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41화
노스텔지어 캔디는 전성기의 상태로 나를 돌려준다.
다시 말하자면, 그것도 나다. 더 총명해지거나 완벽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노스텔지어 캔디가 주는 컨디션만 믿고 방심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알고 있었는데.
“…!”
나는 오른팔, 아니, ‘오른팔이 있던 빈자리’ 위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복용 타이밍을 놓쳤다.
망할.
‘조급했어.’
한 시간 내로 안전 장소가 사라지는 상황에, 갑자기 마트 문을 열 수 있게 만들 방법까지 나오니 정신이 팔렸다.
그 대가는 참혹할 정도의 고통으로 왔다.
지져서 지혈 해둔 절단된 팔.
그 묘사의 한 글자 한 글자가 선뜩한 날 것의 통증으로 난도질한다.
“허억.”
순간 다리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무심코 오른팔로 짚으려다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삐끗하며 왼손으로 엇박자로나마 지탱한다.
하지만 괜찮다.
“요원…!”
“잠…시만,”
청동 요원이 나를 뒤로 들어서 부축했다. 나는 격통에 허덕였다.
고영은 씨가 다급히 달려온다. 내 의식을 확인하며 내게 재촉한다. 뭐라고?
“그거! 그 사탕 어디 있어요!”
아.
“얼른!”
나는 남은 팔로 재킷 주머니를 뒤지려 했다. 고영은 씨가 한발 먼저 빠르게 주머니를 털어서 사탕을 꺼내 포장을 벗겼다.
‘저걸 먹으면 된다.’
분명… 맞는데.
“…….”
“포도 요원?!”
엔도르핀 때문인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스텔지어 캔디, 겨우 2알 남았잖아.
앞으로 또 무슨 괴담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데.
‘…꼭 먹어야 하나?’
해피메이커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팔은 지혈도 이미 된 상태다.
그리고 애초에 내 계획은, 팔 하나가 없어도 영업만 재개되면 문제없이 탈출할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근데 이미 영업은 재개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아이템의 범용성을 생각하자면.’
그렇다면, 여기서 낭비하는 것보다는….
“…….”
나는 사탕을 받아 들어서, 도로 포장지에 넣었다.
“뭐, 뭐 하는….”
그리고 주머니에 힘겹게 다시 손을 넣어서, 포장지에 넣은 사탕을 집어넣고 막대 모양의 아이템을 꺼냈다.
해피메이커.
이쪽을 쓴다.
‘그래.’
나는 당장 꽂으려다가, 내가 맨살을 볼 수 있도록 소매를 걷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걷을 팔이 없으니까.
“…요원님, 죄송하지만 이거…… 주사 부탁드립니다.”
“…….”
“진통제입니다.”
하지만 굳은 눈을 보니, 아무래도 이 아이템의 위험한 출신지를 아는 것 같다. …망상 홈쇼핑 말이다.
이럴 때는….
“제발요. 좀….”
“…!”
다행히 청동 요원은 이걸로 입씨름하는 대신 심호흡하며 내 남은 팔 한쪽을 걷더니, 해피메이커를 주사해 주었다.
픽.
작은 소리와 함께 약물은 순식간에 혈관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아.’
통증이 가시고, 머릿속에 안정감이 찾아든다.
평온함.
불안과 패닉이 깨지고 부서지며 먼지입자가 되어 날아가고, 가슴에 아무것도 안 남은 느낌.
‘하.’
나는 비틀거리지 않고, 정상적인 걸음으로 몸을 일으켰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왜…….”
“당장 거동이 불편해지는 건 아니니까, 일단 버텨 보려고 합니다.”
“…….”
아이템이 아깝다.
고영은 씨는 내 눈에서 그 말을 읽어낸 것 같았다.
“후.”
백일몽 주식회사에서 같이 굴렀던 동기는 복잡미묘한 얼굴로 그렇게 내 상황을 외면해 주었다.
…어느 정도 공감했을 테니까.
그러나 한 사람은 달랐다.
“…그 상태로 다니고 있었던 겁니까?”
“…….”
청동 요원은 거의 멍한 표정으로 내 부상 상태를 보다가, 퍼뜩 깨달은 듯이 나를 보았다.
“그 약.”
역시.
본인에게 건넸던 재생 물약의 원래 용도를 깨달은 것이다.
“…….”
“당신 미쳤습니까?!”
“안 미쳤습니다.”
