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34화
나는 눈을 떴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나는 익숙하게 백화점 로비에서 걸어 나왔다. 5월 4일이 시작되었다!
평온한 날씨, 평온한 하루, 내 손에는 토끼 인형이 있고 내 품에는 은색 동전이 있는데 이게 이미 색이 바래서 거의 까맣게 보인다.
하지만 문제없다. 5월 4일은 좋은 날이다. 나는 행복하다.
수백수천 번 맞이해도 좋은 날이리라.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김솔음 씨!”
“안녕하십니까.”
왠지 거래처 접대 상대가 익숙하다. 매일 접대하기라도 한 것처럼? 하하하. 우리는 이제 저 사람의 딸이 다닌다는 고등학교로 간다.
“우리 애가 여길 다녀.”
“아, 자녀분 학교가 바로 저긴가요?”
아주 좋다! 5월 4일은 좋은 날이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뛰쳐나온 ‘상담 쌤’은 지하철역으로 달려간다.
왠지 상담 쌤은 반갑고 눈에 익다. 원래 알던 사이처럼? 하하하. 하지만 이제는 뒷모습이 더 익숙하다. 너무너무 오래 뒷모습만 본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 사람을 배웅… 아니,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접대 상대를 배웅한다.
상담 교사는 지하철역을 내려간다.
“살펴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든 채로 고개를 든다. 이 좋은 5월 4일에 세광특별시의 인도를 걷는 자들을 본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일상을 찬찬히 살핀다….
손가락이 따끔따끔.
아까부터 정전기처럼 찌릿하지만 견딜만하다.
생각보다 희미하다.
동전에서 튀는 이 통증이 왠지 이보다 아파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만 착각일 것이다.
5월 4일 이전에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으니까!
나는 익숙한 듯이 동전을 꺼내 확인한다….
…….
시커멓다.
햇빛을 반사하기는커녕 시커멓다. 이제 금속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정전기도 제대로 튀지 못할 만큼 때가 탄 더러운 것.
대체 내가 이 더러운 동전을 어디서 났을까?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
“…….”
나는 머뭇거리다가, 동전을 천천히 주머니에 넣었다.
아직은 은색이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으니까. 버릴 필요가 없으니까.
“…….”
집에 가자.
뭔가 더 해야 했던 것이 있던 것 같지만, 불가능하다.
사람이란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깨달을 수 없는 법이다.
은빛 동전의 반짝거림을 좇아 눈을 들어, 햇빛이 반사된 창문을 찾아 고등학교로 향하기 위해선 우선 동전이 반짝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고등학교 창문을 볼 이유가 없다.
나는 집으로 걸었다.
찬 음료가 손을 차갑게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지나쳤….
“전학생.”
…….
“쪽지 좀 주워줘.”
나는 얼어붙었다.
고개를 들었다.
창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고개를 내리자, 담벼락 아래에 익숙한 모양으로 떨어진 하얀 쪽지가 보인다.
나는 그것을 들어서 쪽지를 열어보았다.
그냥 여기 있어
제발
“…….”
나는.
쪽지를 접었다. 작게 접어서, 그리고….
내 주머니에 넣었다.
창문에 아무도 없으니까.
굳이 쪽지를 던져서 창문 너머로 보내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합당한 행동이었다.
집에 돌아왔다.
품에서 토끼 인형을 꺼냈다.
나는 담요와 쿠션으로 토끼 인형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그 위에 올렸다…….
배를 눌러도 소리는 나지 않는다.
“…….”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다.
모든 건 평화로웠고, 별문제 없이 일상이 돌아가고 있는데.
하늘은 파랗고 사람들은 잘살고 있고.
나도 오늘을 잘 보냈다.
이제 씻고,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잠들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상은 정상이다. 더할 나위 없이 정상…….
“…….”
나는 손을 뻗었다.
토끼 인형을 꺼내며, 같이 딸려 온 것이 인형의 등 뒤에 붙어 있었다.
