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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9화


직원들에게 끌려간 청동 요원.

그 미래는 쉽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바로 유사한 사례를 첫날 봐버렸으니까.

-아악! 아아아아악!

믹서에 산 채로 갈리던 그 ‘비품’을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다.

그런데 설마 지난 사흘간 찾아 헤맨 베테랑 요원이 그런 꼴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니.

청동 요원이 담당하던 고등학생은 지난 상황을 토해내듯이 묘사했다.

“처, 처음에는 좀 안심됐는데….”

첫날, 요원은 구조자를 데리고 이동해 이 매장의 텐트에 둔 후, 주변을 ‘정리’하고 뭔가 조치를 했던 것 같다.

이변은 이튿날이었다.

“원래는… 저기, 그쪽이요.”

“…우리 말이지?”

“네. 그쪽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청동 요원은 내가 아니라 엉뚱한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쟤, 쟤가 나와서…!”

쟤?

사람들이 다 고등학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거기에는 텐트 천밖에 없었다.

“윽!”

그러자 녀석이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나가더니, 옆 텐트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 누워 있는 교복 차림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낸다….

“…?!”

“이수빈!”

내 담당 고등학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 텐트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다급히 말했다.

“저, 저희가 찾아다녔던 걔예요! 이수빈!”

아.

먼저 실종되어서 이 고등학생들이 찾으러 온 친구.

“수, 수빈아?”

고등학생이 연거푸 친구를 불렀다.

그러나 ‘이수빈’은 반응이 없다. 텐트에 누운 채 허공을 보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이미 넋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실종 상태가 길어져서인가.’

여기저기 긁히고 멍투성이기까지 했다.

착잡한 모습이다.

하지만 왜 청동 요원이 며칠이나 보이지 않았는지는 더 알 것 같다.

“…요원님이 어디서 발견하셨지?”

“모, 몰라요. 갑자기 데려와서는 발견했다고. 같은 교복 입고 있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구조해야 하는 미성년자 둘을 데리고 있다면 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지.

아마 이틀간은 둘을 케어하며, 일단 영업 재개를 기다렸을 것이다….

……동시에 내가, 무사히 이 매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그래서, 요원님이 사라지신 게 언제라고?”

“오늘… 새벽쯤?”

“…….”

생각보다 최근이다.

“갑자기 막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아, 아무튼 잡혀갔다고요.”

“크게 다치시거나 하진 않았고. ‘잡혀만’ 갔다는 거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그렇다면….

“X, X발 우리 망한 거 맞죠? 다 죽는 거죠? 어? 능력자 사라진 거잖아요. 그쪽은 신입이죠? 어, 요원이 그랬는데.”

“야, 너 왜 말을 그렇게 해! 미쳤어?”

“…….”

내 담당 고등학생이 기겁하며 와서 자기 친구에게 말하며 나와 고영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말을 꺼냈던 청동 요원 쪽 고등학생이 훌쩍여 코를 삼키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아무튼… 망한 거잖아요.”

“아냐.”

“…!”

고영은 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망하지 않았어. 너희가 안전히 버틸 수 있는 장소도 있고, 도와줄 어른들도 새로 왔는데 오히려 나아진 거잖아.”

“아….”

“망했다고 생각해서 마구 행동하면 오히려 있던 기회도 사라지는 거야. 안전하게 나가려면 최선을 다해서 서로 협조해야 해. 알았지?”

“…….”

고등학생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던 쪽의 얼굴에 부끄러움과 후회가 드러난다.

…고영은 씨는, 백일몽 주식회사보다 재난관리국 쪽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후.”

그렇게 애들을 달래고 잠깐 텐트를 빠져나왔다.

고영은 씨가 짧게 한숨을 쉬다가, 침을 삼키며 나한테 말한다.

“…애들 달래려고만 한 말은 아니고, 저희도 그렇게 믿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그리고 말이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고영은 씨에게 속삭였다.

아까 고등학생의 말을 들었을 때부터 고민하던 것을.

“잡혀가신 제 선임 요원님 말인데…… 아직, 무사하실지도 모릅니다.”

“…!”

그렇다.

비품 처리된 실종자들은 직원의 루틴에 맞아떨어질 경우, 운 나쁘게 바로 ‘사용’될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보통은 사용 순서를 기다리지.’

비품답게 말이다.

직원들은 마트의 근무를 흉내 내고 있기에 규정대로 비품을 보관했다.

그런 물품을 쌓아두는 곳.

