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55화
지상으로 향하는 출구.
내 손을 떠난 뭉친 종이는 왜곡된 형상이 비치는 그곳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삼켜졌다.
“오.”
“…종이가 넘어가는 게 보이셨습니까?”
“그건 아니구, 그냥 사라졌는데여.”
후우.
‘저게 과연 제대로 바깥으로 갔을까?’
나는 숨을 참으며 기다렸다.
출구 바깥의 실루엣들이 마치 샘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일렁이더니, 이내….
…툭.
“…!”
다시 뭉친 종이가 선로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바닥을 구르는 그것을 참고 잠시 내버려두었다가, 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다급히 집어 들었다.
“신기하네여. 잠깐 사라졌다가 벽에 부딪혀서 튕겨 나온 것 같았어요.”
“…그렇군요.”
그리고 내가 펼친 종이에도 동일한 말이 적혀 있었다.
그렇군요.
…과장님.
바깥으로 탈출했습니까?
그리고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과장님의 글씨가 구겨진 종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
…마치 봉쇄된 세광특별시 지상으로 다시 끌려가듯이 말이다.
“…….”
나는 사라진 자리 아래에 꾹꾹 답장을 적었다.
맞습니다.
상담사의 도움으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는 점과, 나는 무사하다는 것을 빠르게 적어 내린다.
“혹시 지금 저 밖에 아직 못 깬 분들이 계시는 건가여?”
“맞습니다.”
그리고….
외곽을 통한 탈출은 불가능했던 겁니까?
…세 사람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황상 탈출은… 실패했던 거야.’
아무래도 열차와 달리 도보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방식에는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허공이 아니라 지상을 통해서 그런 건가?’
그리고 왜 이 사람들이 이 선로 출구에 서 있었던 걸까 생각해 보면….
혹시 이자헌 과장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아닐까.
그래서 열차 쉘터가 빠져나온 통로를 이용해 지하철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려고 이곳에 오신 겁니까?
이 정비용 선로는 우리가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경험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니 혹시 역으로 5월 4일이 아닌 지하철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연구하고 계셨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보낸 종이에는 짧은 답이 적혀 있었다.
예.
외곽을 통한 탈출은 두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역시 그랬나….
잠깐만.
‘그럼 두 사람을 매번 계속 만나서 여기까지 끌고 온 거란 말이야?’
몇 번이나 시도하신 거지?
5월 4일이 반복되는 동안 계속 시도하고 계셨던 겁니까?
나는 그것을 초조하게 다시 뭉쳐서 바깥으로 던졌다.
이번에도 종이는 바깥으로 삼켜졌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반복되지 않았습니다.
…어?
다음 말을 읽는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노루 씨가 붕괴한 역사 시설물에서 사라진 이후, 2시간 17분이 경과한 상태입니다.
잠깐만.
아직
제가 탈출한 그날이란 말입니까?
…….
예.
나는 혼미해질 뻔한 정신을 다잡았다.
[오, 맙소사! 마치 저 너머만 시간이 얼어붙은 것 같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지만 일렁이며 실루엣을 비추는 출구를 본 순간 번뜩이며 예측 하나가 떠오른다.
불안정한 봉쇄.
‘봉쇄 의식에 이상이 생기면서, 5월 4일이 고정된 건가…?’
마치 금 간 모래시계처럼 말이다.
본래는 그날의 아침, 과거로 돌아가야 할 시간의 흐름에 구멍이 나며 새어나가서 모래가 차지 않는 것처럼.
5월 4일이 저 안에서 느릿하게 굳어가고 있는 듯하다….
잠시, 잠시만.
‘이러면 종결 시도 난이도가….’
나는 본래 아침 일찍, 재난이 시작하는 그 순간 시청으로 달려갈 생각이었다.
유쾌연구소 세광역 층을 이용해, 아직 불에 타지 않은 그곳의 복도를 질주하여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가장 덜 위험할 때, 재난 문자가 퍼지고 아비규환이 되지 않을 때 끝낼 수 있었다.
가장 안전하고 가능성 높은 방식.
그런데 이렇게 되면….
‘그건 불가능해진다고.’
나는, 재난이 한창 진행된 오후의 세광특별시에서 종결 시도를 해내야 한다.
이미 고치가 부풀어 오른 옥상을 뚫고.
‘…망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그리고 만일 성공한다고 하더라고 말이다.
‘그게 끝이야.’
내가 경험한 그 5월 4일이 고정되는 것이다.
죽은 요원들과 사람들은 그대로.
