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1화
정황이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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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시작은 70년대 미국 토크쇼 테마의 어스름(D) 등급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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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화요일의 즐거움, 화요일의 열기.]
[당신은 지금! ‘화요 퀴즈쇼’를 시청하고 계십니다!]
생방송이 시작됐다.
경쾌한 밴드의 연주와 함께, 정장을 입은 사회자가 관객의 환호에 손을 흔들었다.
전형적인 미국식 토크쇼였다.
스탭의 얼굴이 모두 뭉개져 있고, 사회자의 머리에 얼굴 대신 옛날 TV가 달려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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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해당 토크쇼가 특정 요일마다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나, 다른 요일로 진입한 사례는 전무.
오로지 ■요일의 토크쇼에만 진입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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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화요일을 기다리고 계셨나요?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 사랑스러운 뉴페이스, 퀴즈쇼 참가자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요일이잖습니까!]
“….”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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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사팀은 12회차부터 ■요일의 토크쇼 메인 코너, ‘퀴즈’의 정답 기출지를 완비하고 진입.
110회차까지 99번의 탐사 동안 사상자 없이 탈출 성공. (상품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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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최근 몇십 주간 단 한 번의 오답자도 발생하지 않았죠! 놀랍습니다, 놀라워요….]
일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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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11회차.
100번째 탐사에서 이변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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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번에도 참가자들은 정답을 맞힐 수 있을까요?]
빠밤밤바밤!
효과음과 함께 조명이 비추었다.
반원을 그리며 놓인 일곱 개의 단상.
그중 세 개.
각각 나와 주임, 대리가 올라간 단상을 핀포인트로 말이다.
[오소리, 송골매, 그리고 노루 씨입니다.]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오오오!
보이지 않는 관객들이 박수를 보냈다.
졸도할 것 같았다.
혹시… 혹시.
[맙소사 속보입니다!]
“…!”
사회자가 호들갑을 떨며 스탭에게 뭔가를 전해 받았다.
[참가자들이 전부 정답을 맞힌 지 꽤 됐죠? 그 기간이 무려….]
무려.
[98회라네요!]
“……!”
[오늘로 99번째라는 겁니다. 하하!]
살았다.
‘100회가 아니야…!’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래, 100회가 딱 걸릴 확률이 오히려 낮지.’
안도감에 단상을 움켜쥘 뻔했으나, 참았다.
아까 받은 ‘화요 토크쇼’의 정답지 PDF에 분명히 적혀 있었으니까.
-방송을 방해하면 소각처리 된다.
벌칙도 아니다. ‘소각’이었다.
그리고 여긴 생방송이었다.
한마디로,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죽는다.
[과연 99번째 참가자들은 연승을 이어가서 100번째 참가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대단한 기록은 무너질까요?]
[채널을 고정하고, 지켜봐 주세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다른 단상에 있던 대리와 주임은 크게 긴장하지 않은 얼굴로 내게 가볍게 눈짓하거나 미소 지었다.
99회, 거의 3년 가까이 안전이 누적되며 패턴화된 괴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확신하며 진행하는 사람답게.
‘심호흡.’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었다.
[그럼 노루 씨!]
“예.”
[많이 긴장되나요?]
“예. 이런 퀴즈쇼에 참가해 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아,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첫 문제는 가볍게 가죠!]
사회자의 머리, 구형 TV에 이상한 글귀가 떠올랐다.
처음 보는 낯설고 불길한 언어 체계였으나 읽을 수 있었다. 두통과 매스꺼움이 훅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질문 : 인간의 구성요소로 적합하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1. 물
2. 철
3. 기름
4. 흙
“…4번, 흙입니다.”
[정답!]
그렇게 진행된 퀴즈쇼는… 매끄러웠다.
‘어딘지 주제가 섬뜩하긴 하지만, 아예 못 맞힐 수준의 문제들은 아니다.’
게다가 현장탐사팀이 이 괴담에서 빼돌린 기출문제 목록의 효과는 확실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정답지를 맞히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래서 머리를 써야 하니, 틀릴 확률이 더 낮아졌겠어.’
[이럴 수가! 정답!]
[또?]
