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99화
지산 마을 축제는 밤새 계속되었다.
외지인들은 완전히 개방된 여러 민가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고, 밤새 술과 고기를 공짜로 즐길 수 있었다.
결국 꽤 많은 숫자가 떠나지 않고 마을에 남았다.
“무슨 일이야?”
“아, 마지막 날에 무슨 큰 행사 같은 거 한대. 그러니까… 굿 같은 거 같던데?”
“그게 뭐야.”
“몰라. 근데 찍어서 쇼츠 만들려고.”
외지인들이 태평하게 중얼거리며 날밤을 새우거나 취한 채 휙 아무 방에나 잠들기도 한다.
그리고 해가 밝은 마지막 날.
“오.”
“지금 시작하나 봐.”
[지산의 복 납신다~]
마침내 의식이 시작되었다.
둥 둥 둥
풍물놀이 패가 치는 장구에 마을 사람들이 마치 길을 만들 듯 양옆으로 정렬하여 긴 공간을 만든다.
기와집에서.
서낭당까지.
그리고 길의 첫 시작인 마을 중앙의 기와집에서 마침내 걸어 나오는 것이 있다.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그건 거대한 인간 가마였다.
수탉 깃을 가슴에 꽂고 머리를 무명천으로 가린 네 사람이 누군가를 짊어지고 있다.
“오.”
“야야, 본격적인데.”
외지인들은 그저 흥미본위로 심드렁히 대화를 나눴으나, 그 사이엔 눈을 빛내며 숨어 있는 존재도 있다.
‘난리군.’
은하제 대리.
김솔음에게 그렇게 불렸던 자는 인간가마 위에 탄 그와 마을 사람들의 움직임을 확인한다.
이대로라면 순조롭게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듯했다.
그 날카로운 눈빛이 외곽으로 돌아갔다.
바로 폐가가 즐비한 마을 한편, 우물터 방향으로.
‘우물 안.’
그곳이 업무의 목적지였다.
재난관리국의 요원들은 대체 왜 우물 근처에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덜 따라붙는지, 비교적 안전한지 정확한 원리는 규명하지 못한 상태였다.
축제 기간이 아닐 때 와서 확인도 해봤으나 그저 막힌 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기자’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았고, 자신이 무엇을 조사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저 우물은 한때 다른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던 통로였다는 것을.
그래서 이 기묘한 축제 기간에는 마을 자체가 고등급 어둠이 되며, 통로의 역할이 가끔 살아나기도 한다는 것을.
그러니 지금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
기자는 인간가마 위에 타고 있는 김솔음을 한번 힐끗 본 후, 결국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폐가 사이에 있던 우물터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그 와중에도 가마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풍물놀이 패가 길을 트고 가마가 지나가면, 마을 사람들은 절을 올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열정적으로 가마를 따라가는 자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거리를 둔다. 마치 가까이 붙는 것은 허락되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그 허락이 중요하지 않은 자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와! 이거 보세요, 지금 몇십 년 만에 처음 진행하는 행사랍니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몇몇 외지인이 가까이 따라붙는다.
취하고 판단력이 흐려진 자들은 거리감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인간가마의 역할을 하는 중인 머리 가린 마을 사람을 툭툭 치기도 한다.
이 몇몇은 애초에 시골 마을 축제 따위는 공짜 술과 밥 때문에 방문했을 뿐이니까.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제지하지 않는다.
웃는 얼굴로 물끄러미 볼 뿐이다.
“오오, 시골치고는 제법?”
“프로의식이지. 프로.”
마을 사람들은 발끈하지 않았다.
그저 가마가 무사히 가는지만 간절한 눈으로 볼 뿐이었다.
“…….”
이윽고 서낭당 앞에 무사히 도착한 인간가마가 멈춰 섰다.
가마의 역할을 수행하던 자들이 조심스럽게 어깨에 태우고 있던 ‘당첨자’를 정중히 내려놓더니, 두 사람이 서낭당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서낭당의 금줄을 잘라 버린다.
툭.
금줄이 바닥에 떨어진다. 남은 두 사람은 가마로 태우고 있던 자의 발에 걸려 있던 금줄을 풀어서 서낭당에 다시 건다.
그리고 서낭당의 문이 개방된다.
그 속에 있는 건….
“문이 열립니다! 우와! 저거 보세요! 금!”
황금빛 수탉.
‘특별상’이던 그 금 수탉상은 서낭당 안에 안치되어 있던 것이다.
