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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7화


고영은은 침착한 동기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입사 시험 때 미친 지하철에서 눈 떴을 적에도, 이후에 관람객의 눈을 뽑는 정신 나간 전시회에서 탈출할 적에도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기괴한 마트 속 실종담의 주범인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서 있는 고영은은….

“사람, 마, 맞죠…?”

너무 침착했다.

비명을 지르고 질문하는 고등학생을 보고도 요동하지 않는, 창백한 얼굴.

말은 없다.

표정 없는 또래의 동기가 계단에 서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잠깐.

‘…계단 위에 서 있다고?’

잠깐만!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돌아가는 문이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럼 3층으로는, 자력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지…?’

아니. 애초에 말이다.

‘왜, 여기 있는 건데.’

고영은 씨가 앞서 진입한 두 요원 중 한 사람일 수는 있다. 사실 2명이라는 것 자체가 힌트이기도 했다. 재난관리국의 요원은 보통 혼자 움직이거나 아예 팀으로 움직이니까.

2명이라는 건 보통 선임-신입 페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말이다.

대체 왜 재난관리국 신입 혼자 실종되는 4층행 계단에 서 있단 말인가.

선임도 없이.

최소한 일주일 이상.

이… 계단에 갇혀서.

“…….”

스산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나는 입을 열었다.

“요원님?”

대답이 없었다.

“산양…님?”

계단 위 고영은이 입을 열었다.

룩키마트에 어서오세요!

나는 고등학생을 잡아다가 내 뒤로 보냈다.

그리고 문을 잡았다.

“요원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고객님!

표정 없는 인영이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온다.

고영은이.

아니, 고영은 씨의 모습을 한… 직원이.

‘망할…!’

나는 당장 문을 열고 고등학생을 챙겨 뛰쳐나가려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소리.’

삐걱거림이 들리지 않는다.

…고영은 씨의 옷차림도, 직원 유니폼은 아니다. 요원복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오염?’

다시 계단 위 형상을 확인했다.

고영은의 모습, 확실한 인간의 형상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문손잡이 잡고 있어.”

“네, 네?!”

나는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막 계단참을 밟는 고영은을 잡아 눌러 제압했다.

“…!!”

룩키마트에….

된다.

아직 사람의 몸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한 손으로 어깨를 잡아 누른 상태로, 다른 손은 손목의 문신에서 남은 블루소다 츄러스를 꺼낸다.

그리고 벌어진 고영은의 입에 어떻게든 집어넣었다.

“!”

상대는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그냥 어떻게든 계속 걸으며 같은 대사를 반복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빨 때문에 츄러스가 분쇄되어서 일부라도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식은땀을 흘리며 지켜보았다….

잠시 후.

“우웨에에엑!”

고영은 씨가 미친 듯이 물을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든 상대의 등을 두드렸다. 계단참으로 검은 물이 고인다.

내가 브라운의 토크쇼에 한 달을 지냈을 때 수준으로 질식할 만큼의 물양은 아니었으나… 고등학생이 기겁할 만큼 이질적이고 이상한 광경이었다.

나는 고영은 씨가 마지막으로, 푸른빛에 가까운 물을 토해내고 힘이 풀려 쓰러지는 것을 부축했다.

“허억, 허어억, 헉…….”

“요원님.”

나는 동기를 불렀다.

“……!”

이지가 돌아온 눈동자가 나를 본다.

그리고 동공이 확장되며,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노, 노루 씨.”

이성이 돌아왔다.

요원님이라는 명칭에 반응하고, 괴담 속이라서 나를 이름이 아니라 별칭으로 불러줄 정도의 이성.

‘다행….’

“으, 으아아악!!”

“…?!”

으악!

고영은 씨가 기습적으로 기어서 다시 계단을 올라가려는 것을 황급히 잡았다.

“허어어어, 으악, 이 망할 마트! 환각도 리얼해! 악!”

“…….”

“아, 안 속아. 죽었어, 노루 씨 죽었….”

아.

맞다.

“저기, 저 안 죽었습니다. 요원님.”

“…?!”

“요원님이랑 같은 일 배정받은 겁니다.”

“?!”

내가 한 달간 괴담에 실종되었다가 사망 처리되었다고 생각하는 고영은 씨에게.

내가 멀쩡히 살아 있으며 스파이로 투입되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데에는, 이후 몇십 분이 더 소요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진짜 덕분에 살았네요.”

“아닙니다.”

다행히 고영은 씨는 차분함을 되찾자마자 나와 몇 가지 정황 정보를 대치해 본 후 상황을 납득해 주었다.

고등학생 민간인에게 이상한 정보를 흘리지 않으면서 설명하기가 난이도로는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나는 이제 다 비어버린 츄러스 종이 껍데기를 보며 기묘한 감상을 느꼈다.

