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88화
“너…! 바이칼이잖아!!”
지크는 반가운 듯 바이칼의 목을 팔로 조이면서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풀려난 바이칼은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겼다.
“나에게 가이라스 왕국의 수도로 오라고 해놓고선 2주일 가까이 기다리게 해놓다니, 빨간 머리 얼간이 녀석…!!”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후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맞을 줄 알았지. 하지만 네가 하늘을 봐서 알다시피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얘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어서 변신이나 해. 우린 저기까지 올라가야 하니까 말이야.”
바이칼은 손을 내저으며 싫다는 듯 말했다.
“웃기지 마. 내가 너희들의 승용 비행기냐? 저 고철 덩이는 나 혼자 처리할 거니까, 너희들은 여기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 후후훗….”
지크는 다시 바이칼의 목을 조이려고 다가가려다가 저쪽에서 바이나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바이칼이 변하려는 것을 막았다.
“멍청이! 왜 방해하는 거지!!”
“사람이 오잖아 기생오라비!!!”
바이칼은 들었던 손을 내리며 뛰어오고 있는 바이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이 단숨에 바뀌었다.
“오오… 꽤 귀여운데? 좋아, 나에게 저 여자를 주면 이 용제님의 등에 태워주지. 어떠냐, 좋은 조건이지?”
지크는 뒷머리를 긁다가 바이칼에게 속삭였다.
“알았는데, 대신에 저 여자를 꼬시는 건 네 책임이다, 알았지?”
바이칼은 다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씨익 웃어 보였다. 아마 근처에 야룬다 여성들이 있었다면 몇 명은 소리까지 질렀을 것이다.
“좋아, 어쨌든 저 여자나 처리해. 변신하는 데 방해된다.”
얘기가 거의 끝났을 무렵, 바이나는 리오들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당신들 뭐하는 거야! 공중에 요새가 떠있다며 제일 먼저 달려간 사람들이, 여기서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어!! 어서 방법을 강구해보라구!!”
바이칼은 흠칫 놀라며 리오에게 전음으로 얘기했다.
「기가 꽤 센 여자인 것 같은데?」
「넌 이런 타입을 좋아하잖아. 전음을 이런 데나 써먹고 있다니, 멍청한 녀석… .」
리오가 갑자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자 바이나가 리오의 앞에 서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봐! 당신 내가 한심해 보인다는 거야!! 드래곤 킬러의 맛을 보고 싶은가 보지!!”
리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바이나의 뒤로 손가락을 쳐들고 소리쳤다.
“어! 저건 뭐지!!”
그리고 바이나가 그쪽을 쳐다보았을 때 지크가 타이밍을 맞춰서 바이나의 목 뒤를 쳐서 그녀를 실신시켰다.
“자, 바이나는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둘이서 잘해봐. 행운을 빈다.”
지크는 바로 바이나를 업고서 이 요새에서 제일 안전한 사령탑을 향해 뛰었다. 그가 멀리 사라지자 바이칼은 아까 하려고 했던 주문을 계속 외웠다.
주문을 다 외운 바이칼은 눈을 떴고 그의 눈은 황색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 전체를 흰색의 빛이 감쌌고 그의 옷과 신체는 본래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빛은 점점 크기를 증대시켜 나갔고 그 안에서 거대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쿠오오오오―!!!”
빛이 사라지고, 바이칼이 있던 자리엔 보통의 드래곤보다 몇 배는 더 큰 거대한 드래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몸은 군청색의 단단한 갑주를 연상시키는 비늘로 둘러싸여 있어서 굉장한 위압감을 나타냈다. 그리고 단단한 네 개의 다리… 어떠한 드래곤도 굴복시켜 자신의 부하로 만든다는 용제의 힘을 나타내주었다.
리오는 그 굉장한 크기가 부담이 된다는 듯 살짝 말했다.
“어이, 약간 크기 좀 줄이면 안 되냐?”
바이칼은 리오를 바라보며 전음으로 소리쳤다.
「웃기지 마! 내가 물에 부푸는 장난감인 줄 아냐!! 어서 타기나 해!!」
리오는 씨익 웃으며 바이칼의 넓은 등허리를 통해 머리의 뒷부분에 앉았다. 리오가 올라탄 것을 확인한 용제는 곧 거대한 날개를 펄럭였다. 주위의 집 지붕이 모조리 날아갔다.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킨 것이 다행이라고 리오는 생각했다.
