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25화
나는 해금 요원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사인검 손잡이를 꽉 잡고있는 요원의 손은 힘이 들어가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방금 내가 한 말의 충격을 소화하려는 듯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아직 제대로 소화 못 했으니까.
재난관리국에서 세광특별시 시민들을 구조하는 대신 모조리 인신공양 해버리는 선택을 했다는 걸, 말이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쪽도 썩 혈색이 돌진 않았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기록을 찾았습니다.”
“정확히 어떤 기록이었는지 말해주겠어?”
나는 그렇게 했다.
유쾌연구소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 당시 세광특별시에 있던 시민의 진술 기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
“…요원님. 이것도… 선별 작업의 일종일 수 있습니까?”
선별 작업.
악의 저울로 이루어지는 희생양 선발.
-무고한 다수를 살리기 위해 효율적으로 죽을 소수를 가려낸다.
그래.
내가 기록을 보자마자 머리를 얻어맞듯이 이게 진실일 확률이 높다고 직감한 것은, 이 흐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고, 기하급수적으로 사망 인원이 늘어나는 멸형급 초자연 재난을 막기 위해, 어차피 죽을 사람들을 활용하는 것 말입니다.”
어차피 세광특별시 사람들을 구조해도 멸형급 재난을 통제하지 못하면 다 같이 죽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유용하게 사용’해서, 초자연 재난이 더 번지지 않게 막는다.
[합리적이군요. 자원이 부족해 어려운 시기엔 이런 판단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마치 14세기 도시에서 페스트에 걸린 일가족을 자택에서 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도록 가둬두는 것처럼 말입니다.]
[최소한 전염병은 번지지 않았겠지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해금 요원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눈이 어둡다.
“가능성은 있지. 우리는 자원봉사 단체가 아니라 공무원이고, 위에서 이야기가 떨어지면 시행할 의무가 있으니. 특히 멸형급 재난 같은 국가 위기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
“하지만 포도 요원.”
해금 요원이 조용히 말한다.
“정말 관리국 요원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하나?”
“……!!”
“직접 경험해 본 바로는 어떻지?”
그건….
…….
“아니요.”
나는 세광고에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방법을 짜내던 홍 팀장님과 청룡팀 팀원들을 기억한다.
반짝반짝 용궁에서 아이들을 두고 오지 못해서 하루만 더 구조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는 말을 결국 거절하지 못하던 내 팀원들을 기억한다.
그 외도 무수히, 어둠탐사기록에서 한 줄로 사라진 수많은 요원들을 기억한다….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집단의 결정은 모르는 겁니다.”
소속 인원의 분위기와는 또 별개의 문제 아닌가.
저울재판소에서 요원들이 끊임없이 고통받으면서도 구조할 사람을 선별하게 됐던 것처럼 말이다.
해금 요원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래도 나는 관리국 윗선도 웬만해서는 그 지경까지 가진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 쪽이라서 말이다….”
“…….”
“악의 저울이 처음 도입될 때도 얼마나 많은 요원들이 반발했는지 넌 모를 거다.”
사실 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행됐다는 점에서 더 불길했다.
하지만 해금 요원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의 평정심이 돌아오고 좀 더 침착해진다.
‘내가 너무 어둠탐사기록에 찌든 건가?’
괴담 세계관에서는 국가기관이 시민을 백만 명쯤 제물 삼는 건 너무 있을 법하다 보니…….
…….
잠시만.
도시전체를 향한 주술적 이상현상
정부?
거대한 인간 공양의식??
이대로면 죽는다무조건 나가야한
정부.
“혹시 말입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재난관리국의 판단이 아니라, 더 상위 기관의 판단이라면?”
“……!”
내가 주어를 오해했다는 추리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재난관리국에서만 판단을 내렸을 확률이 더 낮잖아.’
하지만 해금 요원은 차갑게 쓴웃음을 지었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요원들이 그걸 따랐을 것 같나?”
“…!”
“명령도 어기고 사람 하나 더 구하겠다고 제 발로 재난에 들어가는 녀석들이 퍽이나 그걸 따르겠다.”
“이런 의식을 요원 없이 실행하는 건 어렵습니까?”
“그래. 그게 문제지.”
해금 요원이 사인검을 들여다보다가 도로 허리춤에 찼다.
“봉쇄 의식 같은 건 관리국에서도 전문 인력을 차출해야 가능한 짓이야. 모조리 들고 일어나서 거부하면 진행을 못 했을 텐데.”
