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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11화


검은 장갑에 싸인 괴물의 손가락이 쓸어올리듯 움직인다.

그 매끄러운 움직임에 따라 엘리베이터의 모든 지하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신입사원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보았다.

지금.

뭘 한 거지?

“취, 취소! 취….”

늦었다.

엘리베이터가 겨우 한 층을 움직이는 것은 눈 깜짝할 새였다.

띵.

[지하 12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무방비하게 개방된다.

머릿속을 벼락처럼 스치는 몇 시간 전의 광경.

-으으으으… 흐읍.

-이, 이게 뭐야…?

‘미션’을 수행하러 지하 12층에 갔던 엘리베이터는 직원 하나 온데간데없이, 바닥에 붉은 피만 흥건히 고인 채 복귀했었다….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빛에 어슴푸레하게 ‘그’ 지하 12층의 어두운 복도가 드러난다. 신입사원들이 숨을 몰아쉰다.

“…….”

“…….”

그러나 복도에는 피 한 방울 없었다. 엘리베이터와 달리.

“하아.”

본능적으로 안도하기 전에 무언가 이질적인 게 눈에 들어왔다. 기름진 흙먼지 같은 것들이 바닥에 쌓여 엘리베이터 틈에 끼어 있는 것이다.

‘흙…?’

그 출처를 찾아 고개를 들었다.

복도에 지표처럼 드문드문 놓인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풍화된 듯한 덩어리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어둠에 적응한 눈이 실루엣을 구분해 낸다.

복숭아뼈 부근의 발목 하나, 귀와 관자놀이 토막, 오른 어깨뼈….

핏기없이 모형처럼 남은 신체 조각들을.

“히이이….”

텁.

신입사원은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신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왜냐하면, 시선의 끝에서 거대한 것을 보았기에.

어두운 복도에 우두커니 선 것.

그것도 제복을 입고 있다.

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뿔 달린 괴물이 입은 것과 같은 보안팀의 제복. 깔끔하며 변형도 없는 완벽한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마치 지루한 보안팀 직원이 멍하니 서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머리에 달린 것은 허수아비다.

엉성히 볏짚으로 만든 텅 빈 얼굴에 신선한 피로 이목구비가 엉성히 그려져 있다.

…….

어디선가, 노래가 들린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복도를 희미하게 울린다.

짹짹짹짹짹 아이 무서워

새들이 달아납니다

하하하하하 조심하셔요

모자가 벗겨지겠네

툭.

허수아비의 엉성한 눈 그림에 맺힌 피가 지푸라기 끝에서 떨어진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그런데 언제부터.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저 머리는 여기를 보고 있었지?

“…….”

꿀꺽.

신입사원들은 얼어붙었다.

허수아비는 분명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변했지?

왜 아까보다 철문 하나만큼 가까워진 거지?

왜 또 가까워졌지?

왜 볏짚으로 된 왼손을 들어 올린 상태지?

왜 손아귀에 벌초용 낫을 들고 있지?

왜 얼굴이….

“아아아악!”

그 순간, 옆의 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더니, 빛과 비명이 쏟아진다.

“…!”

다른 사람들이다. 이 복도로 미션을 하러 온 것이 분명한 자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저게!”

허수아비와 복도 바닥의 신체 조각들을 바로 눈앞에서 목격한 그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

하루 종일 참고 서 있는

착한 허수아비 아저씨

왜 허수아비가 고개를 돌리고 서 있지?

“히으아악!”

“닫아! 닫아!”

“아, 안 돼! 도망….”

늦었다.

그리고 그것을 멍하니 보던 신입사원은 깨달았다.

그래. 도망칠 기회.

“힉!”

이 틈을 타야 한다. 우리를 안 보고 있을 때 얼른, 얼른! 신입사원은 닫힘 버튼을 누르기 위해 손을 힘껏 뻗었….

검은 장갑에 의해 막힌다.

“……!”

사방으로 돋아난 기괴한 뿔과 노란 등불 같은 눈의 방독면.

닫힘 버튼을 막은 지하 13층 666호의 보안팀 직원은 그를 돌아보지조차 않았다.

단지 물끄러미 엘리베이터 밖을 보고 있던 그것의 방독면에서 짙은 검은 연기가 흘러나와 발밑에 고였다.

후우우우…

그리고 지하 12층을 향해 안개처럼 낮게 깔려 들어간다.

허수아비를 향해.

하하하하하 조심하셔요

모자가 벗겨지겠네

하루 종일 참고 서 있는

착한……

훅.

연기가 솟구치며 허수아비의 위를 덮는다.

“!!”

짙게 소리가 먹힌다.

허수아비의 형상이 사라질 만큼 무겁고 농도 깊은 연기. 그리고 그 아래….

새로운 소리.

우드드드드드득

기괴한 소음이 복도를 울린다.

신입사원들은 숨을 죽인 채 헐떡이며 그것을 들었다.

연기로 새카맣게 덮인 기괴한 허수아비의 형상은 이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단지 소리만이.

무자비한 파열음만이 들린다.