“자, 저 녀석의 왼쪽에 한 방 갈기고 시작하는 게 어때!!”
「좋지.」
바이칼은 지면에서 살짝 뜬 채 미그바 레이크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리고 숨을 한번 들이쉰 후 토해낸 숨결을 입안에 모았다. 푸른색의 강렬한 빛이 입안에 집중되었다.
파아앙―!!
곧 푸른색 빛의 기둥이 공기를 가르며 미그바 레이크의 좌측 포탑에 깊숙이 꽂혔고 요새의 포탑은 단숨에 폭발했다.
쿠우우우웅―!!
“우아아아악!!”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충격이 요새를 뒤흔들었고 그 바람에 의자에 앉아있지 않은 병사들은 바닥을 뒹굴러야만 했다. 모자를 고쳐 쓰며 함장은 피해 상황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좌측 엘리마이트 함포 대파! 사용 불능입니다!! 그리고 근처의 부분도 60%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요새가 8초간 중심을 잃었습니다! 중심은 회복되었습니다!!”
함장은 의자의 팔걸이를 내려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보호막을 뚫고 엘리마이트 함포대를 파괴시켰다는 상황 보고를 믿고 싶지가 않았다.
“으으윽…! 화면을 전부 돌려라! 도대체 무엇이 우리 요새를 공격하는 거냐!!”
“3시 방향입니다! 거대한 물체가 우리 함선 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함장이 말을 하기도 전에 화면은 3시 방향으로 돌려졌다.
“아, 아니…?!”
함장은 잠시 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생전에 화면에 비춰진 것처럼 큰 드래곤은 본 적이 없어서였다.
“전 포문을 열고 사격을 집중시켜라! 더 이상 저 드래곤을 접근시키면 안 된다!!”
함장은 소리치긴 했지만 그 드래곤의 위압감에 자신이 짓눌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사들은 빠르게 포문을 열어젖혔고 조준을 훈련대로 바이칼에게 맞추었다.
“포문이 열렸다 바이칼! 빨리 한 방 날려!!”
바이칼의 입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무속성의 불꽃이 다시금 날름거렸다. 요새의 마법 보호막은 그 앞에선 종잇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보호막을 무시한 채 함체에 꽂힌 바이칼의 브레스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함포를 고철 더미로 만들었다.
폭발을 지켜보고만 있을 리오는 아니었다. 자신도 피가 끓는다는 듯 디바이너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뇌력은 바다를 쳐 올리고 땅을 가른다!! 와라, 마법 검 `썬더 크레이브’!!!”
아마 이 장면이 마른하늘에 번개라는 소리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하늘에 가볍게 떠있는 하얀 구름들이 갑자기 먹구름으로 변하더니, 곧바로 거대한 뇌전을 리오의 디바이너에 집중시켜주었다. 썬더 크레이브 주문이 걸린 디바이너는 거대한 스파크를 머금은 채 푸른색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적들의 포격이 시작되었어! 어서 뛰어내려라!!」
바이칼의 말 그대로 요새는 아까 당한 공격의 보복을 하려는 듯 전 포문에서 엘리마이트 빔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리오는 바이칼의 머리를 손으로 몇 번 만져준 후 요새의 갑판을 향해 뛰어내렸다.
“부탁한다 바이칼!”
리오는 뛰어내리며 디바이너를 양손으로 거머쥔 채 수직으로 세웠다. 스파크가 위로 쳐 올려졌다.
“간다! 대뇌낙하(大雷落下)!!!”
착지와 동시에 요새의 갑판에 다비이너를 깊숙이 꽂아 넣자, 근처의 요새 갑판은 대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었다.
“뭐, 뭐냐!!”
또 다른 폭발의 진동에 놀란 함장은 의자에서 튕겨 앞으로 넘어졌다. 일어서며 사령실 앞에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 드래곤은 우측으로 이동했는데, 선체 중심에 또 공격을 받다니!!”
사령실은 혼란에 빠졌다. 곳곳의 계기가 완전히 헝클어졌고 갑자기 요새의 중앙에서 나타난 이상 에너지 출력에 의해 병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폭발 지역에서 이상 마법 에너지 검출! 측정 불능입니다!!”
