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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38화


세광특별시의 산길.

류재관은 숨을 몰아쉬며 앞서 달리는 사람을 보았다.

자전거에 탄 사람… 아니, ‘요원’은 놀랍도록 빠르고 명확하게 판단을 내려 그를 이끌고 있었다.

“후욱.”

그들은 지금 아예 산을 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닦인 산의 산책로를 통해 인구가 많은 구역을 피하여 지름길로 주택지를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산책로 & 쉼터]

아슬아슬하게 산악자전거가 필요 없을 만큼 정비된 길이었다.

앞선 요원의 등 뒤에는 상담 교사가 얹어지듯 올라가 있었으며, 류재관은 그리 익숙하지 않은 자전거로 악착같이 뒤를 따라붙고 있었다.

요원은 간간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면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마치 재난 영화 속 같은, 거짓말처럼 오싹하고 위급한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단호했다.

그런데….

“재관 학생, 조심히!”

대체 어떻게 나를 아는 걸까.

자신은 연고가 없는 고아인데.

그런데 왜 자신을 구출하려 할까?

기대인지 공포인지 모를 것이 가슴께에서 술렁거렸다. 죽을지도 모르는 비일상적이고 극단적인 상황의 두려움 사이로 묘한 짜릿함이 올라온다.

청소년의 동경심이었다.

특별한 역할을 맡을 때의 설렘.

그러나 그 감상이 전면으로 나오기엔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삐이이익!

“…!”

“꺾습니다!”

재난 문자 알람이 한 번 더 울리는 순간, 앞 자전거가 휙 틀었다.

류재관은 황급히 그것을 따라갔다.

하지만 자신이 하마터면 자전거 손잡이를 놓고 휴대폰을 잡아 문자를 확인할 뻔했다는 사실에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이 충동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저기서, 후우, 잠깐 쉬어갑시다.”

그들은 쉼터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류재관은 반사적으로 내부를 훑었다.

산길 중간쯤에 있는 쉼터는 오두막이었는데, 그 주변으로 작은 평지가 조성되어 있고 울타리가 처져 있었다.

구석에는 바위 틈새로 나무 조형물 형태의 수도꼭지와 아래에 고인 옹달샘 같은 물이 보였다.

[쉼표 약수터 (세척 행위 금지)]

류재관은 요원을 따라 안장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손으로 끌며, 쉼터 오두막 출입구 근처로 따라갔다….

상담 선생님이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두막 안에 다른 분들이 계시네요.”

…!

“창문에서 저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네요. 보지 마세요.”

류재관은 하마터면 창문을 돌아볼 뻔했다.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전거를, 일행의 체구를, 짐을 훑어보는 음흉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때, 옆에서 숨을 고르는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들어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바로 움직이려면 실내는 안 좋습니다. 잠시만 쉼터 밖에 앉아 있다가 갑시다. 여기 약수터가 있거든요.”

요원의 차분한 목소리에 청소년의 쭈뼛 서던 긴장도 진정되었다.

“괜찮겠습니까, 재관 학생?”

“……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류재관의 상태를 한번 체크한 어른들은 곧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재난이 발생한 지 겨우 한 시간이 지났는데, 벌써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군요….”

“목숨 앞에 장사 없죠.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을 테니, 당연할 일입니다.”

오두막 안에 있는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류재관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자신을 돌아본 요원은 태연해 보였으며, 그저 안심하라는 듯이 옆자리를 탁탁 쳤다.

검은 머리 사이에 눈빛은 담담했다.

마치 이런 일을 수없이 겪어보기라도 한 듯이.

이 요원이라는 사람이 어떤 내적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 모르는 류재관은 그저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아까 울렸던 알람은… 산길이 아니라 아마 산 아래쪽에 있었을 겁니다. 여기선 한동안은 안전하겠죠. 언제 또 이럴 수 있을지 모르니, 지금 수분이든 영양이든 공급하고 갑시다.”

요원은 배낭에서 다 마신 페트병을 꺼내 약수터의 물을 담아 상담 선생님에게 내밀었다.

상담 선생님은 거절했으나, 결국 요원의 강권에 한두 모금 마시고 사탕도 입에 물었다.

그리고 요원은 그에게 물었다.

“역으로 간다고 하셨죠.”

“네.”

“이 재난을 종결시킬 방법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지하철로 정확히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세광역으로 가려고 해요.”

그러자 요원의 담담하던 표정에 동요가 드러났다.

왜일까?

“선생님. 이 재난의 발생지가 세광시청입니다. 바로 세광역 인근이죠.”

아.

“선생님께선 지금 화재 중에 불구덩이에 들어가겠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매뉴얼도, 기본 장비도 없이 신규 발생한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요.”

