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28화
나는 눈꺼풀을 떨며 눈앞의 광경을 보았다.
“열차를 리폼하라!”
수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1번 칸으로 몰려와서 피켓을 들고 외치고 있었다.
근데 말이다.
“토끼 인형을 모두에게!”
온통 핑크다.
피켓마다 ‘완벽한 토끼 인형’, ‘보송보송한 그분의 은총’, ‘앞발이 푹신하시다’, ‘우리를 더 넓은 곳으로’ 같은 기이한 문구가 적혀 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간간이 박스를 잘라 만든 토끼 귀 머리띠를 한 사람들도 보인다.
충격적이지만 지난 며칠 간의 흐름으로 볼 때 어떤 방향으로든 충격적인 꼴이 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토끼를 보장하라~”
대리님.
대체 뭘 하시는 거예요….
나는 맨 앞에서 은근슬쩍 끼어서 넥타이를 머리에 두른 채 손을 내지르고 있는 은하제 대리님을 보며 혼란에 빠졌다.
토끼 인형 숭배교 작전 발족하기 직전에 이미 고영은 씨, 청동 요원님, 그리고 은하제 대리님께 벌어질 상황을 적당히 설명했다.
-갑자기 토끼 인형 애호가들이 증식할 겁니다.
-예?
그래서 분명 열차 내 소동이 일어날 거라고 말씀해 드리긴 했는데….
‘그 소동에서 앞잡이를 하시면 어떡합니까….’
심지어 은하제 대리는 슬금슬금 사람들 사이에 끼더니 귀동냥으로 이것저것 주워들으며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아~ 좋은 일 하시는 것 같아서 저도 거들어봤죠, 하하하! 아아, 그러니까 이… 분이, 그 여러분을 좋은 곳으로 인도해 주시는 분이군요?”
이 갓 ‘토끼인형 숭배교’의 일원이 된 사람들에게서 가래떡처럼 선심성 정보를 쭉쭉 뽑아내던 은하제 대리는 결국 그들의 ‘토끼 인형 굿즈’까지 직접 실물을 보게 된다.
“오….”
짤랑거리는 금속 키링 위에 귀여운 토끼 인형 대가리 양각 새김을 보는 은하제 대리의 감탄사가 길게 이어진다….
“우리는 이 놀라운 기적을 열차 내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 누구도 차별 없이 솜 든 몸님의 은총을 받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오….”
“그렇지 않습니까, 배급사님!”
저 보지 마세요.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나를 휙 돌아서 쳐다보며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렇다.
사실 나도 이 피켓 인파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저놈의 배급사라는 명칭도 ‘토끼 인형 배급을 시작한 자’라고 하면서 굳이 사람들이 붙여준 자리다.
‘간신배 되기 딱 좋은 감투 같아서 맡았는데.’
목소리 큰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싶은 것처럼 여기저기를 일부러 힐끗거리며 웃고 있던 나는 결국 은하제 대리와 눈이 마주쳤다.
“…….”
“…….”
정말 쪽팔린다.
그러나 내 입은 더없이 간신배스러운 말을 쓱쓱 하고 있다.
“물론이죠…! 저야 그저 과자나 파는 바보 아니겠습니까? 솜 든 몸님을 자주 만나시는 여러분의 말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배급사님!”
후우.
나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토끼 인형 상품들과 나를 번갈아 보던 은하제 대리가 뭔가 눈치챈 듯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보며 얼른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
가십쇼, 대리님….
그러나 내가 들고 있던 거대한 벨벳 박스 속에 든 ‘착한 친구’는 이 광경이 상당히 흥이 난 모양이다.
[친구, 시청자의 성원에 보답할 줄 아는 엔터테이너로서는 제법 즐거운 상황이로군요. 이들에게 추첨으로 머천다이즈라도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지, 당신의 아름답고 소박한 리조트에서 특별한 상품을 팔아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토크쇼 상품을요?
[그렇습니다, 오, 이건 정식 제안이라고 볼 수 있지요. ‘브라운의 심야토크쇼’와의 콜라보입니다.]
머릿속으로 유원지의 기프트숍 한 칸에서 ‘인기 TV 프로그램 등장’ 같은 문구가 적힌 고풍스러운 레트로풍 섹션이 구성되는 장면을 떠올렸다.
가뜩이나 사람 홀리는 괴담 속에서 시청자 홀리는 게 전문 분야인 괴담을 추가로 넣어놓기….
아, 안 돼.
‘…어차피 이분들은 진짜 유쾌 테마파크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콜라보 해도 그 ‘토끼 인형’을 구매하시긴 어려울 거야.’
나는 말을 골랐다.
[흐음.]
‘그렇게 되려면, 일단 이 세광특별시 괴담이 종결되고 자유의 몸이 되셔야지!’
