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0화
나는 눈을 떴다.
어둡고 깨끗한 승강장. 그러나 스크린도어 너머로 보이는 반대편 승강장의 처참한 상태.
‘…세광역의 풍경.’
진입 성공.
다시 사람의 모습이 된 나를 내려다보며 숨을 몰아쉰다.
‘이번에는 전원 성공한다.’
그리고 되새김질한다.
세운 계획들.
-아 그렇지, 여러분이 다시 깨어나시면, 이제 재난관리국 본관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눈을 뜨실 수 있어요.
-어?
-통로를 빼내서 끌어왔거든요. 아주 안전한 장소에서 눈을 뜨시게 될 거예요….
이제 재난관리국 본관에 갑자기 정신을 잃은 요원과 백일몽 직원들이 우르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란 뜻이다.
아무리 폐쇄되었다고는 해도 호유원이 무슨 수로 재난관리국의 전용 통로에서 빼낼 구석을 찾아낸 건지는 경악스럽지만 말이다.
‘…그 집요함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만.’
어쨌든 이 경우엔 내 실종이 재난관리국에서 상당한 논란이 될 듯하여, 담당 직원의 면책 등을 고려해 ‘잠시 꿈으로 산책 후 귀가 예정’이라는 문구를 대청마루 바닥에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
꿈속 세광특별시의 긴급 탈출법.
-노루 님이 부탁하신 안락사 약이에요.
-…!
-평온한 죽음을 보장한답니다. 백일몽 주식회사 제품 중에 가장 온정적인 약이 아닐까요?
청동 요원은 그걸 먹느니 스스로 혀를 깨물겠다는 표정이 되었으나, 결국 지급을 받아들이긴 했다.
올가미 때만 봐도 완전 오염으로 영영 탈출하지 못하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있다.’
나는 주머니에 해당 알약이 잘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가 챙겨왔던 물건들도 무사히 제자리에 존재한다는 것을 점검했다.
동시에 눈으로 인원을 체크한다.
나와 마찬가지로 승강장 바닥에서 지금 몸을 일으키고 있는, 하회탈을 쓴 요원 둘.
‘…요원님들은 세광시 잠입까지 합의에 잡음이 좀 있었지.’
-이번 탐사에선 공무원 양반들은 빠지는 게 좋겠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에헤이, 연가 싹 털고 왔습니다. 시민님.
이번 탐사, 이성해 대리님을 구조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낸 모양이었다.
-그리고… 구조 대상이 있는데 요원을 두고 가면 쓰나.
쓰게 웃는 최 요원과 굳은 얼굴의 청동 요원에게서는 짙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다만 현무 1팀이 통째로 며칠이 소요될지 모르는 탐사를 계속 떠날 순 없는 노릇이니, 아마 다음이 있다면 이렇게 시간을 빼긴 어렵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이번에는 동행해 주기로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겠지.
“으차. 포도 몸은 괜찮고?”
“네. 멀쩡합니다.”
하회탈 아래로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다음 라인업은….
“다들 깨어나셨나?”
“예.”
동물 가면을 쓴, 정장을 입은 자들.
백일몽 주식회사의 전현직 현장탐사팀들이다.
이자헌 과장.
은하제 대리.
백사헌 주임.
그리고….
“노루 주임.”
은하제 대리가 씩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약간 그립기까지 느껴지는 이전의 호칭.
정장을 입은, 온전한 사람 모습의 내가 여기 있다.
[오. 물론 나도 여기 있고 말이죠. 친구.]
인원 점검 끝.
“모두 무사히 세광특별시에 진입했습니다.”
완벽한 시작이었다.
“가봅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세광교통공사
세광역
우리가 선 승강장은 올가미에 목이 걸리던 그때가 거짓말인 것처럼 차갑고 말끔했다. 마치 리셋이라도 된 것처럼.
“노루야, 네 말이 맞은 것 같은데. 우리 고객 카운트 초기화된 모양이다.”
“예. 다행입니다.”
보통 지하철은 영업이 끝나면 시스템이 종료된다. 즉, 하루가 지나면 일회용 교통카드에 등록된 승차 날짜가 만료되며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저 대합실의 기이한 올가미들로부터 추적당하지 않게 된 것이고.
“…….”
다만 저 계단의 바로 위.
“…안개 범위가 늘어난 것 같은데.”
