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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9화


사이코패스 박사가 자기 연구원을 괴담 탐사의 희생양으로 밀어 넣었다.

아마 그 연구원과 엮이며 시너지로 현장탐사팀 사람들이 어떻게 더 희한하게 죽는지도 관찰하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 연구원과 같은 팀이라는 거고.

‘후….’

나는 정신을 차렸다.

눈보다 귀가 먼저 괴담을 파악했다.

-♩♪♬♬~♩♬♬~♩♪♪

경쾌한 멜로디언과 오케스트라의 소리.

전형적인 테마파크의 BGM이다.

“허억.”

눈을 뜨자, 우리는 예스럽도록 알록달록한 테마파크 한복판에서 눈을 떴다.

-하하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사람의 맨얼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건 마스코트들뿐이다.

저 멀리서 인형탈을 쓴 입장객들이 보이는 것도 같지만, 다가서면 거짓말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런 곳이니까.’

나는 당장 손목을 확인했다.

[(유쾌) 판타지랜드 탑승권 □□□]

빈칸 세 개.

‘역시.’

놀이기구 세 개를 타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그 미친 보드게임 속 놀이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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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유쾌 테마파크!]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B-11.

각종 판타지 랜드를 테마로 하는 보드게임 속 놀이공원.

이 괴담에 진입한 이후 세 가지 대형 어트랙션을 이용하면 귀가할 수 있다.

해당 보드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이 착란상태에서 작성한 ‘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라는 부록으로 더 유명해진 괴담.

해당 괴담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을 찾는다면 이 링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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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 괴담은 많다. 하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그 기괴함과 특이함, 집요한 공포 때문에 더 유명해진 <어둠탐사기록> 중 하나였다.

‘팝업스토어에 이 테마파크 모티브 굿즈도 있었지.’

부록, <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로도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고 말이다.

그걸 소위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부르던가.

‘게다가 B등급이야.’

어둑 등급의 어둠.

민간인 생존률… 2%.

아마 우리 전 민간인 생존자들도 운이 극히 좋아서 넷이나 생존했던 것이리라.

그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실종자 명단을 대조해 보면 이 괴담에서 다 죽은 케이스도 꽤 나올 것 같다.

식은땀이 흐른다.

‘…D조 사람들이 위험할 것 같은데.’

물론 당장은 내 코가 석 자였다.

‘연구원이 휘말려듬’이라는 변수를 떠맡은 건 이쪽이니까!

“으아악, 허어어어억…. 내, 내보내 줘. 이건 잘못, 잘못 됐…!”

“조용!”

나는 경기를 일으키는 연구원의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숙이게 했다.

그 순간.

뚝.

테마파크의 수많은 마스코트가 울부짖던 연구원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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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 (탐사기록 64번까지 적용)

3. 울음, 통곡, 절규 등 부정적이고 격한 감정표현은 자제하세요!

유쾌 테마파크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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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이 따로 없다.

나는 눈을 질끈 감지 않기 위해 기를 썼다.

3.

2.

1.

소음이 돌아왔다.

-하하하하!

-♩♪♬♬~♩♬♬~♩♪♪

시선이 사라졌다.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테마파크의 전경 속에서, 나는 연구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A조 직원이 연구원의 턱을 갈겼다.

“…!”

퍽. 짧고 둔탁한 소리 끝에, 연구원의 턱을 꽉 붙잡은 A조 직원은 나비 가면을 쓴 얼굴을 들이대며 낮고 음산하게 말했다.

“야.”

“……!”

“한 번만 더 징징 짜면 너부터 죽이고 시작할 줄 알아.”

“히, 히익.”

연구원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더니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쌌다.

‘이건 꿈’, ‘거짓말’ 따위의 말과 욕설을 섞어서 중얼거리는 듯했는데, 패닉에 빠진 것 같다.

“…손속이 너무 과하신 것 아닙니까.”

Y조 신입사원이 조심스럽게 말했으나 A조 직원은 무시했다.

대신 내게 물었다.

“거기 신입사원. 입사 수석이었다고 했지? 판단력이 괜찮네.”

“…감사합니다.”

“전용 장비는 뽑았어?”

음.

일단 나는 같은 직원으로 대해주겠다는 건가.

‘정예팀은 아니지만, 수석이니까?’

기준이 지나치게 1차원적이란 생각이 들었으나, 티 내지 않고 깍듯이 대답했다.

