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59화
환상적이고 기이한 순간.
세광특별시 지하철 선로가 잡아먹히듯 변이한다.
“아…!”
멈춘 지난 몇 년의 시간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듯, 빠른 속도로 낡아가던 지하철 선로가 뒤집혀 허공에서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다시 바닥에 안착한다.
정교한 장난감 같은 그 모양새.
검고 하얀 바닥에 우아한 선을 그리며 반짝이고, 때가 타고 허름한 선로의 아치형 벽면은 상아빛 매끄러운 황홀한 색채를 띤다.
저 보이는 레일 끝, 멀리서부터 순식간에 밀고 들어오는 그 파도 같은 환상적인 변화는….
이윽고 탐사 팀원들의 주변까지 몰아친다.
“…!”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거나 장비를 들었던 사람들의 사방을, 훅 스치고 지나간다.
“오.”
이성해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까지 변했다.
지하의 눅눅하고 텁텁한 공기 대신, 달콤하고 쾌적한 향이 난다.
유쾌 테마파크, 황금빛 구역의 향.
그 모든 광경을 미동도 없이 지켜본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유니폼을 입은 두 인영이 미소 띤 입으로 말한다.
“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그 괴담 속 직원들은 선로 위까지 깔끔히 바뀐 것을 확인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정교한 황금빛 선로를 걸어 돌아간다.
“잠깐만…!”
고영은이 다급하게 둘을 추적하듯 뛰어나갔다.
‘으음.’
이성해는 그 뒤를 따랐다.
선로를 이상할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는, 쌍둥이 같은 두 직원은 결국 가장 가까운 역으로 향했다.
…세광역.
“…!!”
고영은은 망연하게 발을 멈췄다.
그곳에 있는 것은, 현대적인 승강장이 아니었다.
모노레일 시티
플라워 골든
고풍스럽고 우아한 표지판이 기차역에서 반짝인다.
역사는 마치 테마파크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온 듯, 황홀한 황금빛 조명과 상아빛 기둥, 바닥에는 자줏빛 벨벳이 깔려 우아하고 녹아내릴 듯 달콤하다.
그 모든 게….
“오! 정말 플라워 골든 리조트네여.”
“…황혼역에 있던 그 팝업스토어 말씀하시는 건가요?”
“넵!”
이성해는 거리낌 없이, 기이한 두 리조트 직원에게 다가가 살갑게 물었다.
“뭐 하세여?”
“저희는 영업 정비 중입니다. 돌고래 님!”
“이제 열차 운행을 확인할 거예요. 함께 보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순간.
♩♪♬♬~♩♬♬~♩♪♪
맑은 종소리 같은 멜로디가 울린다.
직관적으로 인지되는 소리다.
바로 열차의 도착 신호.
선로 반대편 저 끝에서 황금빛 선로를 타고, 열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
고영은은 숨을 삼켰다.
치이이이익-!
지하철은 정교한 모노레일이 되었다.
하얗게 윤이 나는 차체에는 황금빛 장식과 크리스탈 등이 따스하게 반짝이고, 맨 앞 칸 머리에는 꽃나무를 뿔처럼 단 고양잇과 데포르메 캐릭터 얼굴이 달려 있다.
플라워 골든 마스코트다.
그 환상적인 열차는 세광역, 아니… ‘모노레일 시티’ 스테이션에 멈춘다.
그리고, 어느새 고풍스러운 유리문으로 변한 스크린도어가 열리며 모노레일의 첫 번째 칸에서 누군가 내리고 있다….
노랗고 동그란 체구, 부드러운 털.
차장 마스코트다.
모노레일 머리 부분과 똑같이 생긴 마스코트는 열심히 발을 내려 세광역에 선다.
“마스코트님!”
“정말 멋진 공간이에요. 근무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두 직원이 기뻐하며 달려간다.
“오!”
그리고 이성해까지 달려가서 인사를 하자, 고영은은 더 오묘한 기분이 되었다.
“…….”
고개를 들자, 차장 유니폼 차림의 ‘마스코트’는 자신을 바라보더니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 내민다.
부르듯이.
“…!”
고영은은 잠시 주저했으나 결국 뻣뻣한 다리를 움직여서 앞으로 나아갔다….
차장 마스코트가 내민 것은, 전단지였다.
유쾌 테마파크
플라워 골든 리조트 No.2
모노레일 시티점
귀여운 모노레일을 타고 각 역의 어트랙션들을 즐겨보세요.
가장 마음에 드는 어트랙션 테마의 특별한 객실에 묵어보세요.
이 쿠폰을 지참하실 시,
추가 요금 없이 리조트 숙박이 가능합니다.
