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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53화


자정이 넘었고,

재난의 날 도래까지는 겨우 이틀 남은 시점.

나와 최 요원은 은신처 안에서 여전히 잠든 청동 요원의 옆에 앉아, 각자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며칠 전, 내가 깨어났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상황.

침묵이 흐른다.

-봉쇄는 당일 저녁, 술시(戌時) 경에 풀릴 테니… 그 전에 손을 쓰고 싶다면 그날 아침이 한계야.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대로는 안 된다.

나는 숨을 내쉬면서 보던 것을 내려놓았다.

“요원님.”

“…….”

“뭘 숨기시는 겁니까.”

“뭐가?”

“말씀 안 하시는 게 있는 거 압니다. …저희가 이런 상태로 시간을 보내선 안 됩니다.”

나는 상대를 보았다.

“멸형급 초자연 재난입니다. 알고 있는 걸 다 공유하고, 함께 작전을 짜서 들어가도 시도가 성공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에요.”

“…….”

“게다가 제가 시도하려는 종결 방법 역시 확실히 증명된 게 아니니, 분명 빈틈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재난에 진입하는 사람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그래. 잘 알고 있네.”

최 요원이 읽고 있던 것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여상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포도야.”

“…….”

“네가 시도하려는 방법은 엉터리야.”

…….

“예?”

“엉터리라고.”

턱.

최 요원이 연구원들의 ‘물약 제조기 수리일지’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다 외웠어. 네가 빼돌려둔 연구원들한테 이야기도 들었고.”

“그게….”

“그런데 어떻게 봐도 이 제조기에 특별시 초자연 재난을 종결시킬 능력이 있다는 추리가 안 나오는데.”

“…….”

“너도 알고 있었지? 네 계획은 빈틈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도박수야.”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강헌이 남긴 쪽지를 그렇게 믿어?”

“…….”

“그건 초자연 현상에서 네가 알아낸 힌트가 아니라, 그냥 누가 남긴 쪽지야. 그런데 그걸 믿는다고?”

“정황상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지.”

최 요원의 눈이 가라앉은 채 나를 응시한다.

“이건 걸어보는 게 아니라, 실험해 보는 거지.”

“…!”

“혹시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한번 나 혼자 목숨걸고 해보겠다, 이거 아닌가?”

“요원님도….”

나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을 구출하시면서, 작은 단서에 의존해 탈출법을 시도해 보신 적,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있지. 그런데 죽을 자리에 제 발로 들어가는 행동은 다르지! 그런 짓은 안 한다고.”

“…….”

아니, 너는 한다.

내가 룩키 마트를 클리어하면서 흐름이 달라지지만 않았어도, 넌 4층으로 올라가서 실종되는 요원이었다.

이걸 말할 수 없기에 목 끝까지 치밀어오른다.

그리고 말이다.

“전 죽을 자리에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그래? 그럼 묻자. 그놈의 오르골 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이 미친다면서, 그건 어떻게 방지할 생각이었어? 며칠간 아이템 구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말씀드렸잖습니까. 이상하게도 저는 그 정신 오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

“…….”

“요원님.”

깨달았다.

“애초부터 안 믿었던 거였군요.”

-그러니까, 지금 봉쇄가 풀리기 바로 직전에 재난이 종결되면… 시민들이 살아 있는 채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건 호응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내가 하려는 시도에 협조할 마음이 처음부터 없던 것이다.

내가 한 말을 안 믿은 거다.

“종결을 시도해 보자는 건… 절 안심시키려는 거짓말이었고.”

“거짓말은 아니야.”

최 요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방법을 써보려는 거지.”

“무슨 방법 말입니까? 애초에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저한테도 말씀을 해주셨어야 하는 것 아닙…….”

아.

“저와 같이 움직이실 생각이 없었군요.”

“…….”

“생각해 보니 쉽겠습니다. 특별시에 진입한다고 말한 뒤, 저는 진입이 아니라 그냥 재워 버리면 그만이니까.”

“포도야.”

“그걸 노리고 지금까지 그냥 순순히 저 원하는 대로 하라는 식으로 하셨군요.”

“…….”

“다른 방법이요? 제가 아니라 당신이 시도하면 뭐 다릅니까?”

“다르지.”

최 요원이 피로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얼굴을 문지르며 내 앞에 섰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려 한다.