전용 장비, 있지.

“예.”

“뭔데.”

“원격 터치가 가능한 손가락입니다. 시간과 횟수의 제한이 있습니다.”

이 정도만 말해주자.

그리고 이 정도는 나도 물어봐야겠다.

“대리님께서는 어떤 무기를 쓰십니까?”

“알 거 없… 흠. 그래.”

A조 직원이 자기 검지 손톱을 당겼다.

그건 네일아트용 가짜 손톱이었다.

떨어진 손톱의 뒷면으로 끈적한 것이 쭉 늘어졌다.

반투명한 실이다.

“끝없이 늘어나고, 강도가 꽤 좋거든.”

“…굉장히, 여러 용도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흠. 뭐 그렇지.”

상대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다.

나는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성함을 여쭤봐도 됩니까?”

“대충 진 대리라고 불러. 무슨 낯간지럽게 통성명이래?”

보통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하는 기본 예의 아닙니까…?

어쨌든, 그래도 성이 독특해서 바로 특정이 된다.

‘아마도… 이 직원인가.’

-진나솔 대리가 살인마의 침실에 잠입, 4:44분으로 시계를 맞춤.

-오이가 진나솔 대리의 ‘당근에 특별한 악감정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함. 특이사항 없음.

-테디베어의 사지를 끊음(실행자 : 진나솔 사원).

등등.

성격을 구체적으로 추리할 정도의 묘사는 그다지 없었지만, 제법 유능하고 매정한 직원으로 작중에 쓰였던 것 같다.

그때, Y조의 신입사원이 내게 조용히 물었다.

“…전용 장비라는 건, 대체 뭡니까?”

아, 그렇지. 지금 이 사람은 제대로 모를 법도 했다.

“아, 회사에서 어둠을 이용해 장비를 맞출 수….”

“야. 빨리 이동하자. 이런 대규모 어둠에선 관찰이 먼저야.”

“…….”

“뭐해, 입사 수석. 이동하자니까?”

대놓고 말을 끊네.

나는 더 기다리지도 않고 당장 발걸음을 옮기는 A조의 진 대리를 따라가며 대답했다.

“예. 동기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동하겠습니다.”

“뭐? 그걸 왜 챙… 아.”

나비 가면 아래 입이 묘한 웃음을 짓는다.

“너, 모르는구나?”

“…….”

“뭐, 마음대로 해.”

나는 반박하진 않았다.

대신 Y조 신입사원에게 대략적으로 ‘전용 장비’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었다.

팀에 위화감을 덜 조성하고자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고.

“정말 고민하다가 포인트를 꽤 많이 내고 뽑았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요.”

“……그러시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는 김솔음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소가면 밑으로 약간 음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장허운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은 연구원에게도 일단 상황상 말을 걸어봤으나, 거의 패닉에 가까운 칭얼거림 같은 게 돌아왔다.

“아니, 아니 나 못 걷겠다고. 부축 좀 하라고!”

“부축해 드릴 수야 있지만… 그러면 주임님 움직임이 불편해지실 텐데요.”

나는 걱정된다는 듯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당사자가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법처럼 일어나더라.

‘이럴 줄 알았다.’

A조 대리는 못마땅한 눈으로 이쪽을 힐끗 보았으나, 참견하진 않고 그냥 주변을 살피며 걸었다.

나도 슬슬 발걸음을 빠르게 하며 시선을 돌렸다.

현란하지만 어딘가 어지럽고 답답한, 꿈속 같은 테마파크였다.

‘빨간색이 테마인가.’

이 테마파크 구역의 깃발과 건물, 천막까지 빨간 상징이 빠지지 않는 곳이 없었다.

‘우리가 빨간 말을 뽑아서 이 구역에 떨어진 거겠지.’

깃발에는 귀여운 토끼가 한 손을 치켜들며 웃고 있었다.

[매직버니 아케이드존]

직역하면 마법 토끼 모험 공간인가….

‘정말 테마파크스럽긴 해.’

그때였다.

예의 토끼 마스코트가 A조 대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 길막….”

“잠시만요.”

나는 마스코트를 옆으로 돌아 빠져나가려는 A조 대리를 말렸다.

왜냐하면….

“…퍼레이드 같습니다.”

