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82화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야간 정원에서 빛이 피어오른다.

휙.

하늘로 솟아오른 빛 한 줄기가 화려히 터지며, 리조트 건물에 폭포처럼 반짝이는 빛을 쏟아 내린다.

와!

정원 곳곳에서 색색의 꽃들이 빛으로 피어오르고, 춤을 추듯 흔들리며 시간차로 만개한다. 인간이 아닌 투숙객들이 들어 올린 야광꽃들에도 빛이 들어와 탄성을 부른다.

너무 황홀해서 도리어 괴이한 풍경들.

그리고 이윽고, 리조트 건물에서도 빛이 피어올랐다.

덩굴 같은 형상을 그리며 위로 솟아오른 빛은 창과 테라스를 번뜩이며 리조트 건물 맨 위로 솟아올라 꽃가루 같은 빛을 산산이 터트렸다.

글자가 허공을 가르고 나타난다.

FLOWER GOLDEN

마침내 그가 전면에 나섰다.

이 리조트의 주인.

노란 마스코트는 정원의 중앙으로 수많은 마스코트와 함께 걸어 나와 율동 같은 춤을 추고, 동작마다 다시 빛도 춤을 춘다.

흐르는 유쾌 테마파크의 테마곡.

-♩♪♬♬~♩♬♬~♩♪♪

동시에 같은 곡이 사방에서 변주되어 메아리치는 소리도 작게 들린다.

저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들.

“…….”

현무 3팀 팀장은 눈으로 힐끗거렸다.

빨간 구역과 파란 구역.

다른 구역들에서도 그들만의 세레머니 행사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파란 구역의 불꽃놀이, 그리고….

-꺄하하하하하!

빨간 구역의 퍼레이드.

매직 버니가 이끄는 미치도록 고통스럽고 유쾌하고 끔찍하고 화려한 행렬은 저기, 빨간 구역 중앙의 매직 팰리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요란한 음악과 비명과 환호를 이끌고 출발했다.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어 그 자세한 풍경을 알 수야 없었으나, 팀장은 퍼레이드의 이동 루트를 가늠했다.

그리고 직감했다.

도착지가 여기다.

어제는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동선을 바꿨다.

이 세레머니가 끝나는 순간, 저 퍼레이드도 정원 앞 빨간 게이트에서 멈출 것이다.

그리고 영업이 끝나는 순간….

“퍼레이드째로 넘어오겠져 뭐.”

“…!”

“앗, 죄송해여. 놀라셨으면요.”

비슷한 추측을 한 건가.

팀장은 자신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는 돌고래 가면의 직원을 조용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사이비 제약회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만큼 혈기 왕성한 직급은 아니었다.

게다가 방금, 기묘한 실랑이도 봤고 말이다.

-나 는

두 고 가

-싫어여.

-괜 찮 아

-안 괜찮을 것 같은데요.

노란 마스코트는 행사 직전, 직원들을 전부 정원에서 물러나 리조트 앞쪽에 모여 있도록 만들었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듯이.

덕분에 직원들은 일루미네이션을 리조트 건물만큼 떨어져 멀찍이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거의 홀린 듯이 쳐다보는 현무팀 요원을 보니, ‘마스코트 세레머니 의식’이라는 것의 기묘함을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 돌고래 직원은 끝까지 직원들을 보호하려는 마스코트를 역으로 도우려고 했다.

‘…….’

아직 어린 요원들은 비윤리적인 집단의 성격과 소속 개개인의 성품을 동일시하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괴담 속 생물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래서 더욱 골 아픈 것이다….

‘후우.’

그녀는 상념을 털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지금 실행에 옮길 때가 되었다.

와아아아!

일루미네이션의 막바지, 노란 마스코트가 중앙에 서자 그의 뿔이 밝은 황금빛으로 타오르듯 빛나며 꽃이 만개한다.

순간 노란 마스코트가 이쪽을 돌아보며, 마치 연출처럼 앞발을 들어서 먼 곳의 그들에게 흔들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의지.

어 서 가

“…지금!”

그 신호에, 직원들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위치는 파란 구역으로 가는 게이트.

그리고 잠시 후.

게이트 옆 땅이 흔들리며 솟아나기 시작한다.

