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70화
유쾌 테마파크는 백일몽 주식회사의 B등급 어둠이었다.
그리고 이미 매뉴얼이 작성되어 연구팀에서 분석이 끝난 상태기도 했다.
…거기에 내가 기여했다는 것은, 굳이 생각해 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난다.
: Socius :
내 손목의 문신부터가 그 테마파크의 이용권이 불타며 새겨진 것이니까.
그리고 보통 분석이 끝난 고등급 어둠의 행방은 둘 중 하나다.
연구팀 귀속.
또는….
“A조의 담당 어둠이죠.”
정예팀 담당.
“보통 A팀에서는 정원 3인에 마무리팀 3인, 그리고 일반팀 6인을 모집해서 12명으로 진입하는데… 음, 마지막 진입 기록은 3개월 전이라 다음 진입까지 여유가 있더라구요.”
호 이사가 빙긋 웃으며 서류를 내민다.
보드게임을 이용한 12명의 진입 방법이 적힌 유쾌 테마파크의 매뉴얼.
그리고 작업서다.
[연구용 특별 진입]
“그래서 제가 따로 일정을 잡아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걸요.”
저 말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A조는 호 이사의 라인이니까.
‘애초에 자기 관할 괴담이니까 빼내기 쉬웠겠지.’
물론 그건 이사 사정이고, 이사가 편의를 봐준 일개 평사원은 여기선 일단 머리 박아야겠지….
다만 호 이사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진입하시기 편하도록 같이 들어갈 직원들도 다 모집해 뒀어요. 하하.”
“……!”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
“아, 혹시 들어가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을 봐 걱정되시나요? 솔음 님을 알아볼까 봐?”
“예. 말씀대로 그런 우려도 듭니다.”
“그렇죠! 그래서 솔음 님, 안타깝지만….”
호 이사가 나를 가리켰다.
“그 원래의 모습으로는 잠입하실 수 없을 것 같아요.”
안다.
“예. 그래서 배급해 주신 복지 포인트로 변장용 물약을 구매해서 복용하려고 하는데….”
“그건 너무 불편하실 텐데요. 그리고, 최근에는 업무 때문에 평소에도 다른 사람으로 살고 계셔야 할 텐데… 그런 불편을 최소화해 드리고 싶어요.”
“…….”
“그래서 아예 의심받지 않으실 만한 방법을 찾았답니다!”
예?
나는 불길한 기분으로 상대를 쳐다보았다.
호 이사가 활짝 웃으며 나를 보았다.
“솔음 님은 특수한 신분으로 가시면 어떨까요?”
“…!?”
* * *
다음 날.
백일몽 주식회사 연구 2팀의 회의실.
“오늘 B등급이라고 했지.”
“포인트 더 쳐주는 거 맞죠?”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을 입고 기묘한 동물 가면을 쓴 현대인들. 현장탐사팀 직원들이다.
이들은 포인트를 좀 더 잘 쳐준다는 이야기에 ‘약간 특수한 탐사다’라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모인 일반팀 직원들이기도 했다.
“유쾌 테마파크라며?”
“이건 가야지.”
알음알음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 어둠이 고등급이지만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고, 기존에 탐사했던 모 직원의 추측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아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특별 진입이 잡혔다고 했을 때, 유쾌 테마파크라는 말이 새자 서로서로 쉬쉬하면서 온 것이다.
연구용이라는 게 좀 불안하지만, 죽는 게 나만 아니면 그만이다.
‘마무리팀이라도 하나 있으면 더 안심할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은 아닌 척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무리팀으로 보이는 직원은 없었다.
다만, 이전에 마무리팀이었던 자가 있다.
“어?”
장신의 장발. 고동색 머리에 소가면을 쓴 사원이 조용히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지사로 발령 났잖아. 거기서도 이거 지원이 됐어? 오랜만에 보네.”
“그… 음. 예.”
장허운이었다.
그는 이름도 잘 모르면서 자신에게 와서 말을 붙이는 직원을 보고 식은땀을 흘렸다.