그리고 요원은 뜸을 들이다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류재관은 그것이 어쩐지 약간 의도적으로 위기감을 조성하기 위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건 보통 재난이 아닙니다. 저는… 이 일이 최소한 파형, 최악의 경우에는….”

“알고 있어요.”

상담 선생님의 약간 초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 더 빨리해야지요.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제게도 나름의 방법이 있답니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은 빈 사탕 껍질을 마치 보여주듯이 불쑥 그들에게 내미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용물이 안 보이도록 꽉 쥐었다가 폈다.

그러자.

반짝.

사탕 껍질 안에서 빨간 작은 구슬 같은 것들이 손바닥으로 쏟아졌다.

“…!!”

“요술 같죠?”

그건 빨갛게 익은 작은 열매였다.

“여우구슬이라는 식물의 열매예요. 재관 학생.”

약간 다정하게 말한 상담 선생님은 작은 열매를 쥔 채, 어쩐지 약간 익살맞게 웃었다.

“이걸 먹으면 한동안은 괜찮을 겁니다. 재난 문자에 홀리지 않을 거예요. …완전히 안전하다고 장담은 못 하니,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야 하겠지만요.”

그 말을 하는 상담 선생님의 눈이 자신의 흐늘흐늘 녹아 잘라낸 오른손의 빈 곳을 보는 듯 살짝 흐려졌으나, 곧 다시 웃으며 열매를 내밀었다.

“어서요.”

류재관은 요원의 눈치를 보다가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열매를 잡아들었다.

아까 경비원이 변한 괴물에게 손을 집어넣을 때, 그리고 그 손을 자를 때 생각했지만.

상담 선생님은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

잠시만,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본래 상담 선생님이 계셨던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무언가 희미하게 위화감이 올라왔으나, 어리고 역동적인 정신은 곧 그것을 지웠다.

상담 선생님의 다음 말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니 두 분은 이걸 드시고, 안전한 곳으로 가세요.”

“…….”

“저를 역까지 데려다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인걸요. 요원님께서는… 구조를 원하는 사람을 구조하셔야죠.”

요원이 입을 다물었다.

류재관은 그 얼굴을 살폈다.

무언가 치열한 고민과 갈등이 그 얼굴에 스쳐 지나간다고 느낀 찰나.

“감사합니다.”

태연한 목소리가 들렸다.

“재관 학생.”

“…예?”

“이분을 역에만 데려다 드리고, 우리는 이대로 계속 산길을 따라서 가면 하천이 나올 겁니다. 그쪽은 인적이 드물어서 비교적 안전할 거고.”

요원이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길을 통해서 이 도시를 빠져나가면 됩니다. 나도 재관 학생이 재난에서 무사히 나갈 때까지 같이 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

그 순간 류재관은 깨달았다.

지금 이 요원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 포기했다.

“…그럼 요원님께서도 저와 같이 여기서 나가시는 겁니까?”

“일단 계획은 그렇습니다.”

류재관이 입을 열었다.

“거짓말, 아니십니까.”

“……!”

“절 탈출시켜 주시고, 여기로 다시 돌아오실 것처럼 보입니다…. 구출할 다른 분들이 계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저도 동행하고 싶습니다.”

“뭐라고요?”

류재관이 꿋꿋하게 말했다.

“저 혼자만 바깥에 내보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큰 시간 낭비가 아닙니까.”

“…!!”

그게 요원의 마음에 걸리는 일인 것이 분명했다.

요원의 안색이 변하자 류재관은 도리어 다행스러워졌다.

공포보다 의지가 앞선다.

“한시가 급박한 상황이니, 다른 구조할 분들을 찾을 때까지 절 따로 챙겨주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몸도 튼튼하고, 시키시는 일도 군말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요원의 얼굴이 굳었다가 한숨을 뱉는다. 그것에 고등학생의 심장이 덜컹했으나, 요원은 어쩐지 ‘그럴 줄 알았다’라는 눈으로 자신을 봤다.

…어떻게?

“우선….”

요원이 입을 뗀 순간.

“거기!”

…!

낯선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오두막의 반 틈만 열린 문 사이로 눈 한 쌍이 나타났다.

오싹함에 류재관이 벌떡 일어난 순간.

“안 들어올 거요?”

그리고 문이 더 열리더니, 평범한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 상황이 보통인 아닌 것 같은데, 일단 들어와요! 조금이라도 안전한 게 낫지.”

아.

‘도와주시려던 거였구나.’

고등학생이 순간 안심했으나.

두 어른이 고등학생을 뒤로 밀며 묘한 경계 태세를 취한다.

‘…!’

