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71화
백일몽 연구팀에서 자주 쓰는 장비 제작용 어둠이라는 게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장비는 보통 괴담에서 살아남는 것을 도와주는 물건이니까.
대체 이 회사 연구팀에서 뭣 하러 그런 게 직접 필요할까 싶을 텐데, 실제로 보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유쾌연구소의 장난감 메이커’가, 어떤 식으로 연구팀에게 활용될 수 있었을지.
그리고 이성해 대리님의 결손 신체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좋아요. 그럼 E07로 루트 잡고 갑시다.”
“네네넵!”
그렇게 별관에서 첫 번째로 방문할 장비 제작 장소가 정해졌다.
…이제, 목적지로 향할 차례였다.
“이동하겠습니다.”
“옙.”
이자헌 과장은 판단을 내리자마자 거침없이 이동을 시작했다. 우리도 그를 따라서 어두운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별관 지하 3층 어둠 격리 공간.
양편에 굳게 닫힌 철제문에서 기이한 소음이 들리지만 무시한 채, 조심스럽게 이동하면….
“멈추십시오.”
EXIT
막다른 길에서.
비상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이번에 이곳의 비상계단을 통해 바로 한 층 위인 지하 2층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지하 2층은 출입 권한 자체가 안 나오니까, 위나 아래층으로 진입해서 몰래 이동하죠.
별관의 비상계단은 ‘절대 출입 금지’ 경고가 붙은 본관 지하의 기묘한 유쾌연구소 쪽 비상계단과는 다르다.
‘이쪽은 진입하던 보안팀이나 도망치던 사람들이 이용했다는 기록이 <어둠탐사기록>에 몇 번이나 존재하지.’
물론 이 역시 정상적인 이동 루트는 아니며, 이동 중 기이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용 못 할 건 아닌 거야.’
앞에서 이자헌 과장이 손을 들어 올린다.
“개방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비상문은 도리어 격리 실패 상태가 발생할 시 락다운 되며, 평소에도 개방 시 알림이 가나… 이번에는 ‘우연히’ 그것도 고장이 나서 알람이 가지 않을 예정이었다.
가령, 말도 안 되는 힘의 소유자가 억지로 개방하더라도.
으드득, …끼익.
아마도 비상문은, 이자헌 과장에 의해 그런 소리를 내며 개방되었을 것이다.
…….
“노루야?”
그러나 나에게는 이 모든 게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게 별관에서 벗어날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와 마찬가지로.
층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인지하게 해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층별 보안관리자로 근무해야 할 특수부서 직원이기에.
‘그렇구나.’
…한때 볼 수 있었던 것을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건, 이상한 느낌을 준다.
비상구 역시 인지할 수 없는 것으로 그저 벽의 연장으로 보일 뿐이다. 연기와 어둠 속에 있는 벽….
하지만.
권장 사항 : 130666의 앞에서 이동
다른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따라갈 수는 있으니까.
“…그래.”
은하제 대리가 내 바로 앞에 섰다.
“주의하십시오.”
“와!”
망가트린 비상문에 재잠금용 조치를 끝낸 듯한 이자헌 과장은 휠체어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며, 사람들이 벽으로 들어간다.
나도 그들을 따라 벽을 ‘통과했다.’
내 입장에서 보면, 끝없는 공허 속처럼 보인다.
“괜찮냐?”
긍정
비상구는 보이지 않아도, 일행이 보이니까 괜찮다.
모두 비상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연기를 사용해 점멸하며,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무시한 채 일행의 근처로 계속 나타났다….
머릿속으로는 계단의 형상을 그리고 있다.
‘보통 비상계단은… 한번 반원을 돌아서 나선형으로 올라가지.’
그러니까 본래는 한두 번 방향이 돌아가면 위층이 나와야 하나.
“…….”
“…….”
사람들은 계속 걷는다.
계속 위로.
“저기, 문이 안 나옵니다만.”
“조용히 해라.”