* * *

일루미네이션이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정원 중앙에 선 노란 마스코트의 발아래로 빛이 몰리며 그를 허공으로 띄운다.

드럼롤.

오오오!

노란 마스코트의 뿔에서 빛이 자라나더니, 리조트 건물을 덮을 만큼 거대한 나무처럼 흔들린다.

숨 막히게 피는 꽃들.

그리고 마스코트가 음악 마무리에 맞춰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아아아아아!

허공에 그의 이름이 빛으로 터지며, 완전한 인지를 이룬다.

플라워 골든.

유쾌 테마파크 노란 구역의 주인.

모두가 알았다. 모두에게 선포되었다.

축하한다. 이제 그는 완벽한 이곳의 마스코트였다.

그리고 노란 마스코트는 어마어마한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

노란 구역 전체를 감각한다.

그는 자신의 리조트 구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고, 모든 마스코트를 자신처럼 다룰 수 있었고, 이 유쾌 테마파크의 모든 법칙과 ■■를 깨달았다!

이제 그는 완전한 구역의 주인이요, 마스코트였다!

아아아!

본능적 전율이 일루미네이션의 화려함을 극대화시키며, 다시 한번 정원 전체에 화려한 황금꽃을 터트리며 세레머니 의식을 마무리 지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만 그사이.

붉은 게이트 너머로도 무언가 모습을 드러낸다.

광기의 퍼레이드.

매직버니의 징그럽고 압도적이고 화려한 행진의 끝.

[위대한 매직버니!]

마지막 희생제 같은 행사를 끝낸 붉은 토끼와 마차, 거대한 얼굴 모양 풍선, 그리고 온갖 이동형 퍼레이드 기구들이 게이트 앞에 멈춰 선다.

그리고 마치 일루미네이션과 대적하듯 미친 듯이 불빛을 번뜩이더니… 훅 꺼졌다.

동시에 일루미네이션의 화려한 빛의 파도도 마지막 황홀경까지 잠잠해진다.

엔딩.

흐르는 건….

-♩♪♬♬~♩♬♬~♩♪♪

엔딩곡.

테마곡이 따스하게 변주된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폐장이 가까워진 것이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저희 테마파크는 10분 후 폐장됩니다….

고요해진 정원.

일루미네이션을 보고 즐기던 관객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출구 게이트로 바쁘게 움직인다.

순식간에 구역은 분주한 평온함을 되찾는다.

영업 막바지.

노란 마스코트들은 야간 정원을 정리하고, 이용객들을 친절히 안내하고, 리조트 시설들을 관리한다.

어두운 빨간 게이트 너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는다.

노란 마스코트들은 오늘의 행사를 가볍게 자축하며, 로비에 남은 이용객이 없는지 체크한다.

어두운 빨간 게이트 너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는다.

어느새 고요하게 밝은 불빛만 로비의 유리창으로 은은히 비치는 고요한 리조트 건물. 그 속에 선 노란 마스코트들은 출구 게이트로 나가는 이용객에게 손을 흔든다.

어두운 빨간 게이트 너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는다.

그리고 로비 문이 닫힌다.

쿵.

-다음에 또 만나요~

…….

…….

…….

어두운 빨간 게이트 너머에서는.

수많은 붉은 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 *

매직버니의 퍼레이드 군체가 그대로 게이트를 넘었다.

투두두두둑,

게이트에 마차가 걸리지 않도록 깔개로 사용된 이용객들의 시체와 살아 있는 무언가들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게이트가 붉게 물든다.

마차가 달린다. 그 바퀴에 달린 오르골 장치에서 올망졸망한 멜로디가 울린다. 그 소리에 맞추어 매직버니 탈을 쓴 것들이 비틀거리며 리조트로 행진한다.

인형탈이 눅진히 녹아내린다.

더 이상 마스코트가 아닌 시간에, 붉은 마스코트들은 다른 구역으로 넘어오기 위해 형체를 버린다.

영업이 끝나며 더는 지킬 필요가 없는 규율과 규칙을 넘어선 것들.

아아아!

이족보행을 하는 붉은 덩어리들은 마치 핏줄처럼 서로 연결되고, 퍼레이드의 외관은 더 이상 테마파크의 환상으로 가릴 수 없는 기묘한 것으로 변해간다.

