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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화


내가 마지막으로 미친 테마파크에서 탈출한 후.

-노루야!

-미친, 노루 나왔어요!!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조우한 팀원들에게 열렬한 환영 인사를 받았다.

알고 보니, 조원들은 패닉에 빠져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고 민간인 생존자에게까지 연락하려고 하고 있었더라.

“그 사람들 경험이라도 좀 털어보려고 했지. 어쨌든 무사히 나와서 다행이다.”

D조 대리가 한결 밝은 얼굴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왜 늦었어?”

음.

답변에 앞서, 나는 내 손목을 일부러 바깥을 향하게 들어 올리며 뒷목을 주물렀다.

회원권이 불타고 남은 자국이 잘 보이도록.

: Socius :

“…….”

“…….”

“노루야?”

“아, 죄송합니다. 잠깐… 너무 피곤해서.”

“아아.”

그 개고생을 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며 대리와 주임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때 알았다.

‘안 보이네.’

반응이 없다.

이 문신이 저 사람들 눈에는 안 보이는 거다.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나는 아주 짧게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늦은 이유는… 사실 출구 게이트가 제 앞에서 전원이 나가서요. 기다려도 안 고쳐지길래 다른 탈출구를 찾아서 나왔습니다.”

“허?!”

나는 일부러 팔찌가 회원권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의 서술을 생략했다.

이 비상식 괴담 회사에서, 평범하지 않은 뭔가가 내 몸에 들러붙어 있다고 말하는 건 별로 현명한 판단은 아니다.

‘나한테 떠드는 봉제 인형이 생겼다는 것도 생략하자.’

물론 그 외에는 빠짐없이 잘 설명했으니 탐사 기록 등록하고 매뉴얼 만드는 것에는 별문제 없겠지.

“…잠깐만. 그러니까… 노란 구역으로 갔는데 거기 게이트도 꺼져 있어서, 네가 직접 키고 나왔다고? 분전반 뜯어서?”

“예.”

“넌 대체….”

“에이, 평범한 노루잖아요.”

“음… 그렇긴 해.”

“…??”

아무튼, 분위기는 제법 훈훈해졌다.

“포인트는 내일 바로 적립될 거야. 놀라지 마, 이번에 액수가 만 포인트 가까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해.”

“대박이지?!”

사실 내가 살아나와서 배분되는 포인트가 줄어들었을 텐데 말이다.

내 생사를 걱정하며 바쁘게 뛰어다녔는지 아직 씻지도 못한 꼴인 선임 둘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솔직히 좀 고마웠다.

약간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회사에 과분한 훈훈함이었다.

그런데 한 명이 안 보인다.

“그러고 보니 조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대리가 시선을 피한다.

“…팀장한테 불려 갔는데.”

헛.

“괜찮아. 한 소리 듣고 끝나겠지. 아니 뭐, 솔직히 A조 사마귀 가면 그놈은 자살한 거 아닌가?”

그래도 A조 조장한테는 제대로 밉보이신 것 같던데요.

나는 도마뱀을 죽도록 노려보던 청둥오리 가면을 떠올렸다.

심지어 주임도 숙덕거렸다.

“대리님, 그거 진짜예요?”

“뭐.”

“우리 조장님이 충분히 정예팀 갈 실적인데, 그놈의 성격 때문에 매번 미끄러져서 D조에 남아 있다는 거….”

“어어. 아마 맞을걸.”

대리가 팔짱을 꼈다.

“근데 맨날 그러고 살았던 양반이라 그냥 두면 돼.”

“…….”

“역시 신은 공평한 것 같기도 해요. 조장님 그 얼굴에 그 성격인 걸 보면….”

“쉬이잇. 좋은 상사시잖냐.”

도마뱀 얼굴에 도마뱀 성격이?

뭐, 좋은 상사라는 건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었다.

마침 최악의 상사를 코앞에서 지켜보기도 했고 말이다.

“아, 연구팀 과장.”

자기 팀원을 예고 없이 즉흥으로 괴담에 밀어 넣어서 결국 죽게 만든 연구 1팀 과장, 곽제강 말이다.

“그 양반은 선 넘었지.”

들은 바로는 추궁에 ‘자신도 당황한 나머지 실수로 연구원에게 장기 말을 던진 것이다’라고 주장 중이라 한다.

‘누가 봐도 진심 가득한 고의였는데 말입니다….’

