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54화
회춘.
인류의 꿈이지만 지금까지 과학으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해, 현실에서 실제로 어려지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괴담 월드에서 나는 경험해 보고 있다… 바로 그 회춘을!
…비록 신장이 반토막 났지만 말이다.
“에취.”
“어어 조심해, 애들은 추위를 많이 타잖아.”
나는 담요를 덮으며 신난 표정을 짓는 최 요원을 보고 잠깐 침묵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였다.
‘현실감이 사라진다.’
내가 만 8세라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간 내 상태는 매우 기묘했다.
옛날 만화영화에서 어려지자마자 적응하던 주인공들은 다 거짓말이다. 어린이의 감각은 몇 배나 선명하고 체력은 기묘하게도 펄펄 넘쳤다.
리치도 짧아져서 어색하게 뒤뚱거릴 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도깨비장난이라서 그렇습니다.”
청동 요원이 깔끔하게 설명해 줬다.
물론 <어둠탐사기록> 고인물 기준으로 그렇다는 거고, 신입에게는 전혀 깔끔하지 않았다.
그래서 합당한 반응을 했다.
“도, 도깨비장난이라니요…?”
“현실을 속이는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재난은 아니고, 악한 용도로는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장난’이니까요.”
음. 좋은 설명이었다.
나는 내 팔에 깃든 도깨비불을 힐끗 보며, 이번엔 내가 아는 <어둠탐사기록>의 설명을 떠올렸다.
도깨비장난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몇몇 요원들이 사용하는 신비한 능력.
어떤 요원이 도깨비와 관련된 영험한 물건을 전용으로 맞추어 배급받을 때 간혹 발현된다.
둔갑하기, 물건 감추기, 헛것 보여주기, 허공에서 불놀이하기 등 기존 도깨비 전승에서 비롯된 다양한 능력 중 일부가 요원과의 궁합에 따라 깃든다고 한다.
“아마 짐작하셨겠지만, 재난관리국은 도깨비와 꽤 깊게 연관해 있습니다. 그러니 현무 1팀의 팀장님께서도 ‘도깨비장난’을 사용하실 수 있다고, 일단은 생각하시면 됩니다.”
더 깊은 백스토리가 있으며 제가 좀 더 짬이 차면 들려주시겠다고 대놓고 말씀해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헉, 재관아 너 너무 말해줬는데? 어떡하냐, 후배님. 이거 기억 소거 당할지도 모르는데!”
“…….”
“힝. 벌써 안 속네.”
청동 요원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어린 애가 세상 다 산 표정으로 그러고 있으니 굉장히 묘했다…….
“최 요원님이… 업무와 직접적 관련 없는 말을 할 때는 반응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야! 너무 한다. 그래, 업무와 관련된 말 하면 되잖아!”
어린이 최 요원의 투덜거림은 조금 덜 열받았다.
“아무튼, 그래서 도깨비장난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 속임수라는 거지~ 우리가 진짜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된 게 아니니까 그 점은 명심하고.”
“네.”
무슨 말인지 알겠….
“하지만 감각은 몸을 속이고, 몸은 정신을 속이는 거야.”
최 요원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내밀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성인의 표정을 하니 어딘가 기묘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든다.
“이 모습을 하고 있는 동안 이상하게 감정이 주체가 안 되고, 체력은 펄펄 넘치고, 힘은 약해질 거야.”
어린이니까.
“그래서 2인 1조인 거지. 옆에 어린 애가 된 동료가 있으면 정신 차리고 챙기려고 해서 어른의 자아가 좀 발현돼 주더라고~”
“…….”
과연.
“장난은 어디까지나 장난이니까, 삼켜지진 않도록 주의하도록!”
“예…! 명심하겠습니다.”
“어이구, 우리 신입은 대답도 잘해요.”
그때쯤, 우리를 옮겨주던 재난관리국의 차량이 멈췄다.
아, 신체 조건의 문제로 자전거를 타기 어려워서 이번에는 봉고차가 우리를 싣고 옮겨줬다.
목적지가 제법 멀기도 했고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탁.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쏴아아아아…
바닷가.
쌀쌀한 초봄, 햇살이 비치지 않는 바닷가에는 어딘가 스산하고 장엄한 기색이 있었다.
저기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괴담이 있다고 한다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만한….
“거기 아니고 이쪽.”
“…?!”
최 요원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건… 낡은 초대형 횟집이었다.
‘맙소사.’
거대한 간판에서 꼬리치는 방어 네온사인이 번뜩인다. 아주 전위적이다.
그러나 유리문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금일 휴업합니다]
하지만 어린이 셋은 횟집 문 앞으로 다가가,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지금부터 용궁으로 갈 거야.”
* * *
진입 장소.
수산센터, 횟집 등 바다생물을 다루는 대형 식당의 부속 어린이용 놀이방.
이때 놀이방의 바닥 면적은 49㎡을 초과해야 하며, 빨간색 원통형 미끄럼틀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벽면에서는 반드시 바닷속 왕국에 관련된 그림이 관측되어야 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놀이방들의 벽화를 바꾸자 왜곡된 유사한 바다 그림들이 불규칙하게 목격되기 시작함. 진입의 완전한 차단은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
“확인했습니다.”