모로 가든 협조만 얻어보자….
[좋습니다! 그럼 전개를 계속해 보지요, 노루 씨.]
후우.
하지만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도 잠시간이었다.
나는 오묘한 눈빛의 은하제 대리님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흠. 배급…사님이 이 단체의 대표십니까?”
“그럴 리가요!”
진심으로 대답할 뻔했다.
나는 얼른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는 그냥 수많은 직분 중에 하나를 맡은 사람일 뿐이고, 진짜 대표님은… 아, 이제 오십니다!”
왔다!
“대표님!”
…라는 페이크 명칭의 신생 교주가 나름 위엄 있게 사람들 저 뒤에서 인파를 가르고 나온다.
사람들은 저절로 길을 비켜준다. 그중에는 쓰고 있던 토끼 머리띠를 예의 있게 내리는 신도도 있다.
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토끼 꿈꾸셨습니까?”
“솜 든 꿈을 꿨습니다!”
대체 이런 인사말은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난 안 알려줬다고….
[오, 정말 전형적인 컬트 같군요!]
‘토끼인형협회 대표님’은 이전과 동일한 외양이었다.
다만 핑크 토끼가 그려진 황금빛 배지를 패딩에 하나 딱 차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테이프 굿즈를 가위로 오려내 만든 배지였다.
그는 우수에 찬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나를 돌아보며 손을 들었다.
“자, 그분을 모시지.”
“예…!”
심란한 건 심란한 거고 할 건 해야지.
나는 아부하는 듯한 미소를 지은 후, 얼른 벨벳 함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공손히 개방했다.
피켓을 들고 있던 수십 명의 사람이 동경과 선망, 행복의 눈빛으로 그 벨벳함 안을 본다….
바로 복실거리는 브라운을.
[반갑습니다. 여러분!]
하지만 그 시선은 대표에 의해 막힌다.
대표는 진중한 눈으로 인형을 코앞까지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맙소사, 사적인 상황에 1피트 안으로 머리를 들이대다니, 불쾌한 거리감이군요. 제정신입니까?]
“오늘도 참 영롱하고 완벽한 형태시군.”
[제정신은 아니지만 시력은 온전한가 봅니다!]
“내가 직접 모시고 싶지만….”
[호오, 손배상 청구서가 꿈이라! 잘 알겠습니다….]
식은땀이 좍좍 흐른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슬쩍 브라운을 뒤로 물렀다. 마치 대표님에게 감히 그런 짓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듯이, 항상 그랬듯이 공손하게 말이다.
“제가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서 운반하겠습니다. 대표님께선 지금부터 저희를 이끌어주실 테니….”
“…그렇지.”
휙, 멋지게 패딩을 갈무리한 대표님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패딩이 브라운의 싸대기를 갈겼다. 나는 비명을 참았다.
[노루 씨. 이 브라운이 생방송 중 무대에 난입해 카메라를 가리는 자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소각?’
[정답입니다! 오, 맞힌 기념으로 재연 장면이 지금 나갑니….]
‘괘, 괜찮아! 이미 머릿속으로 즐겼어!’
[훌륭한 상상력입니다. 친구.]
침으로 사레들릴 뻔했다.
나는 다시 소중히 브라운의 함을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첫 번째 칸의 맨 앞까지 행진합시다!”
“예!”
그리고 눈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피켓을 든 사람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기관사실 앞으로 몰려가는 것을 천천히 따랐다.
아직 ‘솜 든 몸교’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은 무슨 희한한 쇼츠 촬영 장면이라도 목격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다.
‘하….’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분명 내가 의도한 건 신비한 소형 비밀 종교였는데.’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꿈으로, 열차 안에 은밀히 이 컬트가 퍼지며 결국 다수가 되면서 기관사 칸의 권력이 분산되는 소요 사태….
…였으나, 현재 상황은 ‘좋은 일 하시네요, 화이팅!’ 류의 시위 사태다.
‘왜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는 건 어떻습니까, 친구? 어쩌면 갈림길에서 다른 방향을 골랐을 수도 있지요!]
그렇긴 하다.
‘그러니까….’
나는 지난 며칠의 흐름을 돌아보았다.
일단… 일이 예상외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던 지점은….
‘아.’
내가 유원지 꿈에 메시지를 넣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요’ 율동 말이다.
‘교주 후보 인성 때문에 만든 건데.’
그러나 마스코트가 토끼 인형을 들고 추는 모호하고 즐거운 춤에 합류했던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해석을 붙이기 시작했다.
-대상이 모든 사람입니다! 여기서 ‘친절’이란 토끼 인형님의 심볼을 건네주는 행위 아닐까요?
-그래요,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푹신함과 포근함을 나눠주고 싶으신 것 같습니다!