스파이 업무 부작용이었다…!
“지사는 어때? 살 만해?”
“하하, 네….”
장허운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빠졌다.
말을 걸었던 사람들도 더 따라붙지 않고 그를 무시했다.
창피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오독했기 때문이다.
‘지사가 그렇게 지옥이라던데.’
‘쟨 소원권 타긴 끝났지 뭐.’
지사 출신 중에 본사로 탈출한 사람마다 입 딱 다물고 진절머리만 치며 묘사도 안 하려고 들었다.
그리고 은근히 꼬리표가 붙었다.
아무래도 본사 인원과는 입사 시험 난이도가 달랐겠지 않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대우나 복지 수준을 보면, 지사에서는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떨거지도 일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 본사에서 지사로 팽 당한, 끈 떨어진 연과 정보를 공유하거나 친절한 담소를 나눌 사람은 이곳에 없다.
‘여차하면 쟤가 죽어주겠네.’
‘원래 마무리팀 출신이기도 하잖아.’
그래서 암묵적으로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괜찮으세여?”
이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저기, 잘 지내세요? 마무리팀 벗어난 거 멋졌어여. 우리 오늘 파이팅합시닷.”
“가, 감사합니다….”
돌고래 가면을 쓴 정예팀 C조의 주임. 이성해는 장허운과 악수하며 옆에 앉았다.
‘X나 착한 척하네.’
‘컨셉충.’
하지만 정예팀이라 다들 입 다물고 다른 의미로 외면한다.
그리고 여기, 정예팀이라고 보기도 일반팀으로 보기도 애매한 입지의 인물도 있다.
“이 과장이잖아.”
D조 이자헌 과장은 도마뱀 가면을 쓴 채 목석처럼 정자세로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저 사람도 가?’
‘정예팀에서 꼴아박더니 요새 별 걸 다하네.’
‘얼굴이 아깝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는 건 무서운지 피한다.
원래 주먹은 법보다 가까운 법이다…. 그 주먹이 철도 뭉갤 수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어쨌든, 그걸로 탐색은 끝났다.
“다들 모이셨으면 잠시 후에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곧 연구원이 들어와서 어둠 진입법을 세팅하는 가운데, 직원들은 재빨리 테이블에 앉은 인원을 훑었다.
1, 2, 3….
“11명인데요?”
“뭐야, 누구 안 왔는데?”
몇몇 성질 급하고 짬이 찬 직원은 연구원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저, 음….”
연구원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
……어딘가 불길한 예감이, 직원들의 등줄기를 타고 지나간다.
“죄송한데, 남은 한 분이 누구세요?”
“박 주임님. 이거 제대로 고지해 줘야 클리어에도 유리한 거 알지?”
“저, 그게.”
아무리 저연차라고 해도 연구원은 연구원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당황한 티를 낸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을 더 무섭게 했다.
‘뭐야.’
‘대체 누가….’
그때.
똑똑.
문득, 회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
회의실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문을 돌아보았다.
검은 문은 딱 두 번의 노크 이후로 미동도 없다. 마치 허가를 받아야 들어올 수 있는 듯이.
“…….”
“…들어오세요!”
툭.
문이 열렸다.
검은 연기가 들어온다.
“…?!”
연기는 자욱하게 바닥에 깔렸다가, 다시 문밖으로 빨려 나가듯이 흡수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연기를 가로지르며 검은 워커가 회의실 바닥을 디뎠다.
연기는 마치 숨을 쉬듯 누군가의 발걸음에 그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검은 연기 속에서 건장한 사람의 인영이 드러 난다.
불빛.
오오오오-.
노란 등불 같은 빛이 허리춤과 눈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기이한 모습에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다만 그 소속만은 알아보았다.
“보, 보안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가면.
그리고 그 위에 무수히 뻗어난 뿔이 가지처럼 머리 위를 메우고 있다.
“…!”