대합실의 안개는 일렁이듯 승강장 아래로 침범하기 직전인 게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태였다.
‘…승강장에서 붙잡혀서인가.’
처음에 우리가 왔을 때보다 확실히 더 위협적이고 불길한 느낌이다.
그리고 바로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튀어나올 듯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목을 매단 자들.
우리가 지난번에 죽었던 것과 똑같은, 그 형태.
“…….”
“시체가 남아 있을 거라고 봅니까?”
“굳이 확인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오. 꼰대 양반. 나도 동감.”
이 살벌한 대화를 바로 옆에서 듣는 백사헌의 얼굴은 창백했다.
우물 앞에 서자 갑자기 말 바꿔서 ‘역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겠다’ 같은 소리하다가 호유원에게 밀려서 떨어진 것답게 이 멸형급 재난의 심각성을 파악한 모양이다.
“자. 그럼 준비합시다. 염소 주임. 눈 멀쩡한가?”
“…예.”
게다가 자기 안대를 더듬어 보더니, 순순히 대답하기까지 한다.
‘계산을 해본 거겠지.’
여기서 트롤을 해 봤자 생존에 도움도 안 되고, 완수 보상이 워낙 달콤했으니까.
호유원이 백사헌에게도 프로젝트 보상으로 소원권을 걸었기 때문이다.
…나까지 증인으로 내세워, 증명하면서.
-지난번에 업무를 무사히 수행한 분들은 모두 물약을 타갔답니다. 그렇죠, 노루 님?
-긍정
…다만 그렇게까지 했어도. 내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일단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건… 저와 도마뱀 과장님, 그리고 염소 주임 셋이면 충분합니다.”
“잠깐.”
“다른 분들은 안개에 닿지 않는 선에서 저희에게 신호를 주셨으면 합니다. 계단을 찾아올 수 있도록요.”
“잠깐만요.”
아니나 다를까.
“그럼 보상 분배가 달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면 곤란하죠. 세 명만 일하고 나머지는 신호만 준다? 합의가 다시 필요할 것 같은데 말이죠.”
“캬. 고향에 돌아온 것 같구만.”
은하제 대리가 정말 현장탐사팀답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백사헌은 누가 이걸 수습하기 위해 자기 몫의 아이템이나 보상을 넘기겠다고 나서지 않을까 살짝 각을 보는 듯했다.
‘자기를 굳이 급하게 섭외한 걸 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파악한 거지.’
확실히 이런 의미로도 계산이 빨랐다.
‘대리님은 탈출 각 보면서 판단 지시해 주시고, 요원들은 후반에 엄호해야 해서 대기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말로 얌전해질 녀석이 아니다.’
그랬으면 별명이 독사가 아니라 올빼미였겠지.
음. 역시 너무 급하게 들어온 탓에 분위기를 덜 잡은 문제 같기도 하고.
역시 한 번 정도는 이게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웃으며 백사헌에게 작게 말했다.
“별로야? 그럼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데. 이미 방법도 있어.”
그리고 목소리를 더 낮추며 빙긋 웃었다.
“20대 A형 남성의 한쪽 안구를 다시 뽑으면 되지.”
“……!”
“다른 사람이 이식받을 거야. 걱정 마. 과다 출혈로 죽어도 어차피 다시 현실에서 깨어나잖아.”
백사헌이 반사적으로 자기 눈을 눌렀다.
“할래?”
“…….”
“생각해 봐. 네가 고의로 탐사 실수하면 프로젝트에 손해니까, 그렇게 해줄 수도 있어.”
“…아, 아니.”
“음?”
“그냥 가겠다고요.”
“그러다가 괜히 기분 나빠서 일부러 시야 정보를 잘못 주면 어떡하나 걱정되잖아. 편하게 말해 봐.”
“그렇게 안 한다고.”
“음… 하기야 혼자 살아남아도 어차피 나가면 이 사람들 얼굴을 다 계속 봐야 하는데, 그런 짓을 왜 하겠나 싶긴 해. 그렇지?”
“…….”
“근데 진짜 거짓말하면 좀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 재밌을 것 같아.”
“아닙니다.”
“재밌을 텐데.”
“아니라고…!”
“알았어. 그럼 잘하든가.”
툭툭.
나는 백사헌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오~ 무슨 대화를 그렇게 단란하게 오래 해.”
“아. 격려했습니다.”
“~~!”
“열심히 한다네요.”