토끼 마스코트 뒤로 줄이 쳐지고, 저 뒤에서부터 경쾌한 음악 소리와 각종 화려한 토끼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나는 양손으로 내 얼굴을 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시작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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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 (탐사기록 64번까지 적용)

7. 퍼레이드는 즐거운 얼굴로 응원해 주세요!

유쾌 테마파크의 퍼레이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즐거우며 절대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절대절대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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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가 가까워져 온다.

드레스를 입은 토끼 마스코트가 궁전 위에서 손을 흔들더니….

팡!

알록달록한 지팡이로 주변의 당근을 때렸다.

그렴 온갖 빨갛게 반짝이는 것들이 마스코트들에게 쏟아지는 것이다.

-와아아아!

사탕, 보석, 꽃가루, 폭죽 효과!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팡!

다음 것이 연달아 터지며 새로운 빨간 물건을 쏟아냈다.

피와 내장, 장기!

-하하하하하하하하!

와르르 쏟아진다.

와르르, 와르르. 마스코트들이 내장을 헤집으며 춤을 춘다. 내 바로 앞 돌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와 진짜 미치겠네.

‘이게 문제야.’

이 미친 테마파크는 인간의 감수성으로는 웃을 수 없는 것들이 오류처럼 튀어나오는데, 거기에 비명을 지르거나 울면 [검열삭제] 당하니까!

-와아아아아!

철퍽.

내 구두 앞이 핏물로 젖었다.

데구르르 굴러온 뭔가가 내 구두코를 쳤다.

눈알이다.

‘!@#$!@%!%’

악!! 악!!!

등골을 타고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토, 토할 것 같다.’

나는 최대한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제대로 보지 않으며 태연한 척 이 상황을 버티려고 노력….

“욱.”

“…?”

잠깐만.

방금… 내가 낸 소리 아니지?

고개를 힐끗 돌리자,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소 가면이 보였다.

‘혹시.’

“…잔인한 것을 보기 힘들어하십니까?”

“…….”

소 가면이 서서히 끄덕여진다.

가면이 가리지 않은 하관은 이미 시허옇게 질려 있었다.

‘동지…!’

가슴이 뜨듯해질 뻔했다.

드디어 이 미친 상황의 미친 공포를 같이 겪는 사람이 나왔구나!

‘야, 너 그래도 잘 참는 편이야!’

우리 잘 피해서 비슷한 결로 이 난관을 돌파해 보자…고 말할 뻔한 찰나였다.

“아, 진짜… 뭐라는 거야.”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목소리였다.

…A조 대리다.

“잔인한 걸 못 봐? 이딴 고문관은 예비 목숨이 아니라 짐덩이인 걸 왜 모르지?”

“…!”

“야, 수석. 넌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해주는 거야. 저거.”

A조 대리의 검지 끝이 Y조 신입직원을 향했다.

Y조 직원이 움찔거렸다.

“X, Y, Z 붙은 놈들하고 괜히 친목질하지 말라고.”

“…….”

비슷한 말을, 직전에 직속 상사에게도 들었지.

-노루야. 오늘 본 다른 조 사람들은 웬만하면 그냥 적당히 대하는 거야. 알겠지?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현장탐사팀은 각 조의 알파벳을 부여하지.’

그리고 그 순서에는 의미가 있다.

정예팀인 A, B, C조.

일반적인 팀인 D부터 W조.

그리고 X, Y, Z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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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백일몽 주식회사

/ 현장탐사팀

마무리팀

입사 시험은 통과했지만, 정상적인 탐사업무를 수행하기엔 어딘가 결함이 있는 인원들을 모아놓은 현장탐사팀.

특수한 상황을 실험해 볼 때 주로 투입된다.

주로 알파벳 끝 세글자(X, Y, Z)로 조가 지칭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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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끝 세 자리는 저런 새끼들만 모아둔 곳이라고. 그냥 고기방패야. 일머리 있는 직원한테 주는 여벌 목숨 같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예?”

“뭐 변인 제거니 뭐니 하면서 신입들한테는 제대로 안 알려주는 것 같던데, 어차피 저건 여기서 죽을 거니까 상관없겠지.”

소 가면의 직원은 굳었다.

“그, 그게 무슨….”

“마무리팀 소가면. 왼손 들어.”

“!”

거짓말처럼.

장허운은 자신의 왼손을 허공을 향해 치켜들었다.

“…!!”

가면에 가려지지 않은 하관이 당혹감에 허옇게 질려 있었다.

