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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39화


나는 숨을 멈춘 채 그 광경을 보았다.

은하제 대리님의 일행들이 CPR를 시도하는 광경을.

“기, 기자님….”

흔들리는 대리님의 시체를.

결국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시체를 들고 흐느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대합실로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을….

“요원님.”

“…….”

“구조…해야 하는 분인 겁니까?”

나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가 보겠습니다!”

열차에 탑승하려던 고등학생 류재관이 몸을 돌리더니, 열차에서 멀어지며 대합실로 가기 시작했다.

잠깐….

스크린도어가 닫힙니다….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열차문이 닫히고 있었다.

나는 창 너머로, 나를 보며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호유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열차가 출발한다.

우우우웅-

“…….”

떠났다.

나는 숨을 몰아쉬다가, 벌써 계단을 뛰어올라가기 시작한 류재관을 따라서 움직였다.

계단에 앉아서 흐느끼거나 중얼거리는 피난민들을 피해 위로 올라가자, 시체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인영들이 보인다.

류재관이 대놓고 쫓아왔는데도 쫓겼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패닉에 빠진 모습.

“저기.”

나는 직접 말을 걸었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나를 돌아본다.

“예??”

경계와 놀라움이 섞인 눈들을 보며 나는 말을 골랐다.

호칭이….

-기자님!

“혹시 안고 계신 분이… 은하제 기자님이십니까?”

“…!”

일행들의 눈물범벅인 얼굴색이 변한다.

“우리 기자님 지인이세요?”

“네. 그리고 최근까지 같이 일을 했었는데….”

나는 말을 흐렸다.

고등학생 류재관이 내 옆에 서있다가, ‘은하제 기자’의 상태를 보며 작고 짧게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눈치챘구나.’

시체라는 것을 말이다.

나도 특별히 꾸며낼 필요도 없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은하제 대리님을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된 겁니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그러자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일행들에게서 증언이 터지듯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저희는, 저희… 시청에 가고 있었어요.”

“…!”

“그래! 시, 시청에서 테러 일어났다고, 취재하러 바로 갔는데… 가는 길에 코앞에서 갑자기 차선이 멈추더라고요.”

앞차들이 모두 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도로에 멈춰 섰다고 한다.

클락션 소리와 내려서 무슨 일인지 묻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 느낌이 안 좋긴 했죠! 테러라고 하잖아요. 아니, 그냥 문자 오발송이겠지 싶은 마음으로 가고 있긴 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진짜 같아서.”

“…….”

“…은 기자님이 카메라 줌 당겨서 시청쪽 한 번만 찍고, 안 나오면 유턴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카메라 찍으면서 차에서 나왔는데… 차에서 나왔는데….”

“…사람들이 행진하던가요?”

“…!! 맞아요! 보셨어요?!”

“X발, 진짜 무슨 좀비처럼….”

일행들이 창백한 얼굴로 손을 떨며 악쓰듯 말한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을 돌리다가, 일행의 허리춤에 매달린 카메라 가방을 보았다.

“영상을 찍으셨다고 하셨는데, 혹시 남아있을까요? …유가족분들 만나면 말씀드려야할 것 같아서요.”

“아, 아… 네!”

카메라를 켠 한 사람이 영상을 보여준다.

흔들리는 화면이 보인다.

-야, 일단 뛰어!

…은하제 대리님의 목소리.

그리고 멀어지면서 잡히는 도로 화면.

여기저기서 울리는 재난 문자 소리와,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의 실루엣.

-왜 저래??

-지금 재난문자 보고… 어? 어어어?

“재난 문자 울리는데, 그거… 그거 본 사람들이 막 행진에 합류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귀신에 홀린 것처럼….”

-…애들아. 스마트폰 다 꺼놓자.

느낌이 이상하다고, 은 기자님이 저희 다 폰 끄라고….”

“그래서 다 꺼놨습니까?”

“네. 카메라만 이렇게 반대로 들고 도망치면서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찍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흐흑….”

기자 일행의 눈이 일그러지더니 다시 눈물이 줄줄 흐른다.

“차, 차 탄 채로 도망치려던 사람이… 갑자기 인도로 확 꺾어서.”

“…!!”

나는 화면을 보았다.

-어? 어어어!?

-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

-가!

굉음.

뒤흔들린 카메라 화면과, 차에 부딪혀 꺾여 바닥에 처박히는 누군가의 몸이 지나간다.

“은 기자님이 저희 밀치셨거든요. 그러다 차, 차에 치이셨는데.”

“…….”

“피가 너무 났고….”

나는 다시 은하제 대리님을 보았다.