공간이 어딘가 뒤틀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언했다.
권고 : 계속 걸을 것
위험 상황은 아니니까.
‘비슷한 기록이 있어.’
Qterw-E-352의 격리 실패 발생.
엘리베이터를 탑승한 개체를 피하기 위해 별관에 있던 현장탐사팀 F조 2인이 비상계단을 이용해 탈출.
소요 시간 1시간 21분.
옆에서 백사헌이 욕지거리 같은 것을 작게 읊조리며 발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
“…나왔다.”
발이 멈췄다.
B2F
“지하 2층 비상문. 도착까지 12분 53초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접근 금지, 보안팀 통제 중…이라.”
문은 이미 보안팀의 경고 표식으로 봉쇄된 상태다.
당연하지만 별관의 비상문들은 도리어 비상시에 락다운되어 열리지 않으며, 지하 2층은 현재가 바로 그 ‘비상시’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별관 지하 2층 오늘의 담당자와 이야기가 끝난 상태.
“노크하겠습니다.”
똑, 똑똑, 똑.
약속했던 리듬으로 이자헌 과장이 비상문을 두드렸다. 신랑 수업 괴담에서 배운 현악기 멜로디.
그러자.
달칵.
비상문이 아주 작게 개방되며 빛바랜 듯 창백하고 샛노란 짐승의 동공이 우리를 훑더니….
곧 머리를 떼고 문을 넓게 개방한다.
“들어와요…. 조용히…….”
우리는 숨소리도 조심스럽게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내 인지능력도 복도를 마주하며 회복된다.
이전에도 몇 번 방문한 적 있던, 익숙한 별관의 지하 2층.
[오, 지하 3층과 다를 바 없이 지루한 구조입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더러운 걸로 개성을 살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지요!]
섬뜩한 흔적이 난자했다.
바닥에 눌어붙은 끈적이는 검은 물, 벽의 발톱 자국, 반쯤 떨어진 채 다닥다닥 붙은 누런 부적, 별가루, 찢어진 헝겊조각과 스마일 낙서….
보안팀의 ‘제압’ 흔적들.
불길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
“…….”
J3, 경비반장이 모자를 깊게 쓴다.
“저쪽은… 다른 보안팀 인원들이…… ‘통제’를 하고 있으니까…… 지금은 가지 말고.”
우리가 보안팀을 마주치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루트로 다닐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기꺼이 맡아준 것이다.
홀로.
-반장님이 워낙 강력, 음… 유능하시다 보니까, 아예 1인으로 구역을 담당하시는 식으로 많이 배정받으시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혼자서 지하 2층 구역 절반을 순찰 중이실 겁니다. 맞죠?
-응…….
“그럼 여기에는 반장님만 계신 겁니까?”
“예…….”
우리는 목적지를 보고 했고, 경비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와요…. 환각은… 켜지 말고.”
경비반장이 시선을 내린다.
“괜히 자극할 수 있으니까….”
“…….”
“그냥 조용히.”
사람들은 그 말대로 했다.
나는 맨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따라서, 위험을 감지하며 이동했다.
경비복을 입은 J3는 느릿느릿 손전등을 들고 걷고 있었으나, 마치 주변의 모든 기척과 위험을 감지하는 듯 발걸음은 단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잠깐, 대기….”
발걸음을 멈추라고 할 때, 멈추고, 다시 이동하면 따른다.
그렇게 숨 막히는 시간이, 모퉁이와 갈림길에서 흐른 후….
마주친다.
E-07
목적지.
괴담.
“잠시만요…….”
경비반장이 철제문 옆에 자신의 통행 카드를 댔다.
삑, 소리와 함께, 닫힌 철제문이 개방된다. 그리고….
“후우.”
그 안은, 놀랍게도 밤의 길거리 같다.
정교하게 구현해 놓은 모형 골목. 그 가로등 불빛 아래로는 낡은 가게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먼지 쌓인 유리 진열창에는 ‘생일선물용 특별 판매 중!’이라는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으나, 문에는 ‘Close’ 팻말이 달려 있다.
