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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59화


내가 신랑 괴담에서 탈출한 이자헌 과장님을 만나게 된 것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내 상태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근교 외출 허가(조건 : 인근에 사람이 없을 것)를 받아낸 요원들과, 앞으로의 대책 회의를 위해 나온 자리.

목적지인 낡은 공원의 정자에 이미 선객이 있던 것이다.

호유원.

“어서 오세요, 노루 님!”

세광특별시 탐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거란 건 어떻게 알았는지 또 선수 쳐서 자리를 선점한 이사.

그리고 호유원의 바로 옆에 정자세로 앉은 인물.

“탐사 프로젝트에 추가 인원이 필요하시다고 했죠? 마침 노루 님과의 만남은 고대하시던 것 같아서 바로 동행했답니다.”

익숙한 도마뱀이 세로 동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노루 씨.”

이자헌 과장님.

인사 및 안부 확인

“예. 회사에 복귀했습니다.”

정황상 구출된 바로 그날 나를 찾은 것 같지만, 내 상황을 고려해서 부드럽게 만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준 듯하다.

‘역시 이 시대의 상사….’

어떤 이사와는 다른 인성의 소유자다.

이자헌 과장은 상당히 기괴할 보안팀 상태의 나를 보고도 동요 한 점 없었다.

애초에 지난번 유쾌 테마파크의 리조트에 진입했을 때부터 이 모습을 봤던 것도 있지만, 그때도 도마뱀 과장은 나를 알아보았고 전과 똑같이 대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귀환 후 노루 씨에게 다른 특이 사항이 발생했습니까?”

특이 사항 없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은하제 대리님까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시작했다.

“거, 오랜만에 뵈니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과장님. 아, 비유법입니다. 비유법.”

“? 예.”

이 정도면 더없이 훈훈하고 우호적인 도마뱀식 대화다.

다만 요원들에게는 이 장면이 기기묘묘하게 다가온 모양이었다….

최 요원이 간신히 대화에 편승했다.

“어휴, 그러게. 훤칠하게 생기셨습니다. 시민님.”

“예.”

“…하하, 저희는 기억하시죠? 갑자기 그쪽 본사에 떨어졌던 요원들입니다~ 구출한 시민 어린이들 화장실 데려가 주셔서 감사했죠.”

“예.”

“…….”

“…….”

“포도야. 이분 탐사에 참여하실 마음이 있는 건 맞나?”

이건 사실상 질문이라기보다는 떨떠름함의 표출이었으나, 도마뱀은 정직하게 대답했다.

“예.”

“…….”

“…….”

청동 요원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고 대답하는 겁니까?”

도마뱀이 당연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

허허허….

청동 요원이 더 혼란스러워하기 전에 나는 연기로 글자를 띄웠다.

요청 : 더 자세한 설명

“예. 노루 씨에게 구출 도움을 받은 만큼, 유사 구출 작전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동행하는 것이 관계 윤리적으로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는 차후에 판단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내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는 거다.

‘과장님…!’

사실 본인이 포함된 외계 파충류들에게 이미 탈출 대가를 받아 챙긴 내 입장에서는 감사하면서도 감동적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요원들에게도 도마뱀 화법을 뚫고 이 뉘앙스는 전달된 모양이다.

“…쓰읍.”

“거 보쇼.”

‘괜찮은데?’라는 표정의 최 요원을 은하제 대리가 툭 쳤다.

그리고 나도 거들었다.

도마뱀 과장의 추가적 선행 :

130666의 실종 기간 중 임대료 대납

이자헌 과장님이 제 임대료도 대신 내주고 계셨단 말입니다!

“오? 임대료 대납?”

예!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소원권 수령할 때 이자헌 과장님께 남은 아이템 몽땅 맡기고 가능하면 그걸로 임대료를 대납해달라고 부탁했다’라는 말을 연기로 표현했다.

‘대충 보관 공간 빌린 거니까 임대료라고 해도 맞겠지.’

