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62화
자정역.
카지노가 있다고 열차에서 방송했던 그곳은 승강장부터가 말끔하던 세광역과 달랐다.
빨갛고 노란 불빛.
바닥에 발을 디디고 서자마자 알전구같이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이 천장에서 다닥다닥 붙어 알록달록한 줄로 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몇 개의 전구에는 불이 나가 있거나 깨지고 끊어진 줄도 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낡고 오래된 유흥 시설의 느낌.
[흐음.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군요.]
그러나 시설에 주목한 것은 찰나였다.
더욱 충격적인 광경이 주변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이 내린 승객들.
열차 문으로 쏟아지듯 비집고 나온 장기실종자들이 열차를 벗어나 자정역 승강장에 몸을 디디는 순간.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
“…!!”
낡고 헤진 옷, 삭아 빠진 외투, 다 헝클어지고 지저분한 머리와 퀭하고 마른 체구.
오랫동안 고립되고 버려진 자들의 모습.
‘탑승자의 모습을 처음 그대로 보여준다’라는 열차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그것은 분명 장기 실종자다운 외관이었다.
가슴 서늘해지는 충격이 일행을 감싼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각종 위험한 괴담에 진입했던 사람들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충격적인 건 다른 요소. 가령….
신체가 조각나 있다.
“…….”
팔, 다리, 때로는 손, 눈알, 코, 귀, 머리카락… 각종 결핍이 외관으로 드러난다.
어느 한 부위만이 아니며 규칙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걷거나 운신하지 못하는 지경이 된 자들도 있다.
원래대로 움직이려다가 계속 넘어지거나 기거나, 스크린도어에 쿵쿵 부딪힌다.
그러면서도 이동하는 것이다.
저 위로.
계단 위, 대합실로 가려고.
‘전시회….’
눈먼 자의 저택이 떠오르는 모습에, 거기서 죽을 뻔한 전현직 현장탐사팀들의 얼굴에도 연상으로 인한 긴장감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곳의 관람객, 희생자들과는 분명한 차이도 있다.
마감.
“…너무 매끈한데.”
인형이나 찰흙에서 뽑아낸 것처럼, 없어진 신체의 연결 부위가 지나치게 깔끔했다.
심지어 도저히 인간의 도구로는 잘라낼 수 없을 것 같은 부위들이 부분부분 유실되어 움직일 때마다 옷 실루엣에서 텅 빈 공기가 눌리는 게 보인다.
거기서 오는 기이함.
불쾌한 골짜기를 미친 듯이 자극하는 그 모습은 장기 실종자 특유의 헤지고 엉망진창이 된 모습과 대비되어 더 섬뜩한 풍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불길함.
‘…왜 저런 모습이 된 거지?’
대체 이 ‘카지노’ 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각종 추측과 키워드가 머리를 스치게 되는 것이다.
경험자들이기에 더더욱.
“…….”
“…….”
“잠시 대기하십시오.”
무언으로 긍정한다.
마찬가지로 장갑이 다 해진 상태로 돌아온 이자헌 과장이 여분의 장갑으로 갈아 끼우길, 우리는 묵묵히 승강장에 서서 기다렸다.
그러면서 장기실종자들의 광기 어린 이동이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대기한다.
그 후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으로.
그리고 발을 디디자 깨닫는다.
저 위에서부터 희미하게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피아노와 금관 악기, 현악기.
부추기는 듯한 멜로디 소리.
[아, 싸구려 재즈 녹음본입니다. 적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는 나름대로 낭만적일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은 그저 시설의 쇠락함만 드러내는 꼴이로군요….]
“…혹시 음악에 더 귀 기울이게 되거나 이상한 느낌이 드는 사람? ……없군요. 오케이. 갑시다.”
우리는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몸부림치거나 굴러떨어지는 ‘탑승객’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천천히, 위를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합실이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
계단 앞은 벽으로 막혀 있었다.
타일로 마감된 벽.
그리고 그 벽에 달린 문과, 작은 무인 창구가 전부였다.
문에는 글자가 적혀 있다….
로얄 카지노
영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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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상, 실종자들이 전부 여기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만.”
음악 소리는 저 너머에서 들리고 있다.
유혹하듯.
“돌고래 대리도 이 역에서 내렸다면 이 안에 있을 확률이 높겠습니다.”
후우.
은하제 대리가 스스로 어깨를 주물렀다.
“노크해야 하나?”
“그러다 죽으면….”