“괜찮습니다. 이제 다시 가보려고요.”

“간다고? 저기 시청에 테러났다든데, 어디 대피소 가게요?”

그리고 힐끗 보는 것이다.

“그거 타면 빠르긴 할 텐데, 그래도 뭘 좀 먹고 타는 게 낫지 않겠어? 컵라면이라도 하나 들고 가지. 안에 좀 있는데.”

하지만 위하는 척하는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보는 눈에는 탐욕이 있었다.

그래서 류재관도 깨달았다.

자전거를 노리는 거구나.

도로가 막혔을 때 그만한 이동 수단이 없으니까.

그가 퍼뜩 든 경각심에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을 때였다.

“요원님….”

“요원?”

오두막 안의 중년의 눈이 요원의 재킷을 훑더니, 그것이 유니폼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안색이 변한다.

“어어, 거기 공무원입니까?”

아차.

“경찰? 군인인가?”

오두막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류재관은 이를 악물었으나, 요원은 웃으며 말했다.

“음. 비슷하긴 한데… 저희 공무 중 아닙니다. 소속 지원 같은 것도 없고요.”

그리고 류재관의 등을 두드렸다.

“그냥 제 동생이랑 다니는 중입니다.”

…!

“대피소로 갈 건 아니고, 도시에서 빠져가려고요.”

“거기 잠깐만.”

“상황이 썩 좋지 않으니, 여러분도 사람들이 없는 방향으로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저도요.”

슬금슬금 두 어른이 뒤로 물러나더니, 자전거 위로 올라탄다.

“재관아!”

류재관은 지체 없이 자전거를 잡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야!”

뒤를 힐끗 보니, 오두막에서 등산스틱과 와이어 줄 같은 것을 들고 사람들이 문을 뛰쳐나오고 있었다.

오싹해져서 더 페달을 밟았다.

곧 따라오던 사람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재관 학생, 열매!”

“아…!”

류재관은 황급히 손아귀에서 거의 뭉개질 뻔한 열매를 입에 털어 넣으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어쩐지, 약간 공포와 역겨움 속에서도 희미한 유쾌함을 느꼈다.

소속감이었다.

* * *

와씨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나는 혀를 내두르며 얼른 발을 더 세차게 움직였다.

‘그 사람들 누가 봐도 포박하고 자전거 뺏을 기세였지.’

[오후에 B급 스릴러 영화 시나리오가 한 편 상영될 뻔했군요. 제목은 ‘오두막 살인사건’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뻔하고 저열한 게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하하하….

후우.

머리 뒤에서 상담 교사의 말이 들렸다.

“융통성 있는 요원분이시네요. 제가 아는 몇몇 요원분들은 아까 그분들도 어떻게든 구출하려 설득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앗.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인정하는 것도 가끔 필요하더라고요. 저는 제 손이 닿는 범주에서 구출할 수 있는 사람을 구출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실망하셨습니까?”

“아니요.”

상담 교사는 약간 기특하다는 눈빛이다.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잘 찾아내신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

대체 어떤 일이 있어야 이 사람이 재난관리국 선별에 개 같이 버튼이 눌리게 만들 수 있던 걸까….

‘미치겠네.’

이대로 지하철역으로 데려다주는 게 정말 맞을까 싶다.

씁쓸함 수준이 아니라 거의 절망감까지 찾아왔다. 나는 한숨을 참으며 다시 페달을 밟았다.

뒤에 매달린 상담 선생님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웠고, 자전거는 휙휙 속력을 내며 지하철역으로 접근한다.

주이역

그 역명은 내가 경험했던 변이한 지하철 역사의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방송국.’

역 근처에 거대한 지방방송국 건물이 보인다.

오후역 (혈액 방송국)

세광특별시 지방방송국과 연결되어 있던 지하철역.

이 역사에는 방송국과 연계하여 대합실에 가설무대가 설치되어 있어 시민 합창단이나 오케스트라가 공연하기도 했다.

나는 그때 읽었던 위키의 내용을 선명히 떠올릴 수 있었다.

‘여기가 세광역이랑 거의 정반대 위치의 역이지.’

다행히 거리가 떨어진 만큼 아직 재난 발생지만큼의 소란이 벌어지진 않은 상태였다. 시청에서 큰길을 따라 도보로 이동하는 그 ‘개체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할 위치였던 것이다.

‘자전거로 산 타서 숏컷으로 오길 잘했어.’

하지만 인근은 이미 사람들이 다 대피한 듯 황량했다.

애초에 길가에는 거의 행인이 없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움직이는 몇몇뿐.

“…….”