해피메이커 덕에 머리가 차분해졌다.
나는 숨을 진정시키며 상대에게 거의 미소 비슷한 것까지 지어 보였다.
상대가 납득할 설명을 곁들여서.
“들어보세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뭐라고?”
“전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목숨에 지장이 없는데, 요원님은 죽는 상황이었으니까.”
“…….”
“그리고 요원님 같은 베테랑이 저희 일행으로 합류해 주시지 않았다면, 구조를 요청한 시민도 위험해졌을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
애초에 나는 청동 요원이 보호하던 두 고등학생을 구출할 인원으로 카운트하지 않았다.
원래 내 계획은 계단참에서 버틸 수 있는 3인의 인원을 전제하에 만들어졌으니까.
나, 고영은 씨, 내 담당 고등학생.
이렇게 3인.
‘…청동 요원을 포기하면서 말이지.’
그런데 청동 요원이 남긴 사인을 찾으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청동 요원 대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 명, 이미 넋이 나간 한 명으로 고등학생 둘이 합류해 버렸지.
‘…어려웠다.’
차라리 그냥 어른들이었으면 모른 척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 15세, 16세 애들이라서 손절이라는 개념을 들이대기가 어려웠다…. 현대인의 감수성으로는.
결국, 최선의 답은 눈앞에 있었다.
청동 요원은 구하는 것.
‘그리고 노스텔지어 캔디를 무한정 퍼부을 수는 없으니 재생 물약이 맞지.’
종합적으로, 내 개인적인 큰 그림을 제외해도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구조 요원으로서 이성적으로 판단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제 판단은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청동 요원의 표정이 흐려졌다.
힘겹게 입을 연다.
“……대체 왜,”
그 순간.
쨍그랑.
“…!”
세 요원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아, 아씨.”
누군가 텐트 뒤에 숨어 있다가 허둥지둥 우리의 눈치를 보았다. 실수로 떨어트린 캠핑용 컵을 주워 황급히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말이다.
…청동 요원이 챙겼던 고등학생이다.
‘아이고.’
나는 일단, 없어진 팔 부근을 재킷으로 제대로 가렸다.
“…일단 마트에서 나가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
청동 요원이 입을 달싹이다가, 어딘가 후회하는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히 캠핑 매장의 끝으로 간다.
고영은 씨는 나와 청동 요원을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쉬며 청동 요원 쪽을 따라갔다.
“…….”
그때, 여기저기 눈치를 보던 고등학생이 주춤거리며 슬그머니 내게 다가왔다.
“저기, 죄송합니다….”
“……엿들으려고 한 게 아닌 거 알아. 괜찮아.”
“아뇨, 그….”
고등학생이 머뭇거리다가 제대로 말했다.
“그, 제가 막 한 거요.”
“…….”
“막… 그랬던 거.”
방금 엿들은 우리 대화에서, 요원들도 목숨 걸고 자기들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톡톡히 실감한 모양이었다.
자기가 실수하거나 신경질적으로 굴었던 것들을 반추할 만큼.
“…….”
‘후우.’
극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구는 건 어른도 자주 그러는데, 미성년자에게 뭘 기대하겠냐.
사과한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이긴 했다.
그 사과가 절반 정도는 ‘저러다 짜증 나서 나 버리고 탈출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그래. 사과 잘 받을게.”
“…….”
“나갈 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자.”
“저기,”
고등학생이 한 번 더 불쑥 말을 꺼냈다.
“이번에 나갈 때는 제대로 훔칠게요. 그… 물건이요.”
아.
“괜찮아.”
나는 남은 팔로 고등학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훔칠 필요가 없거든.”
“…?”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거니까.
고등학생은 잠시 의아해하는 듯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자기 친구에게로 돌아갔다.
그렇게 내 주변은 잠시 고요해졌다.
“…….”
좀 어색했다.
…이럴 때 내 입장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친구가 있던 시절에 너무 익숙해졌나.
어쨌든.
“후우.”
이제 정말로, 막판 작업만 남았다.
그리고 이건 된다.
‘…인원이 좀 많아도 탈출 아이템이 두 종류니까.’
할 수 있다.
나는 재킷 안쪽을 더듬어, 가장 안전히 철저히 보관 중이던 물건을 챙겨 들었다.
하얀 봉투 두 장.
‘상품권.’
그리고 자리에 조용히 앉아, 내 기존 계획의 보강 버전을 한 번 더 점검했다.
