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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49화


지난번에도 몇몇 뼈저리게 체감했지만, 재난관리국에서 다루는 괴담들은 대부분 사망자가 나온다.

인명 피해가 발생해야지 초자연 재난으로 등록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관리국 요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인명 피해와 한 발짝 떨어진 업무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아니, 알긴 하는데.

“새벽, 에… 귀신을 옆좌석에 태우고 운전이요.”

“예.”

“…….”

실화냐.

“걱정 마십시오. 운전자가 사망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

“기껏해야 가벼운 심장마비나 기절 정도입니다. 큰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지 않을 겁니다.”

필요한데요.

나는 하마터면 배신감과 충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청동 요원을 쳐다볼 뻔했으나, 간신히 참았다.

‘잠깐만.’

…여기서 내가 대놓고 무섭다고 하면 퇴사하라고 할 것 같지?

이미 한 번 징징대서 출동구조반을 빠져나왔는데 연타로 들어가면 가뜩이나 사이 어색해진 청동 요원이 내게 속 시원히 다른 직종 알아보라고 권유할지도 몰랐다.

‘안 돼!’

최악의 스파이 루트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저, 하지만 저는…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라서.”

“…….”

고개를 푹 숙이고, 약간 불쌍한 척을 하면서 내 빈 오른팔 부근을 힐끗 보았다.

그래.

‘한 손으로 운전하라는 미친 짓을 시키진 않겠지…!’

애초부터 하나로 연마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갑자기 한 팔이 사라진 사람이 대체 귀신과 어떻게 드라이브를 하냐! 그것도 새벽 2시에!

이걸로 자연스럽게 다른 업무를….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

“예?”

청동 요원이 며칠 만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나를 보았다.

“당신의 팔을 조치할 순서가 돌아왔습니다.”

아.

* * *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난관리국이 바보도 아니고 팔 하나 없는 녀석에게 운전을 다짜고짜 맡기진 않겠지.

이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내 없어진 오른팔에 다른 조치를 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다.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일단 울고 싶긴 했다.

어쨌든, 나는 덕분에 지금 청동 요원과 함께 초자연 재난관리국 본부 시설에 드디어 입장하게 되었다.

‘이걸 진짜 해보게 되다니.’

“이쪽입니다.”

“네…!”

나는 청동 요원을 따라,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을 바쁜 시청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돌아 나와 시청과 서울 도서관 틈 사이를 걷게 되었다.

뒷길이라 두 건물의 그림자로 어둑했다.

그렇게 서울 도서관의 뒤편, 그늘진 길을 걸어 무인 도서반납시스템 부스까지 지나면….

‘여기.’

시청과 도서관 건물을 잇는, 유리로 마감된 연결 통로가 머리 위에 드리운다.

그 다리 아래로 들어오면….

반짝.

차고 있던 철뱃지가 반짝이며, 도서관 창문 아래 좁은 화단을 비춘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문이 드러나는 것이다.

“…!!”

화단이 어느새 넓고 깊어지며 숨겨진 공간이 드러나고, 깔끔하고 불투명한 유리문과 명패가 나온다.

[초자연 재난관리국]

“들어오십시오.”

그리하여 수많은 행인이 무심히 지나치는 서울특별시청과 서울 도서관의 사잇길, 우리는 감춰진 문을 통해 초자연 재난관리국 본부로 입장했다.

참고로 자동문이었다.

‘와.’

그리고 본부 안은… 놀랍게도, 평범한 공공기관 같았다.

적당히 낡고 감가상각된 인테리어의 건물 속에 정장 입은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들이 다니며 업무를 보는 공간.

나누는 대화가 심상치 않았지만 말이다.

“몇 명 죽었대?”

“열다섯 명.”

“아니 도봉구에 요새 무슨 마가 꼈나? 그 미친 공중전화부스가 계속….”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 뒤로 이상한 불빛이나 그림자가 따라붙기도 하는 게, 이 기묘한 괴담 세계관의 공기관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재난관리국의 시설은 주로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상은 감추기가 더 까다롭다더군요.”

“그렇군요….”

나는 청동 요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적당히 낡고 현대적인 엘리베이터는 친숙했으나, 층수를 입력하는 것이 버튼이 아니라 자판 입력식이었다.

‘아마 지하 몇 층까지 있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다던가….’

[07]

청동 요원은 빠르게 입력을 완료했다.

“지하 7층에 장비관리반이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왔던 지하 1층과 정확히 똑같은 구조의 지하 7층에서 내려, 바로 복도 앞에 위치한 문을 두드렸다.

[초자연장비 등록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홀로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던 중년의 공무원이 고개를 들어 아는 척하는 것이다.

“청동 요원님! 안 그래도 그 팀 어르신이… 오, 이분이 그 신입 요원이신가!”

“…예. 맞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 포도 요원이라고 합니다…….”

“아하하, 그래요. 잘 부탁드립니다! 전 장비관리반 오정혜 주무관이고, 행정직이라 현장 요원은 아니라서 별칭은 없네.”