검은색 특수장비로 전신을 감싼 그는, 마치 맞춤 장비로 스스로 완전 무장한 것처럼 보였다.
혹은… 그 장비에 구속되어 있거나.
“…….”
“…….”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다.
보안팀이… 왜 여기에?
-보안팀은 어둠에 진입하지 않는다.
이 명제는 보통 통했다. 보안팀은 어둠에 들어가도 꿈결이 추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사태 제압을 위해서만 나타나곤 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 특수성에 따라서 어마어마한 초월적 능력을 발휘하는 개체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오, 오늘… 함께 탐사를 진행해 주실 직원분이십니다.”
“…!!”
사람들은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문 앞에 고요히 서 있는 기묘한 직원을 보았다.
그 보안팀 부서의 ‘직원’은 유독 벨트가 많은 특수한 복장에 머리 부근에 특유의 로고가 새겨진 가면을 쓰고 있다.
사각형이 뒤틀린 것 같은 이상한 모양.
직원들은 벼락을 맞듯이 그것을 알아보았다.
‘특수 부서다…!’
보안팀 특수 부서.
보안팀에는 그 산하에 정확히 어떤 집단이 있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회사 인트라넷 조직도에 명칭 표기만 된 채 운영되는 부서가 많았다.
그래서 사내에서 일을 하다 가끔 좋지 않을 일로 마주치며 퍼지는 소문이 알려진 것의 전부였다.
특수 부서는 그중에서도 유독 소문이 흉흉하다.
보통 본래 현장탐사팀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모를 괴물 같은 직원들을 목격했다는 평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는 이 연구원은, 좀 더 구체적인 소문도 들었었다….
-박 주임, 보안팀 특수 부서 소속이라는 사람들 나타나면 정중하게 대해. …걔네 인간 아니야. 아니, 오염을 말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원래부터 인간이 아니야.
‘어둠 속 괴이를 인간의 형태로 고용한 부서…!’
백일몽 회사의 ‘노하우’로 어둠과 직원 계약을 했다는, 그 자체로 괴담 같은 소문.
처음으로 실물을 본 연구원의 등에서 식은땀이 축축해졌다.
어둠을 분석하고 현장탐사팀을 투입시키면서도, 본인이 직접 괴물을 만난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
그는 침을 삼키며, 눈앞의 기괴한 직원을 보았다.
어쩐지 회의실이 좀, 어두워진 것 같다….
직원의 노란 등불 같은 눈과 허리춤의 번뜩임이 검은 연기에서 더 기묘하게 흔들렸다.
잘 보니, 허리에 등불을 감고 있는 것도 갈비뼈 같은 뿔들이다.
‘으으윽.’
간신히 용기를 쥐어 짜낸 연구원이 말한다.
“저기… 안녕하세요.”
침묵.
“아, 앉으시면 됩니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적막에 휩싸인 회의실에서 연구원은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기, 브, 브리핑… 진행하겠습니다.”
그제야 기묘한 뿔가면이 걸어왔다.
그리고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장허운의 옆이었다.
‘하.’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
사람들은 침을 삼키며 최대한 그쪽을 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제발 같은 조 아니어라.’
‘제발…!’
같은 조만 아니면 괜찮았다!
테마파크는 진입할 때마다 명칭이나 구역이 달라지지만, 동일한 건 규칙뿐이었다.
-마스코트의 규칙을 따를 것.
-규칙을 따를 수 없을 시, 다른 마스코트의 구역으로 넘어갈 것.
그리고.
-같은 색 말을 뽑은 4명의 조원은 항상 동행할 것.
그러니까, 저 괴물과 같은 조가 아니면 아예 안 마주치고 클리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역만 잘 걸리면 그냥 놀이기구 세 번 타고 고등급 꿈결을 얻어 포인트만 왕창 타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게 특별 진입이라는 거다.
다른 목적이 포함된 연구용 진입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변수’는… 저 직원이었다.
‘제발.’
직원들이 브리핑하는 연구원을 보았다.