지혈하려고 한 건지 청난방으로 허리를 묶어뒀으나, 복부의 출혈은 보기 힘들만큼 처참한 꼴이었다.

아마 내장이 다 뭉개지면서 쇼크사한 것 같았다.

‘…대리님.’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진정하려 노력했다.

“저… 은 기자님과 친하셨나 봐요….”

“…….”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서, 상황을 잊고 싶은 듯이 무의식중에 자신이 찍은 영상을 돌려 보는 일행과 그것을 보고 있는 고등학생 류재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저건….”

“네? 뭐가… 어라?”

의아한 목소리가 들린다.

“시청에 뭐가 있는데?”

…!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카메라로 다시 돌렸다.

“뭐? 봐봐.”

“아니, 여기… 건물에 이거 뭐냐고.”

흔들리는 동영상 일시 정지 화면은 급박한 사고 현장을 대변하듯이 실루엣이 뭉개져 있었으나, 분명히 보였다.

카메라가 마구잡이로 움직이며 걸린 화면 왼쪽 상단 구석의 세광시청.

“…풍선?”

시청 건물의 맨 윗부분 창문 옆이 둥그렇게 부풀 듯 변해있었다.

희게 뜬 둥그런 형체.

무지갯빛 같은 오묘한 색체가 번질거리듯 감돈다.

“고스트 먹은 것 같은데?”

“아니, 색은 그렇다 쳐도 이게 뭔… 설마 여기에 그 생화학 테러 물질이 들어있는 걸까요? 풍선형으로?”

설득력 있는 추리가 이어진다.

그러나 나는 그게 풍선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고치.’

혹은.

‘…알.’

그것은 건물을 둥지로 삼아서 무언가 자라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체 뭐가 자라는 거지?’

나는 어쩐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그것을 보았….

“요원님.”

덥석, 어깨를 잡는 손에 고개를 돌리자, 시퍼렇게 질린 류재관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음음음음음음음….”

영상을 보는 모두가 작게 허밍을 하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망할.’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나는 얼른 카메라를 닦아내듯이 움직이며 화면을 가렸다.

허밍 소리가 사라졌다.

“…아.”

“아, 아뇨. 별말씀을요.”

그리고 기자 일행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적당히 답변을 한다.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더 무서운 것은 뭔지 아는가?

고등학생 류재관이 내 어깨를 잡았을 때, 나도 허밍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담 교사가 준 열매도 먹었는데.’

그래도 영향을 받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상담 교사는… 종결 시도까지도 못 갈 것 같은데.’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고, 나는 은하제 대리님의 시체를 선택했다.

식은땀으로 목욕할 것 같다.

“…그래서 기자님이 이렇게… 되신 거군요.”

“예…….”

나는 일행들이 시체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서, 침을 삼키며 얼른 카메라 화면에 손을 대 영상을 삭제해 버렸다.

나중에 확인하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욕할 수 있는 상태인 게 어디겠는가.

“저, 혹시 기자님 가족분들이 어디 사시는지 아세요? 시신을….”

“…….”

일행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여러분만 괜찮으시다면, 제가 기자님 시신을 수습해서 가족분들께 보내겠습니다.”

“…!!”

“왜….”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낯선 은하제 대리님의 시신을 내려다보면서.

“제가 기자님 가족이 어디 계신지 아니까요. 여러분은 이미 다치신 것 같아서…. 스스로의 안전을 챙기세요.”

“아….”

일행의 표정이 변한다.

영상까지 남에게 보여주고, 실컷 울고 남에게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고 나니 이성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시체를 들고 다니긴 엄청나게 어렵고, 그렇다고 차마 이대로 버려두고 가겠다 결심하기도 힘든 상황.

그런데 대신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그들이 내 옷차림을 새삼스럽게 힐끗거리는 게 보였다.

사회부 기자인 은하제 대리와 같이 일했던 사람이라면, 아마 그 계통 직군일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지 표정에 약간 안도가 스쳤다.

“가,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결국 일행들은 몇 번 꾸벅꾸벅 인사하더니, 카메라를 챙겨 결국 자기들끼리 발을 옮겼다.

방송국은 안 되겠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은하제 대리님의 시체는 이곳에 남았다.

“…….”

“…….”

나는 고등학생 류재관을 보았다.

“…죄송합니다.”

“예?”

“제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열차를 포기하고 뛰어와서 요원님의 계획을 방해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리고 애초에… 절 구조하시느라 시간이 지체되어서, 이렇게 된,”

“아니.”

나는 류재관의 머리를 잡았다.

“절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맙시다. 알았죠?”

“…….”

간신히 농담처럼 덧붙였다.

“그럼 못 구한 제 탓도 되잖습니까.”

“그…!”