마트의 스태프 구역 안쪽 어딘가에 있는….

“비품 창고에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품 창고.

비품 창고에서 탈출하지 못함. 사망 처리.

…주로 이런 문장으로, <어둠탐사기록>에서는 자주 기록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자면 아직 실종자가 탈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살아 있으며 이성과 기력이 있는 상태라는 뜻.

‘드물게 탈출한 사례도 있었고.’

특수한 아이템이나 능력을 가진 경우에는 말이다.

……물론, 이미 비품의 용도에 따른 모습으로 ‘가공’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중요한 건 이거다.

지금 이 일행에게는 비품 창고에 접근할 수 있는 그 ‘특수한 아이템’이 있다는 것.

“…….”

나는 고영은 씨가 들고 있는, 지금은 촛불이 꺼진 그 부드러운 질감의 덩어리를 보았다.

신비한 양초.

만드는 것에는 세 명이 필요하지만 다니는 건 혼자서도 가능하다.

‘양초만 켤 수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대인’만 사용 가능한 저 양초의 촛불을 붙일 수 없었다. 그래서 저 아이템을 홀로 가지고 다니는 게 불가능한 상황.

“…요원님.”

“가죠.”

“…!”

“두 사람이면 머리도 두 배고, 손도… 두 배니까 좀 낫겠죠.”

고영은 씨가 차마 웃지는 못하는 얼굴로 내 팔을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내가 노스텔지어 캔디에 의존해서만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감안해 준 선택 같다.

“감사합니다.”

“제가 할 말이죠. 어차피 요원님 아니었으면 그 계단에서 죽었을 텐데요 뭘.”

짧게 상상한 듯 고영은 씨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쨌든, 가자고요. …요원님 선배 찾으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청동 요원을 찾으러 가겠다.

그 말을 들은 고등학생들의 반응은 격했다.

“잠깐만, 둘 다 가시면 저희 어떡하는데요, 직원 올 수도 있잖아요. 저희끼리 있으면….”

“괜찮아.”

나는 침착하게 고등학생의 어깨를 잡았다.

“…이미 다른 요원분이 조치를 해놓고 가셨거든.”

분명 이 매장은 직원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곳을 골라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장기 실종자가 언제 습격할지 모르니, 그 부분도 챙겨둔 것 같았다.

‘…저건가.’

나는 마치 애들용 공깃돌처럼 보이는 아이템이, 텐트의 고정핀 위를 누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공기누름돌

: 상서로운 공간을 만들어주는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장비.

일정 평수 내의 공간 사방에 저 돌을 두면 삿된 것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아이템 설명이 떠오른다.

오염된 장기 실종자들은 아마 이 매장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갈 것이다.

…요원이 가만히 이 안에 있기만 했어도, 잡혀갈 일은 없었을 거란 점이 입이 썼다.

“다시… 오실 거죠?”

“당연하지. 요원님 찾아서 꼭 올게.”

나는 담당하던 고등학생에게 노스텔지어 캔디를 뱉어두고 편히 쉬고 있다가, 만약의 경우에 입에 넣어서 움직이라고 권고했다.

다행히 이 녀석은 꺼림칙한 표정이면서도 권고를 따라주었다.

화르륵.

고영은 씨는 다시 양초에 불을 붙였고, 나는 촛불이 만들어낸 안개와 동기의 그림자 속으로 숨듯이 뒤로 섰다.

“…초가 삼분의 일쯤 녹았어요.”

“…….”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거의 익숙해지려고 해서 더 섬뜩한 광활한 3층의 매장들로.

‘…요원은 3층에서 잡혀갔다고 했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3층 벽에서 문을 찾아내야 했다.

“정확히 어떤 문이죠?”

“영업 종료 전에 안내방송이 나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동시에… 그 풍선 같은 직원이 쏟아져나왔고요.”

“…네.”

“그때 열렸던 문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찾지 않아도 괜찮았다.

삐끽삐끽삐끽.

“……따라갑시다.”

“…….”

우리는 공허한 눈으로 삐걱이며 이동하는 직원 하나의 뒤를 쫓았다.

3층을 헤집고 다니던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순찰 루틴’을 흉내 내던 것이 끝났는지, 원래 나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관계자 구역]

스탭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통하는 철문.

“…….”

“…….”

끼이이익.

문이 열린다.

여기저기 비슷한 문이 많지만, 모든 문은 마치 개미굴처럼 복도를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서, 비품 창고를 찾아내야 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직원이 연 철문이 닫히기 전에 빠르게 그 안에 함께 들어갔다.

