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90화
야룬다 요새를 빼앗은 저항군은 며칠간 힘을 모은 뒤에 가이라스 수도로 공격해 들어갈 것을 결정했다. 템플 나이트까지 가세한 덕분에 가이라스 수도에서도 함부로 공격해 들어오지 못한다는 점이 저항군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예정으로 잡힌 공격 기일은 일주일 후, 그때까지 병사들은 부서진 야룬다 요새의 민간지구를 복구하는 데 4일간 투입되기로 결정이 되었다. 이것은 템플 나이트라도 예외가 없는 것이어서 그들의 이미지가 떨어진다는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계획은 변함이 없었다. 놀고 있는 사람은 딱 세 사람뿐….
그중에 한 명인 바이칼은 언제나처럼 여자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 야룬다의 상업지구를 돌아보고 있었다. 깨끗한 얼굴의 그가 한번 머리를 넘길 때마다 지나가던 여성들이 한 번씩은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요새에 퍼부어진 포화의 충격 때문에 그런 일에 신경을 쓸 여성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20개의 식량고 중 3개가 불에 타버려서 식량의 값도 굉장히 오른 상태였다.
“쳇…, 물려주는 여자가 한 사람도 없군.”
바이칼은 머리카락을 세차게 흔들며 상업지구에 간간이 마련된 의자에 걸터앉았다. 검은 몸속에 집어넣은 상태라서 앉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몇 분간 앉아있던 바이칼의 앞에 여러 개의 꽃송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움찔하며 자신에게 꽃을 들이민 사람을 쳐다보았다.
“뭐야, 이 꼬마는…?”
바이칼은 차가운 눈초리로 자신에게 꽃송이를 들이민 채 서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바이칼의 눈빛이 무서웠는지 잠시 주춤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어… 저어… 이 꽃 좀….”
바이칼은 꽃들을 다시 소녀에게 밀고서 아이를 쳐다보았다. 옷이 약간 그을린 자국도 보였고 얼굴도 하루쯤 세수를 안 했는지 약간 지저분했다. 하지만 원래 가난한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꽃을 사달라고?”
그의 물음에 아이는 약간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바이칼의 표정은 변하지 않은 상태였다.
“꽃 같은 물건을 살 돈은 없다. 앞이 안 보이니까 저리 비켜.”
“…!”
아이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 채 꽃뭉치를 들고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이칼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인간에게 베풀 동정심은 없어….”
계속해서 한 시간째 앉아있던 바이칼은 꽃을 팔던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멀찍이에서 거절을 당하는 광경을 볼 수가 있었다.
“쳇, 인간들은 다 저 모양이지. 동족끼리도 동정을 베풀 줄 모르다니….”
그렇게 말하며 바이칼은 주머니에 손을 꼽고서 일어섰다. 자신의 손가락 끝에 얼마간 가지고 있던 금화 몇 개가 느껴졌다.
“… 필요 없겠지. 다른 곳이나 가볼까…?”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바이칼은 상업지구의 어디론가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