그리고 유리 너머로 진열된 장난감들은 전부….
“인형이네여.”
그렇다.
동화와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에서 모습을 따온, 뜨개 인형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머리카락 대신 정교한 털실 묶음이, 눈 대신 달린 큐빅이 반들거리며 가로등에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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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유쾌연구소의 장난감 메이커]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E-07.
낡은 장난감 가게의 모습을 한 괴담.
뜨개 인형을 전문으로 하며, 선물할 사람의 이름, 생일, 머리카락과 눈 색을 알려줄 시 하루에 한 번 생일선물용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해당 괴담을 안정적으로 황혼등급에 걸맞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밤’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낮’이 찾아올 시 ■■ ■■가 진행된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초창기부터 보유 중인 괴담으로, 연구팀에서는 어둠 개발 임상을 위해 꾸준히 활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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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이 초창기부터 보유 중이던 ‘유쾌연구소’의 괴담이라.
‘설립할 때도 가지고 있었던 건가.’
이전에는 연구팀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묘한 느낌이 든다.
어쨌든 지금은 장비 제작이 먼저지만 말이다.
“가자.”
철제문을 잘 닫아 문단속을 마친 일행은, 한밤중 모형 골목을 걸어 낡은 가게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정해진 매뉴얼 대로, 안전한 문구가 읊어진다….
“생일선물을 급하게 구하고 있는데, 혹시 아직 판매하십니까?”
잠시 후.
반짝.
“…!”
가게 앞 먼지 낀 전구에 부드러운 불빛이 들어오며, 유리문의 잠금이 풀린다.
“…실례하겠습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는 이미 문을 닫은 지 한참 된 듯 먼지투성이였다. 오래된 목재 공간 특유의 낡은 냄새, 곰팡내와 녹슨 철 냄새가 났다.
하지만 딱 하나, 불빛이 들어오는 것이 있다.
자판기처럼 생긴 기계.
“…….”
그 기계의 뒤로는 환풍구처럼 두껍고 복잡한 연결부가 보이며, 옆에는 완성된 물건을 내놓는 레일이 달려 있다.
마치 지폐를 투입하는 것 같은 작동부에는 맨 위에서 불빛이 반짝이며 글자를 띄운 채였다.
이게, 바로 우리가 찾던 장비 제작용 기기다.
“바로 써볼래?”
“넵.”
이성해 대리가 휠체어를 휙 사용하며 앞으로 나왔다.
지폐를 투입하는 곳처럼 보이는 장치에는, 사실 다른 종이를 넣어야 했다.
바로 신청서.
선물 받는 아이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름 : 이성해
생일 : 5월 20일
머리카락 색 : 하얀색
눈 색 : 검은색
본명에 생일까지 적는 게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 ‘유쾌연구소의 장난감 메이커’는 길고 긴 이용 목록에도 불구하고 본명이나 생일 관련 문제는 터진 적이 없었으니, 귀납적으로 걱정을 덜었다.
작성을 마친 이성해 대리는 신청서를 들었다.
“그럼 넣을게여.”
옙.
그리고 신청서는, 그대로 장난감 메이커의 투입구 속으로 사라졌다….
…아니.
사라져야 했는데.
툭.
기계는 신청서를 도로 다시 뱉었다.
“…어??”
투입구 위로, 붉은 불빛이 깜박이며 안내 문구를 뱉는다….
– 수리 중 –
빠른 수리를 원하실 시 연구원에게 연락해 주세요.
“고장이… 났다고?”
일행이 순간 당황한 채 서로를 쳐다본다.
물론 없던 일은 아니다.
탐사기록 #114
연구 1팀 곽 대리가 위조 신청서를 투입. 기기 고장 메시지 출력.
해당 어둠을 미관찰 상태로 방치, 7주 후 방문하자 자동으로 수리 완료되어 다시 작동됨.