“어휴, 고맙습니다. 시민님.”
백사헌은 쌍욕을 참고 싶다는 표정이었으나, 결국 안대를 벗으며 안개 속을 주시했다.
후우, 좋아.
‘트롤 방지도 했고.’
이 진땀 빼는 과정도 오랜만이라 약간 그리울 지경이었다.
나는 어쩐지 빙글빙글 웃고 있는 것 같은 하회탈 가면의 최 요원을 외면했다….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확실히 진행할 수 있는 건….
“후방을 부탁드립니다. 과장님.”
“예.”
바로 이자헌 과장 덕분이다.
* * *
나는 대합실의 안개 속으로 한 발짝 더 걸음을 옮겼다.
방금, 안내 게시판을 찾아가 그 규칙을 다 필기해서 숙지했다.
그리고 안내 게시판에 올 때처럼 요원들에게 받은 썬캐처로 안개를 꿰뚫어, 이번엔 ‘교통카드 충전 및 판매기’의 위치를 희미하게 파악해 방향을 잡는다.
“저쪽입니다.”
여기까진 전과 비슷한 방식이나….
접근법이 다르다.
가장 안전한 길을 고를 수 있다.
“염소 주임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오시면 됩니다. 과장님.”
“예.”
백사헌이 시야를 통해 ‘위험’이 가장 적은 길로 최대한 루트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액막이 명태는 사용하지 않는다.
‘구하기 어렵기도 했고.’
이번에 시도할 탈출 방식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대신, ‘일행과 떨어지지 마세요’라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 아이템 두 점이 사용되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적당히 서로의 반경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아이템.
줄 없는 수갑
보이지 않는 수갑의 사슬이 서로를 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백일몽의 친절한 씨앗 키트에서 탄생한 이 아이템은 은하제 대리님의 보유품이었다.
그리고 걷다 보면….
“도착했습니다.”
나는 도착한 일회용 교통카드 판매기에서 카드를 뽑았다.
총 일곱 장.
“여섯 명인데 왜….”
“쉿.”
나는 전부 카드를 챙겼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
나는 조심스럽게 개찰구를 확인한 후, 입구 방향으로 넘어갔다.
혼자만.
그리고.
삑.
삑.
삐삑….
들고 있는 카드 중 여섯 장을 전부, 순차적으로 승차 태그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장을 태그하는 동시에 개찰구를 통과했다.
“…됐습니다.”
나는 그중 다섯 장을 한 주머니에 챙겼다. 그리고 이번에는 달리지 않고 경보 걸음으로 이동한다.
더 짙어진 안개 속으로.
…어디선가, 들리기 시작한 뉴스 소리와 함께.
-세광특별시의 ■■■숲에서 또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오. 또 시작됐군요.]
반사적으로 흐르는 식은땀.
나는 방울을 울리며, 뉴스 소리에 홀리지 않기 위해 기를 쓰며 발을 옮겼다. 옆에서 방향을 잡는 백사헌에게서 이 악문 소리가 들린다.
“이게 뭐야, 이….”
위험을 감지하는 눈에, 지뢰밭처럼 보일 것이다.
그것도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는.
정확히 말하자면….
-너도 포기하고 싶지?
나를 향해서.
“…….”
백사헌은 필사적으로 그나마 나은 방향을 잡아서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개찰구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발걸음을 빠르게 바꾼다.
“후욱.”
뛰는 내 머리 위로 툭툭, 딱딱하고 물렁한 것이 부딪힌다. 시체의 발. 멀지 않았다. 나는 공포에 질리지 않기 위해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어.’
빨리 가기만 하면 된다.
여긴 인원이 많아질수록 대응이 어려워지는 곳이다. 소수의 인원이 서로를 계속 챙기면서, 떨어지지 않으며 이동하는 것이 관건.
‘그래서 최적이 3인이지.’
시야를 확보할 사람.
이동을 주도할 사람.
그리고….
물리적으로 파괴해 줄 사람.
-너도 포기하고 싶
왔….
“숙이십시오.”
이자헌 과장이 손을 뻗었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지던 올가미가 그 손에 잡혔다. 팽팽한 긴장으로 팔 근육에 힘줄이 서는 순간, 이윽고 질긴 밧줄이 올올이 뜯겨 나온다.
거침없이 움직이는 이자헌 과장의 손에는 내 목을 잡아채려던 올가미가 박살 난 채 뜯겨 있었다.
