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20화
백일몽 주식회사의 심문실.
물약 제조 기계가 없어진 초유의 사태에서, 현장에 있던 내 폭탄 발언에 심문자의 입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에서 포, 폭탄을 봤다고요?”
“예.”
나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덤덤히 선언했다.
“있었다니까요.”
그리고 난장판이 벌어졌다.
하지만 나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동행한 직원들은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내부를 확인한다.
“어, 사라졌네요. 분명 있었는데요.”
“…….”
“아무튼 전 봤습니다.”
진실 탐지기가 등장했다.
백일몽에서 ‘진실을 알아내는 귀신 들린 물건’이야 단골 소재다. 이번에는 황혼 등급의 손뜨개 인형이 등장했다.
왕눈이 손뜨개 인형이 복화술로 묻는다.
『정말 폭탄이 있었어?』
“있었다니까요.”
…….
『진짜네.』
심문실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온갖 개소리를 주워섬기기 시작했다.
“아, 엘리베이터에서 사이비 출신 직원도 봤어요.”
“연구원들이 골목을 질주하는 걸 봤어요.”
“신입사원 교육용 비디오에 나오는 용과 여우가 토끼한테 얻어맞는 걸 봤어요.”
“보안팀이 이사님을 때리는 걸 봤어요.”
『진짜네.』
모조리 진실로 판정되었다!
“자백 물약! 자백 물약이 필요합니다!”
“그냥 미친놈 같은데 무슨 자백 물약을 낭비해! 저게 다 말이 되는 소리야?”
응.
“헛소리지!”
진짜다.
하지만 현실적이고 노련한 심문 담당자들은 아주 적절한 추측을 하신다.
“정말 진실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으면 진실 판정이 나는 거야.”
“아…!”
내가 미친놈이라는 판정이다.
결국 서로 수군거리며 진절머리를 내던 심문 담당자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저 연구원, 오염된 건지 확인해 봅시다.”
“……!”
“제 생각에는….”
수군거리는 소리.
“아무래도 누가 여기 어둠을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기계가 없어진 것도….”
“그렇죠.”
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격리 실패한 어둠의 소행 같습니다. 사람들이 오염되고 있는 게 아닌가, 저 연구원은 첫 증상 발생자 아닌가 싶단 말입니다.”
[…라고 말하는군요. 친구!]
음.
나는 안락한 심문실 안에서, 바깥의 내 심문을 담당한 회사 직원들이 치열하게 추리를 전개하는 것을 브라운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자, 이제 이어지는 건….
“저 연구원의 오염 여부를 검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별관에 격리 실패한 어둠이 없는지 점검도 다시 한번 제대로 요청하고요.”
그리하여 30분 후.
“데리고 가주십시오!”
“네…….”
나는 보안팀으로 신변이 이관되었다.
내 ‘오염 상태’를 검증하기 위해 일단 격리실로 이송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심문실에서 온갖 어그로를 끈 후에 자연스럽게 퇴장하게 되었다.
10층에 그대로 격리되어 있던 신입 연구원들이 미친놈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굿바이, 박경환 연구원의 찬란한 커리어.
[다들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오, 콩트가 따로 없더군요!]
‘누가 훔쳤는지 몰라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걸.’
지금 내 덕에 한두 시간은 벌었을 것이다. 게다가 검증할 가설이 추가됐으니 추적에 더 난항을 겪을 거고.
물론 등가교환으로 지불한 게 있지만.
‘이 연구원의 밝은 회사 생활….’
물약 제조 기계가 없어진 초유의 사태에 이렇게 행정력을 낭비하게 만들다니, 오염이고 나발이고 제대로 밉보였을 것이다.
동기들과 사이도 그렇고.
‘넌… 이 회사 잘 다니기 정말 글렀다….’
그냥 퇴사하자.
너 때문에 죽거나 X된 무수한 현장탐사팀 사람들과 민간인들을 위해 유익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려 한다. 음.
나는 내심 어깨를 으쓱거린 후, 마른 체격의 구부정한 보안팀 직원이 끌고 가는 대로 따라서 이동했다.
절도 사태로 별관 통행 자체가 막힌 상황.
나는 보안팀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별관 2층의 임시 격리 구역으로 이송되었다.
“…….”
“…….”
쿵.
마른 보안팀 직원은 내가 격리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단둘이 되는 순간, 벽에 달린 기기를 눌러 녹음 기능을 중지했다.
“…저기.”
