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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5화


창귀에게 홀려서 갇힌 폐가.

누구 계세요…?

폐가의 현관 밖에서 또다시 누군가가 사람을 불렀다.

이번에는 낮은 남성의 목소리였다.

“아, 안 돼…! 대, 대체 누구….”

과장이 입을 틀어막고 절규했다.

문 좀 열어주세요….

“…….”

“주, 죽은 사람, 누구지? 누가 왔지? 허어어… 도, 도망갑시다! 도망가요!”

여기 너무 추운데요.

흠.

“이, 이번엔 절대 대답하지 않… 어어억??”

나는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으어허헉?!”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와, 죽는 줄 알았네…. 고마워요…….”

호리호리한 체격에 옅은 머리색, 낡은 군청색 유니폼을 입은 멀쩡한 인간.

“…!?”

“이병진 과장님, 인사하십시오.”

나는 깍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 3팀 반장님이십니다.”

“……??? …?!”

그렇다.

나랑 같이 괴담에 빨려 들어온 경비 3팀 반장되시겠다.

‘얼굴 터지시겄네.’

이병진 과장은 시뻘게진 얼굴로 나와 경비반장을 번갈아 가며 삿대질하다가 자기 혼자 놀라서 손가락을 꺾고는 괴상한 신음을 냈다.

“왜… 어, 어떻게…?!”

왜긴 왜겠는가.

‘본인이 말해줬잖아요….’

-그렇게 매일매일, 죽었던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목소리로 한 번씩 찾아오는 겁니다…!

하룻밤에 한 번만 온다며.

참고로 비슷한 말이 <어둠탐사기록>에도 대놓고 기록되어 있다.

폐가에 끌려갈 시 매일 밤 창귀가 문 앞으로 찾아와 죽은 친인의 목소리로 간청하여, 희생양을 정신적 고통과 혼란에 시달리게 만든다.

‘‘매일’이라는 건 주기가 하루라는 거지.’

하지만 ‘댁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마법의 기록이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뭐.

“감입니다.”

“…….”

과장이 어쩐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아무튼 맞았으니 그러려니 하십쇼.

나는 그동안 경비반장이 폐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 후, 곧장 문을 닫고 손잡이를 단속했다.

밖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하네.

“고마워요…….”

“아닙니다.”

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창귀한테 안 끌려가고 무사히 이 집 문까지 두드린 건지 참 경악스러웠으나….

‘뭐… 경비팀이니까.’

오히려 놀라운 점은 경비반장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분은?”

반장이 해맑게 대답했다.

“보세요, 제가 실종자를 찾아왔어요!”

“……실종자는 이분이십니다만.”

“아. 헷갈렸다….”

“…….”

성별부터 다른데요….

나는 경비반장이 바닥에 휙 내려놓은 상대를 확인했다.

낯선 사람이었다.

매우 꼬질꼬질한 상태였는데, 거기다 사람이 있든 말든 폐가에 주저앉아서 통곡을 시작했다.

“허어어엉,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계속 저러더라구요. 오, 여기가 낫다……. 저 무슨 무당집 같은 곳에서 정신 차렸는데요…. 춥고 어둡고 축축해서 별로예요 거기.”

“아아악!”

“…….”

‘개판이네.’

나는 그냥 소박하게 제정신 박힌 동료가 필요했을 뿐인데…….

‘그립습니다, D조 상사님들….’

그래도 울부짖는 사람을 좀 살펴보았다. 꼬질꼬질해진 하얀 가운 차림이었는데, 가슴팍에 명찰이 붙어 있다.

[고선하]

‘어?’

나는 당장 작은 명함을 꺼내 들었다.

‘활로’라고 적힌 낡은 서책 사이에 끼어 있던 그것 말이다.

고선하

주강대학교 사학과

뒷면에 ‘내일 나간다’라고 적혀 있었지.

“혹시 이 명함의 당사자시라면, 서책의 내용을 시험해 보신 겁니까?”

“으흡….”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근데, 다 소용없어요.”

“어어? 잠깐! 소, 소용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

“말 그대로라고요.”

여성이 음울한 얼굴로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여기서 나가서 백 걸음쯤 가면 그 서책에 적혀 있는 대로 사당이 하나 있는데… 아마 그 서책에서 말하는 ‘신당’이 거기 맞을 거예요.”

“…….”

“그리고 이건, 거기 있는 목판을 베껴 쓴 거죠.”