“…솔음아. 최소한 함정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방법을 시도하진 않을 거야. 최대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를 거라고.”

“함정은 이미 파훼했습니다.”

“다음이 있다면? 애초에 그 쪽지 자체가 함정이면 어쩌려고? 네가 생각하는 걸 남들은 생각 못 할 것 같아?”

“그래봤자 더 나빠질 게 없다고 분명 이야기도 나눴잖습니까!”

“그래! 함정이라도 나빠질 게 없겠지! 하는 사람이 죽거나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되는 걸 빼면!”

“그만!!”

나와 최 요원이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은신처로 들어오던 해금 요원이 우리를 보며 굳은 얼굴로 외쳤다.

“이틀 후면 이 나라가 끝장날지도 모르는데, 너희끼리 싸워? 시간이 그렇게 남아도나?”

“…나라가 끝나진 않을 겁니다. 재난관리국에서 봉쇄를 다시 진행할 테니까요.”

나는 나도 모르게 토하듯 말했다.

“하지만 세광특별시는 지금처럼 시민들이 매일매일 반복해서 죽는 괴담에 갇히겠죠. 그건….”

“포도 요원.”

해금 요원이 나를 들여다본다.

그 눈에 보이는 것은… 걱정 어린 차분함이었다.

“그 초조함은 어디서 온 거냐?”

“…….”

“만일 영은이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는 납득했을 거다. 하지만 너는 그 도시에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을 텐데.”

“…….”

“혹시 그 감정은… 특별시의 영물이었다던, 여우상담실의 그 이사에게서 온 거냐?”

나는 갈등했다.

“…영향을 받은 걸지도 모르지만,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계속 적당히 말하며 입을 다물고 있기가 어렵고 초조하다.

…차라리 더 솔직하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으니, 이번엔 다 털어놓으면 뭔가 변할지도 모른다….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토해내듯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어둠, 아니, 재난을 종결시키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왜지?”

“…….”

하.

“꿈결 용액이 필요합니다.”

나는 양손을 꽉 쥐며 시선을 내렸다.

어쩌면, 이번에는….

“백일몽에서 소원권을 만드는 용액 말입니다. 제가… 정말로, 이번에는… 그걸 제대로 사용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

“회사에서 주는, 그런 위험한 소원권이 아닙니다. 그것의 원본이에요. 유쾌연구소는, 그러니까 그 기관이 원래 개발한 건데… 단체의 목적을 고려해 보면, 정말로 소원을 들어줄 거니까,”

“……포도 요원.”

“정말입니다. 백일몽에서 생산하는 소원권은 왜곡된 버전이었고, 이번에는 진짜일 겁니다.”

그리고 해금 요원은….

내 등을 두드렸다.

마치 제정신 아닌 사람을 진정시키듯이.

…….

“못 믿으시는군요.”

가라앉는다.

“예…. 그럴 것 같아서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하지만,”

“김솔음.”

최 요원이 내 앞에 앉았다.

그리고 간곡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들렸다.

“집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

진정하자.

“너도 경험해 봤잖아. 이전으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믿지 마. 응? 그렇지만….”

이건, 이 사람이 내 사정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내가 정말로 이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 집이 있다고는, 합리적인 사람이면 믿을 수 없으니까, 당연하다. 그리고 뭐라고 계속 말을 하긴 하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지.’

‘과거에 매여 있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지.’

그런 류의 조언이고 격려를 위한 충격 요법인 걸 알고 있, 있긴 한데….

…….

네가 뭘 안다고.

“…!”

나는 하마터면 최 요원의 멱살을 움켜쥘 뻔한 손을 내렸다.

하지만 발언은 이미 흘러나왔다.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요!”

“뭐?”

“이 상황 자체가, 여기가 저한테는 괴담이고 초자연 재난이라고요! 난….”

“…….”

“…….”

“그게, 무슨 뜻이야?”

아.

나는 뒤로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포도, 김솔음…!”

뒷걸음질 치다가 은신처를 나섰다. 그리고 달려 내려가며 문을 찾았다.

“김솔음!”

나는 간신히 문이라고 볼 법한, 버려진 컨테이너 문에 문패를 달고 여우상담실로 넘어가려다…가.

“…….”

발을 멈췄다.

‘이대로는 안 돼.’

감당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상황에 압도되지 말자. 또 회피하다 보면 계속 회피하게만 된다.

…….

그래.

