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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84화


“이만큼 탐사 횟수가 쌓였으니, 슬슬 알아낼 때가 됐지….”

호유원의 목소리는 이상했다.

기쁨 같기도 하고, 슬픔이나 어둑한 두려움, 떨림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걸 매끄럽게 감추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그 내용.

‘알아낼 때가 됐다고?’

내가 질문한 내용이, 세광특별시에서 발견한 청룡팀의 흔적이 호유원이 기대했던 것이란 뜻이다.

질문 : 출동구조반 청룡팀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네? 그건 노루 님이 저에게 설명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잖아요. 어떤 멸형급 초자연 재난에 대하여 알아내는 것. 그러니까….”

호유원이 내 어깨를 잡고, 나를 들여다본다.

“세광특별시에서 무엇을 알아내셨죠?”

거기서 확신한다.

“청룡팀에 대해.”

이자는 본래부터 청룡팀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호유원의 ‘봉쇄된 세광특별시’를 탐사하려는 목적과 깊게 연관되어 있다….

‘원한인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심증적으로 머릿속에서 인과 관계가 구성된다.

호유원이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가진 깊은 원한에는, 분명 사라진 청룡팀이 어떤 방식으로든 결부되어 있을 것이라는 점 말이다.

나는 고민하다가 사실 그대로를 설명했다.

세광공업고등학교의 발견

: 해당 고등학교에서 청룡팀의 흔적 확인

“아.”

우뚝.

“역시 지하철 역사에서도 갈 수 있었나….”

‘역시’.

추측이 맞은 자의 기쁨.

세광공업고등학교에 대해서 아는 것

“네? 백일몽에서 그믐마다 그 고등학교에 진입하잖아요. 명칭을 보고 세광특별시와 연관이 있었겠구나 했답니다.”

판정 : 거짓

“…….”

호유원의 눈이 거멓게 어두워진다.

나를 본다.

질문 : 봉쇄되기 전 세광특별시에서 호유원이 했던 일.

“……궁금하세요?”

긍정

“지금과 똑같은 일을 하곤 했답니다.”

상대의 눈동자가 움직여 대기실 앞에 있는 명패를 본다.

여우상담실

“상담.”

…….

“보람찬 일이죠. 그러다 보니, 어떤 고등학교에는 주기적으로 학생들을 상담해 주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었고.”

…!

여우상담실이 일그러지는 것 같다.

“저는, 내담자들을 위해 다양한 일을 했었지요….”

그리고 다음 순간.

“모두 과거의 일이지만요.”

모든 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호유원은 빙긋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

질문 : 세광특별시에서 호유원이 찾는 것

“나는.”

호유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찾는 건, 세광특별시 지하철역 중 하나와 연결된 시설에 있어요.”

…….

“지금 노루 님이 탐사하시는 방향대로 쭉 가주세요. 지하철역들을 탐험하며, 바깥의 상황을 추측해 보시는 거죠. 그럼 찾아내실 것 같네요. 그리고 그걸 마주하시면….”

입가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그때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아보실 거랍니다. 호유원이 찾는 게 무엇인지.”

…….

질문 : 청룡팀에 대한 호유원의 감정

“글쎄요. 싫어하지 않을까요? 저는 재난관리국을 싫어하니까요.”

하지만 대답하는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건조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기분에 빠져들었다.

청룡팀.

세광특별시.

그리고… 호유원에 대해.

* * *

그날 저녁.

“포도야.”

나는 마침내 재난관리국 요원들과 만나게 되었다.

다른 팀원들은 꿈결 수집기와 관련된 보고용 인터뷰 및 신변 관리로 여우상담실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자리엔 130666인 나밖에 없었으나, 솔직히 내 쪽이 더 급하게 이야기할 것들이 많아서 당황이고 나발이고 당장 일어나서 환영부터 했는데….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요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도깨비불이 제공하는 인지 왜곡을 받아, 그들을 따라서 다시 한번 인근의 재난관리국 컨테이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러다 재난관리국에 내 소재를 들키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은 할 순간도 없었다.

“…포도야. 우리가 확인한 게 말이지.”

이 요원들이 무려 강원도 재난관리국 지부 지하 33층의 비밀 서고를 털어서 세광특별시 관련 자료를 찾아온 것이다.

‘어쩐지 순순히 탐사에서 빠지더라니…!’

질문 : 발각 시 징계 우려

“포도 요원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

“그래. 이미 받았지. 감봉!”

“…….”

청동 요원이 이마를 짚고 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우리가 뭘 알아냈냐 아니겠어.”

최 요원이 버릇처럼 씩 웃었다.

하지만 그 관자놀이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봉쇄 기록을 확인했더니, 비밀 서고에서도 검열된 단어가 있더라고.”

좋지 않은 징조라고 덧붙이는 요원들의 얼굴은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대략 전개는 알았지. 자, 들어봐….”

그리고 최 요원은 설명했다.

페이퍼에 적혀 있던, ‘멸형급 초자연 재난-특별시 삭제’까지의 재난관리국의 대응 기록을.