대상 객실:
스위트룸 (어트랙션 가든뷰)
“아, 쿠폰을 받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산양 님.”
“모노레일 시티점의 투숙객님을 위한 숙박 이용 안내문이 현재 제작 중입니다.”
두 직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듯이 멍하게 들렸다.
잠시 멍하니 전단지 형태의 쿠폰을 들고 있던 고영은이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예감 속에서.
…뿔이 달린 마스코트.
황혼역에 새로 나타난 팝업스토어를 이상할 정도로 잘 알던, 어떤 사람.
장허운 씨의 오염에 대해서도 기이한 죄책감을 보이던 사람.
…….
“…노루 씨?”
마스코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 변화 없는 캐릭터 인형탈의 커다란 눈은 잠시 고영은을 쳐다보다가, 손등을 몇 번 두드린다.
마치 토닥이듯이.
그리고 다시 열차에 탑승했다.
기관사 자리에 앉은 마스코트가 모자를 들며 인사하더니, 열차가 떠나기 시작한다.
“선로에 사람이 있는데…!”
“괜찮습니다! 플라워 골든 모노레일은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서 달리니까요.”
‘장허운’의 상냥한 말이 들린다.
고영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냥한 미소를 띤 직원의 입가가 보인다.
“다른 궁금증이 있으신가요, 투숙객님?”
“…….”
바로 며칠 전에도 봤던 익숙한 얼굴이었다.
고영은은 지난 몇 개월간 때때로 팝업스토어에 들리며,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곤 했다. 혹시 무료할지 모를 장허운에게 책을 가져다주기도 했었고….
그런데.
“…들소 씨?”
“네. 산양 투숙객님! 저는 들소라는 이름의 리셉션 데스크 직원입니다!”
다르다.
무언가 달랐다.
깊이 오염된 것을 보는 느낌.
분명, 몸도 기억도 동일한데도 다른 존재 같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들이 사라진 듯이….
장허운 씨가 재난관리국에서 오염으로 격리되어 있을 때, 이런 상태였던 건가?
왜 갑자기 이렇게 돌아온 거지?
‘특별시 봉쇄가 풀려서…?’
아니면, 팝업스토어였던 이 리조트가 커져서…?
무언가 스산한 예감이 들 때였다.
“오! 자네도 왔군!”
“…!”
“여기 참 독특하지 않나?”
승강장에 새롭게 몇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곽제강과 이연화 연구원이었다.
“아주 재밌어, 어둠이 다른 어둠을 잠식하고 있지 않은가? 인위적으로 접붙인 것도 아닌데 이런 현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니! 하하! 아주 재밌….”
고영은은 빠르게 곽제강을 외면한 후 이연화와 눈으로 인사했다.
이제 보니 그들은 모노레일 뒷자리에서 내린 듯했으며, 마치 그들을 안내하듯 플라워 골든 리조트의 깃발을 든 마스코트가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그 뒤로 의욕 없는 눈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는, 축 늘어진 기색의 경비반장까지.
손에는 자신과 비슷한 전단지 쿠폰이 들려 있었으며, 안으로 이상한 동전 같은 것들도 한 움큼 보였다.
동전?
“저, 반장님. 그건….”
“음….”
그다지 이야기를 나눈 적 없는 두 사람이었으나, 경비반장은 순순히 대답한다.
“노루 씨가… 주고 갔는데요…….”
“…언제요?”
“나가기 전에… 내가 도울 일, 없냐고 하니까… 나중에, 나눠주라고 해서요…. 음.”
경비반장이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얼결에 받아 든 고영은은, 그 황금빛 동전에 적힌 단어를 읽었다.
아니, 동전이 아니라 작은 배지였다.
EARLY
ACCESS
사전 입장.
“이게, 무슨….”
직원 두 사람이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명랑하게 대답한다.
“사전 이용권입니다. 소지하신 분께서는 정식 개장 전인 오늘 하루, 이 멋진 플라워 골든 리조트 모노레일 시티점을 미리 즐기실 수 있습니다!”
…!
“모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숙박 경험이 만족스러우셨다면, 체크아웃 시에 짧은 후기를 부탁드려도….”
“자, 잠시만요.”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고영은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
봉쇄가 풀리고 있다면 기다릴 수 없었다.
노루 씨가 나갔던 정비용 선로로 나가든, 현실로 나가서 여기로 다시 접근하든, 무조건 자신은 지상으로 갈 것이다.
…부모님을 찾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까.
‘우리 집….’
이모가 기억을 잃기 전에, 이미 집 주소도 들어놓았었다. 지금도 되뇌고 있다.
거기로 당장 가서 엄마와 아빠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그리고 되도록 노루 씨의 무사함도 확인하고 싶었다….
‘대체 뭘 하고 계신 거지?’