나는 CCTV 사각지대에서 마스크를 내리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았다.
경비반장, J3가 나를 보며 눈을 끔벅인다.
“노루 씨… 맞지….”
아.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음… 냄새가, 똑같아서…?”
체취.
나름대로 탈취를 하고, 이 연구원이 쓰던 향수까지 뿌리고 왔는데도 그게 걸리는 모양이다.
‘경비반장의 오염 특성 때문이겠지.’
나는 결국 한숨을 참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경비반장과는 어차피 대화할 생각이었으니 차라리 잘 됐다.
하지만 나를 멍하니 보는 경비반장의 시선은 그대로였다.
“말을… 하네.”
……아.
“네.”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회복했습니다.”
“……!”
“변장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할 수 있어요.”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내 맨손의 움직임을 경비반장의 시선이 따라온다.
장갑도, 검은 연기도, 흘러내리는 살점도 없는 깨끗한 그것을.
사람의 손.
“식사도 할 수 있고요. 같은 팀일 때도 못 했는데, 다음에 한 번 하면 좋겠습니다.”
“…응.”
경비반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천천히, 희미한 미소가 그쪽 얼굴에도 번진다.
“잘됐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 퇴물은 자기 주제를 아는군요. 오, 갈 데까지 간 자기 처지를 비관해 별 영양가 없는 질투심을 드러내는 작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는 모래알처럼 많은데 말입니다….]
…본인이 회복될 기대가 전혀 없기에.
그런 게 아닐까.
“저기… 간식 가져올까…….”
“아, 지금은 괜찮습니다. 나중에 제가 사올게요.”
“음, 고마워요….”
나는 묘하게 아까보다 만사를 덜 귀찮아하는 것 같은 경비반장을 보며, 퍼뜩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소원권을 마시면… 오염에서 완전 회복 같은 것도 빌 수 있지 않나?’
아무도 빌어본 적이 없는 걸까?
‘…아, 정규직만 복용할 수 있다고 했지.’
그리고 ‘정규직’인 현장탐사팀들은 자기 오염 회복에 빌 소원권이 있다면 여기 입사한 이유인 ‘간절한 소원’에 먼저 써버릴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소원권으로 오염에서 회복되는 건 상황적으로 일어날 일이 거의 없으리란 뜻이다.
하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빌어준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마치 장허운의 소원을 대신 빌어주었던 고영은 씨처럼 말이다.
‘…그랬던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을까?’
[흥미로운 의문입니다. 노루 씨. 당장은 해소되기 어렵겠습니다만!]
그 의문은 일단 내 머릿속으로 두기로 했다.
당장 급한 화제가 있으니까.
우리는 한결 가벼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을 수 있었다.
백일몽 물약 제조기의 실종!
“저기… 기계, 그쪽이 훔친 거예요…?”
“절대 아닙니다.”
물론 훔칠 예정이긴 했다만.
“반장님이 훔친 것 아닙니까?”
“아닌데….”
“…….”
“…….”
서로 약간 머쓱해졌다.
“저기, 엘리베이터에… 폭탄 봤다는 건….”
“아.”
나는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폭탄이란 뜻입니다.”
“…….”
아니, 진심으로 인벤토리에 비슷한 아이템이 있다.
다른 말들도 비슷하다.
‘주어나 목적어를 뺀 장난이지.’
실제로 내가 목격하거나 경험한 적 있지만, 지금 봤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말이다.
‘그런데 다 진실로 나오니 사람이 미치지.’
물론 자백 물약까지 갔으면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그럼 우리 둘 다 아니군요.”
“네…….”
선수 치기 당한 두 예비 절도범이 눈을 끔벅이며 서로를 보았다.
“…혹시 다른 누군가 훔쳤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르겠는데요….”
그, 그렇겠죠….
“그럼 혹시 이상한 점 같은 건 없었습니까?”
“이상한 점…?”
“예. 누가 수상쩍었다든가, 느낌이 이상했다는 식으로요.”
경비반장은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느릿느릿 대답한다.
“음… 어쩐지… 지금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어떤 점이 말입니까?”
“어…….”
경비반장은 생각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이 되었으나, 천천히 격리실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누가 죽은 것 같은데….”
“…예?”
그 순간.
깜박.
“…!”
실내등이 점멸했다.
거의 시야가 사라진 것처럼, 모든 광원이 한번 사라졌다가….
다시 불이 들어온 것이다.
“…….”
“…….”
딩-동.
