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화


천신만고 끝에 미친 빨간 마스코트 구역에서 도망쳐서 마침내 도착한 파란 구역.

거기서 만난 반가운 D조……의 도마뱀 과장 어깨에 A조 조장 몸뚱어리가 대롱대롱 실려 있다.

“…….”

나는 간신히 물었다.

“그, 조장님 어깨에 시체….”

“아, 기절하신 거야.”

아하.

안전히 옮겨주고 있던 건가. 안심하며 다시 친근감을 회복할 때였다.

D조 대리가 주임과 끌고 오던 거대한 튜브를 쓱 엄지로 가리켰다.

“시체는 저기.”

“…….”

시체를, 튜브에 쑤셔 넣어서 끌고 다니는 꼴을, 보다니….

“잘 싸맸는데, 좀 동강 난 것도 있어서.”

묘사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진짜 끔찍했다니까? 와….”

“노루야, 여기 마스코트가 무슨 정의의 화신처럼 구니까 조심해라.”

“예?”

이어진 설명은 이랬다.

여기 마스코트는 팀원 간의 살상 행위를 극도로 싫어했던 것이다.

“근데 A조, 저기 사마귀 가면 쓴 대리가 실험하겠답시고 일친 거지.”

첫 어트랙션 타면서 Y조 직원을 한 명씩 사지에 몰아넣으며 낄낄댄 것이다.

안전벨트 풀어라, 일어서라, 노래를 따라 불러라, 물구나무서서 선로로 내려가라….

“Y조 셋이 그렇게 다 죽었어. 마지막 직원은 울면서 빌었는데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좀 역겹더라.”

“…….”

그리고 그렇게 느낀 건 동행자들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D조 대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트랙션 내리는데 마스코트가 사마귀 가면을 딱 기다리고 있었지. ‘못된 아이’라고 부르면서. 그리고….”

내 멘탈을 위한 서술 생략.

“토하는 줄 알았다.”

“…….”

“뭐, 솔직히 그래도 쌌잖아요! …저 과장님은 동의 안 하셨지만 말이야.”

주임이 슬쩍, 도마뱀 조장 어깨에 걸린 A조 조장을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저분은 대체 왜 기절하신 겁니까?”

“그… 우리 조장님이, 어,”

“…….”

자, 잠깐만.

설마.

“사실 그때 저분이 우리한테 좀 무리한 요구를 하셨거든. 자기 조원을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하신 것 같아.”

그리고 그게 과해지자….

“조장님이 뒷목을 팍.”

“…….”

“야. 혈압 너무 올라서 자기 혼자 쓰러진 걸로 입 맞출 거니까 노루 너도 입 다물고 있어라.”

“예.”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Y조 직원들이 왜 그런 취급을 받냐면….”

“대충 이야기 들었습니다. 저분께요.”

나는 나비 가면을 쓴 대리를 살짝 눈짓했다.

“…그래? 오케이.”

주임의 안색이 살짝 괜찮아졌다. 본인 입으로 이야기하기 거북할 정도로 어두운 화제를 넘겨서 그런 듯했다.

“근데 너희 팀 사람들 상태는 괜찮아?”

아.

나는 황급히 어깨 뚫린 소 가면과 얼굴에 기포가 난 나비 가면을 체크했다.

“응급처치가 필요한 분들이 있습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

갑자기 도마뱀 과장이 어깨에 든 짐… A조 조장을 바닥에 툭 떨어트렸다.

그리고 어깨를 흔들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조장님!”

“어어억!”

“…?!”

A, A조 조장을 흔들어 깨운 도마뱀 과장이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석 과장님. 치료가 필요한 직원이 있습니다.”

“무, 무슨….”

혼몽한 표정이던 A조 조장은 곧 정신이 번쩍 드는 표정으로 도마뱀 과장을 삿대질했다.

“너!! 너!”

“예.”

“이 대리 어떻게 됐어! 사마귀 가면 쓴….”

“사망했습니다.”

“…….”

“…….”

“…걔 죽을 동안 너희는 뭘 했고?”

