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8화
지금.
내가 있는 책상 아래에.
뭔가 있다.
나를 부른다.
내가 부른, 괴담 속 리조트의 직원.
“마스코트님?”
오염된 장허운.
죽었던 동기가 여전히 되살아나지 못한 채, 괴담의 일부분이 되어 나를 부른다.
그를 괴담으로 만든 나를.
“제가 수행할 일을 지시해 주세요,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찔한 감각.
나는 내가 ‘소름 끼침’이라는 감각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는 것을, 달갑지 않은 방식으로 알게 된다….
척수반사처럼 연기로 글자를 만들어 책상 아래로 보낸다.
질문 : 당신의 현재 상황
제발.
“저는 강원도에 위치한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용천선녀탕 특별요양구역에서 마스코트님의 지시대로 파견되어 근무 중이에요. ‘요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리조트 운영에 해가 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들어주고 있답니다!”
용천선녀탕.
초자연 재난관리국에서 오염 및 신체 회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위키에 등록된, 대표적인 초자연 현상이다.
‘역시 거기로 갔구나.’
혼란스러웠던 뇌가 아는 지식을 만나 가라앉는다.
책상 아래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요원분들은 제게 온천수 주변에 고인 서른세 점의 웅덩이를 들여다보게 하며, 그 표면에 어떤 제 모습이 비치는지 확인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제게 마스코트님과 계약하기 이전의 ‘화각 요원’의 모습이 비치는지 물어보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어요. 매번 친절히 응답해 드리고 있습니다!”
…….
아니.
아니야. 아직 반년이니까… 차도가 없을 수도 있지.
그래도 약간은 뭔가 변하지 않았을까.
조금이라도?
‘그래.’
나는 순간, 단서를 잡아냈다.
내가 부른 호칭.
‘장허운이라는 말에 반응했잖아.’
직전에 또 다른 ‘허운’을 만난 탓에 강한 인상이 남아 본명으로 불러버렸으나, 나는 분명 ‘들소’라는 별칭으로 장허운 씨와 계약했다.
하지만 본명으로 부름을 들었다는 건, 어느 정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 상태라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자기 이름을….
[이런… 노루 씨, 종속이라는 건 본래 그런 것이지요! 주인이 ‘야’, ‘거기’ 따위의 부정확한 호칭으로 불러도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다면 기꺼이 응답하고 자리해야 하는 겁니다.]
…….
그러니까.
도리어 내게 종속되어 있는 것만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소원권은?’
소원권을 쓴 건… 잠깐만.
질문 : 고영은 씨의 상황
(만남 여부를 포함하여)
“제가 잘 모르는 정보예요. 혹시 필요하시다면 따로 알아볼까요?”
질문 : 소원권의 사용 여부
“제가 잘 모르는 정보예요. 혹시 필요하시다면 따로 알아볼까요?”
…….
질문 : 당신의 정체성
“저는 플라워 골든 리조트에서 영광스럽게도 마스코트님께 고용되어 지금은 파견 근무 중인 직원, 들소입니다!”
아냐.
뭔가 잘못됐다.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어떻게 된 거지.’
지금 내가 부른 장허운은 전혀 회복되지 않은 거라면… 아니, 장허운 씨에게 어떤 이변도 생기지 않고 반년간 그저 재난관리국에서 관리만 받았다면.
방금.
나에게 자신을 ‘허운 씨’라고 소개한 자는, 나를 알아본 그 사원은 누구인 거지?
그리고 소원권의 행방은?
…….
안 되겠다.
‘영은 씨와 연락해 봐야 한다.’
최대한 빨리.
하지만 나는 스마트폰도 없는 데다가 고영은 씨 정도로 지성과 조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진작 번호를 바꿨을 것이다. 대체 어떤 방법으로 연락해야….
“저, 마스코트님.”
……!
“혹시 제가 감히 질문을 드릴 수 있나요?”
…….
긍정
: 편안하게 질문할 것
“감사합니다!”
책상 아래에서 들리던, 부자연스럽도록 명랑하고 정중하던 목소리에 어딘가… 파문이 인다.
“저는… 언제쯤 파견 근무가 끝날까요?”
…!
“혹시 지금 마스코트님과 리조트로 복귀하기 위해 부름을 받았나요?”
느껴진다.
기대감이.
자발성과 욕망의 소산물.
리조트 직원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이.
[오, 흐릿한 개성이 느껴지는군요.]
그렇다.
‘뭔가 변한 건가?’
어쩌면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조치가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나는 답변을 재빨리 꺼내 들었다.