“…….”
“만약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요원들 기억을 싹 지워버린 거라면… 누군가는 분명 이 일에 협조한 거야.”
협조.
“…요원이 아닌 재난관리국의 윗선이 말입니까?”
“그래.”
…….
나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요원을 속여서 진행했겠군요.”
“그렇지.”
해금 요원이 신중하게 대답한다.
“봉쇄 의식은 기본적으로 제물굿 형태다. 제물을 바치고 어떤 신령하거나 불가사의한 존재에게 청을 넣는 거지… 자연스러운 순리와 흐름을 거스르는 부탁일수록 위험한 대가가 필요하다.”
해금 요원이 예시를 들려는 듯이 입을 벌렸으나, 결국 들지 않고 말을 돌렸다.
“그 단계에서 진행하는 요원을 속일 수 있지.”
“어떤 방식으로 말입니까?”
“어떤 제물을 쓰는지 적당히 둘러대고, 그냥 멸형급 재난을 봉하는 봉쇄 의식이라고 했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금제를 걸었을 수도 있어.”
어차피 기억을 지울 거라면 얼마든지 적당히 비도덕적인 방식을 쓸 수 있다.
“그럼 재난관리국 윗선 중에, 이 일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요원들을 이용한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잖습니까.”
“그렇지.”
“짐작 가는 세력이 있습니까?”
“…….”
나를 들여다보던 해금 요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딱!
“…?!”
머, 머리를 쥐어박았다!
“최 씨한테 나쁜 버릇만 들어가지고! 아주 위험한 짓 하겠다고 소리를 치지 그래, 내가 대답해 줄 것 같나?”
으아악!
“죄, 죄송합니다.”
나는 겨우 풀려나서 얼얼한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하지만 들어두면 대처할 수 있지 않습니까!”
“뭘 대처하는데, 복귀할 거야?”
“그게 아니라….”
나는 약간 갈등하다가 말했다.
지금이 밝힐 타이밍이 맞는 것 같다.
“멸형급 초자연 재난을 종결하는 데에 말입니다.”
“……!”
“요원님, 저는 특별시의 재난을 종결시킬 겁니다.”
“…….”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게 있다면 뭐든 알아두고 싶습니다.”
해금 요원은 나한테 미친 새끼라고 부르진 않았다.
눈으로 욕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나를 훑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팀장에 그 팀원이라고… 현무 1팀답다.”
나는 그냥 어설프게 웃었다.
하지만 세광고에 오염된 채 묶여있던 홍 팀장님을 떠올리는 순간 웃음이 사라졌다.
‘병원의 홍 팀장님은 기억 못 하셨지….’
“최 씨 그 녀석 아예 잠입해서 기록까지 훑어본 것 같던데, 난리 안 치는 걸 보면 비공개 기록에서도 아예 흔적을 싹 지운 거겠지.”
“…….”
그 정도로 철저하게 이 비밀을 관리해 온 것이다. 백만 명을 매장하고 뒤처리가 집요하고 깔끔해서 정말 섬뜩한….
‘…잠깐만.’
나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요원님.”
“음?”
“그러면 저희가 알게 됐다는 걸 알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
나는 몸을 일으켰다.
“혹시 어디서 관련된 언급만 해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금제 같은 걸 걸어놨을 확률은 없습니까?”
해금 요원의 안색도 변했다.
“있지.”
젠장!
나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일어났다.
‘하필 여기가 또 재난관리국 컨테이너잖아.’
실수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입구를 보면서 일어났고, 해금 요원도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더니 도깨비불로 나와 자신을 감쌌다.
그 순간 컨테이너 문이 열렸다.
“……!”
…하지만 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거리.
인기척도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더 섬뜩했다.
분명 문은 열렸는데.
“…….”
“…….”
우리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도깨비불에 싸인 채로 조심스럽게 컨테이너를 걸어서 빠져나왔다.
해금 요원은 일부러인 듯 컨테이너를 중심에 두고 발걸음을 몇 바퀴나 돌았다.
사박, 사박.
경직된 우리의 조용한 발걸음 소리가 바닥에서 울린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가 아씨를 죽였나
담장너머 나뭇가지에 매달린 연줄이
아씨 목을 졸랐지
계속 걸었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가 아씨를 죽였나
몸종이 들고 있던 참빗 살 하나가
요리조리 날을 세워 꽂혔지
계속 걸었다.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가 아씨를 죽였나…
“…….”