[아아아, 아… 갈등하는군요. 갈등해요……. 예, 3번! 교살을 고른 노루 씨의 운명은?? ……정답입니다! 만세!]
기출은 잘 맞아떨어지고, 문제없이 쭉쭉 진행된다.
나는 일부러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대답하기도 하면서, 최대한 방송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애썼다.
‘어떻게든 이 방송을 잘 넘겨야 해.’
강박적인 발상이 머리를 꽉 지배했다.
중간 광고 시간에 사회자가 ‘또 참가해 달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을 내면으로 비명을 지르며 겉으로는 혹한다는 식으로 뭉개며 넘긴 후.
2번, 3번, 4번, 5번… 9번 문제를 지나.
[노루 씨! 마지막 문제입니다.]
드디어 이 미친 상황의 끝이 보였다.
[다른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모든 문제를 맞히며 또다시 연승 행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노루 씨가 마지막 고리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다른 단상에선 상사들이 나를 보고 각자 슬쩍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
이제 나만 맞히면 끝이었다.
[준비됐나요?]
“예.”
[좋습니다!]
문제가 떴다.
[질문 : 인간은 몇 퍼센트의 혈액을 잃으면 사망하는지 고르시오.]
1. 40%
2. 45%
3. 50%
4. 55%
“…….”
마지막 문제라고 함정을 넣어놓은 건가.
나는 숨을 골랐다.
“정답은… 1번,”
[아, 1번을 골랐습….]
“그리고 2번.”
[…!]
“그리고 3번, 4번…. 모두입니다.”
[…….]
“인간은 평균적으로 30에서 40% 정도의 혈액을 소실할 때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오.]
“그러니까, 그 이상으로 잃을 시에도 사망하겠죠.”
[아니, 아니… 이럴 수가!]
TV가 번쩍인다.
틀린다고 해도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위험한 괴담에 어떤 꼬투리도 주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있었다.
[복수 정답이라는 거군요! 혹시, 바꾸실 생각은?]
“없습니다.”
오오오.
관객석에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그리고… 무대로 얼굴 없는 스탭 한 명이 황급히 뛰어 올라왔다…?
[…이런! 놀라운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우리의 작가진이 준비한 답은 1번인데요.]
자, 잠깐.
[노루 씨의 답안이 훨씬 인상적입니다! 더 논리적이기도 하죠? 그렇죠?]
네!! 관객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사회자가 양팔을 벌렸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답이죠! 만점짜리 정답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휼륭해요!]
“…!”
하.
‘아무튼 살았다.’
왜 셀프 함정을 파서 빠지려고 했냐고! 안도감에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것을 감격으로 받아들였는지, 사회자가 와서 포옹하듯 내 등을 두드렸다.
체온이 있어서 더 섬뜩했다.
[대단합니다, 대단해!]
“…감사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감격스럽게 외쳤다.
[놀랍게도 우리의 참가자들이 전원 연승 기록을 이어가는군요! 대단합니다!]
펑.
꽃가루가 터지고 환호가 나왔다.
각 단상에서 상사들이 ‘슬슬 끝나가는구먼’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가면 밖으로도 드러날 지경이다.
[하지만 최고상을 받아 갈 MVP는 단 한 명이죠. 그건….]
드럼 롤이 이어지고….
사회자가 지목했다.
[바로 노루 씨입니다!]
와아아아!
밴드가 요란한 축하 효과음을 넣는다.
[축하합니다! 여기 상품을 받아가세요!]
“감사, 합니다.”
나는 사회자가 내미는 작은 선물 박스를 받아들었다.
기뻤다. 물론 물건을 받아서가 아니다.
‘드디어 끝났다.’
이제 카메라만 꺼지면 나갈 수 있다.
‘제발 좀 가자.’
당장 21세기 서울의 빌딩 속 사무실로 돌아갈 상상에 마음이 안정을 되찾아 갈 때였다.
[아쉽지만 이제 화요 퀴즈쇼를 마무리할 시간이군요. 내일은 더 근사한 게스트를 모시고 수요…… 음?]
달칵.
뜬금없이.
갑자기 네 개의 빈 단상에 조명이 들어온다.
“…?!”
거기에는 어느새 인영이 서 있다.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네 사람.
