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4화


영업이 종료되기 직전의 기괴한 마트.

불이 꺼지며 어두워진 매장.

나나나나 나나난나나나 나나난~

발랄한 로고송이 울리는 가운데, 내게 입을 틀어막힌 고등학생이 가쁜 숨을 내쉬는 게 진동으로 전해졌다.

긴장감에 몸이 조여든다.

그리고 소음 같은 음악과 진동 너머에서, 저 멀리서 아주 작은 마찰음이 내 신경을 갉듯이 울린다….

끼이이익.

철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마트에서 유리문이 아니라 철문이 있는 곳이라면….

‘…스태프 구역의 문.’

저건, 직원들이 나오는 소리다.

‘하.’

나는 치밀어 오르는 신음을 삼키며 고개를 돌려, 진열대에서 살짝 머리를 빼고 바깥을 보았다….

뒤뚱뒤뚱.

마트 유니폼을 입은 것들이, 어두운 매장 내부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풍선으로 사람 모양을 흉내 낸 것 같은, 기괴한 모양새의 직원들이 뒤뚱뒤뚱 걸어 나온다.

[LOOKY MART]

럭키마트를 흉내 낸 룩키마트의 로고.

가슴팍과 모자에 달린 어설픈 흉내가 전등불에 드러났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 순간.

“빨리 나가자, 문 닫는다잖아.”

“알았어.”

누군가 우리가 숨은 진열대 바로 옆, 주류 구역을 지나가며 계산대로 향했다.

“…!”

아직 매장에 있던 과거의 쇼핑객 두세 명이다.

그러다가… 주류 코너로 들어온 ‘직원’ 중 하나와 가볍게 부딪혔다.

툭.

“아, 죄송합니다.”

직원의 머리가 돌아갔다.

“룩키마트에 어서 오세요!”

“얼른 가자.”

“언제나 감사합니다, 고객님!”

쇼핑객들은 아무런 위화감을 못 느꼈다.

그들은 직원을 지나쳐서 자기들끼리 계산대로 향했다.

내 손으로 막고 있는 고등학생의 입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것이 느껴진다.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머리가 돌아간 직원 모양 무언가는 주류 코너에서 삐걱이며 나왔다.

그리고 복도를 다시 이상한 걸음으로 걸었다….

과자 코너 앞.

우리가 머리를 숙이고 숨어 있는 진열대 바로 옆을.

삐끽삐끽.

“…….”

“…….”

풍선이 부대끼는 것 같은 기괴한 소음이 났다.

우리 넷은 거의 바닥에 붙어서 숨을 죽였다.

삐끽삐끽.

소리가, 멀어져 갔다….

“…….”

‘하.’

톡톡!

고등학생이 자기 입을 막은 내 손을 두드렸다.

눈물범벅이었으나 고요하다.

“소리 지르지 않을 거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손을 풀어주자, 고등학생이 숨넘어갈 듯이 급하게 중얼거린다.

“저, 저 이상한 직원들 눈에 띄면 안 되는 거 맞죠? 맞죠? 안내문에….”

맞다.

영업 종료 이후 룩키마트의 직원들은 영업을 하는 흉내를 내며 이상 행동을 벌인다.

직원 하나에게 들킬 시, 그 층의 모든 직원이 쫓아온다.

영업시간이 끝난 룩키마트에서 버티려면 이제부터는 생존형 공포 게임을 하듯이 다녀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 둘을 달고 다니면서 안전할 수 있나?

‘아무리 봐도 내가 받은 장비가 거기까지 고려하고 준 것 같지는 않은데.’

오늘 영업시간 내로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맞춰서 장비를 준 것 같단 말이다.

물론 재난관리국이니 어느 정도 대비는 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변수가 너무 많았다.

‘젠장.’

식은땀이 턱을 타고 떨어졌다.

일단 버티는 건가? 청동 요원은 어쩔 생각이지? 아무래도 일단은 숨는 쪽인가?

잠깐!

‘저 사람, 직원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청동 요원이 피스톨을 쥔 채, 멀어진 직원의 뒤를 고요히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동선을 구상한 듯한데, 저 직원이 방해가 되나 보다.

…제압을 도와야 하나?

브라운이 있었으면 조명을 꺼달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 우선순위로 떠올라 혀를 씹었다.

‘생각하자, 생각….’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든 기억 속의 <어둠탐사기록> 빠르게 뒤진다.

그러니까, 룩키마트가 영업 종료 이후에는….

…….

아니지.

[ 20 : 25 ]

“요원님…!”

나는 기어가듯이 청동 요원에게 접근해서 다급히 속삭였다.

“폐장까지 아직 5분 남았습니다. 영업이 완전히 종료된 게 아닙니다!”

“…!”

“지금 문이 열려 있을 겁니다.”

당장 나가면 된다!

청동 요원이 휙, 지하 1층 계산대 너머를 확인했다. 계산대 바깥 에스컬레이터는 아직 운행 중인 걸 체크한 그가 빠르게 결론내렸다.

“당장 이동합시다.”