구겨진 쪽지.
페이지를 펼치면 그 속에 적힌 문구가 드러난다.
그냥 여기 있어
제발
나는 협탁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그 속에서 펜을 꺼내, 쪽지의 빈칸에 휘갈겨 쓴다….
싫어
“…….”
나는 쪽지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문을 박차고 집 밖으로 나왔다.
“허억.”
숨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뛴다. 해가 지고 있는 세광특별시의 길가가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버스를 타지 않고, 나는 이상할 정도로 직접 지하철 정거장 서너 간격의 거리를 스스로의 발로 뛰었다.
그리고 다시 도착한다.
세광공업고등학교에.
불 켜진 세광공업고등학교는 고요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학교는 운영 중이었다.
그러나 모든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안에서 따스한 불빛과 교실이 희미하게 보인다.
“…….”
나는, 학교 정문 안으로 발을 디뎠다.
3층. 내게 말을 건 염색모의 학생이 있던 곳으로 가서 쪽지를 돌려줄 것이다.
염색모라는 것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것이다.
나는 학교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며 현관이 가까워져 온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현관문 앞에 발을 디뎌서, 살며시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학생도, 선생도, 경비원도 없다.
얼핏 따스하게 느껴지는 실내등 불빛만이 그곳을 밝히고 있었다. 밝은 실내에 아무도 없는 교내 전경이 섬뜩하고 공허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얼어붙은 채로 현관에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현관문에 공책 종이가 붙어 있다.
낮잠 시간
나는 비틀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밝은 불빛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집에 가자.’
지금 자취방 말고, 본가!
확인해야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했다. 세광특별시를 시작 지점으로 두고, 분당으로 내려가는… 아니, 분당으로 올라가는 교통편을 검색한다.
그렇지! 지하철을 타고 세광역으로 가서, 고속철도를 탄다!
그러면 된다.
그래. 그렇게 가자.
나는 고등학교 인근의 지하철역을 확인했다. 그리고 달려서 지하철역으로 내려갔….
…….
* * *
나는 눈을 떴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나는 익숙하게 백화점 로비에서 걸어 나왔다. 5월 4일이 시작되었….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
백화점 문밖으로 뛰쳐나왔다. 행인들이 오가는 세광특별시의 모습이 보인다.
…익숙하게.
‘잠깐만.’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주머니를 헤집어서 은색 동전과 토끼 인형을 찾아냈다.
동전은 완전히 색이 바래 있었다.
시커멓게 죽은 듯이.
“…….”
잠깐만.
잠깐만….
나는 머릿속에서 찌르듯이 느끼는 예감에 숨을 헐떡였다.
나는, 분명, 분명….
이 동전이 은색이었던 걸 봤지 않나? 그게 그러니까, 언제냐면…….
5월 4일.
…….
‘…어제도, 5월 4일 아니었나?’
아니.
그제도.
그 어제도.
그 어제의 어제도.
그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어제의……
“허윽.”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5월 4일이… 5월 4일이다.
5월 4일, 5월 4일, 그리고 다시 5월 4일!
‘이게 뭐야.’
악몽이지? 악몽이겠지?
그럼 어디까지 악몽인 거지?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제 드디어 꿈에서 깨어나서 현실이 된 건가? 나는….
팔을 쥐어뜯듯이 꼬집었다.
“…!”
날카로운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온다.
‘…꿈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나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달렸다.
세광공업고등학교로.
“허억.”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나는 고등학교 정문을 다급히 들어갔다. 그리고 현관으로 달려가서 문을 잡았….
“거 청년!”
“…!”
고개를 돌렸다.
정문 근처의 작은 경비실에서 경비원이 뛰쳐나왔다.
“출입 허가증 보여주십쇼!”
“…예?”
“허가증! 요새 안전 문제 때문에 외부인이 학교 들어오려면 다 허가받고 들어와야 해요.”