…상담사 역시 나를 보내고 녹아내린 상태로, 끝나는 것이다.
“…….”
차라리 말이다.
‘재난관리국에서… 재봉쇄를 하는 걸 방치해야… 하는 건가?’
그래서 다시 5월 4일이 반복되게 해야 하나?
그러면 내가 그날 아침에 종결을 시도할 수 있다. 제일 좋은 조건으로….
‘안 돼!’
생각에 빠져들다가 차갑게 굳었다.
‘다시 봉쇄하는 순간 나도 세광특별시에 대해서 전부 잊어버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세광특별시에 대한 정보와 인지가 한 번 더 삭제되는 것이니, 어쩌면 이번엔 나뿐만 아니라 호유원도 세광특별시에 대해서 잊어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그럼 그냥 끝나는 거야.’
유쾌연구소에 대한 것도, 세광특별시에 대한 것도… 모조리 말이다.
게다가 마음에 걸리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 요원이 대체 무슨 짓을 그사이에 저지를지 모른다고.’
그 사람은 재봉쇄 시도, 그 자체를 노려서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것 같았다.
…….
‘하.’
스트레스로 뇌가 타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나는 숨을 들이켰다.
미치겠….
“오오.”
…?
“이거 적당하네여.”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내 옆에서 떨어진 이성해 대리님이 선로 근처를 뒤적이고 있었다.
떨어진 부자재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길쭉한… 철근 하나를 집어 든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시도할 물건을 만들고 있죠. 으차!”
잡기 좋은 철근을 내밀며 이성해 씨가 웃었다.
“이걸 밖으로 내밀어 보세여!”
나는 반사적으로 출구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번개처럼 떠올렸다.
“반대편에서 이걸 잡게 하자는 겁니까?”
“넵. 종이는 알아보시는 것 같았으니까요? 철근도 그럴 것 같아서요!”
“…!”
확실히 시도해 볼 법한 일이었다!
“저 힘 세거든여. 얼른요.”
나는 반사적으로 철근을 받아 들었다.
“돌고래 님은, 출구가 인지되지 않는다고 하셨죠.”
“넵. 그러니까 노루 님이 밖으로 내밀어주셔야 해요! 바깥에서 잡으시면, 저희가 한번 당겨봅시닷!”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제가 철 막대를 내밀 테니, 잡아주십시오. 당겨보겠습니다.
나는 그 종이를 출구 너머로 던진 후, 잠시 기다렸다.
아마도 나와 소통할 때만 잠시 시간이 제대로 흐르는 것 같았으니, 적당히 기다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종이가 다시 돌아온 후.
예.
나는 철근을 잡고 출구 밖으로 내밀었다.
“…!”
이상한 저항감.
혹은 빨려드는 듯한 느낌과 함께 철근이 반쯤 밖으로 나갔을 때, 나는 철근을 더 강하게 틀어잡았다.
“오, 완전 절반이 사라진 것 같은데여.”
내 손 위로 이성해 대리의 손이 철근을 함께 움켜쥔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 후.
천천히 철근을 당기기 시작했다.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진다.
“더 당겨여!”
나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철근을 당겼다. 치직거리며 바깥의 풍경이 문득 선명하게 깜박거리고 다시 일그러진다. 계속, 계속 철근을 잡아당긴다….
출구에서 힘없는 오른손이 튀어나왔다.
“…!!”
철근 위에 올려진 창백한 흰 손을 보며 나는 더 강하게 철근을 잡아당겼다. 그 뒤로 팔이, 왼손이, 어깨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철근이 출구에서 완전히 나온 순간.
그 위로 매달린 두 사람의 신체가 선로로 우르르 쏟아졌다.
“흡,”
나는 철근을 놔버리고 당장 둘을 양손으로 잡아챘…….
차갑다.
“…….”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힘없이 늘어진 인체가 내 손에 잡혔다.
이성해 대리님이 옆에서 은하제 대리님의 팔을 들었다가 놓는다.
툭.
“에구, 시체네여.”
“…….”
나는 내 머리 위로 쏟아지듯 잡힌 청동 요원의 시체를, 사망한 자의 창백한 안색을 보았다.
망상홈쇼핑에서 죽은 두 사람의 시체가, 내 손에 들려있었다.
“~!”
나는 손을 타고 오르는 소름과 공포를 참아냈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두 사람을 바닥으로 뉘었다….
심장이 거세게 뛴다.
하지만 놀라움이 가신 자리로 긍정적 신호가 짧게 점멸한다.