“이야, 과장님 돈 많은 건 알았지만 노루한테 그렇게까지 해주셨다고? 이제 노루가 돌아왔는데 청구도 안 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은하제 대리님. 바로 그 부분이 정말 존경할 만한….

“그렇군요. 지금 하겠습니다.”

…….

……?!

“노루 씨가 처분을 맡긴 아이템의 환산 비용이 지난달로 모두 차감되었습니다. 230만 원이 현재 누적된 채무액입니다.”

아.

“…….”

“…….”

모두의 시선이 나를 본다.

나는 필사적으로 연기를 띄웠다.

요청 : 기간 연장

제발요.

이번 탐사 이후 해당 채무액 변제

프로젝트 성과급 수령 예정

지급자 : 호유원 이사

호유원에게 돈 뜯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

그리고 말이다.

프로젝트 수당 지급 예정 대상자 :

도마뱀 과장 포함

과장님도 받아가실 수 있으니 제발 좀.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호유원이 웃으며 말한다.

“정말 보기 좋네요. 탐사를 성실히 수행해 주신다면 당연히 지급해 드려야죠.”

“오~ 역시 백일몽 이사는 다르네. 자기네 회사 사람만 챙겨주는 인성이. 크!”

“겸업 금지인 공무원이 추가 보수를 탐내는 게 참 뻔뻔하고 재난관리국다운 이중적인 태도네요….”

“겸업 같은 소리하면 섭섭하지. 원래 초자연 재난에서 돈 버는 건 요원식 합법인데, 쓰읍…. 뭐, 곤란한 시민들 돕는다 치지요.”

말은 그렇게 해도 최 요원은 진짜 돈을 받을 생각은 아닌 듯했고, 단지 호유원이 탐사에 재난관리국의 비품이나 장비를 요구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는 의도인 듯했다.

‘한번 정리하고 가려는 건가.’

세광특별시에 재진입하기 전에 말이다.

[흠, 슬슬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순간 같군요.]

그렇다.

추가 인원으로 도마뱀 과장도 섭외했고, 호유원을 향한 적대감의 날카로움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도록 정리된 상황.

이자헌 과장에게 세광특별시에 대한 설명도 잘 마쳤다. 그래서 이제 정말로 구출 작전이 출범하려는 그 순간.

상황을 모두 숙지한 이자헌 과장에게서 ‘그’ 발언이 나온 것이다.

“…추가 인원을요?”

“예.”

추가 인선 추천.

그리고 그 사람이….

“백사헌?”

“예.”

“…노루 동기 말입니까? 그 살살거리는 뺀질이 녀석.”

“예.”

“정확히 어떤 인물상입니까?”

청동 요원의 질문에 은하제 대리가 턱을 괬다.

“흠, 꼰대 양반. 머릿속에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 하면 편견 어린 대표 이미지 키워드들이 막 떠오르지 않습니까?”

미친 인성, 보신주의, 이기주의, 약삭빠름….

입 안 열어도 이미 청동 요원의 머릿속에서 무슨 단어가 지나갔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겁니다.”

“예?”

“그런 녀석입니다.”

죽음 같은 침묵이 테이블에 흘렀다.

‘근데 그런 미친놈을 추천했다는 겁니까?’

그렇게 말하는 표정으로 모두의 시선이 도마뱀을 향했다.

“?”

그러나 도마뱀은 반응하지 않았다.

사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질문 : 염소 주임의 추천 이유

“탐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흠,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예.”

“…….”

“…….”

“그, 음. 알려주십시오?”

“예.”

그리고서야 이자헌 과장은 설명을 시작했다. 최 요원이 어쩐지 약간 더 낡고 지쳐 보였다….

[노루 씨. 때로는 고통의 공유가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군요.]

그래. 그런 효과라도 있다니 다행이네….

“탐사 장소가 교살을 유도하는 올가미, 자살자의 시체, 나무,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짙은 안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인지했습니다.”

“맞습니다.”