그 자리의 현장탐사팀들은 다들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단 걸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딱히 죽은 도박중독 연구원을 위해 강력히 증언해 줄 사람은 없었다는 점이다.

일단 발언권 센 상사들의 상태를 봐라.

“A조 조장은 뭐 우리 조장한테 눈 뒤집혀 있고, 우리 조장님은 연구팀 과장을 신경 써야 하는지도 모를걸.”

이대로 흐지부지 적당히 감봉 처리나 받고 넘어가리라는 게 전망이었다.

직원 목숨값이 실적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회사다 보니, 월급 아깝던 평사원 하나 사고사한 것 때문에 과장급에게 큰 징계를 줄 판도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계속해서 곽제강 연구원이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거였나….’

한 번만 잘못 걸리면 X될 게 뻔한데, 그 한번을 눈치가 좋아서 능구렁이처럼 잘 피해가는 것 같았다.

D조 상사들은 곽제강과 관련된 으스스한 소문 몇 가지가 사실이었던 것 같다며 혀를 찼다.

“그 인간이랑 계속 일해야 하는 건 싫은데, 이번에 한번 발작했으니까 다음 분기까지는 좀 얌전하겠지.”

“그렇죠? 안 그랬음 벌써 잘렸을 거야.”

과연 괴담 회사에서 목숨 걸고 일할 만큼 안전불감증다웠다.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사실 곽제강은 자기 연구원이 아니라 우릴 다 죽이려고 했던 것 같았단 말이지.’

연구원은 그걸 위한 분탕용 변수였을 뿐이다.

근데 다들 무사히 탈출한 덕에 그 파트가 흐려져서 오묘했다.

‘앞으로도 주시하고 있어야겠어.’

나는 곽제강이 등장한 <어둠탐사기록>의 위키 페이지를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확인해 봐야겠다고 계획했다.

“후, 하루가 길었다.”

“진짜요.”

대화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자헌 조장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며, 일단 퇴근해 보라는 허가도 떨어졌다.

대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따로 더 할 것도 없어. 너 아직 실종으로 등록 안 했거든.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길 잘했네.”

“맞아! 노루 넌 분명 나올 거라고 우리끼리 그랬다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감사합니다.”

“에이, 감사는.”

그렇게 ‘내일 들어올 포인트나 기대하고 있어라’ 류의 덕담을 들으며 상사들과 헤어졌다.

나는 연구 1팀의 사무실로 돌아가서 짐을 챙겨서 귀갓길에 올랐다.

그리고 그 길에 아는 얼굴을 하나 더 만났고 말이다.

“장허운 씨.”

“…! 솔음 씨!”

Y조 신입.

같은 조 사람이 다 죽은 탓에 이래저래 뒷전으로 밀렸는지, 연구 1팀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더라.

어깨는 아물었지만 피 묻은 옷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잠시 맞은편에 앉아서 사담을 나눴다.

장허운은 출혈량 때문인지 좀 창백해 보였으나 음울한 기색은 오히려 좀 덜해 보였다.

같은 조 사람들이 다 죽은 것을 생각하면 운이 좋다고 말하기도 뭐하지만….

나는 아까 상사들에게 귀띔받은 말을 떠올렸다.

-아 그 Y조 신입, 이번에 처신 잘해서 위에서 얘기 좀 나올 것 같더라. B등급이면 고등급이니까.

-한 3개월만 이상 없이 근무하면 일반 사원으로 빼줄 확률 높을 거야!

다 좋다.

문제는 3개월을 살아서 버틸 수 있냐는 건데….

“저, 혹시 퇴사는 고려하신 적 없습니까? 지금 처하신 상황이 너무 위험한 것 같아….”

“예.”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장허운, Y조 신입은 아직도 소 가면을 쓴 채로, 양손을 다 꽉 쥐었다.

“저는 꼭 소원권이 필요합니다. 퇴사할 순 없습니다.”

“…….”

이쪽도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갈등하다가 결국 말을 덧붙였다.

“3개월.”

“예?”

“3개월만 버티시면, 재배치될 확률이 높을 겁니다.”

기간이 정해진 채로 버티는 것과 무기한 버티는 것은 무게가 전혀 다르다.

동기부여적 측면에서도 그렇겠지.

“…!”

장허운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예, 예…. 버텨보겠습니다…!”

그가 잠시 심호흡하며 천장을 보다가, 곧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늘 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 다음에, 3개월 후엔 반드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덕분에 무사히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악수했다.