경비원분이 마치 ‘멀쩡한 사람이 왜 이러냐’라는 표정으로 미심쩍게 나를 본다. 나는 식은땀이 흥건한 손을 닦아내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찾는 학생이 있어서요. …그 학생이 떨어트린 게 있어서.”
“그게 뭡니까?”
“…….”
그러니까.
“쪽지.”
“예?”
곧 쪽지를 떨어트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접대 이후… 아니, 하지만 분명 뭔가 있다.
이 고등학교 안을 확인해야 했… 그렇지.
“저, 이 학교 상담 선생님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뭐?”
나를 황당하다는 듯이 보는 눈.
“상담 선생 요새 출근 안 하는데.”
“……예?”
“아니, 휴가라서 자리에 없다니까. 근데 왜 찾는 겁니까?”
…뭐라고?
“하지만… 분명,”
“분명 뭐요.”
경비원의 눈이 점점 수상쩍은 것을 보는 듯 변하고,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확인… 확인 한 번만.’
학교 안을 한 번만 보면 될 것 같은데.
저 안에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만 확인하면, 여기가 현실이구나 안심하고 돌아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계속 학교 건물을 힐끗거렸다….
그러다가 보았다.
창문에서 흘러 떨어지는 종이쪽지를.
“…!”
달려가서 잡았다. 뒤에서 경비원이 당황해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쪽지를 펼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니까, 분명 ‘그냥 여기 있어’라는 문장이…….
그만해
“…….”
나는 창문을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왔다.
경비원에게 쫓겨나듯이 학교를 나왔다. 하마터면 경찰까지 부르는 상황이 될 뻔했던 것 같아서, 더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현실 같기도 했으니까.
아니, 현실이 아니라고 도저히 장담할 수 없으니까…!
‘여긴 대체 뭐지?’
답답하고 섬뜩하고 알 수 없는 평온 속의 불안이 머릿속에서 맥동한다.
나는,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5월 4일이 뭐야?
왜 안 끝나는 거야?
지금은… 끝난 건 맞나?
‘이상한… 이상한 점을 정리해야 해.’
그래.
나는 펜을 들었다. 지근거리는 머리로 정리한다. 이상한 점….
-백화점 / 왜 여기서 깨어났지?
-상담 선생님
-쪽지
-은색 동전
그리고….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는 건, 하나 더 있다.
-토끼 인형
나는 주머니에서 토끼 인형을 꺼냈다.
협탁에 담요로 자리를 만드는 대신 침대에 조심스럽게, 다급히 앉혔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말한다.
“저기. 안녕.”
대답이 없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혹시 알아?”
대답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왜 난 자꾸 물어보고 있는 거지?
“…왜 안 되지?”
토끼 인형에게서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는데 말이다.
“…….”
나는, 토끼 인형을 양손으로 꽉 잡았다.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진다.
그것이 전부였다.
왠지, 속에서 울컥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아냐.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나는 품에서 아까 받아온 쪽지를 꺼냈다.
‘이상한 점’.
“저, 내가 쪽지를 두고 갈 테니까, 읽을 수 있으면 읽어줬으면 좋겠어. …이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나는 쪽지를 인형 앞에 잘 두었다. 고민하다가, 협탁을 뒤져서 펜도 꺼내 그 앞에 뉘었다.
그리고 시선을 떼고 침실에서 아예 나와서 씻었다.
이상한 기대감이 들었다.
왠지 뭔가 달라질 것 같았다. 이상한 점들끼리 뒀으니, 뭔가 기이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침실에 조심스럽게 들어갔을 때.
보았다.
“…….”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침대에 놓인 토끼 인형의 앞에는 내가 두었던 그대로 쪽지와 펜이 있다. 나는 쪽지를 허겁지겁 펼쳤으나….
그만해
그대로였다.
“…….”
무언가 가슴 속에서 치밀어오른다.
나는 펜을 들어 답변을 휘갈겨 썼다.
