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97화
“제발!”
백사헌은 거의 발악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최대한 목소리를 죽이는 것이, 그저 옥죄어 오는 초자연 재난에서 들키지 않고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러나 청동 요원은 포박을 풀지 않았다.
내가 들고 있는, 백사헌의 바지 주머니에서 꺼낸 황금 막대를 흘낏 보더니 질문할 뿐이었다.
특별상.
“저걸 뽑았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무슨 의미냐고? X 됐다는 뜻이라고! 그러니까 명절 축제 막일이 오기 전에 나가야 해. 당장, 여기서….”
“죽습니까?”
백사헌은 굳었다.
끼어든 내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아까 보니까 그 막대를 뽑은 사람은 축하를 받던데요. 그리고 내년도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백사헌은 입을 달싹거렸으나,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빛에 공포와 분노가 번들거렸다.
‘금제?’
나는 청동 요원과 눈을 마주쳤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요원이 고조 없는 어투로 묻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본부 직통 구조 번호를 구한 건지 말하십시오.”
“하! 댁들이 마을 여기저기 숨겨놓은 번호가 아니라?”
“……!”
“다 이미 알아. 마을은 다 안다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뿐이지. 그런데 어떻게 그 번호로 연락을 합니까?”
백사헌의 입에서 빈정거림이 쏟아진다.
“잠깐. 관리국의 안내문들을 눈치챘으면서 방치해 두고 있는 겁니까?”
“그래! 외지인들이 신산주 마시고 세상진리 깨닫고 목을 매든 강에 빠지든 우물 밑에서 썩든 싹 다 잊고 세상살이하든 상관없대. 걔들 하나둘 빠져나가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신경 안 쓰는 거야. 부정 안 타려고 관리하는 것뿐이니까!”
“‘부정 탄다’? 무슨 부정을 타는 겁니까?”
백사헌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 턱에서 식은땀이 떨어진다.
‘또 금제.’
초자연적 공포와 압박에 시달리는 그 모습에 묘하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내가 떠오르기 때문인가.’
그러나 그건 내 관점이다.
“대답할 수 없나 보군.”
청동 요원은 백사헌에게 전혀 동정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산장에서 테이프를 가진 자들을 일로써 죽였던 사람이다.
재난관리국이 악인으로 선발했기에.
그리고 백사헌은, 테이프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잘 안다면 자기 발로 나가십시오.”
“못 한다니까!”
냉정한 요원의 말에 백사헌은 상황을 파악하고 눈을 굴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 목소리가 침착해졌다.
“저기, 그거 있잖습니까. 저도 압니다. 마을 소나무 앞 돌무더기요. 거기에 돌 올려놓고, 기도하고, 요원분들이 양옆에서 팔짱 끼고 걸어주면 마을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는 거잖아요.”
“……!!”
정확했다.
우물터에서 동쪽으로 아흔아홉 걸음 걸어가면 말라붙은 소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 앞 돌무덤에 작은 돌을 하나 더 올려야 한다.
그리고 ‘돌이켜 돌보소서’라고 세 번 기도를 올린 후, 일행이 모두 팔짱을 끼고 입구를 향하면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는 게 현재 규칙.
이 일에 반드시 셋 이상이 필요하기에 요원 두 명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 것. 요원이 왼쪽 끝과 오른쪽 끝에서 팔짱을 끼고 가운데로 구조자들을 넣어주자!
“다, 다 봤어요. 몇십 년 전부터 봤다고요. 그게 구출법 맞지 않습니까? 저한테도 해주십시오! 신고했으니까! 그게 맞잖아!”
백사헌의 어조에서는 간절함과 분함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그건 마을 사람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백사헌이 멈췄다.
“……뭐?”
“이 마을에 사는 당신에겐 통하지 않을 거란 뜻입니다.”
그렇다.
-다시 적지만 이거 축제 중인 마을 사람한테는 안 통하니까 섣불리 시도하지 마. 준비 없이 얼결에 했다가 마을과 현실 사이에서 길 잃지 말고.
“마을 사람은 그 방식으로는 무사히 밖으로 못 나갑니다.”
“…나 이 마을에 이제 안 살아. 서울 사는데.”
청동 요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백사헌이 목소리를 죽이고 다급히 울부짖는다.
“여, 여기 한 달에 한 번, 아니, 두세 달에 한 번 와서 며칠 있다가는 게 전부야. 나 여기 안 산다고! 이 미친 새끼들 아니야!”