그런데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도금 아니야?”
“미친.”
서낭당의 가운데, 본래 제단이 있어야 할 자리에 뜬금없이 놓인 둥근 원형의 목재 틀 위에 솟은 그것은 말 그대로 인간만 했다.
외지인들의 눈에 경탄을 넘어서 탐욕이 비친다.
그들의 눈에는 금덩이 뒤에 본래 서낭당의 장대가 거꾸로 꽂혀 있던 것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뽑기통에 거꾸로 들어가 있던 막대들처럼.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가마 위에 타고 있던 자가 드디어 움직인다.
백의를 입고 있던 자가 서낭당 앞에 서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와서 백의 위에 종이를 덮었다.
종이는 먹으로 적은 글자로 빼곡하게 덮여 있었다.
한글과 한자들.
마을 사람의 이름들이다.
그리고 또 세 번 절을 올린 후, 그 위로 술병을 기울였다.
주르르륵.
쏟아지는 신산주에 먹물이 씻겨 내려가며 글자가 사라진다.
그것은 마치 백의를 입고 있던 자 위에 스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세상진리로부터해방되게하소서지산의복이시여대리자여.”
“세상진리로부터해방되게하소서지산의복이시여대리자여.”
“세상진리로부터해방되게하소서지산의복이시여대리자여.”
마을사람들은 절을 하고, 기도하고, 울고, 오래 묵은 깊은 공포를 토해내며 울부짖으며 양손을 들어 올리거나 허공을 향해 빈다.
그 처절함과 긴장감은 풍물놀이 패의 소리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어….”
“야. 분위기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외지인들은 대부분 엉거주춤 물러났다.
슬슬, 기이한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금동상 좀 가까이 볼까요? 어 근데 뭔가 향기로운… 술냄새 같은 게…….”
툭.
스마트폰을 든 사람이 서낭당에 툭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어?”
[산산백지산복주시옵게대리자야]
금수탉이 녹아내린다.
부글부글.
마치 그런 소리가 날 듯한 모양새로, 수탉이 녹아내리며 서낭당의 바닥 홈을 타고 번지고…….
이내 감히 그 안에 들어온 자의 발에 닿는다.
황금빛 액체가.
“…….”
멍하니 자신의 발을 보던 외지인의 입이 열린다.
“알겠다!”
쿵.
스마트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세상은■■야!우리는그속에적힌■■하나에불과하구나!”
“제발보지마세요저를보지마세요저를■■마세요”
“저는가치 있어요저는흥미로워아니??나는없잖아?이게뭐야이게?뭐야?이름님?”
광기가 전염되듯 퍼진다.
“뭐, 뭐야.”
“저 사람들 왜 저래?”
외곽에 있던 사람들이 상황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거나 오히려 구경하기 위해 목을 뺀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아악!”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착란에 빠진다.
비명과 이치에 맞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아예 텅 빈 멍한 눈으로 앉아 있거나.
광기와 차분함이 공존하는 현장.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그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신산주에 닿아 세상진리를 알고 그 공포스러운 깨달음에 사로잡힌 자들의 말로를 이미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이다.
외부인은 외부인일 뿐.
그리고 그들, 이 지산 마을의 가족들은 그런 꼴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바로 그들이 준비했던 이 기나긴 지산명절의 끝에서!
[오신다!]
이 부정 탄 자들과 다른, 몇십 년간 정성으로 의식을 섬기며 지산의 복을 기다려온, 선택받은 그들만이 해방을 맞이할 것이다!
“서낭당에 새 장대가 세워진다!”
꽹과리의 요란한 소리가 광란을 덮는다.
당첨자가 이 광기의 소란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고요히 서낭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별상, 금 막대를 손으로 든 채.
그렇게 그들의 대리자가 녹아내린 황금빛 액체 위로 그 작은 막대를 꽂기만 하면, 서낭당에 녹아내려 지산의 복이 되어줄 것이다.
저 공포스러운 세상진리로부터의 해방을 도래시켜줄 희생양, 아니, 신!
자신들은 이 괴이하고 잔악한 세상에서 도망쳐, 화를 피하고 해방될 것이다!
그런데….
…….
“여러분.”
공무원의 단조로운 목소리.
“이거 절차가 잘못되었는데요.”
“……?!”
당첨자가 자기가 들고 있던 금막대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면 망할 겁니다. 그쪽들의 표현으로는 ‘부정 탈 것 같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죽음 같은 침묵이 흘렀다.