그리고 중년의 주무관은 웃으며 나와 청동 요원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고목으로 만들어진, 깊은 색상의 진열장처럼 보이는 문을 열자… 선반이 안으로 주욱 깊어지며 창고가 된다.

“…!”

“자, 여기서 오늘 포도 요원님이 지급받으실 건….”

점점 공무원의 목소리가 멀어지고, 눈앞의 창고가 어두워지며….

“이거구나!”

반짝.

유리에 달빛이 부딪히듯 무언가가 반짝였다.

나는 가장 가까운 선반에 놓인 물건을 보았다.

낡고 금이 간 유리 재질의 초롱.

그러나 어찌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섬세한 유리공예 사이로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반짝이는 연푸른색 불꽃이 나를 보자 팍팍 튄다.

“오늘 온 도깨비불인데, 아주 쌩쌩해요! 당신을 도와주겠다고 아주 신이 났다고요.”

맙소사.

정말로 가장 멋지고 기대되는 방법이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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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초자연재난관리국

/ 아이템

도깨비불 초롱

신령한 기운으로 100일간 치성한 유리 초롱 속에 깃든 도깨비불.

보통 장난기 많고 선량한 도깨비의 불그림자가 깃들어 자신의 열을 식히고 수행하는 듯하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패용 가능한 물건이 되어서 동행하며, 때로는 신체를 대체하기도 한다.

궁합이 맞는 사용자가 들 시 도깨비 장난 몇 가지를 사용할 수 있다.

아이템 사용 조건 : 초자연재난관리국 소속 공무원 중 그 필요를 허가받은 자.

———————=

“한번 받아보시겠어요?”

나는 떨리는 왼손으로 유리초롱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유리초롱이 무너진다.

“……!”

무너진 투명한 초롱은 마치 얼음조각처럼 내 오른팔이 청명한 소리와 함께 재조립되었다.

그리고 도깨비불이 감싸자 그다음 순간….

“잘됐네요!”

멀쩡한 팔로 변했다.

나는 팔을 흔들었다.

…잘 움직였다.

통증 하나 없이.

‘와.’

진짜로, 괴담이라 분류될 현상 중에서도 가장 훈훈하고 기분 좋은 쪽이었다.

‘이건 설화나 민담에 가까운 것 같은걸.’

나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면서도 묘하게 차갑고 부드러운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그러자 내 오른손이 마음대로 엄지 손을 치켜들었다가 내렸다.

“…?!”

“아, 장난기가 좀 있어서 그래요. 근데 그게 오히려 일하시면서 도움될 겁니다. 하하!”

“…예.”

괴담 세계관에 찌들면 공무원도 저렇게 되는구나….

그렇게 나는 영험한 도깨비불로 오른팔의 공백을 채우게 되었다.

물론 영구적으로 주는 건 아니었다.

“요원님 사주 넣어서 따로 치성한 건 아니라서 사흘 쓰면 도로 초롱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럼 와서 충전하시면 돼요.”

그래, 신입에게 다짜고짜 맞춤형 정식 도깨비불 호롱을 줄 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받은 건 진짜 도깨비 장난을 쓸 수 있는 정식 도깨비불 초롱이 아니라, 일종의 공용 비품 같은 건가 보다.

‘그랬으면 어둠탐사기록에서 재난관리국이 밸런스 붕괴 수준으로 강했겠지.’

“그렇게 맞춤형으로 만들잖아요? 이렇게 약식으로 못 받아가고 요원이 도깨비 시련도 받아야 하고… 어휴, 강력하긴 한데 힘든 일이죠.”

애초에 그건 재난관리국의 팀 내 에이스나 팀장쯤 달아야 받을 수 있는 대우기도 했다.

‘재생물약 쓸 수 있는 변명을 중간에 만드는 편이 편리하긴 하겠어.’

어쨌든, 나는 반출 서류를 쓰는 것까지 도와준 공무원 상사 두 사람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에이, 뭘 그럽니까.”

그리고 장비관리반의 주무관은 내게 안경 너머로 눈을 찡긋거리며 귀띔해 주기도 했다.

“청동 요원님이 이렇게까지 챙겨주려고 하는 신입은 그쪽이 처음이네요.”

“…!”

“맨날 과로하시면서도 티 안 내고, 존경심도 들지만 안쓰러울 때도 있는 요원님인데… 신입 요원분이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좋네.”

“아, 감사…합니다.”

“뭘요.”

잘… 지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같이 다녀보니 생각보다 훨씬 정중하고 잘 챙겨주려고 해주시는 것 같긴 했다.

내가 입원한 기간 동안 심적으로 정리를 했나?

‘일단 목숨 빚은 졌으니까 불편하더라도 잘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을지도.’

어쨌든 그건 참 감사한 일이었다.

청동 요원은 복귀하는 동안 이런 말을 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나중에는 당신의 맞춤형 도깨비불도 찾으러 옵시다.

-……감사합니다.

좀 신기하고 궁금하긴 했다.

대체 어떤 형태일까.