“…….”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음이 사라진 것을, 나는 느꼈다.
“…됐어. 이제 가도 된다.”
“…….”
“구체적으로 정확히 명칭을 언급하지 않아서 안 걸렸어. 이제부터 현실에서 명사를 넣어서 그 일을 언급하지 말아라.”
‘세광특별시’와 ‘인신공양’을 붙여 말하지 말라는 거다.
“예.”
나는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식은땀으로 목이 흥건했다.
비슷한 표정이던 해금 요원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도 그 재난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예?
“상황이 어떤지 한번 살펴봐야겠단 말이지. 마침… 그래. 우리팀 사흘 휴무네.”
해금 요원은 품에서 폰을 꺼내 교대근무 어플을 살펴보더니, 나를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최 씨는 한동안 빠지라고 해라. 나 없을 때 대체 근무나 하라고 해야지.”
아.
* * *
“…그래서, 프로젝트에 요원 하나가 더 들어온다고요.”
응.
나는 돌아온 여우상담실에서 호유원을 마주 보고 해금 요원의 합류를 이야기했다.
…아직도 그 과정을 떠올리니 심장이 선뜩하다.
‘신중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내가 여기 들어온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호유원.”
“노루 님. 아직 하실 말씀이 남으셨나 봐요.”
나는 추가된 요원 때문인지 심기가 꼬인 듯한 호유원에게 이번 탐사의 결과를 보고했다.
“찾았어.”
“…네?”
“널 찾았다고.”
“……!”
호유원의 움직임이 미동도 없이 멎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수납해 온 것을 꺼냈다.
잿가루가 든 페트병과… 요원복.
“여기.”
호유원이 손을 뻗어서 그것을 붙잡았다.
요원복 위에 붙은 여우 그림 패치를 보는 호유원의 얼굴이 순간 멍해진다.
“사라지면서 남긴 거야. …그쪽도 자신을 그냥 투영일 뿐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
호유원이 정신을 차린 듯 요원복에서 시선을 뗐다.
그리고 내가 페트병에 담아온 모래 같은 가루를 탁자에 붓는다. 탁한 은빛 가루가 탁자에 쌓이자, 호유원은 그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유원은 손을 거뒀다.
“그래요. 이건 다른 어둠에 종속된 제 일부였나 보네요.”
도로 페트병에 담긴다.
“진짜가 아니라, 남은 잔상이라…. 참, 그래도 밖에 있는 제 처지가 나은 거겠죠? 잔상도 거기 갇혀 있다니, 하하….”
“…….”
“진짜도 아마 지하철역 인근에 있을 거예요. 계속 찾아주시면 되겠네요.”
호유원은 흥분, 초조, 기대가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광기에 가까운 태도는 다음 질문을 하는 순간 어쩐지 휙 사그라들었다.
“노루 님.”
호유원이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묻는다.
“…혹시 그 투영은 어땠나요?”
아.
“기억이 온전해 보였나요? 온전해 보였다면 어떤 존재로 보였지요? 어떤 걸 추구하는….”
“글쎄.”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좋은 상담사 같았어.”
“…….”
“…….”
“하하….”
호유원은 내게 페트병을 돌려주었다.
“아, 그건 아무 의미 없어요. 그냥 녹슨 은가루네요.”
툭.
나는 그것을 잡아들었다.
‘녹슨 은가루라.’
그렇다면 저울재판소에 있던 ‘악의 저울’에서 떨어져나온 게 아닐까.
아무래도 그 재판소 자체가 저울이 괴담화된 것이다 보니, 호유원의 상념 같은 것이 남아 있었나 보다.
“…….”
나는 페트병을 다시 챙겼다.
버리긴 좀 그러니, 어디 양지바른 곳에 뿌려라도 둘 생각이었다.
‘아니면 단단한 형태로 뭉쳐라도 둘까.’
어쨌든, 요원복을 잡고 무언가 느껴보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히 쳐다보던 호유원은 그것마저도 내게 내밀었다.
“가져가세요. 어쩌면 행방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상대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노루님?”
“……아니.”
세광특별시의 시민들이 통째로 인신공양 당한 것 같다는 정황은 말하지 않는 것이 낫겠지.
하지만 별개로 이 자가 가진 엄청난 분노와 울분이 전보다 생생한 배경을 가지고 다가온다.
내가 받았던 충격만큼.
‘…후우.’
“가볼게.”