“굿.”
청동 요원이 전보다 짧은 팔로 장난감을 걷어내고 그곳에 인쇄된 포스터형 벽지를 드러낸다.
인어공주와 웃는 물고기, 그리고 그 뒤의 산호와 조개, 소라 모양의 아기자기한 성.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빨간색 슬라이드 놀이기구 같은 미끄럼틀과 볼풀.
“와, 그립다. 이런 데는 진짜 안 없어지는구나. 수요가 꾸준해서 그런가?”
“잡담 그만하고 준비합시다.”
“넴.”
이 말싸움도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들으니 비교적 정겨운 느낌으로 더 전해져 온다.
“후배님, 설명서 다 읽었지?”
“…네.”
“좋아. 해보자.”
나는 어린아이들을 따라서 붉은 미끄럼틀 출구에 섰다.
진입 방법.
눈을 감은 채 미끄럼틀을 바닥에서부터 거꾸로 기어 올라간다.
이때 벽지에 묘사된 바닷속 왕국에 들어가고 싶다는 강한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관련된 물품(조개껍데기 등)을 소지하고 있다면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리고 주문을 외운다.
“반짝반짝 용궁님, 용궁에 이사 왔습니다.”
눈을 감은 채, 매끄럽고 차가운 미끄럼틀의 검은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해당 주문은 진입조건을 만족하는 놀이방의 벽면이나 바닥에서 낙서의 형태로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놀이방에 비치된 만화책 등의 부록 페이지에 ‘반짝반짝 용궁으로 가는 법’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림으로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반짝반짝 용궁님, 용궁에 이사 왔습니다.”
계속 위로 올라간다.
앞과 뒤에서 맑고 높은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내 주문을 따라 한다.
이상한 느낌.
어둡다.
계속 주문을 외운다.
“반짝반짝 용궁님, 용궁에 이사 왔습니다….”
미끄럼틀이 끝나지 않는다.
대신 점점 기묘하게도 오르막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고, 결국 매달리듯이 미끄럼틀을 올라가게 된다.
아이들이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참는다.
경사가 더 아슬아슬하게 높아지기 시작한다면, 진입 의식이 성공한 것이다.
이때 버티지 못하고 뒤로 미끄러질 시의 결과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거의 절벽에 매달리는 것 같은 상태가 되는 순간.
“반짝반짝 용궁님…!!”
앞으로 훅 떨어진다.
“악!”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듯이, 저 위까지 올라간 롤러코스터가 낙하하듯이.
어린 몸이 구르듯 내려간다.
“힉!”
결국 어린이의 몸이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눈을 뜨는 순간.
환상적인 풍경이 보였다.
“…!!”
꿈에서나 볼 도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푸른 하늘이 가득 펼쳐진 그곳은 허공에서 오로라 같은 빛이 물결친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푸른 바다다.
눈부시게 물결치는 바다 아래, 황금으로 만든 파이프와 상아로 지은 벽돌집이 늘어서서 동화 속 그림 같이 우아하고 눈부신 길거리를 만들었다.
반짝이는 산호초, 알록달록한 현수막과 장식. 황금 스피커와 섬세한 꽃과 파도무늬 금속 장식이 가로등마다 반짝였다.
그리고 저 위, 진주와 황금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오색빛 푸른 궁전까지.
“아…!”
어느새 내 몸은 추락하고 있지 않다.
붕 떠서, 마치 꿈속에서 구름 위를 유영하듯이 부드럽게 아래로 다가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황금빛 마을을 향하여.
둥실.
나와 함께 온 두 어린이가 내 양옆에서 함께 내려간다.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의 중앙, 하얀 분수대 앞 현수막이 황금색, 푸른색, 붉은색으로 반짝이며 나부낀다.
반짝반짝용궁으로
이사 온 어린이를
환영합니다!
그리고.
“새 친구야!”
“우와, 또 왔어!”
현수막 아래로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우르르 아름다운 대로를 달려왔다.
하나같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깨끗하고 예쁜 머리와 옷. 동화 속 공주님이나 왕자님 같은 차림새의 아이들은 마치 생일날 잔치의 주인공들 같다.
“셋이나 왔네?”
“나 얘 좋아!”
“…!”
팔을 잡힌 청동 요원이 소스라치게 놀라자 요원의 팔을 잡았던 아이가 까르르 웃는다.
웃음과 반짝이는 황홀감이 넘쳐 흐른다.
“여기는… 어디야?”
“여기는 반짝반짝 용궁이야! 진짜진짜 재밌다? 진짜 좋다?”
나에게 종알종알 말하던 아이가 웃으며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는 것처럼, 부모님이 멋진 프로그램에 보내줘서 천국같이 재밌는 장소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고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하지만….
“…….”
이 애들이, 전부 실종자다.
해당 초자연 재난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로 확인되는 모든 것은 전부 실종된 어린이로 추정.