‘이 츄러스는… 진짜 용한데.’

브라운의 심야토크쇼에서는 일이 워낙 미친 듯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주목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한 방에 오염을 정화할 수 있다면 말도 안 되게 대단한 물건이었다.

‘어둠탐사기록에 기록되기에는… 세계관상 지나치게 좋기만 한 물건인데.’

어쨌든 지금은 이 미친 마트에서 탈출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도 사람이, 그것도 의지가 될 만한 동기가 합류하니 조금 기운이 났다.

그러니 일단 확인부터.

나는 살짝 몸을 비키고, 3층 마트로 향하는 문을 고영은에게 확실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출입구가 보이십니까?”

“…….”

고영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후우.

“정확히는, 문 자체는 안 보이고 그 틈새로 빛 들어오는 건 보여요. …누가 열어주시면, 나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요.”

“그럼 괜찮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고영은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근데… 어차피 저, 마트에서는 못 나갈 거예요.”

“예?”

“…상품을 훼손해서요.”

“…! 괜찮습니다. 여기는 마트 밖이라서, 목격되지 않는 이상 음식을 드셨어도….”

“아뇨. 마트에서 부수다가 걸렸어요.”

“…….”

“제가 아니라 다른 요원이 그랬지만, 뭐 대충 같이 한 걸로 처리된 것 같더라고요.”

나는 침묵하다가 물었다.

“…그 선임 요원분은 어디 계십니까?”

“죽었어요.”

“…….”

“아니, 죽었다고 생각하는 중이에요. ……저 위로 올라갔거든요.”

고영은이 계단을 가리켰다.

“여기서 가족이 실종됐었나 봐요. 근데 마지막 흔적이, 4층에 올라간 걸로 끝나서… 애초에 거기 들어갈 생각으로 오셨던 거죠.”

“아니, 존댓말도 써주기 싫네요. 미친 거 아니에요? 자기 혼자 죽지, 왜 내가 들어왔을 때…… 아.”

“…….”

“어쨌든, 저는 그 사람이 4층 문을 열자마자 귀를 막고 여기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도 들리더라고요.”

로고송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처럼 된 것이다.

“…….”

“저기.”

“포도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네. ‘포도 요원’.”

고영은이 얼굴을 비비다가 고개를 들었다.

마음을 정리한 표정이었다.

“어차피 저는 글렀으니까, 두 사람 나갈 때 미끼라도 해드릴게요. 여기 갇혀서 오염되어 가지고 아사할 뻔했는데, 그 정도는…….”

“아뇨.”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일단 뒤로 물러나서 고등학생을 잡아서 앞으로 내밀었다.

“어어? 요원님…?”

“그보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발목을 다쳤습니다.”

“아.”

우리는 무섭다고 안 뱉겠다고 하는 고등학생을 간신히 설득해서 캔디를 잠시 입 밖으로 꺼내게 했다.

그리고 챙겨왔던 응급처치 키트를 간곡하게 건네자, 고영은 씨가 나보다 스무 배는 전문적인 솜씨로 고등학생의 발목을 고정하고 응급처치했다.

“근데 저 사탕 먹으면 이거 방해만 되는 거 아니에요? 저기, 사탕….”

“일단 몇 시간은 하고 있어.”

나는 다시 정신력과 체력이 바닥난 상태로 돌아가 패닉 직전이 된 고등학생을 달랬다.

그리고 유인책을 꺼냈다.

“이것부터 먹자.”

“…!! 밥…!”

고등학생의 눈이 두 배쯤 커졌다.

마치 가져온 가방에 들어 있던 것처럼 꺼낸 즉석 식량들은 순식간에 세 사람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마트가 아닌 곳이니까 드디어 먹어도 되네.’

푸드코트에서도 ‘안전한’ 음식만 먹을 수 있었기에 꺼낼 수 없던 것들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냄새가 강하지 않은 것들만 꺼냈는데도,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에서 뭘 그렇게 빨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멸균 우유를 2초 만에 비우고 카스테라를 한 30초 만에 하나를 덥석덥석 삼켰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그리고 고등학생을 재웠다.

나도 쓰러져서 몇 시간이라도 자고 싶었으나, 당장은 똑같이 초췌한 모습인 동기와 대화를 나누는 게 먼저였다.

우리는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 잠시 정신력을 보충하기 위해 잡담도 했다.

“노… 아니, 포도 요원은 언제나 준비성이 좋으시네요. 저는 쓸데없이 마트 구조도나 챙겨와 가지고.”

‘그런데 3층은 너무 넓어서 정보도 너무 대략적이고 드문드문해서 쓸모가 없었다’라며, 고영은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혹시 해서 다른 어둠에서 쓰던 동전 같은 것도 가져왔는데, 이건 여기선 지불할 화폐로 안 쳐주는 것 같고….”