답변 : 부정
“…….”
책상 아래에서 소리가 멎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복귀 조건 : 근로와 관련되지 않은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를 마스코트에게 요청할 수 있을 것.
“하지만 저는 개인적인 욕구가 없습니다. 제 기쁨은 이미 충족되었으며, 직원이 되기 이전에 원하던 것들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후우.
찾을 것.
“마스코트님…?”
나는 내가 쥐고 있는 방울이라도 한번 장허운에게 쥐여줄까 고민했으나, 곧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장허운 씨의 신변을 양도받아간 것이 해금 요원이다. 그게 통했으면 진작에 줬겠지.
‘그보다….’
더 시간을 끌면 요원들이 추적하거나 비상 행동에 나설지 몰랐다.
‘차도가 있으면 계속 그쪽에서 지체없이 받게 해야 해.’
나는 당장 장허운 씨를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부재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하여, ‘파견 직원 만족도 검사’라는 이유로 마스코트가 호출했다고 설명하면 된다고 장허운 씨에게 인지시켰다.
“네. 감사합니다. 마스코트님!”
그리고 부름을 끝내고 돌려보내기 직전이었다.
“저, 또 불러주실 건가요?”
…….
긍정.
“감사합니다, 마스코트님!”
밝은 목소리가 답변한다.
그리고 책상 아래에 있던 죽은 자는 사라졌다.
: 恩主 :
연기 속, 내 왼팔 보호대 밑에 있던 붉은 인벤토리 문신이, 짧게 황금빛으로 번뜩인다….
현재 리조트에서 지배인으로 근무 중인 ‘산장지기’가, 내 지시들을 확인한 듯이.
‘후우.’
[친구, 종속을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됐군요. 축하합니다. 근사한 샴페인이라도 하나 즐기면 좋았으련만!]
차마 고맙다고는 못하겠다….
나는 이동장에 웅크린 채로, 둔탁하게 되살아났던 ‘소름 끼침’이란 감각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물었다.
‘결국 아까 별관에 찾아온 사람은… 들소는 아니었던 거지?’
나와 계약했던 장허운은, 그대로였으니까.
[맞습니다. 노루 씨.]
…….
[하지만 모든 발화에는 의도가 있는 법이지요. 과연 어떤 의도로 친구에게 말을 붙였을지는, 이 사회자 역시 알 수 없는 법입니다….]
그래.
그럼 이렇게 된 이상….
‘그 직원에 대한 기초 정보부터 알아내야겠어.’
[오. 설마 그 천박한 연구원을 이용할 겁니까? 노루 씨, 그자에게 사안을 직접 언급하긴 꺼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지요!]
맞다. 괜한 부추김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본인이 직접 언급하게 만들면 되지.’
그날, 근무가 끝나고 휴식 시간까지 남은 시각.
“이야. 근무 즐거우셨습니까, 직원님?”
나는 찾아온 곽제강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음. 직원님?”
그리고 상대가 이게 무슨 일인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할 때쯤, 글자를 띄웠다.
자백 허가
“…자백이요? 하하, 제가 자백할 게 참 많은 사람이긴 한데, 이것 참, 직원님께는 특별히…….”
주제 : 오늘의 별관 방문자
…….
“아. 하하하….”
곽제강이 서류철을 챙겨 든다.
“신입사원 장허운, 그 사람 말씀하시는 거지요?”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잠시만.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저는 직원님께 거짓말을 하지 못하잖습니까? 본인이 가겠다는 걸 막을 수도 없고….”
마치 변명을 들어주겠다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
네가 나를 자극해서 특수한 데이터를 뽑으려고 했는지 의심하는 것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내 탈출 당시에 각인된 두려움이 곽제강의 목뒤로 피어오를 때까지.
애초에 말이다.
‘네가 모를 리가 없잖아.’
직접 부르진 않았어도 환호를 부르며 주목했을 것이다.
분명 CCTV로 지켜보면서 대화를 관찰하고 기록했겠지.
그러니 말이다.
증명할 것
“…어떤 방식으로?”
제출 :
130666의 오늘 근무 기록지
“……하하, 예.”
곽제강이 흥분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것으로 약간 손을 떨더니, 들고 있던 서류철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검은 장갑 낀 손으로 해당 서류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 프로필과 사용법, 관찰 기록들을 넘겨… 오늘 자의 수기를 찾아낸다.
내가 상호작용한 방문객들의 기록.
자신을 ‘허운’이라 소개한 신입사원과 교류한 시간대로 기록을 쭉 내려가면….
오전 2:12
교류자 : 사원 김허운
‘……!!’