‘…성공인가?’
그래.
원래 지하철에서 죽으면 바깥에서 깨어나는 거였으니까,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 시체로 돌아온 건… 도리어 정상 아닌가?
‘바깥에서 깨어났다는 신호 같잖아.’
망상홈쇼핑 계약서 때문에 이상하게 뒤틀린 거였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자면… 더 왜곡된 세광특별시 지상을 거치며 그 제약이 풀린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현실에서 두 분 다 깨어난 걸지도 모른다.
그 가정에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런데 왜 이자헌 과장은 안 보이는 거지?’
나는 다급히 고개를 들어 햇살이 비쳐 들어오는 출구를 응시했는데….
…….
“실루엣이 아직 보입니다.”
“엥?”
아직도 세 명이다.
지금 내 손에 들린 두 시체가 들려 있는데, 출구 밖에서 보이던 이자헌 과장 뒤의 두 인영도 여전히 보였다.
“…….”
피가 식는다.
나는 시체를 내려놓고 더듬거리는 손으로 쪽지를 적었다.
대리님과 요원님의 시체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보는 인영은 여전히 세 명인 겁니까?
그리고 과장님께선 의도적으로 철 막대를 잡으시지 않은 겁니까?
식은땀이 흐른다.
그러나 답장은 이번에도 명료했다.
예.
“…….”
두 사람을 우선적으로 철 막대 위에 배치했습니다.
상호 간 완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노루 씨의 계획이 예측대로 시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판단입니다.
…도마뱀 본인의 미친 물리력에 혹시라도 내가 도리어 밖으로 끌려갈까 봐 두 사람을 먼저 보냈다는 것 같다.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나 철 막대는 출구를 기점으로 다시 사라졌으며, 두 사람은 지하 선로 안으로 넘어졌습니다.
현재 다시 본래 자리로 복귀했습니다.
보입니까?
보인다.
그러니까, 철근을 통해 ‘물건’으로 판정된 두 사람의 죽은 몸은 여기로 넘어왔는데….
저기에도 있는 것이다.
은하제 기자와 고등학생 류재관이.
‘……대체 뭐지?’
저들은 뭐란 말인가.
[이것 참, 수수께끼 같은 상황이군요!]
[‘안으로 들어왔지만 바깥에도 존재하는 것은?’ 넌센스 퀴즈라면 답은 단추정도가 적당하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말 그대로의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의 상황.
나는 내 품에 있는 두 사람의 시체를 보고, 다시 바깥을 보다가….
문득 생각한다.
전제를 잘못 판단한 것, 아닌가.
‘…애초에 살아 있지 않았었어.’
두 사람은 열차 속에서도 죽은 몸이었다.
그저 망상홈쇼핑 계약에 묶여서 정신이 이곳에 갇혀 남아 있었을 뿐.
그러니까, 나나 이자헌 과장과 조건이 달랐던 건 거기서부터였던 것이다.
이미 갇힌 존재.
‘시체인 채로 5월 4일에 진입….’
그리고 내가 만난 두 사람은 완전한 과거의 상태로, 우리 둘과 달리 기억이 없었다.
그건… 어쩌면.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애초부터 정말 과거의 존재였던 건가…?’
정말로 고등학교 시절의 류재관 씨와 기자 시절의 은하제 대리님의 정신이, 저 안에 끌려와서 갇힌 건가…?
-외곽을 통한 탈출은 두 사람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
혹시 외곽을 통해 탈출이 불가능했던 건… 이런 시간의 꼬임 때문인가?
‘이런 미친.’
대체 순서가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니, 일단….
두 사람은 무사합니까?
다른 이상은 없습니까?
나는 다시 그것을 출구로 던졌다.
그리고 돌아온 종이를 열어보았다.
요원님.
…고등학생 류재관의 글씨다.
두려움을 참고 있는 듯 살짝 떨리는 글씨는 힘 있게 꽉꽉 적혀 있다.
저와 기자님 모두 괜찮습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한숨이 나도 모르게 빠져나왔다.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지?’
일단, 일단 상황 판단부터.
“돌고래 대리님, 혹시 여우상담실의 소식을 확인해 주실 수 있습니까? 송골매 대리님이 깨어나셨는지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 혼자 가서 확인해 달라는 거져?”
“예. 저는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바로 바깥에 사람이 있으니,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대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불안하다고 계속 통로 밖과 소통하진 않을 것이다.
만일 정말 세광특별시 지상의 시간이 굳어가고 있는 거라면, 괜히 소통을 해서 시간이 더 지나지 않게 하는 게 맞겠지.
