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42화
솔직히 확신할 수 없었다.
과연 이자헌 과장이 이 재난의 날에 나처럼 시민 중 하나로 말려들었을까.
문신 속에 넣어둔 두 사람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조우했지만, 이자헌 과장은… 분명 나보다 먼저 죽었으니까.
살더미에서 나를 끌어낸, 이자헌 과장의 남은 상반신이 뚝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던 광경을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 떠올릴 때마다 불확실한 초조함이 밀려와서 애써 ‘분명 있을 거다’라고 가정하려 기를 썼다.
그리고 정말로 있긴 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
나는 시체 사이에 서 있는, 하얀 가운을 입은 장신의 남성을 보았다.
이제 보니 체격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이자헌이 왜 유쾌 연구원이냐고.
‘그리고 왜 얼굴이 없냐고…!’
순간 충격에 머리가 얼어붙었으나,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기계실에 숨겨진 유쾌연구소로 출입할 방법.
저 사람을 설득해야 했다.
“유쾌연구소의 직원이십니까?”
“예.”
이자헌 과장… 아니, 이자헌 연구원의 시선이 나에게 왔다. 그러고보니 눈이 있는 것 같?아니없어아무것도없
‘하….’
나는 시선을 목젖 부근으로 내렸다.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을 정돈했다.
그리고 가까스로 진중하게 말했다.
“일행이 이 안으로 들어가서요. 지금 난리통 때문에 뭘 수습할 생각인 것 같던데요.”
이자헌 과장이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이건 결국 유쾌연구소로 진입하는 비밀통로 앞에서 관계자와 조우한 상태였다.
여기서 문제없이 기계실에 진입하려면….
‘도박을 걸어야 한다.’
나는 문신 속에서 꺼냈다.
신분증
성명 : ■허운
세광교통공사
역무실에서 찾아냈던, 허운의 신분증을.
나는 피가 말라붙은 성 부분을 교묘하게 엄지로 가리며, 적당한 거리에서 그것을 보여주었다.
“본인의 출입증이라고 주고 갔는데, 여기서 들어가면 되는 게 맞습니까? 허운 연구원에게 급하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요.”
바로 관계자 지인 사칭이다.
그리고 추궁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말을 몰아치듯 바꿨다. 선로 건너편과 주변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면서 말이다.
“그런데 연구소로 가는 길이 이렇게 오픈된 장소에 있어도 됩니까?”
“예.”
“…여기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뜻입니까?”
“예.”
“초자연적 원리를 이용하시나 보군요. 어떤 원리인지 궁금합니다.”
“그렇군요.”
이자헌 연구원이 다가온다. 나는 한 손으로 신분증을 완전히 가려서 이상할 정도로 낡았다는 것을 감추며 살짝 뒤로 물러났다.
문 앞에 선 연구원이 말한다.
“이 문은 일종의 어둠으로, 문의 기능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누군가 문과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랬나.
“그렇군요. 그래서 이렇게 대놓고 카드키를 줬나 봅니다.”
이자헌 연구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선수를 쳤다.
“그럼 이 카드를 여기 대면 됩니까?”
그리고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카드키를 기계실 패널에 댔다.
삐리릭.
짧은 소리와 함께 개방된다.
시원한 쾌감 같은 소름이 손끝에서부터 머리까지 타고 오른다.
나는 즉각 기계실 문을 잡으려 했으나.
텁.
이자헌 연구원이 먼저 그 손잡이를 잡았다.
“잠시 물러나십시오.”
“…….”
그게 끝이었다.
내가 누군지, 대체 허운 연구원과 어떤 관계인지 묻지 않는다.
‘수상쩍게 여기거나, 정말 관계자라고 생각하거나….’
하다못해 ‘유쾌연구소 연구원’이 재난관리국 요원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라도 읽고 싶었는데.
티가 안 난다.
본래 본인 성정이 그렇긴 했지만, 얼굴이 없으니 표정을 읽을 수 없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게는 얼굴이 보이는 것 같은데.’