“기준은 축제에서 깃털을 달고 있는가입니다.”
“……!”
백사헌이 시선이 떨어진다.
아직도 수탉 깃을 달고 있는 자신의 가슴팍으로.
“~!!”
뜯어내려는 듯 몸을 움찔거리나, 이내 불가능한 것처럼 멈춘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안 된다고?”
“…….”
“아냐. 그럴 리 없어. 난 성인이고 여기 안 사니까 외부인 맞는데. 그럼… 그럼 다른 방법이 있겠지. 너희는 시민을 구해야 하는 거라며. 신고자 살려줘야 하잖아.”
청동 요원의 냉정한 목소리가 선언한다.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
…….
“그럼 죽어.”
…….
뭐?
“그럼 너희도 다 죽어.”
백사헌의 입이 열렸다.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읍!”
백사헌의 입을 황급히 막았다.
그러자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손에서 살이 파였다.
“…!”
물어뜯은 것이다.
“포도 요원!”
“이 객들이 대리자를 빼앗아 간다! 대리자 빼앗아 간다! 부정 탄다!”
청동 요원이 얼른 내 손을 빼내 잠시 입을 막은 힘이 풀린 순간, 다시 백사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폐가 뒤에서 인영이 나타난다.
아니, 여럿이.
* * *
깨달았다.
“마을에서 이리 소란을 피우지 마셔요.”
“그래요. 어휴, 야밤에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목욕물이 아주 좋은데, 따끈하게 목욕하시구 푹 쉬시죠.”
“잠이 안 오셨나 본데 속이 덜 든든하셨나 봅니다.”
왜 최 요원이 마을 사람에게 발각될 것 같다면, 얼른 숨거나 역으로 제압해서 폐가에 숨기라는 건지 깨달았다.
대우가, 달라졌다.
“식사 들입니다~”
우물터에서의 만남을 들킨 후.
사근사근한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기와집으로 다시 안내했다.
그리고 우리가 본래 묵던 백사헌의 작은 독방이 아닌 장지문이 달린 고급스러운 큰방으로 잠자리를 바꿔놓았다.
권유가 아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놓았다.
그리고 목욕을 권유하고, 축제 음식을 내온다. 술과 함께.
“시원하게 쭉 들이켜세요. 약주예요. 약주.”
“여기 산에서 나는 나물, 약초, 삼으로 담가서 아주 보양이고 눈이 트여요~”
마치 오이를 땅바닥에 버렸던 진상에게 붙었던 자들처럼.
백사헌은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로 마을 사람들이 인도해 갔다.
“…….”
섬뜩한 예감에 우리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재난관리국이 숨겨둔 안내문을 보고 신고 요청을 보냈을 사람들도 이런 위화감을 느꼈던 걸까.
마을 사람들은 식사를 차려놓고 방에서 나가서 우리 둘뿐이었으나, 아직도 문밖에서 잠깐 기척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라졌다.
“…….”
청동 요원이 문에 접근해 귀를 기울인다.
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후, 조심스럽게 바깥을 체크하려 문을 살짝 열려고 손을 뻗는데….
잠깐.
나는 청동 요원의 어깨를 잡아서 동작을 말렸다.
그리고 식탁 위를 뒤져서, 음식을 데우는 것에 사용된 납작한 초를 들었다.
그대로 장지문 근처에 비추었다.
문 건너편 다닥다닥 붙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멀어져서 기척이 사라진 게 아니라.
‘X발.’
섬뜩함이 목을 타고 우수수 올라온다.
나는 황급히 촛대를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그 대신 물잔을 살짝 쏟아서 손가락을 물에 적셔서 필담으로 전환했다.
-저 사람들을 모두 재우고 조용히 나가는 식의 방식은 불가능합니까?
-힘듭니다.
청동 요원이 빠르게 답변한다.
-이렇게 종교적 색채가 노골적인 괴담에선 수면이 꼭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
과연.
아주 오래전부터 관찰된 괴담 같은데, 아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았을 것이다.
내가 읽은 최 요원의 도움말에는 다 담지 못할 다양한 시도를 했겠지. 그중에 효과 있고 안전한 것만 규칙이 됐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마을 사람을 재난에서 구조하는 방법은, 단 하나도 확인되지 않은 거고.
그래도 말이다.
-대체 이 마을 축제에 방문한 외지인들은 정확히 어떻게 실종되는 겁니까?
이건 들어봐야겠다.
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
-마을 사람들은 축제가 끝나면 곧바로 외지인들을 내보냅니다.