“요원님.”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뒤를 돌아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요원님이 보시기엔 답답할 것 같긴 합니다. 제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도 않으실 거고.”

최 요원의 발이 멈추는 게 보인다.

“그리고 어차피 다른 확실한 방법을 생각하시고 계시다면, 제 시도가 그냥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요.”

“…….”

“하지만 사실, 요원님이 말씀하신 ‘확실한 방법’도 본인 혼자 부담을 다 껴안는 미친 방법인 걸 압니다.”

“너,”

“그러니까 공평하게 하자는 겁니다.”

나는 뒤를 보며 말했다.

“저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

“혹시 협력해 주실 마음이 드신다면, 그때 상담실로 와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그리고 문을 열고 상담실로 넘어왔다.

달칵.

“…….”

“…노루님?”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상담실 바닥에 앉아서, 문신 속에서 꿈결 수집기를 꺼냈다.

멀쩡하다.

‘수집할 수 있어.’

…과연 최 요원은 어떻게 나올까.

만일 요원 측에선 협력해 주지 못한다고 해도 대체는 충분히 가능했다.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어.’

어차피 진입이나 이동, 백업에 도움을 받는 건… 이 상담실에서도 가능하니까.

‘후우.’

나는 고개를 들어 대기실 탁자에 앉아 있던 호유원을 보았다.

“어제 최 요원과 어떤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네?”

“혹시, 제가 진입할 차례가 되면 특별시에 진입하지 않고 몰래 재워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까?”

“…….”

입이 열렸다.

“맞아요.”

…….

“자기가 세광특별시의 시민들은 살리면서, 더 인도적이고 안전하게 재난을 봉쇄할 방법을 시도해 보겠다고 하던데요.”

역시.

‘최 요원은 봉쇄 의식에 끼어들 생각이었어…!’

현재의 봉쇄가 풀리자마자 다시 진행될 재난관리국의 봉쇄 의식에 끼어들어서 무언가 바꿀 생각이었던 거다.

이 며칠간 계속 최 요원이 의식소에서 봉쇄 의식을 추적한 것은 단순히 상황을 파악하려는 게 아니라, 그 방법을 위한 준비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건 보통 방법이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 수십만, 어쩌면 백만이 넘는 사람을 인신 공양하는 걸 반복함으로써 완성된 봉쇄를 대체 무슨 수로 한 사람이 감당하는 건데.’

…그리고 봉쇄가 풀리기 전에 종결을 시도하는 내 방식은, 마치 긍정하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쳐서 못 하게 만들 생각이었던 거고.

‘…….’

해금 요원님도… 알았을까.

머리가 차가워진다.

초조함에 입이 말랐다.

“그래서, 제 진입을 막고 그냥 재우겠다고… 했습니까?”

“고민해 보겠다고 했지요.”

“…….”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늘내일 내로는 답을 받아야겠다는 말을 듣긴 했어요.”

호유원의 얼굴에 오묘한 미소가 어린다.

“저를 굉장히 꺼려하면서도 상당히 간곡하게 부탁하던데요.”

“…그렇군요.”

충격 사이로 아주 흐리게, 찡한 느낌 같은 것이 울컥 새어 나왔다가 사라진다.

분명 날 걱정해서 한 판단이라는 걸 알긴 했으니까.

‘하.’

그렇다면, 그 상황까지 가기 전에 차라리 지금 상태가 된 게 낫다.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게다가,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 요원의 말 중에 일리가 있는 발언도 분명 존재한다는 걸 나도 알았다.

‘…난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파고들지 않았지.’

어떻게든 이 방식을 성공시킬 것만 고민했다. 실패할 가능성을 떠올려 봤자 불안해지기만 하며, 대안은 없으니까.

그래. 지금 나는 하나의 가능성에 매몰되어 있다.

이렇게 종결되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기에, 그 결과가 나오는 방향으로 모든 정보를 편향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난다면.

내가 현재 가장 위화감이 드는 것은….

“호유원 선생님.”

“네?”

“왜 청 이사는 당장 여기 들이닥쳐서 우리 모두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는 겁니까?”

이것.

청 이사는 세광특별시에서 탈출한 나를 거의 포획할 뻔했다.

내가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대충은 짐작할 것이란 뜻이다.

그 성정에, ‘물약 제조기의 오르골’이란 함정만 파두고 나를 방치한다고?

그게 합리적인가?