나는 돌아온 종이에서 글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시체는, 원래 이곳의 것이어서 그런지 빨려 들어가지는 않았다.
“잠시만여.”
달칵.
고개를 돌리자, 내 손목에 장난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선로에 연결되어 있었다.
“…?!”
플라스틱이면서 묘하게 녹슨 그것에는 ‘술래잡기 귀신님’이라는 섬뜩한 낙서가 되어 있다.
어쩐지 손이 서늘했다. 귀신에게 잡힌 것처럼.
“앗, 간단한 구속 아이템이에여. 출구로 나가지 않게 잡아달라고 하셨으니까, 저 대신 해줄 걸 두고 가려구요!”
“…감사합니다.”
굉장히 철두철미하시다….
“그럼 가볼게요!”
그리고 돌고래 대리는 선로 뒤로 걸어 나갔다.
나는 그렇게, 두 사람의 시체와 함께 햇빛 속에 남았다.
“…….”
출구 밖에서는 여전히 실루엣이 보인다.
나는 혹시라도 시간에 영향을 줄까 봐 의도적으로 그것을 보지 않도록 돌려 앉아, 생각한다.
…머리가 무겁다.
‘아니, 그래도 해야 해.’
아직 시간은 남았고, 나는 이 상태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뽑아낼 것이다.
“할 수 있어.”
입으로 뱉으면서 생각하니까 좀 나았다.
그래, 일단….
나의 추측.
“첫 번째. 현재 세광특별시 5월 4일은 시간이 매우 느리게 흐르고 있다.”
내가 경험한 그날이 계속되고 있으며, 그러니 봉쇄가 끝나기 전에 반복되는 하루 중 아침을 노려서 진입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재 상황. 오후에 진입해서 뚫고 가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두 번째. 기자와 고등학생은 정말 과거의 그 사람들이다.”
은하제 대리님과 청동 요원의 시체가 지하철로 회수되었지만 그 사람들은 넘어오지 못했다는 건, 애초에 지하철에서 비롯된 정신이 아니라는 거다.
아마도 5월 4일이 재시작하는 순간 시체를 되살리며, 그 정신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정말 과거의 사람들을 불러온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재봉쇄가 되기 전에, 종결….”
…….
그리고.
두 사람이 정말 과거의 사람이라면, 봉쇄가 풀리는 순간 과거 시점의 자기 몸으로 돌아가는 건가.
대체 어떻게 과거의 사람이 들어온 거지? 정신만 끌어들인 건가?
“다른 과거와 섞인 건가?”
“세광특별시 봉쇄 의식이 시간을 다루고 있으니까, 그 안에서는 과거의 존재가 뒤죽박죽으로 나올 가능성은 있지. …포도야.”
…!!
고개를 돌렸다.
선로 저 아래에서 걸어 올라오는 인영이 보였다.
이성해 대리님처럼 작고 아담한 키가 아니라, 훌쩍 큰 키의 사람.
최 요원이다.
“…….”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날 뻔했다가, 내 뒤가 세광특별시 지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멈췄다.
손에 걸린 수갑이 덜컹거렸다.
그것을 보는 최 요원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그건 또 무슨….”
“…….”
“아니, 괜찮지. 뭐든.”
최 요원의 얼굴에서 당혹은 순간이었고, 곧 피로한 안색으로 다시 가라앉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조우였으나, 나는 도리어 주먹을 꽉 쥐었다.
‘기회다.’
지금이 타이밍일 것이다.
이제 어떻게든 이 사람에게 협조를 얻어서 상황을 개선하고 만다.
지금 감정적으로 뭘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합의를 해서 가진 정보를 다 공유하고 설득할 상황이지.
‘…뭐든 뽑아내야 해.’
나는 맑은 정신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최 요원이 선로를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상담실에 없더라.”
“…….”
“너라면, 아마 지금쯤 진입할 길을 확인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
“…거기 앉아볼래?”
나는 등 뒤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응할 준비를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화를 하러 오신 겁니까?”
“그래.”
그리고 최 요원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
나와 적어도 성인 남성 키의 두 배 이상 떨어진, 멀찍한 자리에서.
‘어떻게 말을 꺼낼까.’
나는 침착하게 골랐다.
…이 사람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본인이 믿기 편한 말을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네가 듣고 싶어 했던 거, 다 알려줄게.”
…!
“내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까지, 전부.”
최 요원은 낮고 무감각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용하려던 방법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