그래도 퍼레이드는 계속된다.

오르골 소리와 함께 그들은 노란 구역의 정원을 짓밟고 들어와 퍼레이드 군체로 리조트 건물을 감싼다.

그리고 기묘한 서클을 점점 좁게 그리며 서서히 리조트로 가까워진다.

점점.

더 가까이.

압박하듯이.

로비 안에서 밖을 지켜보던 노란 마스코트들이 경계 태세를 취하며 그것들을 본다.

가까워진다.

3.

2.

1.

아아아!

로비 유리창이 깨지며 퍼레이드가 리조트 건물 안으로 쏟아진다.

아비규환.

살의와 파괴욕이 마스코트의 필터 없이 분출되며 수십 구의 노란 마스코트들이 붙잡혀 학살당한다.

저항하거나 대응하려 드는 노란 마스코트들이 간혹 한두 개체에 우르르 매달려 제압하기도 하지만, 잠시뿐이다.

곧 장난처럼 양쪽으로 찢겨 솜을 날리며 작동을 멈춘다.

리조트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는 마스코트, 머리가 터지는 마스코트, 냉동창고에 못 박히는 마스코트.

처참하고 끔찍하고, 숨을 죽이게 하는 광경.

매직버니의 점령!

매직버니의 위대한 힘!

투두두두두둑!

그 광경에서 노란 마스코트 하나가 허겁지겁 도망친다.

뿔이 화려한 마스코트.

오늘 일루미네이션을 진행했던 바로 그 개체.

본체.

꺄하하하하!

매직버니의 장식 폭죽이 웃음과 함께 터진다. 튀어나온 불꽃이 도망치던 마스코트의 다리를 태웠다.

결국 넘어져서 기어서 도망치는 마스코트를 따라 퍼레이드 선두마차가 좁은 길을 몰아치듯 달려 쫓아간다.

시설사무실로.

달칵!

노란 구역의 관계자들만의 공간에 들어간 노란 마스코트는, 간신히 마차가 들어오기 전에 문을 잠갔으나.

쿵!!

거대한 마차 앞 장식이 문을 찢어발기고 들이닥쳤다.

퍼레이드에 가장 앞서서 사용되었던 전구 장식의 알록달록한 마차.

상징적인 매직버니의 탈 것.

그 앞에 달린, 활짝 웃고 있는 거대한 매직버니의 빨간 얼굴 장식이 갈라진다.

투두두두두둑!

장식의 눈이 뚫리고, 입이 터지고, 가루가 비상하는 그 속에서 마침내 흐르듯 튀어나오는 존재.

아아아!

매직 버니의 본체.

빨간 마스코트로 소화 당한 무언가.

한때 마스코트가 아니었던 때의 형체를 모두 잃어버린 기묘한 덩어리가 마차 밖으로 쏟아진다.

전리품처럼, 대체하듯 착용한 각종 신체 부위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수많은 눈과 귀, 그리고 팔다리.

아아아!

그것이 기쁨에 떨며 노란 마스코트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천천히.

즐겁다!

날 것의 사냥. 날 것의 기쁨!

복수와 해방감!

찬탈의 재미!

다리가 망가져 솜을 흘리는 노란 마스코트는 도망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끔찍하고 압도적인 것을 올려다보다가….

입을 연다.

바 보

그 순간.

쿵!!

굉음과 함께 시설사무실의 천장이 무너진다.

빨간 마스코트의 탈을 벗은 것은 그러든 말든 노란 마스코트의 머리를 삼키려 들었으나, 무너진 건 천장뿐만이 아니었다.

쾅! 콰콰콰쾅!

파열음과 함께 리조트가 박살 난다.

노란 마스코트를 사냥하던 퍼레이드의 군체 위로도 육중한 건설 자재들이 꽂힌다.

아아아!

다른 의미의 무차별적 파괴.

그러나 파열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리조트는 중력과 무게의 힘으로 1층을 아작 내며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수많은 매직버니의 내용물들이 그 아래 깔리고 절명한다.

노란 마스코트의 시체들과 함께.

콰쾅쾅쾅쾅!

가장 거대한 매직버니의 내용물이 있던 시설사무실에서도.