그리고 나는 꿋꿋한 얼굴로 ‘절대 나 혼자 나가지 않으리’ 얼굴을 하고 있는 류재관을 보다가, 한숨을 참았다.

이쪽도 미치겠네.

‘일단 지하철역 안까지 상담 교사를 배웅하면서 생각하자.’

사실 지하철 안이라면 최소한 바깥에서 터진 재난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었으니, 세광역도 비교적 온전한 상태일 확률이 높았다.

‘도리어 내가 방문했을 때보다 안전할지도 모르지.’

이 도시를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느냐도 문제니까, 정보를 좀 더 확인하고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을 눌렀다.

‘후우.’

나는 우선 일단 지하철역 입구 앞에서 멈춰서 자전거를 수거했다.

“주십시오.”

바로 문신에 자전거 두 대를 넣어버린 거지.

“…!!”

“쉿.”

고등학생 청동 요원님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이 두 배로 커진 상태였다.

나는 주변을 확인한 후, 지하철 3번 출구를 통해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출구는 다행히 아직 봉쇄되지 않은 상태였다.

“…….”

다시 지하철로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들어간 지하철은….

“어떡해??”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요….”

“아아아아악!”

나는 거리에서 없어진 사람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린 다 죽었어! 이거 바이러스 테러래!”

“구급대원 전원 사망? 이거 진짜야?”

“이거 방금 동영상…. 저거 봐봐, 진짜야? 이거 진짜 시청에서 이러고 있는 거야?”

대피소격인 지하철역으로 몰려온 시민들이 대합실에 바글바글했다.

거기에 다른 역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의 패닉성 증언으로 아수라장이었다.

생화학 테러로 이미 우리는 다 감염됐다, 전쟁이 났으며 곧 핵이 발사될 것이다, 등등…. 온갖 루머로 패닉은 더 거세진다.

한구석에서는 누군가 죽도록 싸우고 주변에서 말리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맨발로 돌아다니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젠장.’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태였다.

우리는 황급히 대합실에서 사람들을 피해 승강장으로 내려가려 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 외선 순환선을 탈 생각….”

하지만 외선 순환선 방향의 승강장은 이미 막혀 있었다.

…내가 지하철역들을 탐사했을 때처럼 말이다.

[호오, 당일부터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군요!]

“운행 안 합니다! 돌아가세요!”

역무원들이 막아선 채로 인파를 통제하고 있다. 젠장!

우리는 황급히 반대편 승강장으로 다시 뛰어갔다.

“어차피 순환선이니까, 반대편을 타도 괜찮아요. 조금 번거로워지겠지만….”

“…….”

나는 무언가 깨달았다.

사실 내선 순환을 타는 편이, 아주 살짝이지만 세광역에는 더 빨리 도착한다.

세광역까지 역 개수가 적으니까.

그런데 굳이 반대편 방향으로 타려는 건….

나는 선로 너머 통행이 통제된 승강장의 기계실에 시선을 주었다.

“혹시, 가시려는 곳이… 반대쪽 승강장에 있는 시설입니까?”

“……!”

유쾌연구소 시설.

순간,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상담 교사의 눈에서 오싹하고 기이한 기색이 나타난다.

관찰하는 시선.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

“거기에… 어떤 시설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순간.

열차가 진입합니다.

“…!”

승강장에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크린도어 너머로 열차가 바람을 일으키며 훅, 진입해 멈춰 선다.

그리고….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

열차 안에 가득 차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마치 밀려나듯 밖으로 쏟아진다. 안 내리려고 발악하지만 문 근처에 있어서 밀려 넘어지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아아아악!”

“살려줘!”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몇 사람은 상처투성이가 되며 엎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부여잡고 우는 사람부터, 간신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이틈에서 열차를 타야 한다고?’

“선생님!”

다행히 상담 교사는 이상한 기색이 싹 사라진 채 인파를 뚫고 지하철로 접근하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를 따라갈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차라리… 이 역의 유쾌연구소를 확인해?’

지금 대체 어떤 모습일까.

반대편 선로를 보다가, 류재관을 돌아보다가….

문이 열린 짧은 순간 치열하고 빠르게 고민하던 그 순간.

“끄으읍….”

…나는 열차에서 내리는 또 다른 사람 무리를 보았다.

그 사이에, 아는 얼굴이 있다.

냉철하고 창백한, 선이 곧은 얼굴.

은하제 대리님이었다.

“…!!”

나는 반사적으로 발을 멈췄다.

“요원님…!”

내가 알던 것보다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상태인 은하제 대리님은 누군가의 등에 의식을 잃은 채로 열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기자님!”

“어떡해…….”

동료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은 피와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허어어엉….”

의식을 잃은 게 아니었다.

죽은 것이다.

은하제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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