그리고 재빨리 자신에게 붙은 고등학생을 잡아들고 신속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래. 한 명씩 맡아야 한다.

나도 입을 틀어막고 있던 고등학생을 돌아보았다.

황급히 고개를 젓는다.

“제가 알아서 달릴게요, 제가 쟤보다 달리기 빨라요…!”

“…….”

나도 조금 더 믿음직스러운 꼴을 할 걸 그랬나? 아니, 지금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나는 고등학생이 뒤처지지 않도록 뒤에서 몰아가듯이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텅 빈 계산대를 지나서, 쇼핑객들이 탄 에스컬레이터를 미친 듯이 가로질러 올라간다.

“아!”

“괜찮아?”

“응. 발을 헛디뎠나 봐.”

인지하지 못하니 쇼핑객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며 영업이 끝나기 직전인 출구로 향했다.

그리고 1층 출입구에는….

“…….”

문 앞에 뭔가 서 있다.

그건 원래 입간판이었던 것 같다.

럭키마트의 창업자, 유명한 기업가인 금발의 전형적인 백인 중년 남성이 믿음직스러운 웃음을 띠고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

살아 있다.

-읍!! 으으으읍! 읍읍! 으읍!

입간판 같은 평면이 되도록 억지로 눌려 고정된 사람은 마치 납작한 프레스에 눌려 죽은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웃고 있으나, 아직도 눈알이 굴러가며 눈물과 침을 흘린다.

우리를 보고 있다.

…우리를, 인지한다.

구해달라는 듯이, 혹은 이 고통을 떠넘기고 싶다는 악의에 차서 눈을 굴리고 필사적으로 이쪽을 쳐다보며 입간판이 진동…… X발!

“힉.”

“조용.”

앞에서 자신이 맡은 고등학생을 진정시키는 청동 요원의 모습이 보인다.

귀신이라는 건 얼마나 편리한 명칭인가. 저런 꼴을 대충 한 단어로 묘사할 수 있다니.

‘미치겠네.’

그래도 저것의 시야를 ‘가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착각을 유발해야 했다.

나는 침음을 참으며, 내가 맡은 고등학생의 어깨를 잡았다.

“안내문에서 읽었지? 물건을 훔치는 거야. 모두 직접 해야 해.”

출입구 귀신의 시야를 가리기 전, 우선 당신을 쇼핑객 중 하나로 착각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쇼핑객이 계산을 끝낸 물건 하나를 훔쳐서 소지하세요.

이때 소란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들키면….”

“들키지 않을 물건을 훔치면 괜찮아.”

나는 출입구를 보았다.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영업 종료 이야기에 우르르 다들 계산을 마치거나 문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시야를 굳이 안 가려도 저 틈에 끼어서 나가면 가려질 수도 있겠어.’

물론 그런 모험을 할 생각은 없었다.

“낚시줄.”

“예.”

나는 즉각 내가 가진 아이템을 꺼냈다.

둘둘 말린 낚시줄과… 그 끝에 달린 작고 빨간 금붕어 모양 미끼.

———————=

어둠탐사기록 / 초자연재난관리국

/ 아이템

미끼놀이

투명한 낚시줄 끝에 붉은 미끼가 달린 아이템.

사용 시 파형(破形)급 이하의 초자연적 존재의 주의를 끌 수 있다.

존재가 강력하고 근원에 가까울수록 효과는 미약하고 보잘것없어진다.

아이템 사용 조건 : 초자연재난관리국 소속 7급 이상 공무원 혹은 특별 허가자.

———————=

물건을 훔치는 즉시, 이걸로 입간판의 시선을 끌고 나간다.

나와 청동 요원이 교대로 작업해서 두 고등학생이 나갈 시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청동 요원이 낚시줄을 풀어서 장비하며 눈짓했다.

“훔치고 계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두 고등학생을 돌아보았다.

“저, 저희 못 훔치겠….”

“얘들아. 어차피 저쪽은 우리를 못 보니까, 없어진다고 바로 눈에 띌만한 물건만 아니면 괜찮아.”

사람들은 일단 봉투나 박스에 담은 건 없어질 거라고 잘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안 찾아볼 만한 거, 그런 건….’

부피가 작은 생필품.

필요해서 샀지만 별 관심은 없는 물건들.

당장 꺼내 쓰거나 먹지 않을 만한 것.

“…….”

나는 출입구 근처 의자에 앉아 있는 쇼핑객의 옆으로 접근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더 쉽지.’

아마 일행을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자신의 무릎에 마트용 쇼핑백을 두고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그 마트용 에코백을 빠르게 관찰했다.

‘좋아.’

그리고 속으로 손을 뻗어…… 안쪽에 붙어 있던 것을 꺼냈다.

치실.

“안에 몇 개 더 있어.”

“…!”

“이거 꺼내면서 다른 치실도 거의 꺼내놨으니까 살짝 잡으면 돼. 살짝.”

“…….”

내 담당 고등학생이 침을 삼키더니, 창백한 얼굴로 손을 뻗어서 에코백에 넣었다.