여성이 지친 얼굴로 나를 힐끗 보았다.

“보아하니, 그쪽도 저 서책을 제대로 읽은 모양이네요. …혹시 한국 사학 연구하시나요? 이거 몇백 년 전 양식으로 쓰인 건데….”

아뇨. 그냥 괴물 친구가 있습니다….

“아, 아무튼!! 그럼 그, 그 목판에 쓰인 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울고불고 다 안 된다, 같은 소리만 하고 있….”

“안 되니까!!”

“…!”

“아저씨, 내가 바보도 아니고 목판에 적힌 대로 해보려고 했어요. 뭐 무슨 매실 석 점을 구해다가 잔에 으깨서 밖에 뿌리라는 둥, 다 했다고요! 다 했는데….”

“…….”

고선하는 허공을 보며 숨을 고르더니, 자신이 꺼낸 종이의 뒷장을 들이대듯 보여주었다.

“그거 읽어보세요.”

브라운이 눈치껏 읽어주기 시작했다.

-‘산군께 올릴 가락을 준비하라. 세간에 알려진 것일수록 그 효과가 좋다. 노랫말은 적어 향단에 넣고, 목청껏 부르며 한 걸음마다 박수하고 서른 걸음마다 절하라.’

“산군께 올릴 가락….”

“그래! 그거요!”

고선하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물었다.

“산군은 호랑이죠! 그럼 뭐가 바로 생각나세요? 호랑이와 관련된 가락, 호랑이 찬양하는 거, 뭐 동요든 민요든 간에요.”

“그, 그게…….”

이병진 과장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산-중, 호걸이라 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예, 그거! 저도 그걸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하려고 했는데….”

고선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쓴 가락은, 못 쓴대요.”

“…!”

“향단 밑이 이미 썼던 가사지로 가득 차 있었어요! 산중호걸도 그중에 당연히 있고……!”

맙소사.

“‘산군은 변덕스럽고 가락을 즐기시니, 전과 같은 것은 받지 않으신다’, 아니, 민담에서 호랑이가 담배도 피우고 춤도 춘다고 한다지만 이딴… 이딴!!”

고선하는 불을 뿜을 듯이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다가, 우리를 돌아보더니 절박한 표정으로 물었다.

“호랑이 동요, 민요, 연주곡… 산중호걸 그거 외에 뭐 떠오르는 거 없으세요? 뭐라도, 뭐라도 좋으니까….”

없다.

“없죠, 없겠죠!”

고선하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무슨 국악 전공자도 아니고, 검색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아, 아….”

“…….”

아니.

이게 중복이 안 되는 건 나도 몰랐다.

<어둠탐사기록>에도 서너 번 정도 창귀에 홀려서 도착한 공간에서 의식을 진행한 기록이 있고, 그때마다 쓴 노래가 다르기는 했다.

무슨 국악 놀이부터 연주곡까지….

‘그냥 집단지성 위키라서 재미를 위해 다른 곡들을 적어둔 건 줄 알았는데.’

이런 디테일이 감춰져 있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그 위키에 적혀 있던 곡들을 쓰려고 해도, 그 제목만 적혀 있을 뿐 가사도 음률도 알 수 없다.

‘망할.’

폐가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

후우.

나는 신당의 목판에서 베껴왔다는 종이의 한자들을 브라운의 도움을 받아서 전문 정독했다.

그리고 물었다.

“고선하 씨.”

“…네.”

“여쭤보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뭔데요.”

“며칠 전부터 여기 계셨던 겁니까?”

“……열흘이요.”

고선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근데 이삼일 있으니까, 웬 정신 나간 아저씨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서… 다락에 숨었어요.”

‘정신 나간 아저씨’가 좀 억울한 표정으로 고선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며칠 뒤엔…… 애들 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오늘 보름이 됐을 때, 이 아저씨가 졸고 있을 때 몰래 밖으로 나간 거죠.”

“그리고 신당으로 가서 의식을 치러보려고 하신 거군요.”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예?”

“의식에는 희생물이 하나 필요하다고 아예 적혀 있는데, 왜 혼자 가셨습니까?”

“……저 혼자 희생해서 애들 살리려고 했다는, 그런 말은 안 할게요.”

고선하가 주먹이 허옇게 변하도록 꽉 손아귀를 쥐었다.

“일단 어떻게 하는 건지 살펴보고… 결정하려고 했죠. 그런데, 예. 하다가 상황을 파악해 버린 거죠. 전에 진행했던 사람들 기록도 보고.”