모두 정장 차림에 가면을 쓰고 있다.
‘회사 직원들?’
현장 탐사팀의 다른 조인 게 분명했다.
딱 한 명, 안면이 있는 가면은 아마 내 동기 신입사원일 것이다.
그건 알겠다. 그런데….
‘왜 겹친 거지?’
이렇게 겹쳐서 괴담에 진입할 수 있나? 아니, 되냐 안 되냐를 떠나서….
‘…방송 사고잖아.’
스튜디오에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1초.
2초.
3초.
“…….”
뭔가, 잘못됐다.
내 바로 옆에 선 얼룩말 가면의 직원도 그것을 직감한 것 같았다.
“이, 이거 뭐, 왜 먼저 온 사람들….”
[이런.]
타올랐다.
“…!”
소리도 없이 빠르게 불타오른 얼룩말 가면 직원은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한 듯 입을 벌린 표정 그대로였다가,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다.
남은 건 구두 모양으로 쌓인 재뿐.
카메라가 황급히 돌아갔다.
[…서프라이즈!]
[다음 주 화요일에 등장할 참가자들의 깜짝 예고였습니다!]
요란한 밴드 사운드가 무마하듯 황급히 깔린다.
이제 카메라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
망할.
망할 망할!
나는 필사적으로 동요 없이, 내가 탄 선물 박스를 허공에 흔들었다.
신난다는 듯이!
펑.
허공에서 꽃가루가 또 떨어지고 드럼이 시끄럽게 울린다. 사회자가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내일은 더 즐거운 쇼로 여러분을 찾아뵙죠!]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빰!
경쾌한 기타 소리와 함께, 카메라의 불이 꺼졌다.
“…….”
끝났다.
끝……난 것,
아닌가?
왜 우리가 여기 남아 있는 거지?
[휴우. 하마터면 생방송을 망칠 뻔했네. 잘 수습돼서 다행이죠!]
카메라는 분명 꺼졌다.
무대 위로 얼굴 없는 스탭들이 뛰어오르고, 관객석의 불이 꺼졌다.
밴드도 사라졌다.
서늘한 철골을 드러내듯 소음과 수군거림으로 가득 찬 백스테이지로 진입했다.
그러나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스산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온다.
[노루 씨! 아주 좋은 센스였어요. 혹시 정규 패널 관심 있습니까?]
“…이미, 직장이 있습니다.”
[저런! 뭐, 그래도 언제든 우리 토크쇼의 신청 엽서는 열려 있으니까요!]
왜 괴담이 이어지는 거지?
이유는 간단했다.
사려 깊은 사회자가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참가자들을 붙잡고 친절히 설명해 주려 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새로운 참가자들!]
[방송을 망칠까 봐 놀랐겠군요. 고의는 아니었겠지요. 믿습니다.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고요!]
[그리고 걱정도 하지 마세요. 세 분에게도 다음 기회를 드릴 테니까요!]
사회자가 친절하고 붙임성 있는 태도로 갑자기 중간에 진입한 직원들, 그러니까 ‘새로운 참가자’들에게도 말을 걸었다.
원래부터 셋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사이 소각 처리된 한 사람이 남긴 재를 스탭들이 빗자루로 쓸어서 처리했다.
정신 나갈 것 같다.
[여러분에게 당장 참가 기회를 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쇼는 생방송이라서 말입니다. 다음 주에 뵙도록 하죠!]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된다.
제발 제발 좀 이대로! 이대로 끝나라!
[그럼 여러분도 우선은 귀가…… 음?]
그때였다.
한 손에 메가폰을 잡고 있는 누군가가 스테이지 위로 달려왔다.
얼굴이 조명 빛에 뭉개진 듯 제대로 보이지 않으나, 다른 스탭과 달리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것만이 식별되었다.
메가폰을 잡은 그 인영이 사회자에게 급하게 무언가를 숙덕인다.
[…! 아, 이런.]
사회자가 우리를 돌아본다.
[있죠. 저도 이런 말을 하기 참 어렵지만… 어.]
TV 모니터 속 이모티콘이 울적한 표정을 짓는다.
[방금, 우리 쇼가 폐지됐어요.]
“…!”