-아마 열차에 갇혀 있다는 우리의 고단한 상황을 보고 나타나신 것 같기도 해요. 갇히고 힘든 사람에게 위안을 주시는 거죠!
-그럼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화목하고, 남을 무시하지 말아야 맞지요.
-맞습니다!
-그래야지 솜 든 몸님께서 바라는 대로, 이 열차의 모든 사람이 그분을 만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고려한 적도 만든 적도 없는 교리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졌다.
1. 우리는 서로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2. 우리는 주변의 힘든 모두에게 친절히 대한다.
3. 모두 토끼 인형을 받고 행복해진다.
‘마지막에 비약됐는데.’
그래도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어쨌든 소요 사태가 일어난 건 맞긴 했다….
“토끼 인형을 모두에게!”
시위대가 행진한다.
나는 ‘솜 든 몸님의 안전’을 위해 착한 친구가 든 벨벳함을 들고 맨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그 뒤로 은하제 대리가 눈치를 보다가 슬쩍 붙었다.
“노루야.”
“…….”
“너… 사이비 종교맛은 이미 충분히 보지 않았냐?”
“…….”
“설마 부족했나?”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대리님은 곧 ‘토끼 인형의 포근함이 우리를 구한다’ 같은 피켓의 표어 문구를 읽더니 눈이 오묘해지신다.
“그래도 뭐, 이건 사이비 종교라기보다는… 그냥 좀 선 넘은 마니아 집단 같긴 한데.”
예…….
어느 정도냐면, 앞 칸의 다른 주민들도 위협을 느끼거나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대신 당황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그저 구경 중이다.
상당히 도파민이 터지시는 모양이었다.
혹은 이게 무슨 개꿈 같은 상황인가 하시거나.
“보장하라!”
수십 명의 행진은 꽤 눈에 띄었고, 결국 기관사석 코 앞에 도달한 그들은 구호를 다시 외쳤다.
물론 거기엔 나도 포함되어 있다.
“야, 너도 외쳐야지.”
“…보장하라!”
…브라운이 든 함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겠다.
나는 슬그머니 인파 뒤에 끼어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이게 다 무슨 짓들이야!”
차장이 허겁지겁 기관사석에서 튀어나왔다.
식은땀을 닦으며 바지춤에 먹던 과자 흔적을 쓱쓱 닦아내던 그 인간은 기관사 모자를 마치 권위의 상징처럼 애써 눌러썼다.
하지만 수십 명의 사람을 보며 당황한 눈치였다.
황급히 눈알을 굴리던 그는 인원의 면면을 보고 뭔가 대응점을 찾아낸 듯 얼굴에 드디어 화색이 돌았다.
“아니, 우리 앞 칸 사람들이 불만이 있으면 당연히, 어? 경청해야지. 공직자로 말이야. 그런데….”
인원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뒷 칸의 얼굴들을 본 차장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 참 바라는 것만 많은 기생충 같은 사람들도 끼어 있어서 그래.”
갈라치기다.
“저 사람들 돌려보내고, 우리끼리 천천히 대화해봅시다. 내가 우리 칸 사람들은 상식적인 거 다 압니다.”
언젠가 나를 밀치려 들었던 패딩 중년도 이 대열에 서 있었다. 특히 차장은 그 사람을 보며 은근하게 말했다.
그러나….
“뒷 칸인 게 뭐 어떻단 말입니까!”
“그래!”
“우린 다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미 소속 집단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든 오늘 같은 날에, 모두가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상황만 달랐다면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솜 든 몸님께서는 사람을 위로하는 최고의 친구다!”
왠지 진실에 가까운 묘사도 나온다.
“당신같이! 좋은 걸 나누는 대신 독점하고 배척하고 떵떵대려는 인간은 모르겠지요!”
“맞다!”
대표가 차장을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그리고 스스로 가리켰다.
“당신 같은 사람도 토끼 인형과 함께한다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치 나처럼요.”
은하제 대리가 수군거렸다.
“왠지 사회적으로 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
“이거 종교의 순기능 아니냐?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그러게요.
[흥미롭군요, 친구. 저 범상하고 불쾌한 작자도 당신에게 대표로 선택받는 특별 취급에 의기양양해하며 냉큼 자리를 받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누군가의 특별 취급에 반대하는군요. 오, 그 비논리성은 거의 부조리극을 떠올리게 할 지경입니다!]
뭐…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법이었다.
‘그리고 일단 쪽수가 많아지면 우두머리인 자기가 더 특별한 사람이 되잖아.’
그래도 고여서 썩은 물이 된 저 차장보다는 일단 대의를 내세운 새 흐름인 대표 쪽이 정황상 낫다는 게 이 상황의 특이점이었다.
“함께 그분의 푹신함과, 그분의 따스함을 경험합시다.”
그리고 저건 내가 퍼트린 문구가 맞긴 하다….