우득우득우득, 뿔이나 뼈가 부러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갈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억지로 어딘가에 구겨 넣거나 삼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애원 같은 절규가 들린다.

무언가 빌고 도망치려는 소리가 굉음에 섞여서 들리더니, 곧 단말마의 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렇게 정적이 찾아든 순간.

“…….”

“…….”

마침내 검은 연기가 다시 흩어진다.

연기에 가려져 있던 허수아비도 복도에 모습을 다시 드러내….

“……어?”

시체다.

신입사원들은 눈을 깜박였다.

그러나 전신이 으스러진 채로 바닥에 누워 있는 피투성이 시체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허수아비처럼 이목구비에 맺힌 피가 바닥에 떨어진다.

툭.

“아아아아악!”

“악!!”

비명이 가득 찼다. 그러나 방독면을 쓴 자는 숨결 한 번으로 연기를 다시 빨아들여 온다. 신입사원은 기겁하며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기어갔다.

[문이 닫힙니다.]

그 사이, 옆 엘리베이터에서는 숨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버튼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저, 저기!”

다른 신입직원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동시에, 지하 12층 복도에서 쇄도하듯 회수된 검은 연기는 깔끔히 이곳 엘리베이터 바닥에 고인다.

“히이익!”

“잠깐!”

발작적으로 연기를 피하려고 드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 잡았다.

장허운이라는 이름의 동료 직원. 그가 다급히 속삭였다.

“괜히 신경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

“저 연기가 우리 머리를 덮진 않았습니다…. 진정, 진정합시다.”

그 말대로였다.

연기는 얌전히 엘리베이터 바닥에 고여 있었다.

“후욱, 후우우욱….”

신입사원은 침을 삼키며 숨을 고르고,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잡았다.

[문이 닫힙니다.]

그렇게 12층을 떠난다.

그는 필사적으로 엘리베이터의 문 너머에 있을 시체에서 시선을 외면하였으나, 직전 문틈으로 그것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본 듯하다….

허수아비처럼.

“흐으으으.”

그는 신음과 함께 침을 삼켰다.

그러나 방금 본 광경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이한 존재.

그리고 그 기인한 존재를 시체로 바꾼 연기.

퍼뜩, 놀라운 결과를 깨닫는다.

‘…살았어.’

사람이 모두 살았다.

안도감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동시에 머리를 스치는 생각.

‘잠깐만.’

그럼 오히려 저 기묘한 뿔이 달린 666번의 ‘보안팀 직원’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로 도망칠 수 있게… 도운 건가?

‘잠깐만, 그렇다면….’

그래. 이렇게 무서워할 게 아닌지도 모른다. 괜찮은 걸지도 모른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끔찍한 무언가와 함께 갇혀 있다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합리화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그, 저기….”

보안팀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감…사…….”

원래 이렇게… 녹아내렸던가?

보안팀 직원의 팔이 이상하도록 길었다. 이상했다… 발도 너무 많았다. 녹아내린 하반신이 연기에 섞여 엘리베이터바닥에 울룩불룩거린다.

그리고 눈이 서른일곱 개다.

눈들이 깜박이지 않고 그를 응시한다.

“어, 어어어어….”

뭐지?

저건, 뭐지?

[지하 11층입니다.]

외부의 충격이 패닉을 잠시 연기한다.

또 도착했다.

[문이 열립니다.]

“저는 시신경을 제거할게요.”

“제 입과 배꼽을 연결하겠습니다.”

“발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하 11층에서는 의사 가운을 입은 직원이 910호에서 수술을 위한 단란한 상담을 진행 중이었다.

훅.

이번에도 방독면을 쓴 자는 서른일곱 개의 눈으로 밖을 응시하며 연기를 보낸다.

곧, 의사 가운을 입고 있던 기이한 존재는 사지가 잘못된 위치에 봉합된 핏기없는 시체가 되었다.

“아아악!”

또다시 비명. 도망.

홀린 듯 상담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미친 듯이 910호를 빠져나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쪽 엘리베이터도 자연스럽게 문이 닫힌다.

[문이 닫힙니다.]

“…….”

신입직원은 발밑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보안팀 직원의 녹아내린 하반신이 덮고 있기 때문이다.

두근.

무언가 고동소리 같은 것이, 벽면에서 들린다.

벽면에 보안팀 직원의 상반신 왼쪽이 넓직히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다.

“…….”

그렇게 반복되었다.

[지하 10층입니다.]

[지하 9층입니다.]

[지하 8층입니다.]

매 층의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연기가 기묘한 상황을 연출할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 ‘그것’의 형상이 이상해진다.

점점 커지고, 뭉개진다.

[지하 6층입니다.]

[지하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탄 것의 형상은 점점 더 기괴하고 바라보기 힘든 이상한 ■■■■■■■■■■이상해

[지하 4층입니다.]

[지하 3층입니다.]

[지하 영원히 지하입니다.]

이상해 이윽고 깨닫는다.이제엘리베이터 전체가 끈적거리는 연기와 노란 등불과 가시 왕관과 뼈무덤 같은 곡선의 ■■로 이루어졌따.그거다!여기가지하13층이다!지하13층으로빨려들러가다나

띵.