나는 류재관 학생과 은하제 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한 사람은 그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긴장과 몰입 속에서 연구원을 살피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눈을 번쩍이고 있다.
슬슬 잘생김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후우.
그 사이, 이자헌 연구원이 문을 개방한다.
훅.
관리된 사무실의 공기가, 문을 타고 빠져나와 코에 닿는다.
기이하게도 약간 달콤했다.
“따라오십시오.”
“…….”
나는 기계실 안으로 들어가는 이자헌 연구원을 따라 그 안으로 발을 디디려 했다.
“두 분은 여기….”
그러다 멈췄다.
절대 안 남아 있겠다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시체와 피난민 틈에 두 사람을 두고 가느니 내가 챙기고 다니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차라리 여차하면 문신에 집어넣자.
“……조용히 갑시다. 연구원에게 폐가 되면 안 되니까요.”
“예.”
“그럼그럼.”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둘을 두고, 조심스럽게 다시 복도를 보았다.
그리고 말문이 막혔다.
백일몽 본사 지하에서 봤던 바로 그 사무실 복도 구조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다 타버린 복도가 아니라 생생한 사무실 복도.
그런데 별천지였다.
꺄하하하하하…
복도마다 장난감과 장식으로 가득했다.
색색의 폭죽이 벽의 황금액자에서 터져 나오고, 웃음소리가 들렸다.
알록달록한 컨페티는 바닥에 닿자마자 녹아내려 사라지고, 그 위를 정교한 태엽 인형들과 작은 장난감 기차가 달린다.
휘이이익!
장난감 기차에서는 증기 대신 연분홍빛, 연파랑빛 은하수 같은 것이 팡팡 튀어나와 허공으로 사라졌다.
“아.”
이게 본래의 모습이구나.
빨갛고 파란 벨벳커튼이 이곳저곳에 걸려 펄럭이고, 바닥에도 카펫으로 깔려 있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순간 생각이 멈출 정도였다.
그리고….
복도 한가운데 벽에는 윤이 반질반질 나는 황동빛 명패가 걸려 있었다.
유쾌연구소!
온 세상 어린이를 위해
안전한 즐거움을 연구합니다.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여기가 바로 유쾌연구소의 핵심층이라는 것을.
“…….”
나는 명패 아래를 보았다.
그 아래로 양각으로 새겨진 동물 인형들의 형상이 보였다.
‘토끼, 여우, …용?’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으나, 이자헌 연구원의 발걸음은 계속 거침없이 나아갔다.
미로처럼 복잡한 복도로.
결국 시선을 돌려서 이자헌 연구원을 계속 쫓아갔다.
“아…!”
고등학생 류재관이 폭죽을 피해 몸을 숙이다가, 자신을 향해 오는 병정 태엽인형을 피해 조심스럽게 따라왔다.
은하제 기자는 걸음마다 눈썹을 치켜들고는 어디선가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갈겨쓰고 있었다.
그렇게 말 그대로 ‘유쾌한’ 광경이 이어지고, 기분까지 이상하게 좋아질 지경이 될 때쯤.
즐거운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날카로운 말소리가 들렸다.
어른들이 성내는 목소리다.
혼란, 분노, 거칠거칠한 감정.
“…!”
이자헌 연구원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얼핏 맞은편 끝에서 고풍스러운 엘리베이터를 보았으나, 그 위에 ‘화재발생! 사용불가!’라고 휘갈겨 적은 A4 용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자헌 연구원이 방향을 꺾는다.
그 연구원을 따라 더 복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말소리는 더 커지고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두 사람의 목소리다.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은….
-없다고요?
아는 목소리였다.
황망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 목소리는, 분명….
‘호유원.’
달칵.
마침내 한 사무실에서 발걸음을 멈춘 이자헌 연구원이 문을 잡아당겼다.
1004호
명패가 달린 문이 활짝 열리며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꿈 배양기였다.
용액 없이 텅 비어 있는 그 기계 앞에, 두 인영이 서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
그러다 문이 열리자 흠칫 놀라며 이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그중 안색이 창백해진 상담 교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허운 연구원.”