시설사무실의 책상 위 문서로도 콘크리트 같은 육중한 덩어리와 금속 파이프가 세차게 꽂힌다.

그 책상 위에 본래 놓여 있던 문서는….

나는 오늘 리조트를 철거하기로 했다.

왜냐고?

내 맘이다. 누가 조언했는데, 이 리조트가 지나치게 소박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전임자의 센스가 별로인 것 같다.

역시 폭발하고 새롭게 더 근사한 리조트를 올리는 편이 낫겠지.

아쉽지만 오늘 숙박하시기로 되어 있던 손님들께는 환불 안내 후 양해를 구해 게이트로 안내해 드렸다.

그리고 마스코트 세레머니 의식 동안 폭약을 설치했다.

내일 아침에 폭파해서 입소문을 내도 재밌겠지만… 글쎄. 오늘 밤에 갑자기 폭발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바로 이 노란 구역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리조트에 있던 것들도 모조리 함께 철거해야겠다.

그 의지를 받들어.

리조트가 완전히 박살 나며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안에 든 모든 것들과 함께.

* * *

“마, 맙소사.”

직원들은 저 멀리, 리조트 건물이 반파되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침음했다.

그들은 지금은 영업종료에서는 안전했다.

<대피소>

마스코트 세레머니 의식이 끝나는 동시에, 노란 마스코트가 파란 구역 게이트 근처 지하에 다급히 만든 세 번째 시설물.

물론 정식 서비스 시설이라기보다는 임시 안전시설에 가까웠으며 안은 텅 비었지만, 그렇기에 장점이 있다.

직원도 어떤 대가 없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부가 효과가 없어서 도리어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 말이다.

덕분에 그들은 영업이 종료된 유쾌 테마파크에서, 숙박업소인 리조트에 들어가지 않고도 무사히 있는 것이다….

그들의 직장이 박살 나고 고용주가 수없이 살해당하는 것을 천장 근처의 작은 유리창으로 지켜보면서 말이다.

“잠깐만요! 설마 그 마스코트 동반자살을 하려고….”

“저, 저기! 아직 있잖아!”

“X발.”

무너진 리조트의 한편에서 붉은 덩어리가 솟구친다.

아아아아!

붉은 덩어리는 입안에서 씹던 것을 뱉어낸다.

황금빛 털가죽.

노란 마스코트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는 것이, 불타는 리조트의 불빛에 희미하게 비쳐 보인다….

“아….”

느릿하게 움직이는 것은 분명 타격을 입은 것 같았으나, 완전히 정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노란 구역의 직원들에게는 섬뜩한 예감을 안겨준다.

졌다.

빨간 구역에 통합된다.

그런데 그때.

“티, 팀장님!”

“좀 있어봐라, 좀.”

재난관리국 현무 3팀 팀장은 대피소의 문을 열고 나왔다.

매직버니들은 노란 마스코트를 다 찾아 찢어 죽이기 위해 리조트 건물에 몰려들었기에, 마스코트 형체가 하나도 없는 이곳에는 아직 당도하지 않았다.

덕분에 팀장은 고용주의 ‘특별 주문’을 수행하기 위해 잠시 대피소 밖을 나올 수 있었다.

노란 마스코트의 요청.

-그 거

-써 줘

대체 이걸 어떻게 알고 계산한 건지는 도통 짐작도 안 되지만, 합당한 요청이었기에.

“후우.”

그녀는 품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순양의 기운이 깃들어 귀신을 물리치고 삿된 것을 쫓아낸다는, 재앙을 베는 무기.

사인검.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현무팀 팀장들에게만 주조가 허락되는 지급품.

짧은 유리 검집에 들어 있던 날이 끝도 없는 듯 길게 빠져나오며 드러난다.

한 폭의 28수 별자리와 한 폭의 검결.

그 모두를….

들어 올린다.

하늘은 정(精)을 내리시고 땅은

영(靈)을 도우시니

해와 달이 모양을 갖추고 산과 물이

형태를 이루어

그리고.

천둥 번개 몰아치는 도다

휘두른다.

무너지는 리조트.

덫에 잡힌 삿된 것의 머리 위로 벼락이 내리꽂혔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