“일찍 탐사 종료하는 거지 뭐.”
똑똑.
대리님이 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문 옆 작은 무인 창구에서 툭, 볼펜이 매달린 작은 팻말이 튀어나왔다.
“…!”
당장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그것은….
“무인 전당포?”
일종의 사용법이었다.
※ 신체 부위를 카지노 코인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
동봉된 용지에 교환을 원하시는 부위를 작성하시면 요금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창구로 용지를 접수해 주세요.
“…!”
“X발.”
그렇게 우리는 대충의 매커니즘을 확인했다.
“…장기밀매 카지노네.”
위키 페이지가 갱신된다.
세광 지하철 노선도
– 세광역 (임종의 숲길)
– 자정역 (신체 카지노)
– (미등록)
– (미등록)
– (미등록)
– (미등록)
– (미등록)
신체 카지노.
자정역 (신체 카지노)
‘■■시티 로얄 카지노’라는 이름의 도박장이 위치한 세광특별시의 지하철역.
본래는 외국인을 위한 관광용 시설로 지하철과 연결된 호텔의 카지노였으나, 세광특별시 재난의 날을 맞이하며 새로운 화폐가치를 찾아 변이했다.
더는 교환할 귀중품이 없는 이용자들을 위해 카지노는 새로운 교환 품목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재난의 날에 이 역으로 대피한 사람 중 9할 이상이 현재 사망하거나 중독자가 되어 떠돌고 있다.
‘정말.’
고등급 괴담다운 조건이 됐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건 이거다.
“…입장하려면 뭔가 팔아야겠구만.”
하지만.
“이러면 쉽지.”
은하제 대리님이 거침없이 팻말 뒤에 붙은 용지에 문장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왼손
“시민님!”
“난 어차피 현실에서도 한 손이 없고, 당장 대체할 장비가 있으니 이게 맞지. 괜히 시간 쓰지 맙시다.”
그리고 놀랍게도, 용지에서 스르르, 갈겨쓴 것 같은 거친 필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왼손 32코인
가격인가?
“이게 뭐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구만. 한 게임에 몇 코인쯤 하려나.”
머리를 긁적이던 은하제 대리는 돌발적으로, 합의도 없이 창구에 툭 용지를 넣었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용지. 그리고 창구 안에서 동전이 짤랑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윽.”
은하제 대리의 손목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
“대리님.”
나는 다급히 지혈제를 꺼내서 은하제 대리의 입에 가져다 댔다. 백일몽 의무실에 있는 바로 그것이다.
은하제 대리가 지혈제를 삼키자, 그 피가 멎으며 손목 부근이 모습을 드러낸다….
왼손은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짤랑.
창구에서 작은 주머니가 튀어나왔다.
“이게 코인인가?”
은하제 대리가 주머니를 들어 올려 안을 확인하려 들었다.
그때.
시선이 느껴졌다.
“…….”
계단에서 몸부림치던 장기실종자들이, 모두 이쪽을 보고 있다.
정확히는, 은하제 대리가 들고 있는 주머니를.
“…….”
달칵.
문이 개방된다. 그 속에서 알록달록한 빛이 바깥으로 쏟아진다.
“당장 들어갑시다.”
은하제 대리가 다급히 주머니에서 코인을 꺼내 우리에게 아무렇게나 일단 한두 개씩 나눠준 후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당장 받아 들고 대리님을 따라서 문으로 들어갔….
쿵.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
“…!”
나는 반사적으로 문고리를 잡았으나, 모종의 힘에 의해 막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거래한 본인만 들어갈 수 있는 듯합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머니가 사라지며 장기실종자들도 시선을 돌렸다는 거지만….
“…이거, 안에 진입하려는 사람은 무조건 신체 한 부위씩 교환해야겠는데.”
그렇다.
입장을 위해 어느 부위를 포기할 것인가.
[오, 친구…, 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내가 좀 더 제대로 된 곳을 소개해 줄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일하러 온 거니까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나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는 착한 친구를 진정시키며 고민을 계속했다.
‘어디를 잘라야 할까.’
그 와중에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도 있다.
오른손 약지 4코인
이자헌 과장님.
“손가락 중에 제일 안 쓰는 곳을 고르신 겁니까?”
“예.”
“오, 시민님, 혹시 발가락은 후보에 안 넣으신 이유가?”
“비상시에 이동할 때 무게 중심에 문제가 생길 위험을 고려했습니다.”
“흠. 제대로 고를 줄 아십니다~.”