가끔 이렇게 고장을 냈다는 기록을 보긴 했지만,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개월 동안 방문하지 않을 시 저절로 회복되었다는 묘사를 보았다….
문제는 지금 우리는 당장 써야 한다는 점이지만.
“잠깐, 우리가 고장 낸 거라고?”
“아닐 것 같은데여…. 신청서만 넣었잖아요. 애초에 고장난 상태였던 것 같아여!”
그렇다면 이 복도에서 이미 다른 사건이 있던 건가?
우리는 반사적으로 J3를 돌아보았으나, 그는 이상하게도 가게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밖에 서 있었다.
말을 걸어볼까 싶어서 나가려던 순간.
‘…잠깐만.’
나는 순간 멈칫하고 문구를 다시 읽었다.
빠른 수리를 원하실 시 연구원에게 연락해 주세요.
연구원.
그리고 잘 보니, 기기의 하단에는 묘한 사각형의 표시가 있다.
나는 그 직사각형의 크기가,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물건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물건을 꺼내들었다.
유쾌 연구원
이허운
바로 백일몽 본관 지하에서 찾아낸, 유쾌 연구소 직원의 사원증.
“노루야?”
그 사원증을 기기 하단의 직사각형 표식에 가져다 댔다.
그 순간.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
마찬가지로 기기의 하단에 있는, 점자형 설계도처럼 생긴 그림에 불이 들어온다.
그리고 어지럽게 불이 움직이며 설계도 곳곳을 누빈다.
자체 점검 중입니다….
점검 완료!
수리가 필요한 지점을 표시합니다.
‘장난감 메이커’ 설계도의 한 부분에 붉은 불이 들어왔다.
나는 해당 부위로 접근해, 조심스럽게 연결부를 살폈다…. 그러자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기계에 무언가 끼어 있었다.
‘…!’
연기를 사용해서 조심스럽게 그 작은 물건을 빼냈다. 그건….
‘귀걸이?’
그건 녹슨 장신구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마치 옛 유적지나 무덤에서 출토될 것 같은 느낌의 오래된 액세서리는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기이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상 작동 시작-
어쨌든, 수리는 되었다.
“노루야. 방금 그건….”
나는 일행에게 끼어 있던 귀걸이를 보여준 후, 일단 장비 제작부터 권유했다. 급한 건 그쪽이니까.
“알겠습니닷. 감사해여 노루 님!”
이성해 대리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더니, 곧 다시 신청서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작동되었다.
기기는 반짝거리며 오르골 소리를 뱉고, 이성해 대리에게 ‘원하는 사이즈’를 고르라고 종용한다.
“일대일 사이즈로 해야져.”
이성해 대리는 버튼을 눌렀고, 다시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기기 안에서 텅텅, 무언가 부딪히고 잘리고, 조립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몇십 초 후.
퉁.
레일로 ‘생일선물’이 튀어나왔다.
그건….
이성해 대리와 똑같은 크기의 뜨개 인형.
“…!”
마치 이성해 대리를 보고 정성스럽게 수제로 만든 듯이, 머리 모양, 눈, 의상과 신체 치수까지 동일한 인형이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검은 큐빅이 눈알로 박혀 있다.
움직이는 레일을 따라 서서히 밀려나온 그것은, 자연스럽게 레일 밑으로 떨어지며….
<안녕하세여?>
똑바로 일어섰다.
우리에게, 인사를 하면서.
<어쩐지 컨디션이 좀 별로지만, 착한 사람들이랑 있으니까 좋네여!>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인형의 빛나는 눈이 휠체어에 앉은 이성해 대리를, 본다.
<…어? 잠시만여. 왜 제가 이런 모습이져? 이상하다, 그리고 왜 저기에 제가 한 명 더….>
<아.>
툭.
…이자헌 과장이, 뜨개 인형 뒤에서 머리에 달린 택을 떼어버린다.
그 순간.
뜨개 인형은 장난감처럼 바닥으로 다시 떨어졌다.
