운 둘의 움직임을 보던 리포터는 감격에 휩싸인 채 눈을 반짝였다. 카메라맨은 엄청난 스피드로 움직이는 리오와 아더의 모습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자신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지는 것도 모르고 대련에 열중하는 리오와 아더의 모습은 당사자들의 심각함과는 관계없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리오, 자네는 아직 전설이란 이름에 도전하기 이르네!”

“기록이란 것이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전설 역시 또 다른 전설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전하의 **’버밀리온 크로스’**란 전설을 깨겠습니다!!”

“후, 지켜보겠네!!”

퍼엉–!!!!

대사와 액션까지 곁들인 현장 취재는 카메라맨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성공적인 것이었다. 한편, 아더와의 거리를 벌린 리오는 곧 파라그레이드 대신 들고 나온 디스파이어를 꺼내 들었고, 디스파이어의 표면에 흐르는 붉은색의 섬광은 리오의 움직임에 따라 공기 중에 은은한 적색 잔광을 남기며 대련장 안의 전룡단 단장, 부단장들과 시청자들의 감탄을 유발시켰다.

지하드를 포함한 모든 기술들은 사용자의 정신 상태에 따라 기의 성질조차 달라지게 됩니다. 지하드의 뜻은 무(無)… 사용자가 무념과 무상의 상태에 들었을 때, 지하드는 그 진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이 모든 것에서 해탈했을 그때…!!”

곧, 리오의 몸에선 청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지하드가 발동될 때 녹색의 빛이 뿜어지는 것과는 달랐다. 심지어는 디스파이어의 검광조차 파란색을 띨 정도였다.

“가겠습니다, 지하드…!!!”

리오의 자세가 갖춰짐과 동시에, 아더의 엑스칼리버 역시 칼 자체의 색인 흑색과 적색의 빛을 뿜어내며 모양을 바꾸기 시작했다. 엑스칼리버의 흑색 표면은 요기를 띤 적색으로, 자루를 감싼 적색의 가죽 끈은 흑색으로…. 그리고, 아더가 입고 있는 플레이트 아머의 사이사이에서도 흰색의 수증기가 비어져 나와 대련장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 디·엑스칼리버…. 엑스칼리버조차 두려움을 느끼고 있군… 후후후훗…. 그럼 기다리겠네, 버밀리온 크로스로…!!”

순간, 대련장은 청색과 백색의 섬광이 중앙에서 충돌함과 동시에 엄청난 광도의 빛으로 가득 찼고 얼마 있지 않아 빛은 잔잔히 사그라 들었다.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서 있던 전룡단 단장들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분명 지하드버밀리온 크로스가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은 물론 취재를 하러 온 방송인들까지 멀쩡히 서 있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된… 아, 저길 봐!!!”

“저, 저럴 수가…!!!”

사그라드는 빛과 함께 대련장에 보인 것은 중앙에 대치하고 있는 리오와 아더의 모습이었다. 리오가 오른손에 든 디바이너엑스칼리버의 중앙에 충돌한 채 움직이지 못했고, 디스파이어엑스칼리버의 검 끝에 교묘히 걸려 역시 움직이지 못했다. 한 개의 검으로 두 개의 검을 한꺼번에 막아낸 아더도 대단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둘의 위치가 충돌하기 전의 위치와 정반대라는 것이었다.

“세, 세상에… 어떻게 그 찰나에…?!”

치익–!!!

순간, 아더의 플레이트 아머에서 바람 소리가 강하게 들려왔고 플레이트 아머 내부에 축적된 수증기는 소리에 걸맞게 강하게 내뿜어졌다. 리오와 아더는 곧 뒤로 한 발자국씩 물러났고, 디바이너디스파이어를 거둔 리오는 아더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 감사합니다 전하. 역시 전설이란 이름에 도전하긴 일렀습니다.”

“후훗, 실전이었다면 또 모르지. 어쨌든 강해져서 돌아온 것을 축하하네 리오.”

아더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엑스칼리버를 공중에 띄운 뒤, 투구를 벗으며 빙긋 웃어 보였고 리오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역시 미소를 띄었다.

“아아, 수고하셨습니다 아더 전하, 그리고 리오님!!! 전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때, 대련장 위로 카메라맨과 리포터가 기습적으로 올라왔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리오와 아더는 흠칫 놀라며 방송인들을 바라보았다.

“아, 아니 언제부터….”

리오는 놀람과 어색함이 반반 섞인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았고, 아더는 어느 때보다 더 긴장된 얼굴로 카메라에 시선을 돌렸다.

…………………….. . . . . . . .

“휘익–!!! 오메가 할아범, 멋진데!!!!”

어느새 식탁 위로 올라가 휘파람을 불어대는 지크를 보며, 티베는 이마를 감싸 쥔 채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 흥, 아깐 5등 했다고 발광하더니 잘도 변신하시는군….”

「네, 미남 순위 3위를 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때, 리포터의 질문이 식당 안에 들려왔고 식당 안 사람들은 곧 TV에 시선을 돌렸다. 그런 질문을 들은 리오는 턱 아래로 흘러내리는 땀을 아대로 닦으며 윙크를 한 채 소감을 말했다.

「…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후훗….」

“… 우–!! 우–!!! 속지 마!!! 사탕발림이다!!!! 우우–!!!”

순간적으로 안색을 바꾼 지크는 손가락으로 TV 화면을 가리킨 채 오랫동안 야유를 보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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