잠깐만.

“구조도가 있습니까?”

“네. 정기탐사팀은 준비물에 포함되어 있어요. …되도록 아직 탐사되지 않은 곳을 조사해 오라는 거죠.”

“혹시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요.”

고영은 씨는 작은 배낭에서 잘 접힌 팜플렛 같은 두꺼운 종이를 꺼냈다.

프린트한 건물 평면도 위에 사람들이 다양한 색의 자필로 이런저런 문구와 그림을 덧댄 것이 보였다.

‘…재난관리국 요원들의 필기다.’

“…….”

나는 그것을 홀린 듯이 보다가, 하나의 지명을 발견했다.

따로 표기해 둔 매장.

이게 쓸만하다고 생각하는 미친 새끼들도 있는 것 같은데 자살행위임. 가지 마라.

“…요원님.”

“아까 말했던 것 말입니다. ‘지불할 화폐.’”

“네? 네.”

“그거, 따로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가리키려다가 일단 참았다. 상대가 거부감을 느끼거나 기겁할 것 같아서였다.

대신 말로 설명했다.

“주신 지도에 표기된 곳 중에 쓸 만한 매장이 보입니다. 힌트가 있네요.”

“…….”

그러나 고영은은 심호흡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죄송하지만 반대예요. 3층은 너무 넓어서 거기로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그리고, 돌아올 때도 이 계단으로 오는 문을 다시 찾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좀 두렵고요.”

고영은 씨의 침착한 얼굴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리고 두려움을 애써 감추는 것 같은 기색도.

“두 분은 영업 재개하면 가세요. 저는… 구조를 기다려 보죠. 지금은 따로 직원이나 위험을 따돌릴 만한 다른 아이템이 없다면….”

그게 말이다.

“이제 있습니다.”

“…!”

“기억나십니까? 예전에 쓰신 적 있는 물건인데.”

나는 인벤토리 문신에서 아주 오랜만에 한 아이템을 꺼냈다.

이제 일행이 3인이 되어, 권장 인원을 딱 맞추게 되면서 쓸 수 있는 물건.

…청동 요원이 없어서 눈치 볼 것도 없는 것.

[쉽고 빠른 양초 제작 키트]

나는 ‘신비한 양초 키트’ 아이템 박스를 들고, 사흘 만에 진심으로 살짝 웃었다.

“양초, 다시 만들어 보죠.”

‘눈먼 자들의 저택’에서 탈출에 톡톡히 기여했던 이 양초 만들기 아이템이, 마침내 재활약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 * *

어두운 계단참.

좁은 공간에 선 세 사람이 바닥을 보고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박스에 동봉되어 있던 검은 종이를 계단참에 펴고, 양초를 만들기 위해 복잡한 문양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권유한다.

“카드를 뽑아봅시다.”

“후우우우.”

“와….”

고영은 씨와 고등학생이 차례대로 카드 뒷면을 보고 무작위로 하나를 뽑았다.

양초의 속성이 될 키워드가 결정된다.

[혼란]

[꿈]

‘나쁘지 않아.’

키워드 순서가 괜찮다. …묘하게 본인들의 상태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제 마지막 카드를 고를 순서였다. 나는 앞면을 다 드러내놓은 카드들을 보았다.

명예, 치유, 명상, 상처, 거짓, 분노, 방해, 보호, 일격, 응시…….

‘지난번에는 거짓을 골랐지.’

명예, 방해, 거짓의 키워드로 전시회 안내 기계들을 속이고 정당히 관람료를 지불한 손님들인 척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나는 망설이지 않고 하나를 골라냈다.

[보호]

연보라빛으로 반짝이는 수정구를 소중히 감싼 양손이 그려진 카드.

나는 완성된 세 장의 카드를 모두 태워서 재를 만들고, 내가 그린 크레용 양초 외곽선 안에 덧칠하듯 바르고는 종이를 접었다.

이전에 한번 해봤던 것과 똑같이.

그리고 얼마간의 기다림 후.

“완성됐습니다.”

“우, 우와.”

종이 안에서 연한 남빛의 양초가 내 손으로 굴러떨어졌다.

물론 나는 이걸 쓸 수 없고, 다리 다쳐서 노스텔지어로 연명 중인 미성년자는 당연히 안 된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 경험자가 있지 않은가.

나는 고영은 씨를 돌아보며 양초를 넘겼다.

“이번에도 부탁드립니다.”

“…예.”

고영은 씨는 완성된 양초를 잡아들었다.

“이번에는, 더 제대로 할게요.”

묘한 뉘앙스를 남기며.

동기의 손안에서 불이 붙은 양초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기도자는 이 촛불을 들어 혼란스러운 존재를 향해, 을 꾸게 하는 권능을 힘입어, 보호된 모습을 드러내야 합니다.