세광역의 그 기이한 안개 속에서 쫓아오는 올가미들에 의해 나란히 죽음을 맞이했던 탐사자들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렇다면 해당 요소들을 안개 속에서 구분할 수 있도록, 적합한 시야를 확보한 자를 섭외할 시 다수의 운신이 더욱 수월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

“그럼 백사헌이라는 자가 적합한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까?”

“예.”

나는 즉시 떠올렸다.

백사헌의 특성.

소실된 왼쪽 눈 자리에 반영구 장비 착용

: 위험을 분간하는 시야

“…!!”

“안구만을 추출해 탐사 인원 중 한 사람에게 삽입하는 행위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본인을 섭외하는 안을 제안합니다.”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제법 그럴싸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음. 확실히… 관리국에서 그런 류의 장비들은 대부분 영험한 분의 시야나 감각을 빌려오는 거라서 말이야.”

“예. 아예 새로운 신체 부위를 삽입한 상황이라면, 판정이 본인이라고 나올 확률이 높을 겁니다.”

하지만 최 요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그 인성의 소유자가 구출 업무에 합류하겠어?”

그건 말이다.

방법 : 상사의 지시

“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호유원이 빙그레 웃었다.

…언젠가 은하제 대리님이 이자헌 과장님의 섭외를 요청하며 이 여우에게 기대했던 표정이 그곳에 있었다.

‘세광특별시 탐사에 필요해? 그럼 당연히 되고 말지 당장 납치해 올게요.’

응.

그 표정이다.

* * *

‘X발!’

백사헌은 내면으로 쌍욕을 뱉고 있었다.

아니, 내면으로밖에 뱉을 수 없다.

재갈 물린 채로 천을 뒤집어쓴 채 어딘가로 이동 중이었으니까!

-백사헌 주임, 호 이사님이 호출하십니다.

그 요청에 이사실로 올라갔더니, 이런 미친 꼴이 된 것이다.

‘…X 된 건가?’

정신 나간 괴담 회사에서 근무한 자의 촉이 외치고 있었다.

이대로 혹시 연구팀에 끌려가나 싶어서 어떻게든 튈 타이밍을 전전긍긍하며 식은땀을 흘리던 것이 겨우 몇 분.

이동이 멈추고 머리에 씌워진 천이 치워졌다.

“…!!”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

‘뭐, 뭐야.’

여우상담실이다.

정확히는, 여우상담실의 대기실 탁자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아는 자들이다.

도마뱀 가면과 송골매 가면.

‘자, 잠깐.’

하나는 실종됐다가 어제 돌아온 자에, 하나는 예전에 이미 퇴사한 자였다.

그쯤 되니 백사헌의 머릿속에서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호 이사의 프로젝트팀?!’

호 이사 라인들에게만 알음알음 소문이 난 ‘프로젝트’의 존재다. 주임이 된 백사헌의 귀에도 들어온 적이 있었고 말이다.

‘나를 프로젝트로 차출하려는 건가?’

하지만 다음 순간.

테이블 그림자에 앉은 두 사람의 차림새를 백사헌은 인지했다.

‘…재난국!’

바로 정부 요원이다. 다만….

요원들은 탈을 쓰고 있었다.

‘뭐야 저게.’

-위험할 정도로 신뢰할 수 없는 인간에게 요원의 신분을 노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댁들도 가면 쓰는 게 어떻습니까?

-오.

그리하여 급하게 수급해 온 것이다.

하회탈 중 양반과 백정을 나란히 쓴 두 사람은 정말 수상쩍어 보였으나, 다른 의미로는 초자연 재난관리국 요원의 느낌이 강력하기도 했다.

어쨌든 요원들이 백일몽과 한 자리에 가만히 우호적으로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백사헌에게 충격적인 인상을 주기는 충분했고 말이다.

하지만.

“염소 주임.”

“……예.”

이 자리에서 가장 백사헌이 의식하는 자는 바로 테이블에 앉은 호 이사다.