모두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잠시 후.
“사탕 다 입에 있지?”
“네! 저희 둘 다 있어요.”
“좋아.”
나는 서로를 챙기는 고등학생들을 확인하고, 요원들을 돌아보았다.
캠핑 매장을 깔끔히 복구시켜 놓은 두 사람은 굳은 얼굴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모든 브리핑은 끝났다.
이제….
‘나갈 시간이다.’
우리 여섯은 3층에서 벗어나, 침착하게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철 지난 유행가, 웃음소리, 사람들이 카트를 끌고 다니는 소리.
“하하!”
“아니, 너무 비싸다. 도로 놓고 와.”
주변에서 왁자지껄한 쇼핑객들의 말소리도 들렸다. 고작 사나흘만인데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물론 우리를 보지도, 듣지도, 인지하지도 못하는 과거의 망령들이기에 어딘가 스산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긴장감도.
“…….”
“…….”
“저기요.”
고등학생 중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기 뒤에….”
“쉿.”
주의 시키고 조용히 앞으로 보낸다.
고등학생이 본 것을 이미 봤으니까.
우리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끝에 누군가 서서 우리를 멍하니 보고 있다.
핏발 선 눈, 더러운 옷,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입.
한때는 멀쩡했을, 마치 밤에 잠깐 마트에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옷차림을 몇 달째 입고 있는 이상한 사람.
장기 실종자.
나는 고등학생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웃지 말고, 불안해하지도 마.”
웃으면 나갈 수 있는 줄 알고 따라오고, 불안해하면 만만해 보여서 따라온다.
‘……어차피 구할 수 없다.’
상황상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며 희망 고문이든 공포든 느낄 필요 없었다.
고등학생이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내 뒤에 붙었다.
“…….”
우리를 보던 장기 실종자 하나가 산발한 머리와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며 자신도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간다.
나가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시선이 느껴진다.
정육 코너 뒤에, 이벤트 매대 뒤에, 직원 옆에서 중얼거리고, 울고, 웃고, 멍하니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려고 한다.
‘…1층에 버글거리겠지.’
그러다가 결국 직원에게 걸리면 ‘비품’이 되면서 사라지는 것이다.
저녁나절쯤이면 아래층들은 그렇게 ‘청소’될 것이고, 새로운 희생자는 마치 자기만 이 과거의 마트에 들어온 것처럼 저층부를 다니게 된다….
“…….”
스산함이 진통제로 진정된 내 등 뒤로도 타고 내려갔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속 전진한다. 그리고 우리도 우리가 들어왔던 그곳에 돌아갔다.
1층.
계산대 앞.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담당해 왔던 고등학생을 데리고….
출입문 대신 직접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각자 앞에 놓인 과자와 음료수 캔을 하나씩 잡았다.
옆에서 고등학생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진정하려 노력한다.
평일 낮, 아직 한산한 마트에서 대기 없이 순조롭게 계산대 캐셔 앞까지 도착한다….
“…….”
나는 상품권을 꺼내 앞에 내밀며, 아주 살짝 계산대를 톡톡 두드렸다.
“저기요.”
“어?”
캐셔가 번뜩 고개를 돌리며 나를 마주 본다.
그렇다.
나를 ‘인지한다’.
“아, 손님이시구나!”
“……!”
이게 바로 상품권의 위력이었다.
마트의 정당한 손님으로 인식되는 것.
-상품권을 쓰면 그냥 걸어나갈 수 있습니다.
-…!
마트를 속일 필요가 없어진다.
“계산 부탁드립니다.”
“아, 네!”
띠딕, 띡.
캐셔가 경쾌하게 내가 산 물건을 찍고, 상품권을 받아든다….
“저기, 상품권은 백원 단위로는 못 거슬러 드리는데, 돈으로 육백 원 주시면 천 원 단위 맞출 수 있거든요.”
“…괜찮습니다. 그냥 주시면 됩니다.”
“정말요? 알겠습니다~”
캐셔가 나에게 상품권 만 원 4장, 천 원 8장을 거슬러 준다.
나는 고등학생에게 바로 상품권 천원 몇 장을 넘겼고, 고등학생은 내가 했던 과정을 반복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아, 잠깐, 이것도요!”
캐셔가 의문을 느끼지 못하게, 우리 둘의 물건은 같이 계산했더라도 거스름돈이 더 많지 않도록 맞췄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룩키마트에 또 오세요!”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