그리고 쏟아지듯이 맞이한 안쪽 직원 공간의 모습….

“흡.”

고영은 씨가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밝은 백열등 아래 수많은 직원이 구깃구깃 세로로 적재되어 있었다.

영업 종료 이후에 나오던 기괴한 직원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쌓여 있다, 뭉개진 채 끼워져 있다,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마치 일상적인 공간인양 밝고 현대적인 그곳에 아무렇지 않게 사람의 몸이 겹겹이 구깃구깃 보관되고 있다….

“…영업 때 근무하던 직원들 같아요. 후윽,”

고영은 씨가 헛구역질을 삼키며 숨을 진정시켰다.

근무 교대까지 흉내 내는 거구나.

영업시간이 되면 대체 저 뭉개진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와서 업무를 수행하는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거부감이 목을 타고 올라왔으나, 발걸음을 옮겼다.

촛불과 노스텔지어 캔디,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포기했을 것이다….

삐끽삐끽.

직원이 다시 움직인다.

“…일단 따라갈까요.”

“예.”

우리의 발소리가 아주 작게 직원 구역을 울렸다. 신경이 곤두선다.

단지 촛불을 믿고,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저기, 제가 들어온 길을 다 외우고 있어요. 일단은… 걱정 마세요.”

“…예.”

두 사람이 외우고 있으니까 혹시 누군가 흐리게 기억해도 보완이 될 것이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앞으로 나섰다.

직원, 직원, 직원이었던 찌꺼기, 반만 직원이 된 것, 기괴한 소음과 인사를 반복하는 것을 볼 때마다 피부의 땀구멍까지 곤두서는 느낌이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야 했다. 창고를 찾아내야 하니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복도와 직원 휴게실, 창고가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듯한 기괴한 연속성의 공간을 지나서 우리는 마침내….

[비품 보관]

그 문패가 붙은 공간 앞에 덕지덕지 선 직원들을 발견했다.

삐끽삐끽삐끽삐끽.

우리가 따라가던 직원도 거기에 합류했다.

“하.”

고영은 씨가 직원 때문에 안이 보이지 않는 철문을 보며 침을 삼킨다.

“…직원이 문을 열 때 같이 들어가면 될…….”

그때였다.

덜컥.

비품 창고의 문이 안에서 열렸다.

“…!”

안에 들어갔던 직원 몇이 ‘비품’들을 옮기며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보았다.

비품 중에 아는 얼굴을.

“저, 저분….”

요원복을 입은 큰 체구의 젊은 남성이 두 직원에 의해 옮겨지고 있었다.

청동 요원이다.

그런데 두 다리가 없다.

“…….”

섬찟한 소름이 손과 발을 타고 지나갔다.

“혹시….”

“예.”

아무래도 청동 요원은 마네킹으로 가공된 듯했다.

출혈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으나, 이미 청동 요원은 눈을 감은 채 의식이 없어 보였다.

“이, 일단 접근할까요.”

“…예.”

우리는 청동 요원을 옮기는 두 직원에게 따라붙어 움직였다.

하지만 따라붙으면서도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가 새하얗게 질릴 지경이었다.

‘망할.’

살아 있는 건… 맞나?

불러볼까? 하지만 아무리 촛불로 보호받는 중이라도, 직원 바로 옆에서 소리를 내도 괜찮은 건가?

끼이이익.

그 와중에 직원 둘은 결국 청동 요원을 직원 구역 밖으로 옮겼다.

이건 오히려 나았다.

나는 고민하다가 약간 과감하게 행동했다.

“…완전히 붙어주실 수 있을까요.”

“…….”

고개를 끄덕인 고영은 씨가 발을 좀 더 빨리해서, 직원들의 바로 옆까지 붙어준다.

그리고 직원이 안개 범위 안으로 가까워지는 타이밍에 딱 맞추어, 나는 청동 요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목 근처를 살짝 두드렸다.

툭툭.

“…!”

놀랍게도 청동 요원이 번뜩 눈을 떴다.

나는 침을 삼켰다.

“…요원님.”

그 순간이었다.

픽.

청동 요원을 들고 있던 직원 중 하나가 바람 빠지듯 허물어진다.

“…!!”

청동 요원의 뒤를 잡고 있던 직원도 연달아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나는 요원의 오른손에 어느새 작고 투명한 피스톨이 잡혀 있는 것을 보았다.