-안내 말씀드립니다! 별관에 계신 모든 분은 갑작스러운 정전에 동요하지 마시고 자리를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벽면에 달린 스피커에서 음성이 나온다.
오리엔테이션 진행자의 목소리다.
-꿈결 제조기를 되찾을 때까지, 별관의 봉쇄는 풀리지 않습니키이이익즈아킁크으으기으그지아그이자으기자윽으으으으그지기디키이이이기디기키기킥으
-…….
-…….
-봉쇄됐습니다.
뚝.
안내방송이 끊겼다.
“…….”
“쉿.”
끼익.
어느새 마스크를 올린 경비반장이 임시 격리실의 문을 다시 개방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가만히, 여기에 있어요…. 확인하고 올 거니까….”
“……예.”
“위험하면… 잠그고.”
툭.
격리실 문이 아주 작은 틈새가 있도록 열린 채로 둔 경비반장은 나갔다.
이윽고 그가 문밖 복도로 나가 걷는 소리가 들렸다….
“…….”
나는 잠시 기다렸다.
‘침착하자.’
지금 타인의 신분으로 잠입한 상황이다. 이 장점을 놓치지 말자.
정보는 중요하니, 경비반장이 일을 확인 보고 올 때까지 일단은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불길한 공기에 손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몇십 초 후.
깜박.
“…!”
시야가 사라졌다.
정전.
빛 한 점 남기지 않고 통째로 모든 것이 새카맣게 없어지고 서늘한 어둠만 남았다.
“…….”
나는 얼어붙은 채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암흑에 적응했다….
이번에는 불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
…격리실 문틈, 그 바깥에서 무언가 음성이 들린 것 같다.
“…반장님?”
하지만 답변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서, 진정하기 위해 깊게 심호흡을 한 후 격리실 문틈에 눈을 가져다 댔다….
공포영화에서나 해보는 행동을 하려니 손이 떨렸다.
그리고 암적응을 끝낸 눈에, 아주 희미한 실루엣이 보인다.
…어두운 복도의 모습.
-2F-
“…….”
아무도 없었다.
‘이거… 괴담인가?’
설마 정말로 괴담 때문에 물약 제조 기계가 없어진 걸까.
그럼 내가 뒷걸음질로 추리를 도와준 걸지도 모르겠는데.
[자, 어떤 행동을 취할 겁니까, 친구?]
나는 다시 문틈 밖을 살폈다.
그러다가, 이 복도가 완전히 텅 비어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닥에 무언가 검은 사각 모양 기기가 떨어져 있었다.
‘…저건?’
하지만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오염을 꺼내는 대신 조용히 문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하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도 미친 연구원이 또 헛짓하는구나 해주겠지.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어두운 복도를 걸어서 바닥의 물건을 향해 접근했다….
우뚝.
가까이서 발걸음을 멈춰 몸을 내리자, 그 물건의 정체를 알았다.
‘…캠코더.’
낡은 캠코더는 아무리 봐도 요즘 시대에 쓰일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옆으로 열리는 화면 부위가 달린, 핸디 캠코더.
[오, 제법 운치 있는 촬영 도구입니다. 다만 볼품없긴 하군요.]
‘…….’
캠코더 괴담.
머릿속으로 몇 가지 후보군이 스쳐 지나간다. 나는 고민 끝에 캠코더에 손을 대지 않고 몸을 일으켰….
“거기….”
“…! 반장님.”
제이 씨였다.
나는 가까스로 호칭을 실수하지 않으며 경비반장 J3가 복도 저편에서 걸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괜찮습니까?”
“응… 별일 없었어요….”
경비반장은 이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쪽을 보다가 캠코더로 시선을 내렸다.
“그건…?”
“아, 바닥에 떨어져 있….”
그림자가 없다.
“…….”
지금, 내 바로 앞까지 경비반장이 다가왔는데도, 그 아래로 아무런 그림자가 없다.
어둠 속이라 멀리서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저기….”
“…….”
식은땀이 등 뒤로 흘러내렸다.
머릿속에서 치열하게, 해당하는 괴담을 찾아내려고 어둠탐사기록을 뒤진다. 그러니까, 이거, 이건….
“……!!”
나는 바닥의 캠코더를 들어 올렸다.
다급히 날개 부위를 여는 순간 캠코더에 전원이 켜지며 화면이 작동한다.
나는 그 캠코더로 ‘경비반장’을 비추었다.
“뭐… 해?”
캠코더 화면 안에서.
경비반장이 아닌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히죽히죽.