그리고 내가 맨 위에 올려둔 치실을 바로 잡아 빼는 데에 성공했다.

“…돼, 됐다!”

“잘했어!”

치실을 손에 든 고등학생이 상기된 얼굴로 물러났다.

그리고 우리 둘은 모두 남은 한 명의 사람을 돌아보았다.

청동 요원과 붙어 다니던 고등학생.

“…….”

결국 그 고등학생도 초조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저기, 침착하게….”

“아 진짜 저도 안다고요! 조용히 좀 해요!”

“…….”

거의 패닉상태인 것 같다.

내게 소리를 지른 고등학생은 얼른 끝내고 싶은지 질끈 눈을 감고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에코백에 휙 집어넣고 치실을 잡아챘다.

“됐….”

고등학생은 환한 얼굴로 손을 휙 뺀다.

잠깐, 그렇게 너무 확 빼면….

툭.

고등학생의 손이 쇼핑객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야!!”

“…!!”

에코백을 무릎에 두고 있던 쇼핑객이 기겁하며 의자 뒤로 넘어졌다.

“어, 어어어?”

고등학생이 놀라면서 반사적으로 에코백을 붙들었다.

“어, 엄마 왜 그래, 괜찮… 악!”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달려와서 에코백을 들고 쇼핑객을 부축하려다가, 에코백이 고등학생에게 잡혀 떠 있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망할!’

나는 당장 고등학생을 잡아채서 뒤로 빠졌다. 에코백이 바닥에 떨어지며 물건이 와르르 쏟아졌다.

가방의 주인이 비명을 질렀다.

“여기 사, 사람 있었는데 없어졌어!”

주변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시선이 몰린다.

“무슨 소리야. 잘못 본 거 아니….”

“아냐, 아빠! 가방이 이상했어!”

“어떤 남자애가 내 가방을 잡고 있어! 어어어어어어어?!”

망할.

쇼핑객들은 보통 당신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신체접촉이 일어나면 당신을 알아차릴 때도 있습니다.

이때, 소통이 가능하다면 탈출에 도움을 받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희망적이다.

그러나….

“저기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어어? 오늘이 며칠이지? 오늘이 무슨 날이었지? 나 왜 여기 있지? 어어어?”

다만 쇼핑객이 당신을 보고 위화감을 느끼거나 공황에 빠질 시에는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나십시오.

“뛰어.”

직원이 옵니다.

나와 청동요원이 동시에 고등학생을 밀며 출입구 반대편으로 뛰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에서, 계산대 맨 끝 저편에서, 화장실에서 뭔가가 뒤뚱거리며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삐끽삐끽.

소리가 들린다.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삐걱삐걱거리는, 풍선이 비비적대는 것 같은 기묘한 소리가 등 뒤를 미친 듯이 쫓아온다.

점점 더 많아진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넓고 복잡한 장소를 향해 미친 듯이 뛰었다.

…계산대 안, 매장의 진열대들 안으로.

‘젠장.’

나는 시계를 보았다.

[ 20 : 29 ]

끝났다.

이제 곧 영업 종료다.

‘숨어야 해.’

출입구는 일단 포기해야 했다.

영업이 완전히 종료되어 쇼핑객들이 다 사라지고 직원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60초 내로 따돌려야 한다. 그러려면 숨어야 하는데….

‘4명은 너무 많아!’

나는 청동 요원과 눈을 마주쳤다.

요원은 눈짓으로 위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옆으로 빠졌다.

고등학생 하나를 챙긴 채.

“아…!”

“이쪽으로.”

나는 내가 맡은 고등학생을 데리고 움직였다.

단 숨이 올라오도록 뛴다. 그리고 뒤에서는 여전히 삐끽거리는 미친 소리가 울렸으나, 확실히 줄어들었다.

‘청동 요원 쪽으로 더 많이 갔어…!’

일부러 유인해 준 것 같았다. 나는 걱정이고 나발이고 감사히 받아먹으며 미친 듯이 뛰었다.

청소기, 화장품, 그릇, 주방용품, 락스….

온갖 종류의 진열대들이 거대한 마트 안에서 반복되다가….

직원을 마주친다.

‘X발.’

삐끽삐끽.

쫓아온다. 나는 그때마다 즉시 고등학생과 방향을 바꿔서 다시 뛰었다.

“허억.”

고등학생이 헉헉대기 시작했다.

나도 입에 단내가 올라온다.

하지만 거대한 마트는 미로처럼 끝없이 직원과 코너를 뱉어내는 것 같았다….

‘젠장!’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몇 번이고 진열대 코너를 돌았다.

‘이대로는 안 돼.’

몸을 숨길 곳.

직원이 목격하지 못한 순간을 잡아 빠르게, 사전 작업 없이 바로 두 사람이 몸을 숨길 만한 곳!

그리고 다시 코너를 도는 순간.

‘…!’

보았다.

[전동믹서 50% 할인]

이동식 매대.

‘찾았다.’

나는 고등학생을 믹서가 가득 쌓인, 거대한 이동식 매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 나도 그 아래로 들어가 붙었다.

그리고 숨을 틀어막았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