…!
“당신을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예? 연구소 인원이 전부 대피하는 상황에 그게 무슨 말씀….”
상담 교사 앞에 서 있던, 고동색 긴 머리를 꽁지로 묶은 연구원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벼락 맞은 듯이 상대를 보았다.
그동안 흔적으로만 접했던, 이미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사람.
“저희가… 아는 사이입니까, 요원님?”
유쾌연구소의 연구원.
살아 있는 이허운이 내 눈앞에 있었다.
‘맙소사.’
재난의 날에 살아 있는 연구원을 만나게 될 거란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되니 손이 떨릴 정도였다.
실마리가 눈앞에 있다.
“처음 뵙는 분인데, 어떻게 연구소에 들어오신 겁니까. 대체….”
그 사람은 내 뒤에 선 은하제 기자의 몸 부근에 묻은 혈흔을 보자 안색이 시퍼렇게 질린다.
그 모든 말투와 체격, 행동이….
[맙소사, 내 친구의 리조트 직원과 도플갱어 같군요!]
…장허운과 무서울 정도로 비슷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으나, 나는 담담히 상대를 보았다.
상대의 표정에는 의아함과 경계심이 있었지만, 어안이 벙벙해 보이지 의외로 반감은 보이지 않는다.
단번에 내 옷차림을 알아본 듯 요원이라고 지칭하면서도 말이다.
‘…상담 교사 덕분인가?’
애초에 협력 영물과 독대하고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충격을 주기 쉽겠군.
나는 유리손포를 꺼내 들어 상대에게 겨눴다.
이허운의 표정이 변했다.
“그…!”
“연구원님.”
“…예?”
“저는 한 관계자에게, 이 대규모 초자연 재난의 원인이 유쾌연구소라는 제보를 받고 왔습니다.”
이허운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대체 누가, 아니, 아닙니다, 저희는….”
“관계가 없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몰아붙여서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나는 용액이 없이 텅 빈 꿈 배양기를 눈짓하며 말했다.
“당신들이 연구하던 어린이용 낙원 시럽, 그것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게 아닙니까?”
“……!”
“바깥에서 천문학적인 단위의 시민이 죽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하십시오. 이 재난 사태의 원인이 유쾌연구소가 맞습니까?”
“아닙니다!”
토하듯이 대답이 뱉어진다.
“저희가 연구하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군가 손을 썼어요!”
“그렇다면 뭘 연구하셨습니까.”
“그건….”
나는 말을 흐리는 연구원을 보고,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괴담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법?”
“…!”
연구원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나를 보더니….
“…어린이용 낙원 시럽에 대해서 아신다면, 그것도 아시겠군요.”
무언가 체념하듯 어깨를 늘어트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서, 사무실에 걸린 액자를 보았다.
동물 봉제 인형의 사진이 있었다.
사슴 인형의 뒤로, 이상한 실루엣의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착한 친구
“이 세상은 너무 위험합니다. 괴담, 어둠, 초자연 재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괴현상은 현대에 들어서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검은 그림자를 이허운 연구원이 손으로 더듬는다.
그 눈이 선량하게 빛난다.
“위험한 곳, 현실이 아닌 곳이 투영되고 있죠.”
“…….”
“이 연구소는, 그 괴현상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즐겁게 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
‘그래.’
장난감.
보드게임.
아동용 가게.
유쾌 연구소가 만든 수많은 발명품과 제품들은 모조리 아동용 유희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만드는 시럽까지도.
“아동용은 어른용보다 더 안전하고 무해합니다. 괴담은 관념과 규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희는 모든 걸 아동용으로 받아들이려 애썼습니다….”
마치 이용연령층을 대상으로 컨텐츠를 검열하듯이 말이다.
‘어린이용 셰익스피어’, ‘어린이용 삼국지’처럼.
‘유쾌연구소는 괴담을 검열하려고 시도해 온 거야.’