“처음에는, 지부에서 연락이 왔어. 바로 그 특별시에 있는 재난관리국 지부.”

■■특별시 지부에서의 지원 요청 :

신규 발견된 초자연 재난의 탐색.

급속히 증가 중인 파급력, 사상자 발생 예상 추이 심각.

“당연하지만 관리국 체계상 어떤 재난인지 파악부터 하려고 했지. …그런데 말이야. 특별시로 진입했던 백호팀 베테랑 요원 셋이 두 시간 만에 실종됐어.”

연락 두절, 소재를 파악하려는 모든 시도 실패.

: 실종 처리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다섯 시간 후에는 그 특별시에 있던 지부 자체가 연락이 두절됐어.”

…….

“그리고, 이후로 그 지부의 아무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고 적혀 있지. …마지막 연락 기록은 이거였고.”

발신 불명 통화 : 오면 안 돼! 오지 마! 이건 도저히 우리가 감당할 수… (통신 잡음*)

통화 종료.

*식별된 것 : 유리가 깨지는 소리, 비명, 무거운 것이 무너지는 굉음, 오르골 멜로디, 환희에 찬 중얼거림.

“이후로, 어떤 초자연 재난인지에 대한 기록은 다 검열되어 있더라. 사상자 파트만 제외하고.”

사망 추정자 : 62만 명.

“그게… 딱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어.”

…….

한 지역에, 지옥이 도래한 것이다.

“상황을 확인한 관리국에서는 황급히 요원들의 특별시 진입을 공식적으로 금지했지.”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요원 인명 피해라도 막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최 요원이 쓰게 웃는다.

“다른 요원들이 단체로 연가 내고 자체적으로 지역에 잠입했나 봐.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구해 보겠다고. …출동구조반 사람들은 아주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갔더라.”

아.

“그리고.”

최 요원이 고개를 살짝 떨어트린다.

“그중에 아무도 못 나왔어. 특별시가 통째로 멸형급 초자연 재난과 함께 봉쇄될 때까지.”

…….

재난관리국은… 결국 수많은 인명 피해와 전국적인 확산의 공포 앞에서 멸형급 재난을 봉인하기로 했을 것이다.

인지되지 않도록, 삭제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출동구조반은, 인원이 거의 남지 않게 된 거지.”

…….

“그래서 ‘위화감을 줄이기 위해’ 해당 팀을 아예 해체하고 ‘담당 업무가 유사한 어떤 팀’과 함께 재구성했다고 적혀 있던데. 그 모든 팀명이 전부 검열 처리가 되어 있더라고.”

청동 요원과 최 요원.

두 사람이 나를 본다.

“그런 의미에서 말하는 건데.”

최 요원의 얼굴에 힘겨운 미소가 번진다.

“앞으로 그 특별시를 탐사하면서, 재난관리국 요원들 흔적도 같이 찾아볼 수 있을까?”

후우.

흔적 확인 완료.

“…!”

이번 탐사 중 한빛도서관 내부 시설에서 재난관리국 요원들의 흔적 확인

물품 : 부서진 유리 초롱과 편지

“뭐?”

그리고.

팀명 : 출동구조반청룡팀

최 요원의 눈이 푸르게 가라앉는다.

“청룡팀.”

…….

“그래. 원래 출동구조반이 거기였나. 하하, 재관아, 어쩐지 우리 일이 너무 빡세더라니…. 두 팀 업무를 하고 있었네. 그렇지?”

“요원님.”

“어쩐지 말이야, 사신수라고 하면 청룡도 나와야지. 그런데 그 팀만 없는데도 우리 중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하더라고. 농담 한 번 해본 적이 없네….”

“…….”

“일부러 떠올리지 못하게 만든 거겠지.”

청동 요원이 무겁게 입을 연다.

“…단 하루 만에 60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온 재난입니다. 필요한 조치였을 겁니다. …더 많은 인명을 위해서.”

당위적으로는 옳다.

‘당장 특별시에 있던 재난관리국 지부가 통째로 연락이 두절되고 전원 사망 추정된 상황이야.’

문제는, 그건 바깥의 시선이라는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데 봉쇄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생매장이지.’

그리고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

‘호유원.’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몰라도 호유원은 세광특별시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재난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재난관리국을 향한 호유원의 악감정은, 재난관리국이 세광특별시를 봉쇄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 아닐까.

‘…후우.’

대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육신이 무너져 내려 형체도 유지하지 못하는 130666이어서 그나마 덜 심란한 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급한 것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확인 및 판단을 부탁

: 찢어진 부적

“…부적?”

바로 세광공업고등학교와 관련된 구조다.

발견 장소 :

청룡팀의 유리 초롱 내부

“…!”

나는 청룡팀의 편지와 세광공업고등학교의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빠르게 간결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 요원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차오른다.

“잠깐. 그 부적 좀 더 자세히 알려줄래?”

나는 곧장 내가 기억하는 부적을 그렸다.

유리 호롱 안에 들어 있던 반쯤 찢어진 형태.