그때, 울부짖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산의 복이 우리를 두고 도망가려 거짓을 말한다!”
“글쎄요.”
백의의 두 손이 천천히 펼쳐 들린다.
하늘을 향해.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언어로 말한다.
“신산주로 씻김 받고 세상진리의 깨우침을 받은 나는 이미 압니다. 금 장대를 뽑아 서낭당에 다시 세울 지산의 복은 이미 압니다.”
진실을.
“당신들은 가르침을 왜곡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무명의 경전 몇 쪽만 읽었던지, 가르침을 훔쳐들어서 일부만 잘못 이해한 겁니다.”
혼란.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의 신음과 중얼거림들.
“세상진리로부터의 해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불합리한 이 세계의 상황으로부터 도망쳐, 당신들은 지산의 복의 보호 아래 화를 면하고 선택받은 예외가 되어 자유롭게 사는 것?”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쳐든다.
행동으로 보이는 긍정.
“역시 그랬군요.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김솔음이 말한다.
그가 알고 있는 확실한 지식.
무명찬란교의 가장 중요한 교리.
그 첫 번째 가르침을.
“이 세상에는 자유가 없습니다.”
“이 세상은 이름님의 것입니다. 오로지 이름님의 선택을 받아야만 의미가 있으며, 이 진리를 인정하고 그분의 선택을 받기 위해 스스로 수행하며 세상에 근원의 씨앗을 심고 일구어야 합니다.
“당신들의 자유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로지 이름님의 의지와 선택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자는 세상에서 죽음으로 도피했으나 그것은 탈출구가 아닙니다.”
선언한다.
“이름님으로부터의 탈출구는 없습니다.”
…….
“이 말씀이 해방입니다.”
죽음 같은 침묵.
당첨자, 백의를 입은 기이한 존재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묻는다.
“받아들이기 싫으십니까?”
싫다.
싫다.
그럴 리 없다!
“그렇다면 다른 길일을 잡아 다른 형태의 명절과 의식을 준비하십시오. 당신들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부른 지산의 복은,”
자신을 가리킨다.
“나였으니까.”
외지인의 실종과 죽음. 뽑기로 제물을 바치는 산제물 의식의 말로.
여기저기서 ‘아니야’, ‘그럴 리가’, ‘부정 탔다 우리는 부정하다’ 등의 외침과 침음, 통곡이 이어진다.
그러나 눈앞의 당첨자를 죽일 수는 없다.
이 마을에서 죽으면 그가 새로운 신이 된다.
그것이 절차였으니까.
결국, 그냥 보내줘야 하는 것이다.
“아아악!”
풍물놀이 패가 흐느적거리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쓰러진다.
마을 축제는 길을 잃고 혼돈 속에서 끝났다.
그리고 이 결론을 이끌어낸 당첨자, 그의 장기인 정보전과 심리전을 이용해 버릇처럼 성공한 김솔음은…….
‘역시.’
그저 가라앉은 눈으로 그것을 보고 있었다.
기쁨도 없이.
* * *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미친 광경을 둘러보았다.
여긴 무명찬란교의 산하 괴담은 맞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그들의 교리를 알려준 곳은 아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이 마을이 어설프게 의식을 하면서 괴담으로서의 개성을 가지도록 ‘실험’한 거겠지.’
이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백사헌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체 어떻게 의식이 이루어지는 건지, 어떤 교리를 섬기는지 자세히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사헌이 다른 황금막대를 뽑은 마을 사람을 조종해서 내가 이 모든 것들을 듣고 분석할 만큼 충분한 새벽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했다.
‘…그새 다른 세뇌 아이템을 챙겼나.’
이제는 회수할 의욕이 없었다.
의미 없고 그래 봤자니까.
어쨌든, 그래서 나는 이들의 오류를 확실히 잡아낼 수 있었고…….
내 모든 무명찬란교 지식은 진짜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더 쉽게 선동되었다.
나야 무명찬란교라면 그놈의 세상진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추측할 수 있기에, 영향받을 것도 없었고 말이다….
위키에서 다 본 내용이니까.
어쨌든.
‘지산 마을은 이대로 뭐가 맞는지 각자 고민하고, 각자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서로 싸우게 되겠지.’
그렇게 분열이 일어나면 결속도 약해지고 약점이 생길 테니, 내년 명절 전까지는 재난관리국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소란이 가라앉기 전에, 나도 홀연히 나가자.