화면에 꽉 찬 채 눈동자를 굴리며 히죽거리는, 산발한 머리에 광대뼈가 나온 얼굴.
낡은 병원복.
…그 펑퍼짐한 하의 아래로, 다리 대신 신경과 핏줄만 허공에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거기엔 경비반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서 있다.
“왜 그래…?”
“…….”
X발.
나는 뒤로 돌아서 달렸다.
미친 듯이 쫓아오는 소리가 울린다.
‘망할,’
망할, 망할망할!!
이거 병원 괴담이잖아…!
———————=
어둠탐사기록 / 괴담
우리의 마지막을 기록합니다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백일몽 주식회사의 식별코드는 Qterw-C-1004.
■■북도에 위치했던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어떤 일을 촬영해 놓은 캠코더의 녹화기록.
누군가 5층 이상의 밀폐된 건물에서 이 녹화기록을 확인하는 순간, 이 요양병원의 마지막 운영일에 벌어진 일이 재연된다.
폐쇄된 해당 요양병원의 사건사고 기록은 부록을 참고.
탐사는 총 43회까지 기록되었다.
———————=
‘저게 별관에 있었던 건가?’
아니, 애초에 이게 왜 풀려났단 말인가. 아니….
정신 차려!
‘이미 시작된 이상 캠코더 챙긴 거에 감사하라고!’
변이한 공간에서 무작위(4층 제외)로 습득되는 캠코더의 화면으로 응시할 시, 실제 벌어지는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칫하면 오염 종류를 하나 늘릴 뻔했다.
…지금도 그 위험은 있지만.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젠장, 젠장!
나는 ‘경비반장으로 보였던 무언가’가 끈질기게 내 뒤에 붙어서 쫓아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당했던 일을 재연하기 위해 쫓아오는 것의 발소리.
아니, 발이 아니라… 무언가가 채찍처럼 벽과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하.’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일단 어둠 속에서 캠코더를 보며 시야를 확인하며 일단 계획을 짜냈다.
이번 모퉁이에서 일단 따돌려….
무언가 나를 밀쳤다.
“…!!”
아니, 동시에 끌어당겼다.
나는 입이 막힌 채 굴러 들어가듯 사무실 중 하나에 들어가게 되었다. 누군가 나를 밀어서 책상 아래에 넣는다.
반사적으로 반격하려다가, 어딘가 괴담이라기에는 행동 양식이 이상해서 멈췄다.
‘누구지?’
나는 고개를 들어서 누구의 짓인지 확인했다….
백사헌이었다.
“…!”
나는 반사적으로 캠코더를 가져다 댔으나, 거기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진짜 백사헌이다.
짜증이 치밀어오른다는 표정으로 백사헌이 내 캠코더를 잡는다.
‘불!’
나는 다급히 캠코더를 접고 몸을 낮췄다.
캠코더를 뺏으려던 녀석은 결국 입 닥치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본인도 몸을 웅크렸다.
‘…아니.’
이 자식이 어떻게 별관에 있는 거지?
그리고….
‘설마 지금 날 구해주려고 한 건가?’
왜지? 나는 반사적으로 상대의 얼굴 표정을 더 읽기 위해 시선을 집중했다. 백사헌은 뭘 보냐는 식으로 나를 마주 노려본다. 하지만….
끼이익.
“…….”
“…….”
우리 둘 다 굳었다.
“…저기요?”
문이 열렸다.
“어디 있지….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기척이 들린다.
그림자 없는 ‘경비반장’이, 걷는 소리.
일반적인 발소리가 아니라 이상하게, 얇은 가닥들이 바닥에 들러붙었다가 떨어지는 소리….
찌익, 찌이이익-
욕이 목까지 치밀고 땀이 흐른다.
나는 백사헌과 입을 닥치고 가만히 책상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둠에 잠긴 공간에서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는다….
“이 병실에 있나….”
‘…병실?’
그리고 서서히 깨닫는 것이다.
공기가 달라졌다.
사무실 특유의, 종이와 디퓨저 냄새 사이로 특이한 향이 난다.
서늘하고 불편한 향.
……소독약의 냄새.
나는 깨달았다.
우리는 어느새 책상 아래가 아니라, 병원 침대 밑에 몸을 숙이고 있었다.
“…….”
나는 시선을 내렸다.
캠코더가 자동으로 켜져서, 빨간 불이 점등하고 있
“있네.”
환자의 손이 내 캠코더를 확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