그리고 하룻밤만 묵었던 사람도 축제 중간에 돌아가겠다고 강력히 주장해서 나갔다는 기록도 꽤 자주 있긴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중 일부는 집에 도착하지 못하는 겁니다.
“…….”
-가끔은 무사히 귀가한 후에도 몇 주 뒤에 홀연히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례도 다수 목격됩니다.
주로 자연물을 이용한 죽음이었습니다.
섬뜩함.
-이 사태의 원인은 모르지만, 공통적인 절차는 확인되었습니다.
이 괴담에 들어와서 친절한 마을 사람의 안내를 따라가서 목욕, 음식, 술을 제공받는 것.
-셋 중에 정확히 어떤 것이 요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힌트를 잡았군요.
나는 백사헌이 외쳤던 말을 떠올렸다.
-외지인들이 신산주 마시고 세상진리 깨닫고 목을 매든 강에 빠지든 우물 밑에서 썩든….
그렇군.
‘일단 술은 확실한 건가.’
나는 식탁에 놓인 술을 보았다.
평범한 백자 호리병에 담긴, 맑은 술.
그런데….
‘이걸 마시면, 세상진리를 깨닫고 죽는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이지?’
도대체 어떤 ‘진리’이기에?
본래 괴담 세계관에서 진실이란 이름을 붙여놓고 세뇌나 최면으로 사람 정신을 망가트리는 경우야 많다.
그것도 물론 무섭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거다.
…정말로 진실인데, 아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
인간은 몰라야 하는 것을 알아버린 경우.
‘…왠지 불길한데.’
가슴께가 서늘해졌다.
…그냥 나가는 편이 안전할 것 같다.
더 파지 않는 게 현명한 짓이라는, 말초신경의 신호가 왔다.
그리고 확실한 방법이 남아 있긴 했다.
재난관리국에서 요원들에게 지급하는 탈출법.
오방색 운동화 끈.
“…….”
나는 이미 청동 요원이 살짝, 자신의 점퍼 안을 들여다보며 갈등하는 것을 보았다.
-이대로 나가는 겁니까?
하지만 구조 요청자는 아니더라도 이대로 두면 분명 축제가 끝나고 나서도 집에 돌아가지 못할 사람들을 보긴 했다.
청동 요원이 원리원칙주의자이긴 했지만, 요원으로서 그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듯하다.
-오늘 축제가 끝날 때까지 이 방에서 조용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피로하고 죄책감 어린 표정으로 덧붙였다.
-죄송합니다. 지나치게 강경하게 말해서 상대가 돌발행동을 할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아니다.
‘백사헌이 돌발행동을 할 인물이란 건 내가 알았어야겠지….’
위키로 그렇게 많이 보고 사택에서 같이 살기까지 했으니까.
…지쳐서 예측이 둔해진 느낌이다.
나는 고개를 저은 후, 방 한구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새벽이었다.
‘곧 축제가 시작하겠지.’
그리고.
히야아아아아!
바깥에서 축제의 음악과 소음이 점점 더 강해 절정에 달할 때까지, 우리는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
‘안 사라져.’
축제가 시작했는데도 우리 방에 가끔 음식과 술을 데워서 가져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항상 2인 이상이 서 있다.
설득이나 유도도 통하지 않는다.
친절할 뿐, 애초에 우리와 대화할 마음이 전혀 없는 모습.
‘이렇게까지 한다고?’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백사헌이 우리를 대체 어떤 식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찌른 거지?’
심상치 않았다.
이대로면 정말 운동화 끈 묶고 그냥 돌아가야 할 판이었다.
청동 요원의 판단도 그쪽으로 조금씩 기우는 것 같은 그때였다.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저기서 사람들이 소란 피우던데… 여기에 말하면 됩니까?’
‘예예. 싸우던데. 뭐, 음식 엎고…. 어어어?’
바깥에서 잠깐 떠드는 소리가 나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드르륵.
장지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역시 여기도 사람이 있구만.”
“…!!”
은하제 대리님이었다.
청동 요원의 눈이 커졌다.
“당신….”
“쉿.”
대리가 검지를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여기 무슨 인신매매 집성촌인가? 죄다 가족에 불순분자 외지인 가둬두려고 하고. 아무튼, 댁들도 이 방에서 나가고 싶은 거 맞습니까?”
“예!”
“그럼 나가죠.”
은하제 대리는 우리를 안내해서 교묘히 기와집 밖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기와집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진 상태였다.