또한 5층을 덕지덕지 뒤덮고 있던 부적의 완성된 형태 중 그나마 알아볼 수 있던 선들까지 같이.

도울 호 (護)

“…….”

내가 그린 연기의 형상을 보는 청동 요원의 동공이 커진다.

“이건… 벽사 부적입니다.”

벽사(辟邪).

“삿된 것을 막고, 공간이나 인물을 수호하는 용도로 만드는 겁니다.”

“재관이 네가 현장에서 써본 적 있던가?”

“아니요. 애초에 이런 부적은 유리손포 생산량이 늘면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을 겁니다. 안정성이나 비용 문제라고 배웠고.”

청동 요원이 손가락을 들어서 내가 그리는 연기의 선을 훑는다.

“강력하긴 하지만, 그만큼 대가성도 강합니다. 초자연 현상을 불러와야 하는 만큼 요원에게 부담이 가는 종류라는 겁니다.”

“…….”

“그리고… 이건 애초에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형식도 아닙니다.”

연기 너머 청동 요원의 푸른 눈이 나를 본다.

“혹시 어떤 용지나 먹을 썼는지 묘사하실 수 있습니까? 대강의 색이나 느낌이라도 좋습니다.”

용지의 출처 : 이면지

모종의 위대한 존재가 안식처로 삼은 도서관의 도서대출표

“…! 초자연 재난을 바탕으로…. 잠시만, 그건.”

그리고 말을 멈춘 청동 요원이 가만히 내가 그린 찢어진 부적의 반만 남은 선을 다시 들여다본다….

“부적이나 경문 쪽에 대해서라면 재관이가 현무팀 통틀어서도 거의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아는 편이지. 일하던 곳이 일하던 곳이라서 말이야.”

‘…일하던 곳?’

하지만 생각이 지속되기 전, 그 말대로 곧 청동 요원이 고개를 들었다.

“이게 찢어진 채로 있었다고 하셨습니까? 초롱 속에?”

긍정

“…혹시 그 안에 도깨비불은 없었습니까?”

……!

도깨비불 부재

불꽃의 흔적만 남아 길을 안내

“…그렇습니까.”

청동 요원의 안색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이 벽사 부적은 다른 영험한 존재의 힘을 빌어오는 대신, 특별시 속 초자연 현상의 힘을 바탕으로 도깨비장난을 사용한 듯합니다.”

도깨비장난.

“포도 요원이 발견했다는 부서진 유리 초롱이, 혹시 이전에 포도 요원이 받은 일반적인 초롱보다 크거나 작습니까?”

…!

긍정

분명 내 것보다 작고 화려했던 것 같다. 그 특성은….

“사주에 맞춰서 치성한 초롱이다.”

“예.”

최 요원이 손을 쥐었다.

“아무래도 ‘도깨비시련’을 통과한 어떤 요원이 자기 도깨비불의 힘을 빌려서, 그 고등학교를 지키려고 했다가… 부적이 망가진 모양이다.”

…….

역시 그렇다면.

요청 : 해당 부적의 새로운 제작

“…!”

본래 그 요원이 보호하려던 형태로, 세광공업고등학교를 되돌려 보려는 시도 말이다.

“그건 해볼 수 있지.”

최 요원의 눈에 빛이 돌아오며, 나를 쳐다본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해야 하겠고.”

긍정

“좋아. 그래도 방법은 있지. 가자.”

그리고 요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깐만, 재난관리국의 공방 쪽으로 갈 거면 나는 따라가기가 좀 그런데….’

편지 한 장 남기고 탈주한 영물 후보가 대뜸 나타나긴 좀 그렇지 않은가. 애초에 이 몰골로 거리를 활보할 수도 없고.

아직 파충류 외계인들로부터 소식이 없으니, 내가 이동장이라도 가져오겠다고 제안한 순간이었다.

“음. 아냐, 지금 우리가 갈 곳은 괜찮아.”

어?

고개를 돌리자, 놀랍게도 청동 요원도 한숨을 쉬는 대신 아주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재관이의 예전 직장이지.”

…!

“들어봤어? 아주 영험한 책방이야.”

* * *

이정 책방

초자연 재난관리국에서 신령한 귀물을 구하는 여러 출처 중 하나.

조선 말기부터 지속된 장기적인 협력 관계로, 심지어 가끔 요원들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책방 주인에게 점원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점원 중 하나가 어린 시절의 청동 요원이었던 거지.’

맙소사.

나는 고개를 들어서 책방을 보았다.

환한 초승달과 드물게도 별이 드문드문 빛나는 게 보이는 맑은 밤하늘 아래.

작고 고즈넉한 가게 하나가 있다.

낡아서 살짝 불투명하지만, 반질반질 잘 관리된 유리문에는 금속 책갈피 풍경이 달려 있다.

직전에 탐사했던 한빛도서관과 대비되는 작은 공간.

“사장님. 동이 왔습니다.”

딸랑.

가벼운 소리와 함께, 셋은 작은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반짝이고 고요한, 먼지의 신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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