“뭐, 뭐…!”

A조 직원이 턱을 치켜들었다.

“고기방패. 저렇게 쓰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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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등급 이상의 직원은 마무리팀 직원과 함께 어둠에 진입 시, 그들에게 무조건적인 명령 수행을 요구할 수 있다.

마무리팀 직원은 반드시 해당 요구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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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더 잔인하고 극적인 탐사기록을 뽑아내려는 장치지.’

한마디로 노예나 자살특공대 같은 거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상상보다도 기괴했다. 소가면 직원이 저항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더욱.

‘미치겠네.’

A조 직원의 나비가면 턱 부근의 금빛 마크가 반짝였다.

“위험한데 해보고 싶은 게 나오면 일단 저런 애들 시켜보는 거지. 근데 지 맘대로 알아듣고 지시대로 안 하고 죽는 경우도 나와서 미치겠다니까?”

“으, 으윽….”

“하기야 이해할 정도로 일머리가 있으면 저런 팀에 발령도 안 됐겠지?”

폭언은 평이하게 이어지다가, 짜증을 누르는 듯 피곤한 직장인의 목소리로 끝났다.

“아 뭣하려 이런 데 취직해서 민폐냐고. 매번 진짜…. 정신병자에, 사이비 종교쟁이에, 범죄자에….”

“…….”

확실히, 마무리팀에는 일부러 인격적 결함 있는 인간상들을 넣어뒀을 것이다.

괴담을 읽는 사람들의 심리적 허들을 낮추기 위한 장치였겠지.

‘착하고 멀쩡한 사람이 도구처럼 죽는 것보다, 못되고 결함 있는 사람이 죽으면 좀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지….’

현실로 보니 입맛이 쓸 만큼 추잡한 느낌이 들었지만 말이다.

소가면 직원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자살특공대 취급까지 받고 있냐.

“저 염병하는 쫄보 새끼까지….”

그래, 쫄보….

“……!?”

…자, 잠깐만.

잠깐만요. 대리님!

방금 엄청난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방금 쫄보, 라고 하신 것….”

“그래. 그 입사 시험을 통과하고도 징징대는 쫄보 새끼가 있다니까? 믿겨져?”

A조 직원이 턱짓했다.

“저 Y조 신입처럼 말이야.”

…….

‘그게 다임?’

진심으로?

저 소가면 신입이 겁이 많아서 마무리팀에 박아놓은 거라고요?

겁쟁이가 그 정도 결격사항이었다고?

그럼…….

‘나는?’

…내가 쫄보잖아!

순간, 파노라마처럼 입사 첫날 내가 편의점 귀신에게서 도망친 후 상사들에게 했던 소리를 떠올렸다.

-어, 사실… 무서워서 빨리 나오려고 한 겁니다.

“…….”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안 믿어줘서 너무 다행이었다는 것을.

‘이거 쫄보는 폐급으로 찍혀서 사내 왕따 당하는 거구나…!’

심지어 알음알음 눈총받는 게 아니라 공식적으로 죽을 자리에 몰아넣네!

‘나, 난 그냥 약점 안 들켜야지 수준의 생각만 한 건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순간 생존율이 곤두박질치는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렸다.

안 돼!

“아무튼 지금은 지시할 거리도 딱히 없어. 방해될 것 같으니 그냥 너랑 나만 이동한다. 알았지?”

싫어!

댁이랑 단둘이 가면 5분 만에 쫄보로 저격당할 것 같다고!

A조 직원의 ‘뭐야 이 새끼 쫄보였잖아’ 증언을 끝으로 김솔음 사원이 내일 마무리팀으로 유배당하는 미래가 보인다고!

“그렇다면 먼저 가십시오.”

“뭐, 뭐?”

나는 입사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신입 십계명을 어겼다.

상사에게 반항한 것이다.

명분도 그럴싸하다.

“저는 팀원을 챙겨서 가겠습니다.”

“…….”

A조 대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순간, 이 상사가 Y조 신입사원을 이용해 내 모가지를 따는 건 아닌가 걱정했으나.

“이 멍청이가….”

나비가면 대리는 그 대신 날 손절하고 사라지는 쪽을 택한 듯했다.

근데… 어, 그게 말입니다.

‘어차피 혼자 못 가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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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 (탐사기록 64번까지 적용)

2. 테마파크 안에서 같은 색 팀원은 꼭 함께 다녀요!