혹시라도 저 직원을 찾아서 따라다니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이번 진입에 특별 지시는… 따로 없습니다.”
휴우!
“다만, 저, 그, 보안팀 직원분께서 안에서 어떤 일을 하시든… 방해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
“다들… 숙지하셨죠?”
네.
회의실에 모인 현장탐사팀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이 공포를 불어넣은 장본인, ‘보안팀 특수직원’은….
‘진짜 성능 확실하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그렇다. 김솔음이다!
* * *
나는 회의장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한숨을 참았다.
뭐, 한숨을 쉬어도 마스크에 가로막혀서 검은 연기나 나가겠지만.
‘호 이사가 이 정도로 해줄 줄은 몰랐는데.’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했던 장비인데, 이렇게 써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바로 보안팀 장비를 빼돌린 것이다.
일명, 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슈트.
슈트 위로 당신을 닮은 괴물이 보인다.
게임 속 전투복 같은 슈트에 딸려 온 개발 노트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왜 사람이 괴물인 척하게 해주는 보안팀 슈트를 개발 중이었는지는 필사적으로 묻지 않고 외면했다.
아는 게 내 신상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프로젝트용이겠지.’
아무튼, 작동 원리는 몰라도 특성은 좀 들었다.
‘사람마다 발현되는 모습이 다르다고 했던가.’
그리고 나는 뿔 더미를 머리에 이고 다니게 생겼고 말이다.
내 모습은, 터져 나오려는 괴생명체의 모습을 인간 슈트에 억지로 가둬둔… 뭐 그런 모습이긴 할 거다.
‘흠.’
나는 실수로라도 머리를 긁지 않기 위해 애썼다.
‘묘하게 내 원래 가면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나는 내게 노루라는 별칭을 주었던 나무 뿔 가면을 떠올리며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저, 유쾌 테마파크의 진입법 설명하겠습니다.”
그사이에 브리핑은 거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진입 방법이라.
‘그 파란 용 마스코트가 있는 테마파크로 가야 하는데.’
정확히 그곳이 이번 놀이판으로 잡힐지가 문제긴 했으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왠지 확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괴담을 경험하면서 겪은 귀납적 확신이었다.
‘아마… 그쪽이 나를 부를 거야.’
마치 내가 ‘적당한 매개체’로 부르기만 하면 자신이 갈 거라고 장담했던, 어떤 토크쇼의 TV 머리 사회자처럼 말이다.
“…….”
“저기, 말을 뽑아주시면 됩니다….”
연구원이 두 손으로 보드게임용 말을 뽑는 캡슐을 공손히 내밀었다.
왠지 나부터다.
‘사실 여기서 제가 제일 막내 같습니다만….’
내색할 수는 없으니 태연한 척 손을 뻗어서 캡슐을 잡았….
“으악!”
“…….”
“헉, 죄, 죄송…….”
이분… 연구팀에서 오래 버티긴 힘든 성정이신 것 같다.
‘이직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나는 기겁하는 연구원을 예의 바르게 무시한 채 다시 캡슐을 잡았다.
그리고 흔든다.
달칵달칵, 하는 구르는 소음과 함께 캡슐에서 말이 떨어졌다.
선명한 노란색.
“노란 말입니다!”
오케이.
나는 말을 집어 들고 캡슐을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아…!”
바로 장허운 씨다.
…호 이사가 안 그래도 스파이로 바쁜 사람을 왜 섭외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귀중한 휴일을 쓰게 만든 것 같아 식은땀이 난다.
나도 간신히 썼는데, 이 사람도 겨우 몰아서 쓰지 않았을까.
‘대체 왜 지원하신 겁니까…!’
지난번에 진입해서 매직버니 구역의 내장 퍼레이드 보고 토하실 뻔하셨으면서!
당연하지만 지금은 물어볼 수 없었다.
그리고 장허운 씨는….
“노란색!”
“됐다!”
나와 똑같은 말을 뽑았다.
참고로 방금은 장허운 씨가 한 말이 아니다.