[정확히는, 화요 퀴즈쇼가 말이죠. 그러니 엄밀히 말하자면 내 쇼가 끝난 건 아니긴 합니다만, 예.]
[퀴즈 코너가 교체됐어요.]
뭐라고.
[여러분을 100번째 연승 도전 참가자로 모시진 못하게 됐습니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사과드리고 싶군요.]
사회자는 정말 미안하고 면목이 없는 듯 TV 머리 위 안테나까지 굽어졌다.
“그럼… 크, 클리어인가?”
“후. 후우…….”
주변에서 당혹과 공포, 패닉 속에서도 희망에 찬 다른 조 직원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러나 내 뒷목은 식은땀으로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아니야.’
이 전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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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기록 #100
지난 회차들과 동일한 스튜디오에서 시작.
그러나 프로그램명이 변경됨.
혼란에 빠진 직원들에게 사회자는 ‘화요 퀴즈쇼’는 폐지되었다고 설명.
참가자가 99회나 연속으로 정답을 맞히니, 벌칙이 유명무실해지며 코너가 충분히 자극적이지 못 했다는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새 코너는 좀 더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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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만요!]
스탭의 신호를 받은 사회자의 TV 안테나가 갑자기 활짝 펴진다.
[희소식입니다. 여러분들 모두를 새 코너에서도 참가자로 모시겠다네요!]
“…!!”
[심지어 녹화 방송이라 전보다 더 수월할 겁니다! 하하!]
[바로 촬영 진행하죠! 저는 비록 보조역할이겠지만, 예, 좋은 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잠시만.”
우리 조의 대리가 굳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저희는 이미 쇼에 참가했으니, 이만 돌아가겠….”
[촬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돌아가겠다고?]
“…!”
대리의 코앞으로 다가온 TV 화면이 지지직거렸다.
[이런… 신청 엽서에 다 적혀 있었잖아요. 아니, 그래도 정 참여하지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
“…….”
[말해보시죠. 못 하겠나요?]
대리는 천천히 눈을 움직이더니, 건너편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미세하게 고개를 저었다.
대리도 눈치챘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은 귀가시켜 준다는 뜻이 아니라, 간단히 소각시켜 주겠다는 뜻인 것을.
[할 수 있군요! 좋아.]
불길한 침묵.
스튜디오에 창백하게 질린 회사 직원들의 숨소리가 가득 찼다.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 내가 숨을 쉬고 있는가?
[이런! 긴장감이 감도는군요. 새 프로그램은 언제나 그렇죠.]
[힘을 냅시다! 노루 씨, 생방송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잖습니까! 이번에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통할 만한… 변명 없나?
그럴싸한 말이 없나?
“예. 그런데 연속으로 방송에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호.]
“실수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손마디가 하얗게 변하도록 꽉 단상을 잡았다.
“좀 더 준비해서, 다음 화요일에 다시 참여하는 걸로…….”
[아아! 시작한다! 저기, 불이 들어오는 걸 봐요! 3, 2, 1….]
사회자가 고취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완전히 방송에 혼을 뺏긴 듯이, 사회자는 카메라 앞으로 뛰어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화요일의 즐거움, 화요일의 열기.]
[당신은 지금! 우리 토크쇼의 새로운 신설 코너를 시청하고 계십니다!]
미치겠다.
[퀴즈쇼가 사라져서 안타깝다고요?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더 발전된 형태의 퀴즈쇼니까요!]
[퀴즈 위에 뭔가를 더했다는군요! 뭘까요?]
프롬프터를 읽는 사회자가 양손을 휘저었다.
[뭐니뭐니 해도 지친 심금을 울리는 것은 선율이죠.]
[특히 목소리! 합창, 아,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인지!]
….
[하하, 우리 밴드는 서운해할 필요가 없답니다. 전혀 다른 장르의 대가를 모셨거든요!]
[새로운 게스트가 등장합니다!]
세트 뒤가 열리며 등장한다.
코를 찌르는 녹슨 철 냄새, 악취, 어둡고 거대한 돼지머리.
[연옥합창단의 지휘자, 더럽고 추악하고 위대한 선율의 도살자!]
[그렇습니다. 새 코너의 이름은… 화요의 합창단입니다!]
지옥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