김… 허운?
130666은 해당 사원에게 자신과 안면이 있는지 질문.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실험 당시의 접촉에서 비롯된 질문으로 추정됨.
직원은 긍정, 이후 130666은 별다른 추가 반응 없이 상대에게 별관 출입증을 발행.
…여기까지는 ‘청 이사’가 수상쩍어하지 않을 만큼 잘 정제된, 합당한 서술이었다.
그러나 다음은.
특이사항 : 해당 사원은 오리엔테이션 실험 당시, 본명 대신 ‘장허운’이라는 이름을 사용.
…….
실험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선 해당 행동의 이유를 ‘용기를 얻기 위해서’라고 진술.
자신이 장허운 주임(지사 근무 중)의 오랜 지인이며, 이 회사에 근무 중이었던 것을 알았다고 거듭 주장함.
“아, 그걸 읽으셨습니까?”
두려움으로 억눌렸던 연구원의 목소리에 반짝, 흥미가 돌아온다.
“좀 허술한 변명이긴 한데… 최소한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더니 덧붙였다.
“하하, 당시에는 직원님께 그 이름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긴 하더군요. 생김새도 좀 닮기도 했고.”
잠깐만.
그러니까, 성이 다른 동명이인이었을 뿐이란 건가?
그리고 장허운 씨의 지인이다?
그게 전부라고?
‘…아니야.’
이상했다.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죽은 장허운이 오염되어 리조트의 직원으로 일어선 후, 내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던 자신의 과거사를.
-저는 고아여서 시설에서 컸는데, 삼 년 전에 큰 화재 사고가 나서 같이 살던 가족들이 다 그 안에서 죽었어요. 저 혼자 어쩌다 보니 살아남았습니다.
그런 장허운에게… 자신의 입사 사실까지 다 이야기할 만큼 친한 동명이인의 지인도 있다고?
그렇게 주장하며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수상했다.
게다가 그 사람은 날 알아봤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
…….
정말 그런가?
그냥, 지하 13층에서 만났던 친절한 괴물에게 호의를 표시한 것뿐이라면? 내가 맥락을 오독한 거라면? 내 뭉개진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딸랑.
후우.
‘…너무 뻗어가지 말자.’
나는 방울을 몰래 한 번 더 연기 안으로 흔들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일단, 최소한 나와 두 번 마주치는 동안 그 사람은 어떤 돌발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현장탐사팀으로서 근무하고 있으니, 꿈결 수집기가 그 사람을 사람으로 판정하고 있다는 것.
이 두 가지만 확실히 기억해야겠다.
[의심은 현명함의 벗이지요. 다만 지나치게 날카로우면 상처 입히기도 하니, 오, 천천히 정중히 다루려는 노루 씨의 태도는 훌륭합니다.]
그래. 고맙다.
“…아하, 그 인물이 많이 신경 쓰이십니까?”
젠장.
“그럼 제가, 특별 관리 인원으로라도 한번…….”
불허
“아… 예.”
선 넘지 말자.
금지 사항
▶ 해당 인물에 대한 개인적 차출
▶ 130666 관련 업무 투입 지정
▶ 그 외 모든 번거로운 추가 행위
나는 이후로도 곽제강에게 포괄적 금제를 추가로 걸어두며, 한숨을 참았다.
‘…분명, 그 신입사원은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지.’
그렇다면 내가 별관 프론트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접근권만 열어두자.
섣불리 곽제강 편으로 캐다간 이상한 곳을 찌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거기서만 정보를 얻을 생각도 아니야.’
소원권의 행방.
…아무리 생각해도 고영은 씨와 이야기해 보는 게 맞다.
…그쪽에 접촉할 방법을, 떠올려야겠다.
“음. 알겠습니다.”
곽제강은 식은땀을 닦아내는 듯했으나 곧 회복했다.
내가 서류철을 돌려주자, 이 이상 특수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에 좀 아쉬워할 정도다.
“참 흥미로운 대화였습디다만….”
다만 놀랍게도 곽제강은 약간의 아쉬움 외에는 엄청난 흥미나 꿍꿍이가 있어 뵈는 태도가 아니었다.
왜 그런 건지는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다른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늘 제가 방문한 목적으로 돌아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
…….
긍정
“…! 좋습니다!”
그 웃는 얼굴에 다시 흥분감이 어린다.
“이야, 드디어 청 이사의 지시가 나왔지 뭡니까!”
…!
“직원님, 이제… 본관 지하의 유쾌연구소로 어둠을 발굴하러 가실 준비를 하시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