“사망할 때까지 대기했다가 사체를 챙겨 다음 어트랙션을 탔습니다.”

맙소사.

A조 조장은 순간 말문이 막히는 표정을 지었다가, 간신히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 내 A조가 죽는 걸 보고 있었다고?? 이자헌, 당신 제정신이야?? 어떻게 책임질 건데! 이 손해를…!”

“? 저는 D조 조장입니다. A조는 제 관할이 아닙니다.”

도마뱀이 의아하다는 듯이 동공을 좁혔다.

“A조 이석종 대리의 죽음으로 인한 손해는 조장인 당신의 책임입니다.”

“…….”

이, 이런… 발언을 실제로 회사에서 하는 사람을 보게 되다니.

직급 명칭이 같아도 정예팀이면 무조건 자기보다 상급자일 텐데.

좀 다른 의미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

A조 조장은 핏발 선 눈으로 고요히 이자헌 과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절한 당신도 3개의 어트랙션에 모두 함께 탑승해 클리어 조건을 맞추었습니다. 이제 직원을 치료해서 책임을….”

“조장님.”

이건 이자헌 과장을 말리는 소리가 아니다.

정신 나가기 직전인 A조 조장에게 나비 가면 대리가 침착하게 말을 거는 소리다.

“일단 나가서 말씀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변수 더 나오기 전에 클리어하시죠. 그 미친 연구 1팀 사람도 만나셔야 하잖아요.”

“……그래. 그렇지.”

청둥오리 가면 속 눈이 깜박이더니 서서히 가라앉았다.

분노의 우선 대상이 다시 고정된 모양이다.

하지만 결국 한 마디 남겼다.

“이자헌 조장, 나가서 보지요.”

“예.”

주임이 슬쩍 내게 숙덕였다.

“괜찮아. 우리 조장님 저런 대사 듣는 게 연간 행사래.”

“…….”

정말… 괜찮은 건가?

‘확실한 건 나는 여기 끼어들 짬이 아니라는 거지.’

조용히 입 닥치고 눈에 띄지 말자.

어쨌든, A조 조장은 자신의 전용 장비를 이용해서 나비 가면 대리를 치료해 주었다.

턱과 머리 부근의 피부가 되감기듯 재생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저런 전용 장비 가진 직원은 거의 없거든. 부럽다.”

저도요.

‘어떻게 얻는 방법 없을까.’

저런 것만 있어도 생존률이 꽤 올라갈 것 같았다.

나는 A조 조장의 전용 장비, 치유하는 반지를 꽤 유심히 지켜보았다.

‘치유…라.’

A조 조장은 제법 말끔히 치료된 나비 가면 직원을 확인한 후, 어깨에 숭숭 구멍 난 Y조 직원은 고려도 안 하고 지나치려 했지만….

“혹시 이쪽도 치료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같이 다녀야 하는데 기동성이 떨어질까 봐요.”

“…!”

놀랍게도, A조 대리가 나와 Y조 신입의 치료를 슬쩍 찔러준 것이다.

덕분에 얼결에 어깨가 아문 Y조 신입은 소가면 아래 눈을 껌벅였다.

“…감사합니다.”

A조 대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일 효율만 생각해서 움직이는 타입인 건가….’

이 괴담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안전과 탈출 방법이 확보되자마자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정 방식이 바뀐 것이다.

‘저런 타입이 이 회사에서 엘리트인 건가….’

일단 A조의 장비와 특성은 눈여겨 봐두고 기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김에 튜브에 든 시체들도 좀 잊어버리면 좋고 말이다.

“자, 그럼 우리가 탄 어트랙션 두 개 타고 얼른 나가자.”

“아, 감사합니다.”

빨간 팀은 치료 과정이 마무리되자마자 탑승권 팔찌에 남은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어트랙션을 향해 이동했다.

다른 사람들도 나가지 않고 따라왔다.

“30분이면 딱 끝날 거니까 걱정 마.”

아무래도 사태 확인 겸, 신입 챙기기 겸해서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고마웠지만 시체 튜브가 따라오는 걸 생각하면 그냥 나가주는 게 덜 무서울 것 같기도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여기 마스코트가 괴물치고는 참 도덕적이더라.”

