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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97화


떠올린다.

유쾌연구소의 과거가 층층이 쌓여 있던 백일몽 주식회사의 본관 지하를.

그곳에서 봤던, 불타오른 연구소에 죽던 연구원들의 그림자와 시체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연구소에 불이 난 걸까 섬뜩해하며, 지하 수십 층 아래 불길에 휩싸인 연구소 사무실에서 호유원과 탈출했던 순간을 말이다.

‘…유쾌연구소가 지하에 있던 건 맞았군.’

그 지하가 설마 지하철의 시설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나는 다시 한밤역의 외선 방향 승강장의 기계실 안에 펼쳐진 유쾌연구소의 사무실을 보았다.

……혹시 여기도 투영된 괴담인가?

“요원님, 혹시 삿된 기운 같은 게 느껴지십니까?”

“…현재로서는, 아닙니다.”

나는 백사헌을 돌아보았으나 은근히 안대를 들고 안을 보던 그쪽도 황급하게 고개를 젓는다.

‘…괴담이 아니라 실존 장소라고?’

그리고 일행 중 누구도 여기가 어딘지 알아보지 못한 눈치다.

깨달았다.

‘여긴 백일몽 지하에 가본 사람이 없구나.’

주로 보안팀만 들어가는 곳이니까.

“노루야. 들어가 보고 싶냐?”

나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아는 장소 같습니다.”

“…!”

“하지만 여긴 화재로 전소된 상태라 너무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가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저와….”

“제가 가도 되나여?”

이성해 대리님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야 감사하죠.”

그렇게 나와 이성해 대리는 불에 타버린 복도 안으로 진입했다.

찰박.

아래에 고인 검은 물이 구둣발 아래 들러붙었다가 떨어진다.

“노루님. 혹시 이 장소를 어떻게 알고 계세여?”

나는 약간 갈등했으나, 결국 사실대로 말했다.

어차피 호유원의 프로젝트 일원이 된 이상 공유하지 않는 것도 기만일 듯해서.

“…백일몽 지하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간결하고 빠르게 설명했다.

유쾌연구소가 백일몽 꿈결 기술의 원천 같다는 점.

그 연구소에서 모종의 사고가 나서 불에 타 연구소가 사라지기까지의 과거를, 어둠으로 만들어 백일몽 지하에 묶어두었다는 점까지.

“오.”

곰곰이 생각에 잠긴 것 같던 이성해 대리의 첫 반응은 이것이었다.

“그러니까, 원래 소원권은 유쾌연구소에서 개발한 거구요?”

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발견한 꿈 배양실의 프로토타입 기기를 떠올렸다.

??????

이모티콘으로 표기된 물약 제조 버튼들.

그리고 맨 아래 버튼이 빠진 자리까지.

“다른 물약들은 원천이 되는 버전을 확인했는데, 소원권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하.”

잠시 침묵 속에서 전소된 복도를 걷던 이성해 대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소원권이라는 게 좀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여.”

“어떤 의미에서 말입니까?”

“그런 게 있으면 왜 회사 임원들은 복용하지 않을까여?”

“…제가 듣기로는 직원의 경우엔 정규직만 복용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나는 안광이 번들거리던 호유원을 떠올렸다.

만일 소원권으로 세광특별시에 진입할 수 있었다면 진작 진입했겠지.

몰래 마셔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벌써 봤을 것이다.

이성해 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이상해서여. 딱히 판매로도 없는 것 같던데. 그럼 굳이 생산할 필요가 없잖아요.”

“……!”

‘확실히….’

…어딘가 앞뒤가 안 맞는다.

소원권은 엄청난 고농도의 꿈결이 투입되는 것이 분명하며, 누가 봐도 백일몽 물약 시리즈의 정수다.

백일몽의 핵심.

입사 때에도, 회사 내부적으로도 강조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라면 누구에게든 일종의 최종 목표처럼 느껴지도록 구성되어 있다.

‘당연하지.’

여긴 <어둠탐사기록> 위키의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관에서는 직원들의 괴담 탐사가 가장 중요하기에, 그 탐사의 원동력으로 소원권을 삼았다.

모든 것을 이루어주는 물약.

괴담에 등장하기 딱 좋지 않은가.

하지만….

그걸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회사에서는 왜 소원권을 생산하는 거지?’