연령대는 만 5세부터 만 11세까지 확인되었으며, 대다수가 깊은 황홀감과 만족감을 표현함.
“아하하하!”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리며 우리를 이끌고 대로를 달려, 궁전 앞까지 단숨에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답게 여기저기 한 눈도 판다.
“이거 봐, 이거!”
거리 곳곳에서 톱니가 감긴 채 움직이는 인형 장식물들이 있었다.
머리에 걸린 황금 표지판들.
어린이는
꿀을 받아 가세요!
익살스러운 표정의 알록달록한 병정 장식물의 배 부근에는 식수대가 있었고, 그곳에 달린 수도꼭지를 열자 정말로 꿀이 쏟아진다.
“병에 꼭꼭 담아가면 인어공주님이 선물 줘!”
성 앞의 하얀 상아로 만들어진 인어공주 동상 앞에 두면, 멋진 장난감이나 옷, 동화책 등.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 동상의 받침대가 열리며 쏟아냈다.
와아아아!
아이들이 환호하며 웃는 소리.
“너 이거 줄게.”
“…고마워.”
나는 파란 원피스를 입은, 나보다 어려 보이는 아이에게 아주 근사해 보이는 신발을 한 켤레 받아 들었다.
본래 바다 근처에서 실종되는 아이들을 가엽게 여겨 전승되던 용궁에 대한 민간설화가 초자연 재난으로 발현된 것이 아니냐는 설이 유력.
“…….”
나는 일부러 아이를 잡고 불안한 듯 조용히 말했다.
“저기, 나 이제 엄마 만나러 가야 하는데….”
“엄마? 엄마 데리러 올 거래! 여기서 놀고 있으면 된대!”
“…….”
“있지, 우리 엄마 되게 멋지다? 미싱도 진짜 잘하구, 내가 나중에 엄마 오면 너만 보여줄게.”
그리고 약간 수줍은 듯이 다시 까르르 웃으며 길거리로 달려 나갔다.
“…….”
……아마.
저 애는 엄마를,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들어가면 애들 보자마자 다 데리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거거든? 거기 휘말리면 안 돼. 알았지?
나는 입안을 악물었다.
-잘못 데려 나오면, 그 애가 죽어.
‘반짝반짝 용궁’의 장기 실종자(1000일 이상)를 구조 시,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
구조 전 반드시 실종 날짜를 잘 파악할 것.
그런데 이게 미치게 까다롭다고 한다.
-…들어올 때마다 만나는 아이들이 다수 바뀝니다. 그런데 분명 작년에 방문할 때는 없던 아이가 이곳에서 3년 이상 머문 증거까지 보여준 적도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라 현실에서는 어제 실종된 아이도 여기서 5년쯤 지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먼 과거의 아이나,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른 사건이 일어난 시간선에서 온 아이도 발견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반드시 그 아이가 현실에서 몇 년도에 살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그걸 토대로 최근 실종자인지 확인해서 데리고 나가야 한다고.
그나마 요원들의 시간은 뒤틀린 적이 없다는 게 다행일 뿐인데, 아마 ‘도깨비장난’을 써서 그렇지 실제로는 어른이라 그런 것 같다고 추정 중이라고 한다.
-그래도 아이들처럼 이 초자연 현상에 오염당할 수 있는 건 똑같으니까 여기 오래 머무는 건 위험해.
최 요원, 이 임무의 책임자가 선언했었다.
-이틀.
-…….
-딱 이틀만 여기서 보내고, 셋째 날에 나갈 거야. 알았지? …사실 좀 더 버틸 수 있긴 한데, 관리국에서 그러라니까….
-요원님.
-그래! 그러니까 이틀이라고.
그리하여 이제부터 현무 1팀과 나, 3인은 여기서 ‘현실에서 실종된 지 3년이 되지 않은 어린이’를 찾아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오직, 그 어린이만을.
“…….”
안 되겠다. 아이 몸이라 그런지 쉽게 동요하는 것 같다.
“진정하자….”
나는 숨을 들이켜면서 움직였다.
내가 맡은 구역에서 정해진 시간 내로 애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리고 이틀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나는 우리를 마중 나왔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다 붙잡고 대화해 봤으며, 심지어 마중 나오지 않은 아이들이 머물던 침실도 찾아냈었다.
하지만….
“…이번 정기 구조는, 여기까지야.”
“…….”
“…….”
……우리는, 이틀간 조건에 부합하는 아이를 찾지 못했다.
단 한 아이도.
“복귀하자.”
나는 고개를 숙였다.
“…….”
…세상에는,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모르는 괴담이었잖아.’
어둠탐사기록에서 본 적 없는 괴담이라, 내게 특별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규칙과 상사의 계획을 따르는 게 안전하고 옳았다.
‘안 그래도 나는 더 눈에 띄는 게 위험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지금 이건….
“싫어요!”
…….
…?!
잠깐.
바, 방금 내가 말한 건가?
“싫습니다! 더 찾아봐요!”
…내가 말한 거 맞잖아!
“……그, 그건.”
더 환장할 노릇은, 내 상사들도 표정이 울상이 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린이 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