음. 그건 사실 통화할 때부터 짐작했다.

‘어트랙션 세 개를 그렇게 빨리 탔다면 이유는 하나겠지.’

인간적으로 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너그러운 마스코트.

이 팀들은 운 좋게도 어마어마한 확률을 뚫고 그런 구역이 걸린 것이다.

“어트랙션 안에 뭐가 있냐, 그런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니까? 제일 먼저 세 개 탔다고 기념품도 주더라.”

좋겠다. 꿀 빨아서.

누군 정신 나간 매직버니존에서 뺑이치다 왔는데 말이다….

신기한 점은 생존율만 보자면 빨간 팀쪽이 전원생존이라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거지만.

어쨌든, 빨간 팀은 곧 돌고래를 탄 파란 드래곤 캐릭터가 웃고 있는 어트랙션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트랙션 안에 들어가자… 파란 용머리가 귀엽게 과장된 인영이 보였다.

구명조끼를 입은 파란 마스코트.

[안녕하세요]

마스코트가 인사 표지판을 흔들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마스코트가 마주 인사해 줬다.

“흠.”

이어서 ‘블루 마운틴’이란 이름의 플룸라이드에 올라탔다. 보트에 올라타서 물줄기를 즐기며 이동하는 전형적인 놀이기구였다.

다른 현장탐사팀 두 사람도 무사히 탔다.

다만 마지막 사람이 문제였다.

“X발.”

연구원은 입가를 씰룩이더니 마스코트를 향해 욕을 뱉은 것이다.

매직버니를 향한 혐오와 공포가 비슷하지만 덜 무서운 마스코트를 보자 결국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이 X발 징그러운 새끼들….”

“얼른 타십시오.”

“어어.”

힐끔, 마스코트를 돌아본 연구원이 어트랙션에 탑승했다.

파란 용 마스코트의 단추 같은 눈이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렇게 나머지 어트랙션도 순조롭게 탑승한 결과.

[(유쾌) 판타지랜드 탑승권 ■■■]

“드디어…!”

“후.”

드디어 탑승권 칸을 다 채웠다.

“출구는 북쪽에 있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

“예!”

물에 젖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이 망할 테마파크에서 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지.

‘한동안 놀이공원 반경 1㎞ 근처도 안 가고 싶다….’

[안녕히 돌아가세요]

북쪽 출구의 게이트 기기들 위에는 전형적인 굿바이 사인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옆에도 격식 있는 차림의 파란 마스코트가 서 있었다.

“다 쓴 탑승권을 이곳에 찍고 나가면 된다고 합니다.”

파란 마스코트가 손으로 정중하게 게이트 기기를 가리켰다.

“자자, 그럼 조장님들부터 나가보시면 되겠습니다. 어서요.”

D조 대리가 상황을 정리해서 얼른 상사들부터 보내버리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그렇게 하나씩 사람들이 나가고, 대리 이하가 나갈 때 즈음이었다.

“자 그럼 진 대리님부터….”

“비, 비켜!”

연구원이 직원들을 밀치며 먼저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뭔….”

주임과 대리들은 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대충 ‘민간인이 그렇지 뭐’ 같은 기분으로 넘기는 듯했다.

몇 초 늦게 나간다고 손해도 아니고 말이다.

연구원은 그러거나 말거나 허겁지겁 게이트에 자신의 탑승권 팔찌를 인식시키려 했다.

‘저거 버릇인 것 같은데.’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지….

못 된 아 이

“…어?”

연구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탑승권 팔찌를, 파란 용 마스코트가 발톱으로 잡고 있었다.

종이 팔찌가 구겨진다.

투둑,

못 된 아 이

투두둑,

맞 구 나

끊어졌다.

훅.

바닥으로 떨어지는 팔찌 쪼가리를, 연구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청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리고.

“하아아아아악, 아악!!”

파란 용의 입이 쩍 벌어졌다.

“살려줘! 살려줘!”

빨려 들어간다.