다들 선택의 기준이 비슷했다. 가장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적은 부위를 파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백사헌도 고민하다가 이자헌 과장과 동일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안 들어가겠다고 버틸 줄 알았는데.
‘카지노라서 그런 건가.’
뭔가 습득해 보겠다는 욕망이 느껴진다.
‘…음.’
“맹장은 겨우 7코인 줘? 이 자식들, 사람 많이 먹어본 모양인데.”
“내출혈을 고려해서 다른 걸 고르는 편이 낫겠습니다.”
나는 요원들이 고민 끝에 각각 왼손과 오른속 약지를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결국 현명하게 판단하면 결정은 유사하게 수렴되는 것이다.
다만 직감했다.
‘…코인이 부족할 것 같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비상금 정도는 확보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럼 쭉 적어서 내면서 휙휙 들어가는 겁니다. 자, 숙지하셨지요?”
“예.”
“그래도 대답 시원하게 하시는 건 좋네. 갑시다.”
나는 이자헌 과장님부터 용지를 내고, 장갑을 묶어 지혈한 후에 창구에서 나오는 주머니를 챙겨서 카지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미 펜으로 용지에 다 적어둔 일행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포도 요원.”
나는 마지막으로 청동 요원이 창구에서 나온 주머니를 잡아드는 것을 보며, 내 용지를 잡았다.
그리고….
볼펜을 다시 들어 적힌 글귀를 지웠다.
오른손 약지 4코인
“요원!”
오른눈35코인
그대로 창구에 던졌다.
시야에서 피가 솟구치는 순간, 오른쪽 시각 자체가 사라진다.
“지금…!!”
“괘, 괜찮습니다.”
사실 안 괜찮다. 너무 아프다. 진짜 욕 나오게 아팠다. 안 사라진 눈에서 눈물 나도 안 이상하다.
‘그런데 대리님은 생손을 팔았다고?’
자기가 무슨 하후돈이라도 되는 줄 아냔 말이다. 제발!
나는 창구에서 나온 묵직한 주머니를 낚아챈 후, 열린 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청동 요원이 나를 거의 잡아당기다시피 문 안으로 부축하는 동시에, 문이 닫혔다.
달칵.
“미쳤습니까?!”
“그만하십쇼. 그런다고 눈이 도로 붙는 것도 아니고.”
은하제 대리가 재빨리 말리더니 내 상태를 점검한다.
“괜찮냐?”
“예.”
나는 다급히 백일몽의 응급실 상비약을 들이켜 지혈한 후, 대답했다.
통증은 서서히 가셨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비춰보는 과감한 시도는 무서워서 포기했고, 다른 사람의 잘린 부위들이나 살폈다.
‘…상처가 있는데.’
왜 장기실종자들은 그렇게 단면이 기이하도록 매끈했을까.
‘역시 오염이었나.’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청동 요원이 할 말이 대단히 많아 보이는 표정이었으나, 최 요원이 어깨를 잡자 가면을 누르며 고개를 돌렸다.
‘후우.’
“송골매 대리에게 받았던 코인을 모두 본인에게 반납하십시오.”
“어, 뭐. 그럽시다.”
백사헌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으나, 분위기를 살핀 것인지 은하제 대리님에게 받았던 코인을 돌려는 주었다.
나도 손에 들고 있던, 싸구려 금속 코팅이 된 동화를 은하제 대리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그리고 카지노 안을 인지한다.
‘승강장과 비슷한 분위기.’
아직 카지노의 초입구인 듯하다.
알록달록한 알전구, 카지노 특유의 갬블 색상. 검은색, 황금색, 빨간색이 곳곳에 넘치고, 신체를 잃어버린 자들이 구석에 앉아 중얼거리고 있다.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곳곳에는 고장 난 슬롯머신과, 아직 운영 중인 슬롯머신이 보였다.
마치 버려지고 방치된 카지노를 누군가 켜놓은 듯한 기이한 느낌.
아직 운영 중인 슬롯머신에 다닥다닥 붙어서 코인을 넣는 장기실종자들의 모습이 불길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저기 전당포 같은 곳도 있네. 우리가 들어온 문 바로 옆이니까… 그 창구 안쪽이 저쪽인 건가.”
“…코인으로 교환받은 신체들을 보관하는 장소 같습니다.”
그렇다.
우리가 들어온 문 바로 옆. 때와 먼지가 앉은 유리로 막혀 있는 그 너머로 ‘보관’ 중인 신체 부위들이 무수히 보인다.