종결 시도는 무사히 진행되고 있을까?
이 리조트는 그 사람이 한 짓일까?
그렇다면 대체 뭘 위한 준비지?
죄책감, 초조함, 울분, 걱정이 뒤섞여 고영은은 다급하게 두 직원을 보았다.
그러나….
“…….”
“…….”
“저기요?”
보타이를 맨, 고동색 장발의 두 직원은 그림처럼 동시에 빙긋 웃었다.
“현재 플라워 골든 리조트 모노레일 시티점에서 나갈 방법은 없습니다.”
“…예?”
“아직 고객 출입용 게이트가 건설되지 않았습니다. 투숙객님.”
“그게 무슨…!”
거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거 말 그대로일 겁니다.”
“…!”
“정비용 선로가 아예 사라졌더라고. 그리고 그 끝에 출입구도 막혔습니다. 으차.”
최 요원은 입으로는 너스레 떨 듯 호들갑을 떨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그는 선로 유리문을 열고 거의 맞은편 상대의 멱살을 잡을 듯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고, 그와 대조적으로 유들하게 말한다.
“직원분들,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왜 갑자기 있던 선로가 없어지고 그래요?”
“저희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스코트님께서 판단하신 일입니다.”
최 요원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래요? 그럼 원래 정비용 선로 출입구가 있던 자리에 문이 생겼던데, 그 문은 왜 안 열리는 겁니까.”
…!
“그것도 마스코트님의 판단입니까?”
“그렇습니다. 투숙객님.”
“…….”
최 요원이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연다.
“…만약에, 투숙객이 아니라면?”
“네?”
“내가 이 리조트에 아예 머물 생각이 없다면 어떻습니까?”
“…….”
직원들이 서로를 본다.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보안상 개장 전까지 잠시 통행 제안 구역에만 머물러 주셔야 합니다.”
가둬두겠다는 뜻이다.
“혹시 투숙하실 의향이 없으신가요?”
고영은은 눈치챘다.
시선이 느껴진다.
…연구원들을 안내한 노란 마스코트가 이쪽을 보고 있다.
아니, 이제 보니… 승강장, 그러니까 이제 황홀한 테마파크 리조트역이 된 이곳의 곳곳에서.
어느새 같은 모습의 마스코트들이 나타나 있다.
풍선을 든 마스코트, 외눈 안경을 쓴 마스코트, 계단에서 손을 흔드는 마스코트.
모두 이곳을 보고 있다.
“…….”
이성해 대리의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녀! 저희 다 일단은 투숙으로 부탁드립니닷. 음, 출입구가 생기면 왔다 갔다 하는 건 자유죠?”
“물론입니다. 돌고래 투숙객님!”
등이 오싹해진 고영은은 침을 삼켰다.
섬뜩함과 이상한 예감이 든다.
“이거… 노루 씨가 한 일일까요?”
“넹. 그런 것 같네여.”
“당연히 그렇겠지. 그 녀석이 여기 주인이니 말이다!”
뒤이어 해금 요원도 선로로 올라왔다.
“…누님.”
“다른 역을 보고 왔다. 아무래도 이 지하철 전체가 모두 변한 모양이야. 그리고….”
최 요원을 바라보는 해금 요원의 눈이 가라앉는다.
“너, 지상으로 가는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
“예엡. 그렇습니다.”
순순히 시인하는 최 요원은 담담했다.
“뭐 봉쇄도 풀리는 마당에 큰일이라고 볼 수도 없고요. 어차피 이 지하철도 사라지고 5월 4일 지하철 쪽이 남았을….”
“…….”
“최 요원?”
“그러니까, 지금 봉쇄가 풀리면 자연스럽게 어디로든 튕겨 나갈 우리를 굳이 여기에 잡아놓고….”
목소리가 딱딱해진다.
“봉쇄가 풀리면 사라질 초자연 현상을, 자기가 다 먹었네.”
“…….”
최 요원은 마스코트 하나에게 다가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
“왜 여기에 사람들을 잡아두려고 해.”
하지만 마스코트는 답이 없다.
보급형 마스코트는 그저 귀를 늘어뜨리며, 즐겁게 있으라는 듯이 전단지를 주려고 할 뿐이다.
“너….”
“잠시만요.”
고영은은 다급히 끼어들었다.
탐문을 방해해서 미안하지만 개인적인 목적이 급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일 만한 질문은….
내부자가 되는 것.
“리조트 근무에 관심이 있어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아!”
직원들이 즉각 관심을 보였다.
“좋은 시기에 오셨네요. 지금 새로운 인력을 모집 중이랍니다!”
“예.”
고영은이 침착하게 말한다.