아니,
하나가 아니다.
휘익.
안개 속에서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올가미와 시체를 이자헌 과장이 계속해서 ‘힘’으로 아작내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무력이었다.
“더 빠르게 이동하겠습니다!”
“예.”
그리고 이자헌 과장은 뛰면서도 시체, 나무, 올가미를 가릴 것 없이 손에 닿는 것마다 무자비하게 뭉개기 시작했다.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미친 짓을.
‘미쳤다.’
이게 바로 물리 전문 요원의 힘인가.
마치 공포 소설이 펄프 픽션으로 변한 것 같은 압도적인 힘에 잠시 공포조차 잊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지경이었다.
성공적인 인선 섭외의 쾌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휙.
[맙소사, 이번에는 제법 가까웠습니다!]
계단까지 달리는 중, 나는 세 번쯤 목이 매달릴 뻔했으나 이자헌 과장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
그리고 마침내….
계단이 보인다.
안개 속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는 작두의 날이.
‘됐다.’
그곳에 첫발을 디디기 직전.
…….
나는 발을 멈췄다.
“미쳤어요? 당장….”
“수갑 풀고 내려가.”
백사헌은 두 번 되묻지도 않고 수갑의 연결을 해지한 채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안개는 백사헌을 따라가지 않았다.
‘역시.’
지난번에 승강장 아래로 쫓아왔던 건, 그때 승객으로 판정된 우리를 인지하고 쫓아온 것이다.
그걸 역으로 말하자면 말이다.
‘승객으로 판정 난 사람만 승강장에 내려가지 말고, 열차 올 때까지 버티면 돼.’
즉. 나 한 사람이 모조리 카드를 든 상태로 버티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올가미의 어그로를 끌고 있는 상태.
물론 이대론 죽기 딱 좋다.
아무리 이자헌 과장님이 막아줘도 그러면서 본인도 수많은 이용규칙을 어기며 올가미의 대상이 될 테니,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가 다가와 기하급수적으로 위험해지겠지만….
“고생했다, 포도야.”
여기서부터는 다른 사람들이 가세한다.
안개에 닿지 않는 승강장 계단에서 안개를 몰아내는 금줄이 내 발밑에 펼쳐지고, 파마용 탄환을 쏘기 시작한다.
이번 탐사용으로 맞춰온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장비들.
“버텨!”
‘임종의 숲’의 이용객이 된 내가 경험하는 모든 괴이한 현상을 다른 사람들이 최대한 걷어내 주는 상태.
그렇게, 버티고 있노라면….
열차가 진입합니다.
“온다!”
열차가 달려오는 굉음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계단 끝에 선 채, 올가미를 피하며 최대한 버틴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에티켓을 지키며 안전하게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버틴다.
다시.
버틴다.
그리고….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노루야, 지금!”
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다섯 장의 카드를 승강장 아래로 던졌다.
“…!”
최대한 가지런히 던진 카드들은 열린 스크린도어 가까이, 승강장 바닥에 착지한다.
“주워서 들어가십시오!”
그렇다.
‘개찰구 태그를 누가 하든, 표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승객이지…!’
그래서 승객의 자격을 끝의 끝까지 미루다가 타기 직전에만 넘기면.
‘최대한 승강장을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당장!”
우리는 동시에 움직였다.
사람들이 계단 아래로 뛰어서 카드를 잡는 동시에 열차 문으로 뛰어 들어간다.
나도 한 발짝 늦게 달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너무 빨리 번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이자헌 과장이 옆에서 뛰며 줄과 가지를 잡아챘다. 나무 조각과 볏짚, 마른 살점이 비산한다.
“과장님!”
바닥에 있는 카드를 잡은 은하제 대리가 던진다. 이자헌 과장이 올가미 조각을 털어내는 동시에 카드를 잡고, 열차 안으로 나를 밀치며 뛰어든다.
마지막으로 최 요원이 카드를 잡….
스크린도어가 닫힙니다.
이자헌 과장이 최 요원의 위로 떨어지는 올가미를 역으로 당겨낸다.
나는 최 요원의 팔을 잡아 던졌다.
열차 안으로.
쿵.
“…….”
“…….”
“하.”
열차 바닥에 엎어진 최 요원이 숨을 내쉬었다.
“살았네.”
[열차가 출발합니다.]
굉음과 함께, 우리는 세광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