“뭐라고! 1급 마법을 사용하는 자가 이 요새에 타고 있단 말인가!”
“드래곤이 우현을 공격합니다 함장님!!”
바이칼은 브레스를 뿜어대며 요새의 우측 부분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네 겹으로 이루어진 요새의 중장갑이 종이처럼 구겨지며 구멍이 뚫렸고 곧 내부의 기관이 드러나게 되었다. 바이칼은 가차 없이 기관을 물어뜯고 그곳에 다시 한번 무속성의 숨결을 토해냈다.
“우현 대파! 보조 동력 장치 사용 불가능!!”
“9 지역 승무원 전원 사망! 유류 차단 회로가 동작하지 않습니다!!”
함장은 결국 일어서며 병사들에게 자신의 모자를 던졌다. 그러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발포 명령을 내렸다.
“아무거나 쏴라! 저 저주받은 드래곤의 뼈를 추려버려라!!”
요새의 전 함포 조준 장치는 바이칼이 우현에서 머리를 빼는 모습을 정확히 잡고 있었다. 모든 포병들은 분노와 공포가 뒤섞인 얼굴로 포격을 개시했다. 형형색색의 광선과 포탄이 바이칼의 거대한 몸체를 향해 날았고 곧 바이칼은 폭발하는 불꽃에 싸여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전 포격 명중입니다!”
사령실의 병사들은 모두 화면을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모자를 벗어 위로 던지는 자도 있었다. 그 환성이 멈춘 것은 연기를 뚫고 다시금 요새에 날아오는 푸른빛을 본 직후였다.
“이, 이런!! 죽지 않은 건가!!!”
이번의 일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요새의 거대한 함체가 왼쪽으로 30° 이상 기울어지며 또다시 대폭발의 지옥으로 떨어졌다.
리오도 요새가 기울어지자 약간 비틀거리며 바람이 부는 갑판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머리를 긁으며 그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중얼댔다.
“바이칼 저 녀석…굉장히 신났군…. 질 수는 없겠지?”
그는 디바이너를 다시 양손에 거머쥐고 다시 한번 위로 쳐들었다. 그 자세에서 눈을 감고 리오는 자신의 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푸른색의 오오라가 폭발하듯 강하게 분출되기 시작했고 근처의 요새 갑판의 황토색이 기열에 의해 검은색으로 변색되었다.
“생물 에너지 이상 반응입니다! 이건… 측정 불능, 계기판을 넘어섰습니다!!”
“화면을 그쪽으로 돌려라! 또 무슨 괴물이냐!!”
함장도 이미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명령에 따라 화면은 리오에게 돌려졌고 사령실 안의 전원은 아연실색했다. 그 굉장한 에너지의 주인공이 사람이었다니….
“잘못 돌린 것 아닌가?”
“아닙니다! 확실히 저곳에 생물체는 저 괴한밖에 없습니다.”
기가 다 모아졌는 듯, 리오는 번쩍 눈을 떴다. 푸른색의 안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본 함장은 사색이 되어 선원들에게 발포 명령을 하달했다.
“쏴, 쏴라앗! 저 녀석을 맞출 수 있는 함포는 다 쏴라앗―!!”
“2번, 3번, 6번 엘리마이트 함포 장전 완료! 발포합니다!”
흰색의 엘리마이트 빔이 80여 문의 포문에서 굉음을 내며 한꺼번에 발포되었다. 그 위력이란 웬만한 산의 윗동은 날릴 수 있는 것이어서 함장과 포수들은 회심의 미소를 잠시 머금었다.
“까짓것―!!”
리오는 날아오는 엘리마이트 빔을 보자마자 자세를 취하고 검으로 갑판을 세차게 내리쳤다. 최대의 기가 담긴 지뢰 자르기였다. 그와 동시에 푸른색 기를 머금은 음속의 충격파가 갑판을 찢으며 앞으로 달려갔고 리오를 향해 날아오는 엘리마이트 광선단을 공기 중에 날려버리며 사용자의 목표인 요새 메인 브릿지에 강하게 충돌했다. 충격파는 여전히 남아 메인 브릿지의 벽마저도 찢어놓았고 곧 지뢰 자르기에 의해 찢어진 갑판은 대폭발을 일으키며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