묘하게 매트리스 광고 같다고? 착각이다.
어쨌든, 드디어 차장은 환장하려고 하기 시작했다.
“이거 순 미친놈들 아니야!”
“그렇습니다.”
기세를 밀려면 지금이다.
나는 얼굴에 철면피를 쓰고 나서서, ‘무섭지만 할 말은 한다’ 류의 진지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는, 모두 토끼 인형에 미친 사람들이에요…!”
“옳소!”
“대표님께서 우리를 완벽한 토끼 인형으로 이끄신다!”
“…….”
차장은 말문이 막힌 표정이다.
원래 미친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 법이다.
반대로 대표는 점점 더 확신과 용기에 찬 표정으로 말을 해나간다.
원래 사람에겐 이상한 경향성이 있다.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계속 찬성하면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을 더 강력하게 믿게 되지.’
설령 자기 성향이랑 안 맞는 신념이라도 말이다.
“그러니, 열차 내 모든 사람에게 토끼 인형을 공급하게 허가해주십시오!”
“주십시오!”
“열차를 리폼해서, 모두가 같은 공간을 동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주십시오!”
구호에 차장은 ‘이 미친놈들이 대체 뭘 원하는 거야’라는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외치게 되었다.
“나는 말이야, 이 열차의 운행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받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한테 그런 사소한 일을 떠들면 되나! 어? 다들 역무원에게 먼저 물어보고….”
“이미 된다고 하셨습니다.”
“…….”
차장은 기관사실로 도망갔다.
“도망간다!”
“잠깐!”
사람들은 잡으려 들었으나, 차장은 이미 쏙 기관사석에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잠금장치를 땁시다!”
“부술까요?”
잠깐!
나는 문을 부수려 드는 사람들을 말렸다.
“혹시 쉘터가 망가지면 큰일이잖아요,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오래 버티시진 못할 것 같은데….”
“으음…. 그렇긴 하죠.”
“차장님이 나오실 때까지 기다려봅시다.”
상황은 격화되려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일단, 잘 시간이 다가오자 ‘토끼 인형 숭배교’ 사람들은 점점 더 분위기가 느긋해지고 행복해진 게 한몫했기도 했다.
확률적으로 꿈속에서 유원지 광고를 즐길 예정이니까.
“다들 토끼 꿈꾸시길!”
“솜 든 손이 당신과 함께하길.”
‘토끼 인형 숭배교’는 1번 칸에 버티고 앉아, 그 칸과 구경 온 사람들에게 각종 스낵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일단 좋아 보이는 건 사람들을 유혹하기 쉬우니까.
다른 쉘터 주민들도 졸지에 어그로 광고 효과를 정통으로 맞아서 말려들어오고 있다.
“받아주시겠어요?”
“어어… 오, 팝콘.”
어느 정도냐면, 1번 칸으로 다른 칸 사람들이 들락거리는데 누구도 시비를 걸거나 화내는 대신 스낵으로 도파민 잔치 중이다.
7번 칸에 안 왔던 사람들일수록 신 스낵에 눈이 돌아갔다.
‘쪽수랑 분위기가 무섭지.’
그리고 토끼 인형 숭배교 사람들은 교대로 돌아가며 나눠서 잠에 들었다.
“피곤하실 텐데….”
“괜찮습니다. 제가 오늘은 솜 든 몸님을 지키고 있을게요…!”
나는 사람들의 권유를 웃으며 거절하며 계속 불침번처럼 1번 칸에서 분위기를 보고 있었다.
‘예상과 전혀 다르지만 순조롭긴 하다….’
어쨌든 서울로 가고 있다.
자, 이제 이 소요를 틈타서 기관사석에 접근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나는 계속 구호를 적당히 외치고 스낵을 숙련된 전단지 알바의 솜씨로 뿌리며 기회를 구상했다.
“토끼 인형 보장하라! 여기, 과자 받아가세요….”
“예.”
“…….”
“…….”
잠깐만.
“과장님?”
“예.”
나는 고개를 돌렸다.
가면을 쓰고 있는 이자헌 과장이 내가 내민 스낵을 들고 멀뚱히 나를 보고 있었다.
“…….”
“…….”
아니 왜 여기에.
“노루 씨.”
“포도입니다.”
“포도 씨.”
멀뚱한 도마뱀의 눈이 보인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각종 브라운 굿즈를 보던 도마뱀의 시뻘건 눈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토끼 인형을 믿습니까?”
“그, 그런 편이죠…?”
“…….”
“…….”
나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본 후, 목소리를 낮춰서 작게 말했다.
“저희 사이비 아닙니다.”
“그렇군요.”
도마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 작전이라는 내 암시를 알아챈 모양….
“모든 사이비 종교가 그렇게 말합니다.”
“…….”
졸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