그리고 측은지심과 공감을 담아 저도 모르게 말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무서우셨을 텐데.”

“예?”

장허운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어어…?

“아, 괜찮습니다. 죽을 뻔한 거, 전에도 몇 번 있기도 했고….”

“……그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거북한 장면을 많이 보셨잖습니까.”

“아, 그렇죠.”

장허운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피나 장기 같은 건 잘 못 봐서… 자꾸 기절하거나 다리가 풀리더라고요.”

“…그러시군요.”

잠깐만.

방금 굉장히 ‘거북한 장면’의 범위가 확 좁혀졌는데….

‘설마.’

“……허운 씨, 혹시 괴현상이나 귀신은… 괜찮으신 겁니까?”

“아, 아 예! 그런 건 괜찮습니다!”

“…….”

“그냥 그렇구나 하는 편이라, 예. 실제로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하는 게 아니면 큰 감상은 없습니다.”

“…….”

쫄보…가 아니었다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 아, 그렇지! 솔음 씨. 혹시 신입 단톡방에서 그분과 이야기하신… 어. 바, 방에 안 계시군요.”

신입 단톡방…이란 게 있었다고?

* * *

겁쟁이 쉼터 동지가 아니었다니.

…나만 빼고 동기 단톡방이 있었다니!

“허.”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사택에 귀가한 후, 씻고 나왔다.

충격적인 두 진실이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했다.

‘오늘 하루가 길구만….’

배신자… 아니, 장허운 씨에게 신입용 단톡방 링크도 받았으니 접속해 봐야겠지만, 이건 조금 이후에 할 생각이다.

우선순위로 알아봐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손목에 문신부터 확인해야겠지.”

여러 후보군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마침 가볍게 물어볼 만한 상대가 확실히 있었다.

‘착한 친구.’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정장 앞 포켓에 들어 있던 봉제인형 키링을 꺼냈다.

그리고 불렀다.

“브라운?”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예상대로인가.’

괴담에서 현실로 돌아오면 평범한 인형처럼 보인댔지.

———————=

착한 친구는 당신의 일상에 수줍은 인형처럼 함께할 거예요.

적절히 대우 해주세요.

전부 기억하니까요.

———————=

즉, 지금까지 내가 회사에서 대화하는 걸 보고 눈치껏 입을 다물어주고 있던 게 아니라, 진짜 말을 못 하는 상태란 뜻이다.

하지만 괴담이 아니더라도 ‘착한 친구’와 대화할 방법은 있었다.

‘…현실을 괴담처럼 만드는 거지.’

나는 <어둠탐사기록>에 적힌 방법을 하나 떠올렸다.

———————=

‘착한 친구’와 대화하기

#1 어둠, 라이터, 그림자를 쓴다.

———————=

솔직히 좀 섬뜩하긴 했지만, 해보자.

침대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뒤쪽 오른편 침대 다리 안에 ‘착한 친구’를 기대 앉혔다.

‘그다음은… 불빛.’

내가 금연한 지 오래돼서 라이터는 없고, 스마트폰 손전등으로 대체했다.

그 좁은 빛이 침대 다리를 비추도록 바닥에 두고, 방의 불은 껐다.

탁.

그리고 나는 어두컴컴한 가운데 침대 위에 앉았다.

‘…좀 무서운걸.’

등이 오싹하니 이불을 덮자.

쪽팔려 할 것 없다. 나 혼자니까.

‘…곧 혼자가 아니게 될 것 같지만.’

고개를 들자, 침대 밑에서 손전등 빛이 쏘아져 나오며 벽에 거대한 봉제 인형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

이윽고, 침대 다리에 기댄 봉제 인형의 그림자가 불빛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몸을 흔들며 깨어나는 듯이.

그걸 숨을 죽이고 지켜보면 곧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어딘가 헛것처럼 들리는 음성이.

친구.

“…브라운.”

사회자가 깨어났다.

-아, 그 괴상한 테마파크에서 무사히 나왔군요!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브라운은 마치 테이프를 돌려보듯, 괴담에서 나온 후 내게 일어난 일들을 대략적으로나마 기억해 내는 것 같았다.

‘전부 기억한다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그래, 친구가 퇴근을 했지요. 이제 쉬려고 집에 온 겁니까? 오, 제법 아늑한 장소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집은 아니고 사택이지만 말이다.