“아니라고 생각하죠? 나도 재관 학생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재난 상황에서 노력하는 개개인을 탓하지 맙시다.”

“……예.”

류재관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표정이 좀 나아졌다.

그러나 죽은 사람을 보는 고등학생의 안색은 다시 창백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통곡하고 싶다.

‘…진짜 돌아가신 거면 어쩌지?’

대체 어떤 원리로 어떻게 상황이 돌아가는지 모르니까 불안해진다.

만약에….

……만약에, 정말 돌아가신 거라면.

‘…이렇게 끝이라고?’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요란한 대합실 안에서, 나와 류재관은 얼어붙은 채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살릴 방법.’

문신에 넣어서 다녀봤자 시체는 시체다.

차라리 나도 지금 죽으면, 혹시 또 세광특별시 재난의 날 5월 4일 아침에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하지만, 만일 내가 이물질이라서 이번에만 등장하고 다음번 5월 4일에서는 사라진다면?

혹은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면?

‘…그러면 망하는 거다.’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다른 방법이 없나?

나는 은하제 대리님의 시체를 계속 보았다. 가슴팍 부근에 출입증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

방송국 출입증.

‘…방송국.’

혈액방송국….

황혼역.

망상홈쇼핑.

그리고 그 홈쇼핑의 자리에 들어온….

‘…플라워 골든 리조트 팝업.’

…….

……!

‘브라운.’

나는 침을 삼켰다.

‘내가 겪었던 세광특별시의 지하철역 괴담들과 이곳은… 같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까?’

[흠. 누군가는 송아지와 샤토브리앙도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지요. 모든 건 환경과 조건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섬뜩한 비유였으나, 그 모호함은 알았다.

결국 보는 사람 기준이라는 거지.

그리고 이런 판단 기준은 괴담에서 중요한 규칙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도는 해볼 만하다.

“재관 학생.”

나는 은하제 대리님의 시신을 류재관과 함께 구석으로 옮겼다.

그리고 손을 쓰기 시작했다.

“뭘… 하시는 겁니까?”

“…응급처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단호한 손과 달리 머리는 복잡하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닐까?

그래도 진짜 죽느니 이게 맞지 않을까? 어차피 정말로 하루가 반복된다면….

머릿속에서 계속 질문과 공포가 맴돌았으나, 손은 계속 간절히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죽은 은하제 기자가 눈을 떴다.

“…!!”

“후우….”

마치 깊은 잠에 빠졌다가 일어난 것처럼 몸을 일으키는 그 모습을 고등학생 류재관이 멍하니 보고 있다.

살아난 듯 움직이는 은하제 기자의 모습을.

그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쪽은 대체 뉘신지?”

더없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나는 등 뒤에 감춰둔 ‘플라워 골든 리조트 고용계약서’를, 다시 문신 속에 쑤셔 넣었다.

성공했다.

* * *

“그러니까, 내가 지금 부활했다 이겁니까? 사흘도 아니고 세 시간도 아니고 30분 만에?”

“…그냥 가사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신 겁니다.”

“그럼 왜 이렇게 안 아프지?”

“아드레날린 때문입니다.”

“뭐, 과학적인 설명이긴 한데.”

은하제 대리, 아니, ‘기자’는 담배 당긴다는 표정으로 나와 류재관을 번갈아 보며 인상을 쓴다.

그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사람다웠다.

그래서 류재관은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은하제 대리님을 번갈아 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적은, 엉성한 계약서를 떠올리고 있었다….

일용직 계약서

그래.

나는 내가 가진 은하제 대리님의 ‘망상홈쇼핑 일용직 계약서’에, 문구를 추가했다.

바로 유쾌 테마파크 직원으로서의 근무를.

해당 직원은 플라워 골든 리조트 소속으로 이관됩니다.

직전에, 나는 팝업스토어에서 일하던 ‘허운 씨’들의 모습을 생각했다.

특히 죽은 장허운 씨를.

‘…세광특별시 지하철역 안으로 불러내니, 갑자기 제정신을 차렸었지.’

마치 리조트 직원의 인격만 남아있던 그 오염된 괴담 속 모습이 없던 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역이 바로 그 팝업스토어가 있는 황혼역이야.’

내가 임대한 ‘유쾌 테마파크’ 공간이 있는 장소.

혹시 그래서 이번에도 가능할까 싶어서, ‘내 고용인’으로 은하제 대리님을 일으키는 것을 시도했는데….

정말로 가능했다.

만일 제대로 통하지 않고 ‘리조트 직원’으로서의 인격만 되살아났다면, 바로 문구를 지울 예정이었다.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이걸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원인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리는 게 맞나?