머릿속에 모든 게 맞물리며 짜릿한 전율이 살짝 퍼진다.
그리고 이허운의 시선이 내 가슴팍을 향한다.
“…요원님의 그 인형처럼 말이죠.”
“……!”
“착한 친구가 맞죠? …형태가 좀 다르네요. 다른 부서에서 만든 개량품인가 봅니다.”
[이런, 이 솜 든 몸은 내 친구가 직접 리조트에서 생산한 한정품입니다. 말하자면 진귀한 수제작이지요! …오, 친구!]
나는 브라운을 반사적으로 쓰다듬으며 앞주머니 속으로 살짝 눌렀다.
그 모습을 다소 따스한 눈으로 보던 이허운 연구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을 텐데요. 당신들은….”
나는 꿈 배양기 기계를 쳐다보았다.
“꿈결 용액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이허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희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어린이용 물건을 제작하려고 해도, 본질적인 위험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괴담은 괴담이니까요.”
“…그래서, 아예 괴현상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맞습니다.”
이허운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하지만 불가능했습니다. 신비를 사라지게 하는 것에 신비한 힘을 이용할 수는 없죠. 마치 왼손으로 왼손을 잘라낼 수 없듯이 말입니다.”
“…….”
“그래서 새로운 발상을 했죠. ‘만약에… 아예 괴담이 없는 세상을 새롭게 만들면 어떨까?’”
말이 더 빨라진다.
“세계 창조. 어마어마하지만 어린이용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상상친구를 만들 듯이 자기만의 작은 세상을 상상하는 건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것도 난관에 봉착합니다….”
“…실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했겠군요.”
“맞습니다.”
가슴이 불길하게 뛴다.
“저희는 어떤 영물의 제안에 따라, 한 회사와 협력해서 괴현상의 동력을 추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비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상상력과 미지의 힘이었습니다. 그걸….”
이허운이 꿈 배양기에 손을 올렸다.
상상하듯이 약간 몽롱한 목소리가 들린다.
“꿈결 용액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
나는 배양기의 이모티콘 버튼들을 보았다.
“몇 가지 시행착오 끝에 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시럽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용 낙원 시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계에는 어린이용 낙원 시럽 버튼의 자리가 없었다.
하단의 중앙은 그저 매끄럽게 마감되어 있었고, 천사링을 한 이모티콘이 저 윗줄의 다른 이모티콘 사이에 섞여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저 멋진 백일몽을 꾸게 해주는 물약이었죠.”
이허운 연구원이 애정이 묻어나도록 살짝 그 버튼을 만진다.
“하지만 어느 연구원의 제안으로 그 물약을 바탕으로 삼아 ‘괴담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낼 물약을 한 번 더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지하철의 다 타버린 유쾌연구소에서 봤던 쪽지를 기억해 냈다.
이번 초대 연구에
어린이용 낙원 시럽 사용
-> 내 의견!
…잠깐만.
“그렇다면 왜 이름이 ‘초대 연구’입니까?”
“예?”
“왜 그게 누군가를 초대하는 방식이었냐는 겁니다.”
내 질문에 이허운이 뭔가 변명하려는 것처럼 주저했으나, 결국 다 포기한 듯이 말한다.
“…한 세상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제 조건으로 넣는 것이죠.”
“전제 조건이라면.”
“이런 겁니다. 저희가 신데렐라를 초대한다면, 요정 대모와 마법의 유리구두가 있는 어떤 세계가 있다는 것이죠.”
잠깐.
“저희가 못된 회색 늑대를 초대한다면, 빨강 망토의 할머니가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어떤 세상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만일.”
잠깐만….
“‘괴담이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을 초대한다면.”
“…….”
“괴담이 없는 곳도 존재할 겁니다.”
나는 얼어붙었다.
“저희는 지금까지 그걸 연구했고…. 오늘, 초대를 시도했습니다.”
깨달았다.
이들이 초대한 건 나다.
세광특별시의 초자연 재난은, 괴담이 없는 세상의 김솔음을 초대하는 의식에서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