“…….”

“오늘이 보름이에요. 오늘이 끝나면 다 끝이라고요! 다시 보름이 오기까지 15일은 못 버텨요. 분명… 분명, 귀신이 문을 열고,”

“예. 의식을 해가 뜨기 전에 진행해야 한다는 거군요.”

문고리에 겨우 하나 남아 있던 부적을 떠올리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근데 못한다니까요!”

“아뇨.”

나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

“의식 말입니다.”

일단은 떠올렸다.

괜찮아 보이는 대안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아니, 어, 뭐, 뭐가 된다고 해도, 준비물도 다 밖에서 찾아서 또 준비해야 하는데… 제가 찾은 건 다 이미 썼다고요!”

나는 의식을 베껴 쓴 종이에 적힌 것을 다시 보았다.

재료 : 매실 3알, 소금, 복숭아 나뭇가지를 태운 재, 우물물 한 됫박

이걸 전부 밖에서 구해야 한다는 거지….

창귀가 돌아다니는 이 야밤에 말이다.

근데 여길 혼자서 안전하게 돌아다닐 방법이….

‘하필 있네.’

나한테만.

-지금 조명을 꺼드리면 되겠습니까, 노루 씨?

“…….”

와.

진짜 나 혼자 나가야 됨?

나는 무심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쫄보의 심장이 제발 다 같이 똘똘 뭉쳐서 가자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뇌는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 멱살을 잡았다.

으아아아 미치겠네!

결국 이성이 이기긴 했다.

“여러분은 기다리고 계십시오.”

사실 같이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혹시라도 자진해서 같이 가주실 생각 있으신 분 계시면…… 계시잖아?

놀랍게도 고선하가 한 손을 들었다.

“…제가 해봤으니까요. 어디 있는지 위치라도 안내할,”

“어허! 바, 방해하지 말고 앉아, 학생.”

그러나 이병진 과장이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고선하를 뜯어말렸다.

“우리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되는 분이라고! 어? 보통 사람이 아니라니까!”

“…….”

아니 그건 좀.

“방해하지 말고 위치만 표시해서 드려. 얼른!”

“어….”

고선하는 떨떠름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더니, 곧 어딘지 납득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의식이 적힌 종이의 공란에 자신이 준비물을 습득한 위치를 표기하더니 내밀었다.

“아! 그리고… 물을 조심하세요.”

“…….”

“창귀라는 건, 호환(虎患) 당해 죽어 범에게 종살이하는 귀신이기도 하지만. …예전엔, 물귀신을 의미하는 거기도 했거든요….”

고선하가 창백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강가, 물소리, 계곡, 뭐든 물에 징조가 보이면 피하세요. 보지도 말고, 그냥 걸으세요.”

“예.”

진짜 무섭다 X발…….

어쨌든 사건은 다가왔고, 나는 문 앞에 섰다.

경비반장이 한마디 했다.

“오…… 혼자 나가게요?”

“예.”

눈물 나지만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을 부탁드립니다.”

경비반이 사람 지켜주는 부서는 아니지만 민간인보단 훨씬 낫겠지. 특히 괴담 속 괴물이 상대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경비반장은 나를 빤히 보기만 했다.

“저기요.”

“예.”

“되게 우리 회사 직원 같지 않네…….”

“…?!”

“신기하다…. 알았어요. 앉아 있지 뭐…. 장비도 없고…….”

그리고 문 근처에 널브러졌다.

“…….”

아무튼 정리된 거 맞지?

‘…가자.’

나는 소리 없이 심호흡한 후,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끼이이익.

스산한 경첩 소리와 함께 밖에 보였다.

안개가 자욱한 어둠 속.

죽도록 고요했다.

“…….”

끼익, 쿵.

등 뒤로 문이 닫혔다.

분명 보름이라고 했는데 안개가 자욱해서 달빛 하나 비추지 않았다.

희끄무레한 것이 언뜻언뜻 보이는 깊은 어둠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나무와 풀숲의 그림자.

가까스로 발을 디뎠다.

터벅, 터벅.

친구, 지금부터 당신의 조명을 끄겠습니다. 카메라의 사각으로, 스테이지의 뒤로, 사라지는 겁니다….

발걸음마다 짙은 그림자 같은 어둡게 내 위를 눌렀다.

‘또 겪어도 기묘한 감각이다….’