“왜 갑자기 인원이 빠진 겁니까?”
“축제 준비로 안 그래도 사람이 줄었는데, 거기에 집 밖에서 마을 사람끼리 싸움이 붙어서 다 뜯어말리러 갔지.”
“…혹시 그 싸움을 부추긴 사람도 있습니까?”
“누가 알겠어?”
그리고 은하제 대리가 눈을 찡긋거렸다.
‘저 사람 짓이잖아.’
제발 위험한 짓 그만하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좀 울컥했다.
“아무튼 얼른 가보십쇼. 보통 마을이 아닌 것 같으니까.”
“……감사합니다.”
“뭘.”
그리고 은하제 대리가 봐둔 것 같은 뒷문으로 빠져나온 우리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전경을 맞이하게 된다.
[지산의 복 받으세요!]
명절 축제가 한창인 마을.
히야아아아아!
“여전히 난리통이구만.”
뒷머리를 헤집던 은하제 대리가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괜히 또 걸려서 방으로 끌려가지 말고. 이 난리통이면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입구로 나갈 수 있….”
“잠깐만.”
청동 요원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은하제 대리에게 엄격하게 말했다.
“같이 나갑시다.”
물론 은하제 대리는 황당해했고 말이다.
“아니, 나는 다른 볼일이 있다니까 그러네. 취재해야 나도 먹고살지 않겠습니까.”
“위험합니다.”
“댁들 위험에 처한 거 구해준 게 난데?”
청동 요원이 한숨을 쉬었다. 실랑이로 시간을 쓰는 게 답답하면서도 은하제 대리를 설득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이 정도까지 해준 사람이 여기서 실종될까 봐 염려된 듯했다. 어지간하면 구해가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나는….
‘염려는 되는데,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 확신할 수가 없다.’
당장 이 마을이 위험해 보인다고 은하제 대리를 끌고 나갔다가,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호 이사에게 해코지당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미 내가 직전에 겪은 일이기도 했고.
‘후우.’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리고 하나가 더 신경 쓰였다.
‘백사헌도 정말 이대로 두는 게 괜찮은 건가?’
물론 백사헌은 안 죽고 과장까지 계속 승진할 것이다. 여기가 백사헌의 본가라면 나라는 변수 때문에 없었을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닐 테니, 위키의 설정상 여기서 죽지 않을 거란 뜻이다.
‘하지만… 그 공포는 진짜였는데.’
정말 이대로 나가도 되는 건가?
무심코 사방에 고개를 돌려보는데, 그 순간 눈에 딱 들어왔다.
바로 그 백사헌이.
“……!”
녀석은 여전히 음식을 나르고 사람을 안내하는 등 마을 일손을 돕고 있었다.
눈이 퀭했으나 생각보다 평온한 얼굴이다.
그리고 그때.
댕댕댕댕댕댕!
[여러분! 추첨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다들 상품 받고 지산의 복도 많이 누리세요!]
뽑기 시간이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뽑기통을 들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가야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다급한 청동요원의 말과 은하제 대리의 말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산의 복 받으세요!”
외지인들에게 흩어진 마을 사람들.
‘…이 속도면 그냥 바로 입구로 달려갔어도 걸렸을 것 같은데.’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는 뜻이다.
그들의 눈에 띄는 것은.
그중 하나가 이쪽으로도 다가온다.
그렇게 자연스레 우리의 차례도 금방 돌아왔다.
“지산의 복 받으세요!”
뽑기통이 내밀어진다.
“…….”
안 뽑는 게 더 수상쩍지 않나?
마을 사람이 너무 많았다.
‘소란 피우면 안 될 것 같은데.’
기와집에 있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나가려면, 괜히 거절해서 눈에 띄거나 목소리 키우면 안 좋다.
‘당첨되더라도 상품을 안 가지고 나가면 돼.’
치열한 고민 끝에, 결국 나는 손을 뻗어 내게서 제일 가까운 아무 막대나 집어 들어서 뽑아 들었다….
그런데.
황금빛 끝이 보였다.
“…!!”
황금이 끝에 눌어붙은 막대.
어제, 백사헌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그것.
특별상.
“…….”
주변이 갑자기 미친 듯이 고요하다.
시선이, 보지 않아도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아아아아!”
“아아아!”
[오셨다! 오셨다! 지산의 복 오셨다!]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소리가 메아리친다.
나는 간신히 막대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저편에서.
뽑기통을 든 백사헌이 희열에 찬 채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