싫어
쪽지를 세차게 구겨 창문에 던졌다.
팅, 오피스텔의 창문에 맞고 튕겨 나온다.
달려가서 쪽지를 다시 펼쳐보았으나 변화는 없었다.
“…!”
나는 주먹으로 창문을 쳤다.
쾅! 쾅!
몇 번 반복했다.
내 손등뼈에 피멍이 들었으나 결국 창문에도 금이 가다가 이윽고 박살 난다. 터진 유리 조각이 손등에 박힌다.
“…….”
나는 박살 난 창문 틈 사이로 밖이 보였으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평화로운 세광특별시, 5월 4일의 한 때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냐.”
이건 뭔가 이상했다.
아니었다.
일어나야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 상황이 변하지 않지? 왜? 내가 눈치챘으면 뭔가 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래대로 돌아가야….
원래대로라는 게 뭐지?
“…….”
나는 TV 앞에 앉았다.
이대로 기다려보자. 자지 말고, 5월 4일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것이다. 자정까지 기다리면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할 수 있다.
OTT 서비스에서 아무거나 틀어두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온다. 나는 그것을 본다. 보다가, 보다가….
5월 4일이 끝났다.
* * *
나는 눈을 떴다.
상쾌한 아침이었다. 나는 익숙하게 백화점 로비에서 걸어 나왔다. 5월 4일이 시작되….
“제발.”
나는 백화점 벽에 머리를 박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비명이 들리고 가드들이 나를 제지해서 백화점 밖으로 보낸다. 구경하던 누군가가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나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공포가 피어오른다.
그러나 그 공포를 진정시키듯, 일상의 풍경과 컨디션 좋은 내 머리가 나를 평온하게 만든다.
불온한 이 평온함.
“허억.”
나는 내 자취방으로 왔다.
내가 깼던 창문은 멀쩡했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토끼 인형은 주머니 속으로 돌아왔다. 나는 황급히 뒤져서 그것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것만으로도 이상한 안도감이 온다.
하지만 다른 주머니에 들어 있던 은화는….
아니, 이제 그렇게 부를 수 없다.
“…….”
나는 협탁에 동전을 떨어트렸다.
은화는 이제 너무 새카맣게 타서 은색이 보이지 않았다. 전혀.
문양의 형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
뭐지?
내가 뭘 잊고 있는 거지?
알 수가 없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내가 빠져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듯이, 이곳에 있어야 한다는 듯이….
“…….”
그냥, 있을까?
평화롭고 고요한 일상을 즐길 수 있지 않은가.
5월 4일은 아주 완벽한 날이다. 따듯하고, 맑고, 연차를 내서 놀 수 있는 날. 다음날이 어린이날이라 하루 더 쉴 수 있어서 더 기쁜 날. 주말의 다음 날이라 활기찬 날.
나는 침대에 앉았다.
협탁 위를 정리해서 방석과 담요로 토끼 인형의 자리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대로 편안히 앉혀두고, 나도 평온하게 침대에 누워 있을 것이다.
나는 담요를 잡고 접었다. 지난 5월 4일에 그랬듯이, 부드러운 담요….
…….
담요를 다시 펼쳤다.
무언가 보지 못했던 것이 보였다.
이상하게 눈에 띄는 것,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오늘의 디테일, 행동의 부산물, 그러나 지금 와서 눈에 띈 어떤 요소….
담요의 무늬가 하얀 도마뱀이다.
“…….”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기라도 하는 듯이 주변을 보다가, 다시 담요를 보았다.
도마뱀.
보통 담요에 쓰지 않는 캐릭터였다. 흰 바탕에 빨간 눈이라는 이런 특이한 색의 배합이라면 더더욱.
그걸 차치하고도 이상하게 마음에 걸린다.
무언가의 상징인 것처럼.
“…….”
누구의 상징이냐, 하면.
…….
…….
“과장님.”
“노루 씨.”
담요에서 손이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