양초를 든 기도자에게 가호가 주어집니다.

안개 속 방문자.

훅.

불빛이 우리를 비춘다.

“아….”

나는 고등학생을 데리고 고영은 씨 뒤에 섰다.

마치 브라운이 조명을 꺼주었을 때가 떠오르나, 그보다 차갑고 가벼운 느낌.

마치 서늘한 안개가 양초 빛을 따라 우리를 감싼 것이 보인 듯하다….

“…….”

우리는 천천히 문을 열고, 3층을 나섰다.

등불을 든 우리의 모습은 분명 어두운 매장에서 눈에 띄어야 했으나, 기묘하게도 안개가 낀 듯 자연스럽게 녹아내렸다.

그리고 마주친 직원.

“힉.”

나는 소리 낸 고등학생의 입을 막았다.

그 직원은 삐꺽이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다.

“하.”

고영은 씨가 숨을 몰아쉰다.

하지만 공포보다는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다행이야.’

이번에도 외계인 상점의 물건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전시회 때보다도 아이템 시간제한은 빡빡하다.

…영업 재개까지 긴 시간을 각오해야 하니까.

“양초가 다 타면 끝이니, 나중에 영업이 재개한 후에 다시 사용하려면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어디로 가면 되는 건가요?”

“여기입니다.”

나는 고영은 씨가 가져온 평면도에서 한 위치를 가리키며 보여주었다.

무심코 보던 고영은 씨가 기겁한다.

“…! 자, 잠깐….”

“괜찮아요. 이동합시다.”

“…….”

이미 촛불을 들었고, 몸 싸움을 하거나 다투며 그것을 꺼트릴 수는 없다.

결국 고영은 씨는 할 말이 많다는 몸짓을 하면서도 이동해 주기 시작했다.

후.

‘감사합니다….’

그러실 만했다.

왜냐하면 내 목적지가….

[살점 팔아 룩키마트]

이 미친 간판이 붙은 이상한 이벤트 매장이었으니까.

“…….”

다른 매장들이 과거의 럭키마트 이벤트 매대들을 흉내 낸 것 같다면, 이런 괴상한 간판이 붙은 것들은 마치 오류로 생겨난 것처럼 이상했다.

여기의 경우,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바닥 위 오로지 그릴만 수십 개가 늘어서 있다.

그리고 정적 속에서 지글지글 무언가를 태우고 있었다….

“힉.”

“조용.”

나는 고등학생이 떨기 시작해서 어깨를 잡아주었다.

애가 유난을 떠는 것은 아니다.

“하.”

이벤트 매장의 바로 앞에 전시된 그릴 위.

새까맣게 탄 고기 부위들이 시범으로 구워지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이족 보행하는 익숙한 형태의 동물을 아무렇게나 놓은 형태였다.

…비품 처리된 실종자들.

‘토할 것 같다.’

하지만 참았다.

그리고 위에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요원의 필기대로.

즉석 바비큐 이벤트!

산 채로 참가하시면 무조건 상품권 증정

상품권.

여기서 상품권 타겠다는 미친 짓을 왜 하냐? 시선을 끌어서 장기 실종자들한테 습격당함. 걔들은 이미 인간이라고 보기 힘들어 구출도 포기해.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일시적으로나마 이 마트 내에서 시선을 부드럽게 피하며 안개로 보호받고 있었다.

나는 고영은 씨의 어깨를 부드럽게 쳤다.

“잠시만 옆으로 이동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빈 그릴 앞에 설 수 있게요.”

“예? …잠깐만요. 이거….”

“괜찮습니다.”

사실 괜찮지 않다.

이 모든 걸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줬으면 한다는, 강력한 충동이 든다….

‘안 들면 그게 인간이겠어?’

하지만 말이다.

내 일행 중 하나는 일주일 넘게 계단에 오염된 채 갇혀 있던 사람에, 다른 하나는 민간인 미성년자다.

일을 떠넘기기 적합한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이건 기회이기도 했다.

‘상품권은 내가 가져야 한다.’

내가 솔선하기까지 해야만, 내가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여기서 얻는 걸로 탈출까지 내 의견을 밀어붙이려면, 해야 해.’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 쇼크사를 막기 위해 해피메이커를 주사했다. 손이 떨렸다.

‘침착, 침착하게.’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중에 슬쩍한 물건 하나를, 손을 떨지 않으려 기를 쓰며 침착하게 잡아들었다.

거대한 부처 나이프.

예리한 날이 빛에 반짝였다.

“그거…!”

“물건은 써도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원상복구 시켜놓으면 구매로 파악하지 못하니 괜찮습니다.”

“그게 아니잖아요, 아니, 요원…!”

나는 도축용 칼을 내 오른팔에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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