언제나처럼 새파랗게 젊은 얼굴로 웃으며 앉은 그는 이상하게도 눈이 희열에 차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백사헌은 그 눈이 익숙했다.

목표가 코앞인 광신도의 눈.

“오늘은 주임님께 좋은 제안을 하려고 자리에 모셨답니다.”

“…제안, 이라고 하신다면.”

“제가 작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데, 함께 하실 분을 선발하고 있거든요.”

역시.

“축하드려요. 사헌 씨는 이제부터 프로젝트 팀에서 일하시게 되었답니다.”

수상쩍다.

‘정식 발령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소개해?’

사이비 같지 않은가.

그는 더욱 경계심을 곤두세웠으나, 일단 필사적으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

속여야 하니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

“별말씀을요. 그럼 팀원분들과 인사 나누시겠어요?”

인사 같은 소리 하네 X 새끼가.

백사헌은 그 고생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면상에 침을 뱉어주고 싶다는 생각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고개를 돌려 면면을 보았다.

어차피 다 가면을 쓰고 있었긴 했지만, 그나마 아는 인선인 두 사람이 아닌 요원 둘을.

“…….”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테이블 아래로, 탈을 쓴 요원 중 하나가 자신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마치 자신을 알아본 듯이.

하지만 그 제스처는 어딘가 백일몽 직원을 마주한 요원의 것이라기보다는. 예상치 못한 조우를 한 자의….

……!

“당신.”

백사헌은 그 요원을 휙 돌아보았다.

“그때 지산 마을에 있던 요원이지??”

“…….”

백정탈을 쓴 자가 백사헌을 본다.

탐탁지 않은 것 같은 기색이 전신에서 느껴졌으나 상관없다.

백사헌은 저도 모르게 불쑥,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말았다.

“그때 같이 왔던 다른 요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

“그때, 황금 막대 뽑았던 요원이요.”

“그쪽에게 말할 이유는 없습니다.”

개자식.

하기야 마을에 자신을 두고 가려던 요원이었다. 뻔하다. 자기 일만 중요하고, 약속도 안 지키고, 말 바꾸는 개자식이겠지.

같은 요원인데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와 종이배로 소통하는… ‘그’ 요원과 말이다.

“…….”

그 요원은 이런 수상쩍은 일에 발 담글 리가 없을 것이다.

‘호 이사랑 협력하는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뒤가 구리지 않은가.

그리하여 백사헌은 대충 상황 파악을 마쳤다. 아니, 마쳤다고 생각했다.

“아, 마지막 분이 나오시네요.”

끼이이익.

상담실의 문이 열리고 그것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

검은 연기, 방독면, 무수히 뻗은 뿔, 노란 가스등불. 검은 워커, 전신 제복.

보안팀의 괴물이었다.

‘X, X발.’

직원들 도망 못 가게 하려는 감시책인가?

“염소 씨?”

“예, 예.”

백사헌은 마치 땀을 닦는 척, 머리를 숙여서 살짝 안대를 비스듬히 썼다. 상대의 위험도를 측청해 보려는 생각…….

…….

김솔음이다.

“…!!”

인어무덤에 이어서 또였다.

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모습으로 마주했다.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역시 인간이 아니었어.’

고양이, 어린이에 이어서 이번엔 보안팀의 기이한 존재로 나타난 김솔음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움찔.

백사헌은 테이블에서 튀어오를 뻔했으나, 가까스로 진정한 채로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테이블 아래를 쳐다보았다.

‘X새끼.’

이번에도 자기 정체 못 밝히게, 입 다물게 만들려고 하는 게 분명….

“아, 염소 씨도 친숙한 분이시죠? 노루 주임이라고 알던 직원분이세요.”

“…?!”

“동기시잖아요. 담소 나누세요.”

자, 잠깐.

“두 분은 이제 같은 팀이 되어서 같은 어둠을 탐사하실 예정이거든요.”

백사헌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자, 그럼 탐사를 시작할까요.”

2차 세광특별시 진입 시도.

시작 30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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