옆에서 소가면이 신들린 듯이 중얼거렸다.

“오오오무섭구나바다신이진노하셨다악한자가저해일에빨려들어간다무섭….”

Y조 신입의 입을 막고 머리를 눌렀다.

나도 스스로 머리를 숙여서 보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결국 이렇게 되나….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면 이전 구역의 마스코트에게 끌었던 어그로는 사라진다.

하지만, 자신이 했던 일들은 누적된다.

———————=

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 (탐사기록 64번까지 적용)

6. 테마파크는 공용 공간인 것을 잊지 마세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의 에티켓과 매너를 지켜요! 수많은 시선이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으며 아무도 잊지 않습니다.

저기, 마스코트가 뒤에.

———————=

유쾌 테마파크 안에서 했던 일들을 모든 마스코트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연구원이 이전에 했던 일도 말이다.

-비켜 X발!

빨간 마스코트에게서 도망치며 A조 대리를 대신 죽으라고 밀쳤던 것까지.

‘아마 극한상황인 걸 감안해서 한번 봐주려고 한 것 같은데….’

문제는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는 거다.

‘업보지 뭐.’

귓가에 울리던 연구원의 비명은 이제 울부짖음으로 변하고 있었다.

“저 X발 새끼도 나 죽이려고 했는데!! 왜 나만, 나만!! 이 쓰레기, 쓰레….”

맞다.

근데 A조 대리는 한 번도 실행에 옮긴 적이 없다. 설득을 하면 말을 들었으니까.

‘근데 넌 안 들었지.’

이 정도면 겁쟁이 쉼터 거주자인 나도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 려 주 으 아 아 아 아 아아아악…

연구원의 목소리가 마치 엿가락처럼 늘어지며, 오싹한 섬뜩함을 남겼다.

‘윽.’

쫄보의 심장이 반사적으로 반응해서 몸이 튈 때.

“하지 마.”

“…….”

A조 직원이 내 팔을 잡고 눌렀다.

그리고 말리듯 말한다.

“못 구한다고.”

그… 시도할 생각도 없었는데요.

어쨌든 그 말대로 나는 얌전히 있었다.

곧 비명은 사라졌고, 주변의 괴이한 느낌도 잦아들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는 전처럼 말끔한 차림새의 파란 용 마스코트가 예의 바르게 서 있었을 뿐이다.

누구 하나 죽였다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약간 더 섬뜩해졌다.

‘생각보다… 기준이 빡빡하다.’

역시 괴담 속인가.

이 마스코트에겐 자신만의 신념이나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단순히 팀원을 해치지 않는 걸 넘어서서 말이다.

‘조심스럽게 행동하자.’

“…다시 나가보죠.”

“예.”

다시 한 사람, 두 사람, 남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혹시 했지만 역시 짬순인가.

“나가서 보자.”

나는 포기하고 상사들을 먼저 보냈다.

그리고 쫄보 동지까지 배웅한 후.

마지막으로 파란 용 마스코트 옆 게이트에 섰다.

“…….”

귀엽게 데포르메 조형된 용이 둥근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안 보시면 안 될까요.

사실 진짜 무섭거든요. 지금 마지막에 남아 있는 것도 굉장히 쫄립니다. 쫄보인 거 안 들키려고 무리한 겁니다.

그때였다.

착 한 아 이 구 나

“…!”

아, 안심시켜주는 건가?

마스코트의 목소리가 이전들처럼 괴이하게 들리지 않았다.

‘기물 파손… 역시 봐주는 것 같지.’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이며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마스코트가 움직여서, 내 앞을 막았다.

“…?”

착 한 아 이 는

선 물

파란 용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 팔목을 살짝 잡았다.

정확히는, 거기에 걸려 있는 탑승권 팔찌를.

[(유쾌) 판타지랜드 탑승권 ■■■]

팔찌가 살짝 따듯해지는 것 같더니, 이윽고 마스코트가 손을 떼자….

[◎ (유쾌) 판타지랜드 회원권 ◎]

문구가 바뀌었다.

계 속 놀 자

…어?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