‘유리손포.’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지급품이 제대로된 적임자의 손에서 빛을 발했다.

요원이 다시 손을 돌리는 순간, 피스톨은 손에서 사라졌다.

“감사…니…… 고객님!”

“이으이으으이이안녕하세요….”

바람이 빠지던 직원들은 기묘한 소리와 반복되는 안내 문구를 지껄였다.

그리고 무언가 더 기묘하고 끔찍한 형태가 그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려 했으나, 그보다 청동 요원이 그들을 묶어 결박하는 게 먼저였다.

‘포승줄.’

제압용 지급 아이템.

그는 양손을 순식간에 움직여서 두 직원을 얇은 포승줄 같은 것으로 묶은 다음, 마치 제압하듯이 그 위를 깔고 앉았다.

…직원 둘 정도는, 저렇게 감당할 수 있었다니.

“5분 정도는 이대로 소란 없이 버틸 겁니다.”

묘기 같은 솜씨였다.

…막 다리가 사라진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포도 요원.”

청동 요원은 나를 올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각오한 사람의 눈.

“무사했군요. 버틴 보람이 있습니다.”

“…….”

“그쪽은?”

그의 시선이 고영은 씨에게 닿았다.

“여기 먼저 들어왔던 실종 요원분 중에 한 분이 살아계셨습니다.”

“…….”

고영은 씨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잘하셨습니다.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청동 요원이 유언이라도 남길 듯이, 나를 꽤 따듯한 시선으로 보았다. 속이 울렁거렸다.

“포도 요원.”

그리고 자신의 요원복 안쪽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가지고 가십시오. 탈출용입니다.”

…신발끈 두 줄이었다.

오방색 실로 지어져 복잡한 색감의 신발끈은 기묘하게도 반들거리는 질감이다.

“딱 두 개니, 두 분이 나가시면 되겠군요.”

“……!”

“그걸 신발에 매고 세 걸음 자기 발로 직접 걸어가면, 여기서 즉각 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무심코 청동 요원의 하반신을 보았다.

…다리가 없는.

지금 청동 요원은 걸을 수 없다.

탈출 아이템을 쓸 수 없다.

그에겐…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저는 다른 방법을 알아볼 테니, 당신은 스스로 안위를 지키십시오.”

“…….”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얼른.”

아냐.

노스텔지어 캔디. 그걸 청동 요원에게 줘서 나가게 하자, 그러면….

‘안 돼.’

나는 손이 시허옇게 변하도록 꽉 쥐었다.

‘지금 있는 게 세 알뿐이다.’

지금 한 알을 줘서 바로 탈출하게 만들면… 그럼 남은 두 알로 대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구출해야 하는 고등학생 셋 중에 둘은 정상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차라리 청동 요원이 합류해 주는 편이 전체 생존에 유리하지 않나?

복잡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른 방법 없나? 다른…….

“…….”

아.

그렇지.

“요원님.”

나는 품에서 꺼내는 척하며, 문신 속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새순처럼 빛나는 연두빛 물약이 든 작은 유리병.

: 백일몽 물약 :

재생

C (excellent)

내 동아줄.

나는 마치 고영은 씨에게 안 보이게 가리는 척하며, 물약의 라벨을 청동 요원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드세요. 재생 아이템이에요.”

“…!!”

“잠깐….”

“괜찮아요. 검증된 아이템이에요.”

나는 뭐라 말을 꺼내려던 고영은 씨에게 빠르게 눈짓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건 단순히 청동 요원의 수월한 탈출을 돕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수확으로 돌아올 한 수였다.

내게 필요한 빌드업.

‘이게 정답이야.’

가장 효과적인 답을 찾아낸 쾌감이 순간 등줄기를 지났다.

…결손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누르며.

“…….”

고영은 씨는 어딘가 착잡한 표정으로나마 입을 닫았다.

그러나 청동 요원은 물약을 받아들지 않고,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당신의 ‘출신지’에서 만든 겁니까?”

“……예.”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서 짓는 것처럼 미소했다.

“딱 하나 남았어요. …꺼림칙하실 수도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드셔야 해요.”

“…….”

요원의 얼굴에 이상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솔직히 꺼림칙함인지 울컥함인지 모를 복잡한 기색이었는데, 확실한 건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요원이 손을 뻗으며 끝났다.

탁.

짧은소리와 함께 물약이 청동 요원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요원은 재생 물약을 따서, 입에 꽂듯이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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