‘나도 도깨비 장난을 쓸 수 있으면 괴담 탈출 난이도가 한결 쉬워지려나.’

물론 그 전에 스파이 업무가 끝날 확률도 높고 되도록 그편이 내 신상에 좋았으나 상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비록 내 팔이 아닌 게 오른쪽에 달려 있다는 점이 간혹 대단히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리고 내가 지금 귀신에게 콜택시를 해주기 위해 새벽까지 대기하고 있지만.

‘살려줘.’

나는 침음을 참으며 대기 시간을 버텼다.

두 팔이 생겨서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운전하게 생겼다.

‘크흐윽.’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순식간에 흘렀고… 결국 때가 되었다.

새벽 2시.

* * *

어두운 고속터미널역.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대중교통이 다 끊기며 인파도 끊기고 적막이 찾아왔다.

다만 야간 할증과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시간을 노리고 찾아온, 나와 같은 택시 두세 대만 나란히 도로변에 서 있다.

“…….”

나는 핸들을 꾹 잡았다.

오전 12시 45분경, 고속터미널역 인근 화장실에서 귀신이 보이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구조 요청을 보낸 시민 3명을 무사히 현실로 구출했습니다.

이제 귀신을 무사히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으면 초자연 현상이 종료될 겁니다.

그리고 내가 바로 ‘귀신을 무사히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청동 요원은, 도착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지.’

후.

나는 적막한 차량에서 홀로 심호흡했다.

제물을 이미 놓친 귀신은 운전자에게도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못하지만, 탑승한 차량에서는 기묘한 이상현상들이 일어납니다.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도록 주의합시다.

우선 요원님에게 배급되는 차량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서 내게 배정된 것이, 번호판에 숫자 ‘8’이 두 개 이상 포함된 이 4인승 택시 차량이었다.

지금 내가 운전석에 앉아서 초조함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차 말이다.

귀신은 택시정류장에서 번호판을 확인한 뒤, 요원님의 차량에 탑승할 겁니다.

이윽고.

어두운 바깥에서 차량 앞 유리로 기웃대는 긴 머리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건… 고개를 푹 숙이고 번호판을 보고 있다.

“…!”

나는 핸들을 쥔 손을 떨지 않고, 침착하고 태연한 척하기 위해 애를 썼다.

운전자가 동요할 시, 귀신은 택시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초자연 재난이 끝나지 않습니다. 주의합시다.

긴 머리를 늘어트린 인영이 비틀거리며 이상하게 움직여 조수석 근처로 왔다.

그리고 문을 두드린다.

톡, 톡.

나는 차량의 문 잠금을 풀었다.

긴 머리로 얼굴을 거의 가린, 날씨에 맞지 않는 색 바랜 여름옷을 입은 사람이 탔다.

차에 들어오며 중얼거렸다.

“사지육 공동묘지로 가주세요….”

툭.

조수석 문이 닫힌다.

“알겠습니다.”

“이 차 번호가 좋네요. 번호가… 좋아요팔팔팔팔팔팔팔팔좋아팔팔팔팔”

졸도할 뻔했다.

“그러시군요.”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내비게이션을 찍었다.

사지육, 공동… 묘지.

-검색되었습니다.

본래라면 검색되지 않았을 기묘한 이름의 장소가, 놀랍게도 검색되어 내비게이션이 경로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목적지까지 도착 예정 시간은 4시 4분입니다.

“…….”

두 시간.

나는 간신히 페달을 밟았다.

자동차가 출발해, 고속터미널역을 떠난다….

우우우우….

엔진 소리만 남은 차.

이제 두 시간 동안 귀신과 함께 이 좁은 공간에 앉아 있어야 했다.

사고 내지 않고 운전하면서.

“…….”

“…….”

이상한 한기가 차 안을 감돌았다.

대시보드 위에 올려둔, 방향제용 석고가 흔들리며 꽃이 아닌 냄새가 난다.

향이 타는 냄새.

숨 막히는 침묵.

-200m 앞에서 좌회전하세요.

핸들을 잡은 손이 움찔거릴 뻔했다.

내비게이션의 감정 없는 목소리마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

나는 최선을 다해서 동요하지 않으려 애썼, 그러니까, 옆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보지 않으니까 더 무서운 것 같다. 핸들을 잡은 손에 땀이 차고, 전방의 어두운 도로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안 보니까 상상과 숨 막힘으로 더 힘들다.

‘잠깐, 잠깐만.’

“…….”

나는 흘낏, 조수석을 보았다. 거기에 얌전히 앉아 있는 긴 머리의 여자….

목이 돌아가 있었다.

“저숨막혀요.”

나는 핸들을 보았다.

“뒤에 누가 쫓 아 오 는 것같은데!”

전방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식은땀이 축축하게 뒷목으로 흐르며 아까 본 이미지를 자꾸 떠올리게 한다, 완전히, 머리가 뒤틀려서 얼굴이 목받침대에 눌리고 검은 머리카락에 덮인 뒤통수만 보이던….

“저기요! 기사님저기뒤에뭐가쫓아온다니까요?뒤보세요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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