“대체 무슨 수로 여길 이토록 빠르게 리조트로 만든 건가요? 그리고 혹시… 지하가 아니라 지상도 이렇게 만드실 건가요?”
“…!”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연구원들의 흥미 어린 시선도.
“네! 답변드리겠습니다.”
고영은이 침을 삼켰다.
“제가 알아야 하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미 마스코트님께서 기존에 이곳의 측량을 다 끝내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토록 빠른 진행이 가능했다고 해요.”
“……!”
“중요 구역에 모두 방문하시고, 모든 선로를 살피시고, 또 이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무단으로 점거 중인 단체나 존재도 쫓아내시고요.”
아.
고영은은 깨달았다.
‘김솔음 씨의 탐사를 이야기하는 거잖아…!’
김솔음은 세광특별시 각 역을 거의 모조리 방문하고, 과반수 이상을 클리어하거나 임시라도 종결시켰었다.
그 행위가… 이 결과를 돕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다만 도서관 출입구의 경우에는 공공시설물이니만큼 합의를 통해 인수하지 않으셨다고 하네요!”
“그리고 지상으로의 확장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
“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고영은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탐사의 결과물.
혹은 보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 섬뜩하고 황홀한 리조트 확장 구역.
턱이 떨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받고 수행할 보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짓을 해도 괜찮은 게 맞나요?”
“네?”
“그러니까, 그, 마스코트님이라는 분이, 무리하시는 게 아닌가요?”
“절대로 아닙니다!”
두 직원이 합창했다.
“플라워 골든 마스코트님께서는 더 강력하고 위대해지실 겁니다. 그분의 영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손님이 올 거예요. 벌써 예약이 들어왔어요. 저명인사, 토크쇼 사회자님께서도 지금 오신다고 해요!”
“마스코트님이얼른오시면좋겠어요얼른얼른오셔서저희다같이함께아름다운골든플라워리조트에서….”
아.
“알겠습니다.”
최 요원은 고영은을 확 뒤로 끌어서 직원들로부터 떨어뜨렸다.
“리조트를 키우면… 마스코트님이라는 분이 강력해진다, 이런 말이죠. 잘 알아들었습니다!”
이어서 액땜처럼 무언가 가벼운 주술적 행위가 손끝으로 이루어지자.
“흐읍!”
순간 고영은의 숨이 다시 확 트였다.
그리고.
“누님.”
낮은 목소리가 옆에서 들린다.
“내가… 막 생각이 든 건데 말이죠.”
“…….”
“도깨비불이 강력할수록, 신체 몇 부위만 대체해도… 사람이 어르신으로 변하지 않습니까.”
“…….”
“지금 이 상황이, 잠깐만, 이 망할 새끼가 설마….”
“그래.”
이를 꽉 악문 해금 요원의 초조한 목소리가 울린다.
“일부러 자기 오염을 키우고 있는 거다, 이 녀석…!”
* * *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은 오르골을 들으면 미친다.’
그러니까, 만일 오르골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온다면… 전제 조건을 탈출하면 된다.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될 것.
그럼 오르골 멜로디의 악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간신히 되찾은 이 정체성을 직접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버텼다.
‘계속 사람이고 싶어.’
그러니까….
-스스로 포기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오염에 삼켜진다면?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시간을 들인다면 회복될 수 있는 수준까지 말이다.
하지만 자신 외의 괴담을 배척하는 이 세광특별시의 지상에서는 오염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너무 오염되면 그냥 괴담으로 사라질지도 몰라.’
상담사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딱 한순간이 필요했다.
-내가 더 강력한 오염에 압도되는 한순간.
설사 내가 이미 미치거나 세광특별시 괴담에 오염된 상태일 경우라도, 그 상태가 순간 밀릴 수 있도록.
그건 어떻게 가능한가.
간단하다.
내가 가진 기존 괴담으로서의 정체성 중 하나가 아주 강력해지며, 밸런스를 무너뜨리며, 나를 압도하면 된다.
그리하여 나는 했다.
플라워 골든 리조트를 확장하는 것으로.
‘아.’
정신과 몸이 뒤틀린다.
두 배로 넓어진 영지.
더 거대해진 역할.
가까운 곳에 있는 저 아래, 왜곡된 세광특별시의 지하철, 그 속에 지어진 플라워 골든 리조트와 내 역할을 인지한다.
황금빛 리조트.
플라워 골든 마스코트.
그 모든 감각이 사람으로서의 나를 압도하는 순간.
내 몸이 마스코트의 형체로 일그러지며 뒤틀린다.
동시에 녹아내린다.
나는
이 순간을 노려야 한다.
나는 사실
나는 찢어진 고치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고치 안, 김솔음 품의 오르골을 양손으로 뜯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