…….

…….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허어어어어….”

익숙한 지상의 로비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신입사원은 무너졌다.

다급히 다가온 누군가 자신의 등을 두드린다.

“천천히, 천천히… 숨을 내쉬면 됩니다.”

장허운이라는 이름의 동료 신입?이?또나르를잡아따나는숨을후후후후후쉬고죽고연기가알려준다우리■■님을….

■■님?

“…실례합니다.”

말을 건다고.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님?보안팀 직원의 형상은 본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기묘한 위압감이 있는, 뿔이 달린 방독면을 쓴 남자. 그에게 ‘장허운’이 말을 걸고 있었다….

“지금 저희를… 도와주신 겁니까?”

안 돼.

연기가 움직인다.

“힉!”

그러나 연기는 그의 머리를 덮는 대신 글자를 만든다.

직원의 본분

“…….”

한참 침묵하던 장허운이 겨우 입을 열었다.

“예. 감사합니다….”

목이 멘 것 같기도, 쉰 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몸을 돌리더니 엘리베이터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던 다른 조원을 부축하기 시작했다.

공포로 정신이 나간 걸지도 모르겠다.

‘미친 새끼.’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 신입사원은 퍼뜩 이성을 찾았다.

그리고 다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왔다. 필사적으로 동료 직원을 외면하며.

이런 미친 상황에 섣불리 남을 도우려고 들었다가는 죽기 십상이었다. 보신, 보신만이 살길이다…. 그는 공포와 패닉 속에서 겨우 찾은 이성을 추슬렀다.

“저, 저게 뭐예요?”

“으흐흑….”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미 난장판에 온갖 생존자들이 돌아온 각종 소음으로 점령된 로비는 시선이 분산된 상태로, 저 엘리베이터 안의 보안 직원을 목격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노란 등불 같은 그것의 시선은 ‘장허운’이 다른 직원을 부축하여 엘리베이터를 나가는 동안 잠시 로비를 향하더니… 문득, 정확히 자신을 응시했다.

그리고….

운에 감사할 것

“……!”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출발했다.

지하 13층으로.

[B13]

신입사원은 멍하니 층수 표기를 보다가, 로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였다.

* * *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나는 다시 홀로 있다.

“…….”

연기가 피어오르며, 뭉개지고 왜곡되었던 몸이 서서히 다시 보안팀 제복의 틀에 맞도록 올바른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을 느낀다….

…….

무언가 일렁인다.

가슴께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으나 고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그 안의 내가 형체 없이 무너져 있기에.

하지만 기묘한 울렁임은 잠시 지속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음미했다.

향수병처럼.

띵.

지하 13층에서 문이 열렸다.

적막이 흐르는 지하. 어두운 복도, 붉고 푸른 불빛이 깜박이는 음산한 철문들이 보였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목표 확인.

경비팀들.

익숙한 복장의 그 직원들이 복도에서 나와 대치한다.

아마도 내가 돌발행동을 했다고 단정지은 누군가가 신고를 한 모양이다.

그것은 오해였다. 나는 다른 층에, 지상에 한 번도 발을 디딘 적이 없이 구역의 보안을 제대로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의문

그러나 경비팀은 내가 만든 글자를 주목하는 대신, 각자의 전용 제압구를 꺼내며 오염된 형태로 변형….

“어이쿠, 다들 너무 살벌하시구만!”

흰 손이 불쑥, 뒤에서 튀어나왔다.

“괜찮습니다. 여기, 좀 비켜주시고….”

상황에 맞지 않은 밝은 목소리가 들리며, 경비팀의 중앙에서 한 연구팀 직원이 걸어 나온다.

여전히 사람의 얼굴은 녹아내리는 모자이크처럼 보이기에 식별할 수 없지만, 옷차림과 사원증으로 알 수 있다.

그 정체를.

“안녕하십니까.”

곽제강.

“이렇게 직접 뵙는 건 또 오랜… 아니, 처음이군요. 하하하!”

안경 쓴 얼굴은 침착한 미소를 띠고 있는 듯했으나 흥분감 어린 목소리가 감춰지지 않은 채 말한다.

“제가 우리 보안팀의 새로운 특수부서 직원님의 담당자입니다! 겸사겸사 오늘 별관 실험 담당이기도 하고.”

경비팀의 시선이 두렵지도 않은지, 들뜬 그자가 품에서 서류를 꺼내 넘기며 내게 싱글벙글 웃는다.

“가벼운 문답부터 진행하고 싶은데… 하하, 이것 참. 일단 오늘 지하 13층 방문객들 소개부터 진행할까요? 이 친구들이 깜박하고 자기소개를 잊어버린 모양입디다. 어디 보자, 28세 이정인 씨, 25세 박용해 씨. 그리고….”

목소리가 마치 뜸을 들이듯 숨을 죽이더니 강조한다.

“26세 장허운 씨.”

…….

…….

방금.

“음? 혹시 이 중에 익숙하신 이름이 있습니까? 하하하.”

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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