나는 여우상담실을 나왔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해금 요원을 다시 찾았다.
“그래서 어떻게 진입하면 되지? 최대한 정보 수집을 많이 할 수 있게 아주 한복판에 들어가 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잠시만요.”
일단 현 상황을 보자.
‘연구원들이 물약 제조기를 손보고 있고….’
그때까지 나는 정보를 더 수집해야 했다.
‘지금 방문하지 못한 유쾌연구소 사무실이 남은 역들이… 3역 정도인가.’
– 세광역 (임종의 숲길)
– 자정역 (신체 카지노)
– 황혼역 (양심판매대)
황혼역은 진입이 불가능하니 패스하고, 남은 둘 중 하나라도 봐두면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러려면 지하철역 괴담을 종결시켜야 한다.
‘만만치 않아.’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리에 한빛도서관에서 만났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해금 요원님… 말씀입니까?
-그래. 승부수도 아주 잘 띄우고, 배짱도 아주 좋더라구. 무엇보다… 운도 좋고.
…….
“요원님.”
“응?”
“혹시 갬블에 일가견 있으십니까?”
* * *
“그래서. 해금 요원님이 지금…….”
“신체 카지노로 가셨습니다.”
탁.
청동 요원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미 죽어서 두통 느낄 일이 없을 텐데, 열차 안이라 살아생전 모습이라 고스란히 두통을 느끼시는 듯했다….
-지하철역마다 개별적으로 초자연 현상이 나타났다는 거지.
-혹시 전부 종결시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하지만 해금 요원은 확실한 흥미를 나타냈고, 결국 프로젝트에서 인원도 둘 차출해서 떠났다.
“그게 누굽니까?”
나는 시선을 피했다.
“정예팀 나비 대리님과 제 동기, 조랑말 주임입니다….”
“…….”
그렇다.
진나솔 대리와 강이학 주임이 붙었다.
정말 백일몽 직원다운 백일몽 직원들이 해금 요원과 동행한다는 사실에 청동 요원은 이제 두통이 아니라 할 말까지 잃어버린 듯했다….
“왜….”
“…해금 요원님의 요청이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 하나랑, 돈 보면 미치려고 드는 녀석 하나씩 붙여줘라.
-예?
-그 회사라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걸.
-예?
하마터면 ‘예?’만 외치다가 대화가 끝날 뻔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나는 청동 요원의 기겁을 마음 깊이 이해했다….
저도 정말 무서웠어요.
“…어쨌든 알겠습니다.”
한숨을 참던 청동 요원은 일단 진정한 듯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포도 요원은… 이 열차에 어떤 일로 방문한 겁니까?”
간단했다.
‘이 열차에 숨겨진 뭔가가 더 있을 것 같다.’
인신공양 정황을 보니 더 생각이 간다.
자칭 이강헌이 여기에 쪽지를 숨겨둔 것, 그리고 청룡팀 요원이 만들고 거의 마지막까지 머물던 쉘터라는 점에서, 문명 찾아낼 게 있을 것이다.
‘은하제 대리님과 청동 요원님께서 먼저 계셔주셨으니까 지금은 더 쉽게 잠입할 수 있어.’
이 열차를 탈탈 털어서라도 빨리 찾아낸다.
물론 ‘정부가 시민 백만 명을 인신공양했다!’ 같은 말을 청동 요원에게 당장 하는 건 미친 짓 같기에….
나는 그냥 빙긋 웃었다.
“저 이 열차에 눌러앉으려고요.”
“…예?”
“역 방문하는 것도 지겨워서, 좀 쉬고 싶습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청동 요원이 약간 넋이 나갔다. 좀 죄송하지만 이게 최선인 것 같다. 후우.
-그렇군요. 그렇게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참 많으셨겠어요. 선생님.
그렇긴 했다.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났으니 열심히 해볼…??!
“…?!”
-놀라셨나 봐요. 괜찮으신가요? 아, 품을 확인해보시면 제가 있습니다.
품?
나는 퍼뜩 재킷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속에는 작은 은빛 동전이 반짝이고 있다.
유쾌 주화.
내가 페트병에 담아온 녹슨 은가루로 찍어낸 은화였다.
그냥 페트병에 가루로 두기 그래서, 인벤토리 문신으로 테마파크에 보내서 유쾌 주화 형태로 뭉친 건데.
[쇼 비즈니스 맙소사.]
그 안에서 ‘1번 배심원’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버립시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