어트랙션 탑승 중이 아닌데 5m 이상 떨어질 시 처형됩니다. 목이 졸립니다. 아파요 더 떨어지지 마세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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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 같은 강심장을 그냥 눈 뜨고 보낼 리가….’

당신은 우리의 탱커를 해줘야 한다.

나비 가면을 쓴 대리가 뒷덜미를 잡힌 듯이 컥 소리를 내며 멈췄다.

“이 개 같은!! 아!”

빨간 끈.

목줄 같은 그 선이 우리의 머리 위로 연결되어 팽팽해지는 것이 보였다가, 대리가 눈치껏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좁히니 다시 사라졌다.

“이…!”

“진 대리님.”

나는 입가에 검지를 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눈을 굴렸다.

퍼레이드 주변 마스코트들이 진 대리를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다.

“…….”

A팀 대리는 빠르게 진정했다.

유능한 사람은 정말 편하다…….

“설마 팀을 나눈 게….”

“예. 저희는 빨간 말을 같이 뽑지 않았습니까. 그대로 팀으로 묶여서… 아마도 물리적인 제약을 받는 듯합니다.”

“……설마.”

대리가 나를 쳐다보다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너… 이걸 미리 짐작했다고?”

…?

그냥 이 괴담 미리 읽은 겁니다만….

하지만 잘 받아먹도록 하자.

나는 분위기를 잡고 입을 열었다.

“기억하시겠지만… 분명, 민간인 생존자는 네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팀 아니었을까요?”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도 한 팀에 넷이 배정되었으니, 그 민간인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한 팀이 함께 생존했을 확률이 제일 높지 않을까 했습니다.”

“…….”

“그러니 일단은 넷이 서로를 챙겨야, 이 어둠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행동했으면 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일리가 있네. 그래.”

다행히 A조 상사는 이성적으로 납득해 준 것 같았다.

“김솔음 씨, 감사,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함께 힘내봅시다.”

부가적으로 소가면 동기도 감동한 것 같았으나 지금 우리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쫄보 동지여.

‘어디 보자.’

나는 이 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선민의식에 찌든 상사.

쫄보 덤앤더머.

그리고 덤으로 딸려 온 타부서 직원까지.

‘허허, 개판이네.’

이게 <어둠탐사기록>이었다면 기록 시작하자마자 다 죽고 시점이 도마뱀 과장에게 돌아가야 적당할 것 같은 인선인데?

하지만 이 인원으로도 살아남을 방법은….

‘있다.’

행동 수칙을 잘 지키며 탈출로를 노린다면!

“…혹시 기억하십니까?”

“뭘.”

“<유쾌 테마파크> 보드게임 박스에 적혀 있던 문구 말입니다.”

팀원들과 함께 3개의 판타지 어트랙션에 가장 빨리 탑승하고 상품을 받아보세요!

나비 가면 아래 눈이 가늘어진다.

“세 가지 어트랙션… 그래. 이 팔찌에도 딱 세 칸이 있네.”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대로 했으면 합니다. 어둠에서 암시하는 요구사항이 있다면, 따르는 게 클리어를 위한 정석이니까요.”

“…이 회사 3년 다닌 나보다 전문가처럼 말하네, 한 달 다닌 신입이?”

헛.

“그 한 달 동안 계속 매뉴얼이 없는 어둠만 투입된 터라… 음, 이런 류의 추측을 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뭐, 그래.”

다행히 A조 상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빈정 상해서 한 말은 아니었나 보군.

“네 가설은 설득력 있어.”

“예.”

적당히 납득해 준 것 같다.

나는 손을 들어서 아주 예의 바르게 건의했다.

“그래서 저희도 우선 어트랙션을 탔으면 좋겠습니다.”

운 좋게도 근처 표지판 중 하나에 내가 노리던 어트랙션이 적혀 있었다.

[판타지 트레인(Fantasy Train)]

직역하면 마법 기차.

“…이거 민간인들이 증언했던 어트랙션 아니야?”

“맞습니다.”

나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패닉 상태던 연구원이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타, 탄 사람 다 주, 죽었다고 했잖아!!”

그렇다.

이건 생존율 3%의 극악한 지옥기차다!

‘그렇다고 내가 미친 건 아니고.’

<어둠탐사기록> 고인물에게는 다 방법이 있다!

…좀 덜 무섭게 클리어할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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