다른 직원들이 주먹을 꽉 쥐면서 기뻐하고 있다. 남이 노란 말을 뽑아서 내가 걸릴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말이다.
나랑 같이하기 싫으니까.
‘허허….’
그 와중에 장허운 씨가 내게 고개를 숙인다.
“저, 잘 부탁드립니다.”
“…….”
나는 장허운 씨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최선인 제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다음부터는 약간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제발…!”
다들 노란색이 안 걸리길 노골적으로 바라고 있다.
“아! 빨강!”
그리고 빨간색을 뽑자 거의 환호를 지르며 기뻐한다.
“…….”
저기, 제가 남겼던 탐사기록 다 읽으셨죠? 그럼 매직버니 보자마자 파란 구역으로 미친 듯이 뛰시면 됩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아는 얼굴들은 침착하다는 건 꽤 마음에 안정을 주었다.
이런 식이다.
“오.”
나는 이성해 주임이 빨간 말을 뽑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파란색입니다.”
…이자헌 조장이 파란 말을 뽑는 것도.
‘아니 저 도마뱀 과장은 왜 여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호 이사가 당근 사이에 채찍 용도로 넣어둔 거란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본인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그 경과를 D조와 다 공유했던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허튼짓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찌르는 것 말이다.
‘호의를 받아도 방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가.’
퇴사하고 싶다 진짜.
‘후우.’
“이제 마지막입니다.”
어쨌든 분배는 거의 다 끝났다.
나는 노란 말을 뽑고선, 바짝 굳어서 나를 쳐다보는 들쥐 가면과 무당벌레 가면의 직원을 무시했다.
‘빠르게 놀이기구 탑시다.’
일단 보내드리고 볼일 볼 거니까 말이다.
도르륵.
그리고 마지막 직원이 말을 뽑는 순간.
-판타지랜드로 출발합니다~
보드게임 판이 허공으로 휘날려 올라오더니 모든 사람의 시야를 삼켰다.
진입한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탓에 조금은 침착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검토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노란 말의 구역은 없었지.
‘매직버니가 노란 마스코트를 죽였다고 했던가.’
그래서 폐허가 된 노란 말의 구역, 리조트로 가는 게이트를 활성화시켜서 빠져나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바로 파란 구역으로 가겠네.’
꼭 기념품샵을 확인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점점 흐려지는 정신 속에서 눈을 깜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이 또렷해진다.
이제 활기찬 테마파크의 테마곡이 귀에 들어올 차례….
…….
‘…어?’
사방이 고요했다.
“…….”
나는 눈을 떴다.
어둑어둑한 실내 공간에는 페인트가 다 벗겨진 벽과 먼지 쌓인 전등이 보였다.
불빛이 없는 그곳은 창문까지도 다 깨져 있었다.
퀘퀘한 죽은 공간.
“…….”
이게… 뭐지?
유원지 내부가 아니다. 이건, 절대 유원지가 아니었다….
“…!”
나는 당장 몸을 일으켜서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보았다.
한쪽 고정장치가 떨어진 채 위태롭게 바람에 흔들리는, 구겨진 거대한 간판이 보였다….
[플라워 골든 리조트]
“…!!”
나는 멍하니, 저 멀리서 반짝이는 파란 워터파크의 불빛을 보았다.
고개를 내리면 폐허가 보였다.
“…….”
나는, 폐허가 된 노란 구역에서 눈을 뜬 것이다.
‘이게 무슨….’
그때였다.
달칵, 소리와 함께 내가 있던 실내 공간에 불이 깜박이며 돌아오기 시작했다.
“…!”
나는 내가 있던 곳이 단순한 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책상, 의자, 낡은 캐비닛.
낡은 캐비닛의 열린 한쪽 문 안으로 거대한 기계가 보였다.
마치 작은 사무실이나 관리실 같은 공간이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정중한 격식을 갖춘 종이 한 장.
“…….”
나는 다가가서, 종이를 읽었다.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새로운 마스코트로 취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