여기선 죽게 놔둬야 나중에라도 살릴 수 있던 것, 아닐까?

알 수가 없다.

‘아냐.’

일단 살아있는 게 중요한 거다.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중요한 거고!

나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불안과 초조함을 우선 삼키며, 최대한 평정심 있는 모습으로 은하제 대리님의 과한 움직임부터 만류했다.

“너무 격하게 몸을 일으키시면 안 됩니다. 상처에 큰일이 날 수 있어요.”

“상처? 음….”

자기 복부를 내려다본 은하제 대리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출혈량이 무시무시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서 시선을 돌리도록 만들기 위해 말을 바꿨다.

“응급처치를 해서 출혈도 잡았고, 생명의 위험도 없을 거예요. 그래도 일단 상황이 급하니 이동합시다. 당신은 이 도시를 벗어나야….”

“음?”

은하제 대리가 웃음을 터트린다.

“아니, 내가 뭘 믿고 따라가지?”

“…!”

“그리고 우리 애들은 다 어디로 도망가고 웬 멀대랑 애 둘이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는지 궁금한데 말이야.”

하지만 뭐라 변명할 틈도 없이 다음 예리한 질문이 턱 밑으로 온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사이던가?”

“…기자님께선 아마 저와 안면이 없으실 겁니다.”

“그럼 일방적으로 그쪽만 나랑 안면이 있나보구만. 얼굴 보니 누가 봐도 아는 사람 보는 표정이거든.”

“…!”

“하하, 맞구만. 뭐, 그래서 쓰러진 사람 들여다봐 주고 있었나….”

그리고 턱을 괸다.

“그래서, 내가 왜 모르는 사람과 동행해야 하지?”

“…….”

“뭐, 그쪽이 악의가 없다는 건 표정만 봐도 알겠다만… 지금 테러 상황에, 차까지 치였는데.”

그리고 손을 내젓는다.

“수상쩍은 사람이랑은 원래 동행하는 거 아니야. 뭐, 잘 가쇼.”

나는 깨달았다.

‘…쉽게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요원이라고 말해도 코웃음칠 것 같다.

지금의 은하제 ‘기자’는 묘하게 내가 알던 대리님보다 더 날카로움을 숨기지 않았고, 자신감과 자기 확신으로 번뜩였다.

나는 소란스럽고 처절한 대합실에서도 날카롭게 빛나는 두 눈을 보았다.

그렇다면.

“…제가 이 난장판에서 기자님을 탈출시켜 드린다면?”

“글쎄.”

“그럼 특종감을 드린다면 어떻습니까?”

상대의 눈빛이 변한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한다는 듯이.

“어떤 특종감이지?”

“테러와 관련된 겁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기자님. 저는 지금부터, 테러의 원인과 정체를 밝혀내러 갈 겁니다.”

은하제 기자의 눈이 빛나더니, 손을 내밀었다.

“딜.”

“…….”

“동종업계였나 보구만. 잘 부탁해.”

나는 악수했다.

‘…안 믿는 것 같은데.’

순전히 관찰자의 시선이다.

그래도 일단 동행 허락을 얻었으니 다행인가.

그때, 옆에서 류재관이 속삭였다.

“저, 요원님. 그럼 지하철을 타고 세광역으로 가는 겁니까?”

하지만 은하제 기자가 끼어들었다.

“세광역으로 간다고? 아직 지하철이 운행해?”

음.

“한 방향으로만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데. 보통 테러 같은 게 나면 열차는 모조리 무정차 통과하거나 운행을 중단한다고. 관제에서 연락 없었다냐?”

“저쪽 승강장에 역무원분들이 계셨긴 한데.”

“흠. 그럼 완전 손 놓은 상태는 아닌 건데.”

고개를 기웃거리던 은하제 기자는 어쨌든 씩 웃으며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어쨌든 이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건 뭐가 있긴 있다는 거구만. 타러 가지.”

“…!”

“세광역 간다며. 아니야?”

나는 짧게 갈등했다.

…이 일에 시간을 꽤 지체해서, 이젠 지하철 바깥으로 이동하는 것도 안전한 편이라 장담 못 하는 상황이긴 했다.

계산을 다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단 이 지하철 내부에서 이동하다가, 인파가 지나갈 때를 노려서 나가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하철은 비교적 안전하니까.

그리고 세광역에 방문해 정보를 수집한다면, 그 방면에서 은하제 대리님만 한 능력치의 사람도 드물 것이다.

“…좋습니다. 세광역으로 함께 이동하겠습니다.”

“오케이.”

나는 시원하게 말하는 내 전직 상사의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든든했다.

그렇게 우리는 한발 늦게 지하철을 타고, 세광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상담 교사의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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