-흠, 그러고 보니 노루 씨는 내게 너무 격식 있게 말하는 것 같군요! 친구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브라운도 제법 격식 있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하하, 난 어쩔 수 없습니다. 직업병이라는 녀석이라서 말이죠!

‘나도 미친 괴담 회사 신입이라는 직업병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라는 말을 삼켰다.

친근해질수록 이 봉제 인형은 안전하고 강력해지니까.

“…그래. 그럼 앞으로는 편하게 말할게. 친구니까.”

-오, 좋습니다!

즐겁게 머리를 까닥이는 듯이 인형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좋아… 이제 본론.

“마침 친구에게 질문할 것도 있는데.”

-오! 그렇다면 우리가 서로 번갈아 가며 상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단, 반드시 대답해야 하는 겁니다.

-마치 놀이 같군요. 재밌겠습니다….

그만 괴담처럼 굴어!

“그래. 재밌겠어.”

하지만 나는 억지로 흔쾌히 대답했다.

연장 근무하는 것 같다…. 힘내자.

“내가 질문하려던 건, 이거야.”

단번에 왼손을 들어서 침대 아래로 내렸다.

손목 안쪽의 문신 같은 검은 글자가 봉제 인형의 코앞에 잘 보이도록 말이다.

“회원권 팔찌가 불타더니, 이런 표시가 남았거든.”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이건… 라틴어로군요. 호오.

말투에서 이상한 흥미와 몰입이 묻어났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소키우스.

-동료, 회원, 친족 같은 뜻으로 쓰였죠. 라틴어의 범용성이란!

“거기까진 알고 있지.”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으로 사전검색부터 했으니까 말이다.

‘회원권’ 팔찌가 불타며 회원을 의미하는 글귀가 새겨진 것은 제법 연관성이 있어 보였지만, 더 중요한 건 이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못 보는 것 같던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저런, 다들 눈이 나쁜가 보군요! 내게는 무척 잘 보입니다.

괴담 속 생물에겐 이게 보인다는 뜻이다.

“잘 보인다니 다행이다.”

나는 질문을 바꿨다.

“그럼, 이 문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당신에게 자격을 주는 표식이지요.

망설임 없이 유쾌한 어조로 답변이 흘러나온다.

-토크쇼에 가끔 관객으로 귀빈이 올 때도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다른 관객과 차별화되는 멋진 표식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가령, 이름표나 뱃지 같은 거지요!

-그 ‘우월한 표식’엔 특별 좌석, 리허설 관람, 백스테이지 접근 권한 같은 것이 부여되어 있는 겁니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서 문자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이게, ‘특별 자격’ 같은 거라고?”

-뭐, 테마파크 마스코트한테야 그렇다는 뜻입니다.

브라운의 목소리가 심드렁해졌다.

-그 감정 과잉 마스코트가 너무 노루 씨에게 친한 척하는 것 같군요. 뭐, 다음에 방문하면 그걸로 웰컴 드링크라도 챙기도록 하죠!

영원히 안 방문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협조성을 보이기 위해 동의한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좋아요!

‘사회생활 더럽게 힘들다….’

아무튼, ‘자격’을 준다는 게 추상적이긴 해도 그리 나쁜 뉘앙스는 아니었다.

‘앞으로 괴담에 들어가면 혹시 쓸 만한 곳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봉제 인형이 흥이 난 듯 몇 번 머리 그림자가 흔들리더니, 작게 속삭여 왔다.

-그거 아십니까?

뭐요.

-노루 씨, 방금 질문을 두 번 했군요.

-규칙 위반입니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하하, 괜찮습니다. 친한 관계에서는 규율을 종종 어기기도 하는 게 묘미 아니겠습니까!

휴우.

“…그래, 고맙다.”

-별말씀을!

-어쨌든 이제 제가 질문할 차례군요.

나는 침을 삼키며, 벽에 드리운 거대한 인형의 그림자를 보았다.

“뭐가 궁금한데?”

브라운이 속삭였다.

-당신의 옆방에 사는 건 누구입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사택의 옆방에 있는 건 당연히….

“…회사 동료.”

백사헌이다.

-친밀한 관계입니까?

전혀요.

“그냥 직장 동료야.”

-아, 그렇군요. 그래요…. 좋습니다.

브라운의 목소리가 다시 쾌활해졌다.

친구. 옆방에 사는 ‘회사 동료’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겠군요!

“왜?”

-곧 죽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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