그리고 그 유리 가림막에 유일하게 열린 창구에서, 나는 코인의 다른 사용처를 확인하게 된다.
오늘의 카지노 코인 상품
“역시.”
코인으로 교환 가능한 물건들이 적혀 있었다.
물 1코인
■■통조림 2코인
식칼 4코인
돼지머리 7코인
왼쪽 귀 21코인
생크림 케이크 53코인
가스레인지 152코인
황금잔 256코인
젊음의 욕조 1810코인
※기타 품목 및 특급 상품은 창구로 문의 바랍니다.
[그리운 이름이 하나 보이는군요. 이런 허름한 곳에서 취급할 줄이야.]
익숙한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단서도 그곳에 적혀 있었다.
“식량이 있어.”
비록 말도 안 되는 폭리지만 어쨌든 구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돌고래 대리가 이걸 기대하고 내렸을 수 있나?”
구체적으로 짐작하시긴 어려웠을 거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기대는 했을 것 같다.
“사람이 많이 내린다는 건, 생존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있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시지 않았을까요.”
바깥의 세광특별시는 멸형급 괴담.
지하철도 모조리 미지의 괴담.
오염은 피할 수 없고, 위험도 피할 수 없다면.
열차 안내방송에서 카지노라는 이름까지 들었으니, 최소한 물자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곳을 고르는 게 상책이었다.
‘아무도 안 내리는 게 진짜 위험 신호지.’
분명 이성해 대리도 그런 판단을 내렸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리고 말이다.
“…시민분들, 저기 좀 보시죠.”
최 요원은 코인 상품들이 적힌 문구 위, 낡은 현수막을 가리켰다.
로얄 카지노 한정
특급 상품
비상문 10000코인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화제의 그 상품! 바쁜■■현대인을 위한 고품격 이동 수단으로 상위 0.01%를 위한 명품입니다.
“저거, 탈출 방법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충분히 가능하죠.”
눈알 하나 팔아도 35 코인인데, 10000 코인을 모아야 한다는 미친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후우.’
나는 반사적으로 빈 눈에 손을 가져갔다가, 청동 요원과 남은 눈으로 시선을 마주치고 변명하듯 말했다.
“괜찮습니다. 카지노라는 점을 고려해서 고른 겁니다.”
눈이 한쪽만 있어도 도박에는 큰 지장이 없다.
‘입체감의 인지는 도박에서 그렇게 중요한 파트가 아니야.’
여기가 카지노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카지노에서는 주로 카드와 슬롯머신이지.’
이 경우에는 한쪽 귀나 손이 없는 게 더 문제가 될 것이다. 양옆에서 카드 넘기는 소리를 구분해 듣거나, 양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을 못 하게 되는 게 더 치명적일 테니.
그리고 말이다.
‘이성해 대리님도 만약 나와 비슷한 판단을 했다면….’
…….
“찾았습니다.”
나는 전당포의 진열대에 놓인 수많은 신체 조각 중에 하나의 물건에 마침내 주목했다.
녹색으로 반짝이는, 맑은 동공을 가진 검은 홍채.
이성해 대리의 눈이다.
“…아무래도 노루랑 똑같은 판단을 한 모양인데. 똑똑한 녀석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
은하제 대리님이 장비로 대체한 왼손을 쥐었다 펴며 말한다.
“손 같은 거 팔면 도박할 때 애로사항이 꽃피지. 괜히 타짜에서 손모가지 자르는 게 아니야.”
“…시민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취재를 위한 풍부한 경험이라고 쳐주십쇼. 어쨌든, 돌고래 대리가 이쪽 역에서 내린 건 확실한가 본데.”
…….
“문제는 아직도 여기 있냐는 거지.”
그리고 하나 더.
그간 얼마나 많은 부위를 잃어버렸는가.
‘…빨리 찾아보자.’
초조함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그럼 2인 1조로 흩어져서 찾을….”
“안녕하세여.”
…….
몸이 굳었다.
“로얄 카지노 첫 방문이시지요? 상품을 보고 계셨나 봐여, 방문객님.”
익숙한 목소리.
“일행분들 환전 금액이 50코인을 넘어서 슬롯머신 외의 다른 게임도 이용 가능하시다구 안내하러 마중 나왔습니다.”
고개를 돌렸다.
새로운 고객을 마중 나온 이 카지노의 딜러가, 우리의 뒤에 서 있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성해 대리가.
한쪽 눈이 없는 얼굴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