움직임을 잃은 채.
‘…….’
장난감 메이커에서 만들어진 인형은 신청서에 기입한 ‘선물 받는 아이’와 지극히 유사한 회화 및 행동을 보임.
다만 꿈결 수집기에 의해 인간으로 판정받지 않으며, 크기가 클수록 가동 시간이 짧기에 연구팀에서는 낭비하지 않고 신규 어둠을 실험하는 한정된 용도로 이용할 것.
한 번 제작 시, 다시는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제작할 수 없는 점을 주의
“자, 뜯어낼게여.”
이성해 대리가 해당 인형의 다리를 분리했다.
나는 왠지, 충격 어린 침묵 속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을 흉내내는 괴담은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좀 이상한 기분을 느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지만.
‘왜지?’
나는 크게 동요한다.
저 뜨개인형은 정말로, 이성해 대리님의 모습을 흉내내도록 제작된 것뿐이었을까? 아니면 혹시, 정말로 자의식이 있는…….
‘…그만하자.’
의미 없는 짓이었다.
나는 단지 이성해 대리가 뜯어낸 뜨개 인형의 다리 속에 자신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성해 대리가 벌떡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음. 잘 작동하네여!”
그래.
저 인형은 ‘선물 받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저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후우.’
이성해 대리가 임시로 잘 사용할 다리를 무사히 얻었다는 것에 안도하고 기뻐하도록 하자.
실제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까.
“사용할 겁니까?”
“아뇨!”
“예.”
나는 백사헌이 옆에서 기겁하면서 뜨개인형들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며, 은하제 대리에게 권유받았다.
“노루야. 너도 여기서 다리 좀 얻어가야 하지 않겠냐.”
…….
그게 말입니다.
사용 불가 상태
대상 : 130666
그리고 나는 기기 옆에 붙어 있는, 그림자에 가려진 안내문의 주의 사항을 가리켰다.
“…!”
※해당 완구는
현대 지구인의 즐거움을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외계인, 타계인, 비지성
체, 신, 그 외 모든 인간이 아닌
지성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젠장.”
죄송하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유쾌연구소의 상품들의 특성인가.’
내가 ‘눈먼 자의 저택’에서 사용했던 양초 역시 비슷한 조건이 달려 있어서, 나는 사용할 수 없고 영은 씨에게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다른 세상에서 와서 사용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럼 얼른 다음 걸 찾아서 가보자. 이거 오염된 사람 서러워서 진짜.”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에서 나왔다. 걸음을 되찾은 이성해 대리는 웃으며 나왔고, 우리는 같이 철문 앞에 기대어 서 있던 경비반장에게 찾아갔다.
‘여차하면 그냥 돌아가자.’
어쨌든 다리가 없어도 이렇게 연기로 이동할 수 있으니, 세광특별시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식으로 다리를 구할 방법이 있을 거다.
그런데….
[이런, 어딘가 상태가 괴상하군요!]
경비반장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서 바닥을 보고 있다.
‘…?’
나는 연기를 피워서 경비반장의 눈앞에 가져다 댔다.
우려 : J3의 현 상태
“괜찮아…….”
그제야 경비반장이 눈을 들어서 나를 보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관자놀이에서 다른 눈이 튀어나오며 돌아가더니 가게를 본다.
먼지 쌓인 진열장의 장난감들. 그중에….
빨간 망토.
‘…젠장!’
나는 경계 태세를 갖췄다.
J3의 시선이 문득 울룩불룩 이상하고 사납게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느낀 순간.
“……나갈, 거지…?”
경비반장은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마르고 느릿느릿한 직원이 되어 발을 끌며 철문으로 다가갔다.
…다행이었다.
긍정
나는 경비반장을 쫓아가며, 그 시야를 최대한 연기로 가렸다. 가게를 보지 못하도록.
그리고 불안정한 상태의 경비반장은 천천히, 차분함을 되찾으며 철문을 개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