나는 이제 희미하고 어두워져서, 조용히 안개 낀 숲속에 녹아내렸다.

-휴. 여기선 좀 가뿐하게 되는군요!

물론 무서움은 여전했다. 심장마비로 뒤질 것 같다.

[폐가에서 왼쪽 위로 쭉 걸으면 아주 커다란 나무 보임. 금줄 걸려 있음.]

그래도 머릿속에선 고선하 씨가 그려준 엉성한 약도와 화살표, 글귀가 떠올라 발걸음 방향을 잡아 줬다.

앞뒤 분간이 안 갈 지경인데 대체 무슨 수로 의식 준비물을 챙긴 건지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왼쪽 위.’

그렇게 한 시간 같은 몇 분이 지났을까.

-아, 노루 씨. 저기 뭔가가 보입니다.

브라운의 말대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안개가 자욱하게 걸린 거대한 나무였다.

훅.

가지가 흔들릴 때마다 어딘가 달큰한 냄새가 났다.

…복숭아다.

‘열매가 없는데 왜 냄새가 나는 거지.’

분명 달콤한 데도 어딘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나무에는 금줄이 걸려 있었는데, 굵게 자란 두 나뭇가지 사이에도 늘어지게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작은 밭이 보인다.

-호오, 농지입니까? 산속에 있는 작은 텃밭이라니 미감이 썩 괜찮군요. 그래도 제 취향은 아닙니다!

브라운이 제법 발랄하게 말했지만 내 정신은 그다지 발랄하지 못했다.

아까 읽은 서책에서 이 동네를 ‘산군의 묏자리’라고 불렀던가.

심지어 의식에 쓸 재료들이 있는 자리들?

‘무조건 초자연적인 구역인 거지.’

나는 극도로 조심하며 천천히 그쪽으로 접근해, 근방을 돌며 재료들을 채집했다.

‘매실… 찾았고.’

[커다란 나무를 오른쪽에 둔 채로 왼쪽 방향을 보면 작은 나무들 보임. 매실나무.]

매실나무 아래에 떨어진 열매를 줍고, 거대한 복숭아나무 근처에선 바싹 마른 나뭇가지도 주웠다.

참고로 절대 열매를 직접 따거나 가지를 꺾지 않았다.

‘무슨 일을 당하려고.’

한밤중 산속에 혼자 서 있는 것도 무서울 텐데, 심지어 귀신한테 홀려서 갇힌 산속에 혼자 서 있다고 상상해 봐라.

근데 미션까지 해야 한다?

저절로 안전 제일주의자가 될 것이다.

‘…좋아.’

마지막으로 낡은 돌탑 위에 액막이용처럼 뿌려진 소금을 종이에 모아 담았다.

…솔직히 이 전에 우물 긷다가 안에서 두레박 부딪히는 소릴 듣고 비명 지를 뻔했다만.

‘그래도 다 모았어.’

주변은 여전히 고요했다.

나는 아주 가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복숭아나무로 돌아가서, 역으로 가면 폐가가 나오겠지….’

정확히 이동하기 위해 역순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것이 눈에 띄었다.

복숭아나무의 금줄 끝에는 깨끗한 비단 끝이 묶여 있던 것이다.

‘어?’

거기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자격 없는 것아

돌아가라

와.

‘절대 건드리지도 말아야지.’

나는 안전거리 1m를 유지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긴장한 것처럼 보입니다, 노루 씨.

‘아. 이 줄을 넘어가려면 자격이 필요한 것 같아서.’

-흐음.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한테 홀려서 온 사람에게 자격이 있을 리가 없….’

-그리고 당신에겐 자격이 있군요!

‘…….’

뭐?

-손목을 보시겠습니까?

나는 손을 들어서 안쪽을 보았다.

테마파크의 입장 띠가 걸려 있던 자리.

: Socius :

회원권이 불타고 남은 자리에 있던 문신이, 오묘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

‘소키우스…라는 단어였던가.’

동료, 회원, 친족 같은 뜻을 가진 라틴어.

-호오, 예상보다 통용되는 범위가 넒은 표식이었다니!

-테마파크 마스코트 주제에 발이 넓은 건지 다른 파트 타임 직업이라도 가진 건진 모르겠습니다만.

“…….”

-그럼 친구, 회원권을 써볼 겁니까?

나는 금줄 바로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흔들린 금줄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내 팔을 통과했다.

“…!”

-역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출입이 허락된 농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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