축제는 끝났다.
마을은 내가 당첨자인 것을 거부했다.
그러니 아마… 마을을 벗어나도 안전할 것이다.
“…….”
나는 서낭당에서 걸어 나오려 했다.
찰팍.
발걸음에 황금빛 액체가 파문을 그린다.
이게 그 금수탉이었지.
색을 보니 그 밑에 받침 같던 원형 목재판은 같이 녹아내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마 이 바닥에 그대로 있겠지.
‘금만 녹아내린 건가…….’
쿵.
“…….”
발걸음을 멈추었다.
쿵.
땅이 흔들리고 있다. 아니,
쿵.
바닥이.
갈라지며 황금빛 액체가 아래로 쏟아진다.
“……!”
나는 서낭당 밖으로 몸을 날렸다. 간발의 차로 무너지는 바닥을 피했다.
그리고 갈라진 목재 원형판 사이로…….
투명한 액체가 솟구친다.
신선주.
……!
깨달았다.
‘수탉 금상은 누름돌이었어.’
그리고 목재 원형판은 그 받침이 아니라…….
‘덮개였던 거야.’
그 금상은, 서낭당 아래에 파묻힌 무언가가 떠오르지 못하도록 누르고 있던 것이다.
거대한 술단지를.
그리고 그 안에 포박된 채 잠들어 있던 진짜.
그것이 내 ‘진짜’ 교리를 듣고, 깨어났다.
차라라라라락.
수많은 다리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아아아아!
투명한 액체 사이에서 기다란 몸체가 튀어나온다.
수많은 다리가 달려 꿈틀대는 것.
술단지 안에 있던 거대한 지네.
아아아아!
그러나 그 수많은 다리는 사람의 팔로 이루어져 있다.
기도하는 손들.
합장.
인간의 얼굴을 흉내 낸 듯한 밋밋한 이목구비 구멍이 움직인다.
옛 민담에 나오는 사특한 파계승 같은 그 모양새.
……내가 알아볼 수 있는, 특징.
지네지승
무명찬란교의 전승을 전하는 괴담. 미물에게 깃든 이야기의 권능에 감명받은 한 성직 종사자의 인정을 받아 세상곳곳에서 변이된 신자를 양성한다.
그러나 이미 몸체가 반쯤 짓물렀다.
서낭당 밖으로 삐져나오는 팔들이 주정에, 액체에 헐어 있다.
눈알도 녹았다.
어떤 시골마을에서는 이 존재의 가르침을 오독하여 그를 잡아 술 단지에 가두고, 그 술로 제사를 지냈다는 민담이 있다.
저거였구나.
이곳에 교리를 전한 것이.
저 존재를 달래기 위해, 지네가 좋아하는 먹잇감으로 알려진 닭을 상징으로 삼아 이곳저곳에 둔 것이었다.
아무 소용 없었던 듯하지만 말이다.
아아아아…….
이름님.
저것은 무명찬란교의 교리에 심취한 것으로, 대화나 소통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교리적 가르침과 깨달음만 주는 것.
형용할 수 없는 진실을 폭력적으로.
해탈은 없다 열반은 없다
이는 세간의 진리로다 영원한 해방이 다가온다 말법의 종말에 이르거든 고통과 실성과 광기를 바치고 사리를 뱉고 영생하리 그것이 도의 실상이며 무상의 가치를 지닌 법이니라
대응해야 한다.
안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하나.’
나는 팔을 떨어트렸다.
……지겹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지?
머리로는 한 달만 버티면 된다고, 소원권만 타면 된다고 하는데…….
저 지네의 끔찍한 설파를 좀 듣고 있으면 뭐 어떻냐는 마음이 몸을 짓누른다. 몸이 으스러지면 어떠냐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쩌면…….
“포도 요원.”
어깨를 잡는 큰 손.
고개를 돌렸다.
단단한 표정에서 빛나는 눈.
청동 요원이, 거기 있다.
“약속대로 시간에 맞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말했었지요.”
돌아올 땐….
“구조할 방법을, 찾아오겠다고.”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규칙대로 말입니다.”
그건…….
“‘해당 초자연 재난에선 구조 요청자의 구출을 위해, 요원 두 명이 동원된다.’”
최 요원의 작두가 서낭당 지붕 아래로 꽂히며 도깨비불이 맹렬히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