“만일 제가 세우는 계획이 정말 효과가 있다면, 좀 무리해서라도 이 상담실을 박살내는 식으로 이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시킬 것 같은데요.”

하지만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던 호유원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음. 그러진 않을 것 같네요.”

“이유가 있습니까?”

“음, 그건… 제가 백일몽의 이사이고, 이 프로젝트는 저라는 이사의 소관이기 때문이겠죠?”

……!

“청 이사가 같은 이사라는 이유로 당신을 존중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그보단 이 제약회사의 규칙을 지킨다는 것에 가깝겠네요.”

호유원의 눈에 살짝 음험한 기색이 스친다.

“같은 직급의 이사를, 그것도 회사의 프로젝트를 명분도 없이 일차원적으로 공격할 수는 없죠.”

“…….”

“회사의 임원이, 멀쩡히 생산량을 잘 내고 있는 자기 부서 프로젝트를 아무 명분 없이 무력을 동원해서 사보타주하는 건 더욱 그렇고요.”

“…회사 내 정치 암투로 공격하는 건 가능하지만, 개인으로 손을 쓰진 않을 거란 겁니까?”

“그렇죠.”

나는 무언가 깨달았다.

청 이사는 호유원이 이 프로젝트로 세광특별시를 캐는 내내 실적 압박 등으로 공격하긴 했지만, 길 가다 만나자 죽이겠다는 식으로 대응하진 않았다.

나 역시 정말로 본인의 직속으로 다시 처넣고 싶었다면 프로젝트 일로 외출했을 때 물리적 납치를 시도했을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거침없이 써서 자기 목적을, 욕망과 즐거움을 이루는 그 존재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게 있다면.”

그건.

“어쩌면 백일몽 주식회사 그 자체 아닐까요? 청 이사는 이 회사의 규칙을 나름대로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을 거예요.”

나는 언제나 ‘내 회사’라는 말을 달고 다니는 청 이사를 떠올렸다.

“…어쩌면, 지키는 유일한 규칙일 수도 있고 말이죠?”

“그럴지도요.”

나는 묘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좀 더 차분해졌다. 그래.

‘아마… 청 이사에게도 준비한 수가 더 있긴 하겠지.’

가장 중요한 건 내 근로계약서가 그 이사의 손에 있다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나 역시 리조트에서 최악을 경우를 대비하며 나름의 대책을 세웠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최 요원이 봉쇄 의식에 끼어들게 그냥 방치할 생각도 없었다.

‘그럼 그쪽이야말로 죽어.’

아니면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되는 건 본인일 거다. 뭘 감당하려고 했던 건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차라리 시행한 나까지 무사할 가능성이 있는 내 방법을 먼저 시도하는 게, 합리적인 선에서도 맞다고.

하지만 이런 말이 통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내가 스스로에 대해 폭로성 발언을 한 것까지 떠오르자 침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

“노루님. 일단 좀 주무시는 건 어떨까요?”

“예?”

“지금 이틀 정도 잠을 제대로 못 주무신 것 같아서요. 이 상태로는 종결은커녕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길바닥에서 돌아가실까 봐 걱정이네요….”

“…….”

“우선 주무시고 가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맑은 정신으로 판단을 하시죠.”

“…제가 자는 동안 요원들이 제 신변을 빼돌리면 어떻게 합니까?”

“굉장히 서운한 말씀을 하시네요.”

약간 가증스럽게 눈을 깜박이는 듯한 표정이 보인다.

“그러지 못하도록 제게 요청하시면 되죠. 저는 노루 님의 직원이기도 하잖아요.”

아.

“기억나시죠? 저도 근로계약서를 썼는데.”

기억난다.

“약속할게요. 임의로 노루님의 신원을 넘기거나, 잠에 관여하지 않을게요.”

“…알겠습니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기입원실로 들어가서 침대에 올랐다.

“안녕히 주무세요. 노루님.”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맡에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존재를 보았다.

“안녕하세여!”

아주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사람.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돌고래님.”

“우리 완전 오랜만이져.”

빙긋 웃는 그 작은 직원의 곱슬곱슬한 하얀 머리가 상담실 커튼 너머 햇살에 반짝인다.

“이번에 어둠 종결을 위해서 진입하신다구 들었어요!”

“…….”

“제가 전적으로 보조할게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와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세광특별시 지하철에 다시 진입하기까지, 최 요원은 상담실에 방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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