그렇게 꿈결이 많이 들어가는걸, 심지어 정작 임원이나 높은 관계자는 직접 복용하지도 못하는 걸 왜 생산해서 복지몰에 판매한단 말인가.

직원들의 근로성과 미끼용으로만 생산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핵심 품목처럼….

‘누가 사는 거지?’

그러고 보니 임직원의 포인트 복지몰 외에 소원권을 판매하는 루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

어쩌면.

“누군가, 적합한 자가 소원권을 쓰는 것 자체가… 이 회사의 목표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

가령.

그런 ‘소원권을 사용하기 적합한 사람’을 입사 시험으로 거르고 있다든가.

“오.”

이성해 대리가 손바닥을 탁 쳤다.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는데, 일리 있는 것 같아여.”

후우.

“나쁜 의도일까여?”

“예?”

“이런 사람이 소원권을 사용하면 사실 환경 오염이 가속된다든가… 그런 거 말이에요!”

“…환경 오염은 아닐 것 같습니다만, 우리 회사가 그렇게 윤리적으로 옳은 목적을 추구할 것 같진 않습니다.”

말을 하면서 깨닫는다.

“아마… 이 회사를 운영하는 윗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겠죠.”

누군가 소원권을 사용하는 것이 말이다.

그 ‘누군가’는 아주 간절히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며, 수많은 어둠 탐사에서 살아 돌아올 만큼 괴담에 친화적이고,

“아하.”

이성해 대리는 그 말을 끝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손전등 불빛에 초록 동공이 짧게 번들거리다 어둠에 묻힌다.

[새로운 아이디어로군요. 노루 씨! 잘 기록해 둡시다. 언젠가 유용하게 쓸 날이 올지도 모르지요!]

‘…그래.’

나는 복잡한 기분으로 복도로 발걸음을 더 옮겼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며 문을 확인했다.

끼익.

몇 개는 열리고, 몇 개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열리지 않는 곳은 열기로 깨진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손전등 불빛이 다시 한번 광원 없는 곳을 비추고, 나는 침음을 참았다.

완전히 새카맣게 다 탔다.

‘…꿈 배양기가 있던 곳은?’

나는 과거, 호유원과 함께 왔던 지하의 유쾌연구소 복도를 떠올리며 해당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

그곳에는 꿈 배양기가 없었다.

다 타버린 사무실에 남은 형체는, 기이하게도 중앙에 놓인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 그리고 컴퓨터 한 대뿐.

…완전히 다른 형태다.

“…!”

그래서 깨닫는다.

[어떤 깨달음입니까, 친구?]

‘여긴 다른 장소야.’

내가 백일몽 본관 지하에서 봤던 유쾌연구소는 시간대에 따라 층층이 쌓여 정렬되어 있었다.

지하 10~19층 – 점심시간의 사무실

지하 20~29층 – 한밤의 사무실

‘유쾌연구소의 어떤 층’의 각기 다른 시간대가 보이는 것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역동적인 시간대로 가며….

결국, 수십 층 밑에서 불길에 휘말린 어떤 날의 유쾌연구소를 마주하도록.

‘하지만 여기는 본관 지하에 있던 거기랑 사무실 자체가 달라.’

이건 시간의 차이가 아니다.

…하지만, 복도와 사무실의 구조는 정확히 똑같다.

[오, 그렇다면… 이곳은 과연 어떤 장소일지 좋은 추론이 있습니까, 노루 씨?]

“…잠시 나가보겠습니다.”

나는 사무실 문밖으로 나서, 복도의 끝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주했다.

‘있다.’

다 타버린 엘리베이터의 문.

“작동은 안 되는 것 같네여.”

당연하지만 새카맣게 타버린 엘리베이터는 작동되지 않았으나.

‘…다른 건 확인할 수 있지.’

엘리베이터 주변에 표기하는 것들. 가령….

‘설계도상 안전 안내 같은 것들.’

흔적만이라도 좋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의 근처, 상단의 시야가 적당히 닿는 부위의 그을음을 손으로 닦아냈다.

그러자 무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엘리베이터 옆에 같은 재질로 새겨진 음각 판이었다.

종이가 아니라 타지 않은 듯했다. 덧칠한 붉은 염료는 타버린 듯 끄트머리만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슷한 형태의 ‘안내’를 이미 본 적이 있었다.

형식은 좀 달랐으나, 바로 이곳의 지하철 열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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