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0화
오르골이 손에 닿는다.
그 흑단처럼 검고 골격처럼 정교한 장식 사이로 풍부하고 사랑스러운 소리가 흐른다.
활력이 솟고 행복해지고 상처가 치유되는 천국의 소리가 시냇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솟구친다.
마치 들을 수 있는 빛의 편린 같다.
그러나 동시에 오르골이 만든 고치 속 생물-김솔음과 시민의 덩어리에게서 느껴진다.
‘괴담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도래감이.
플라워 골든 마스코트라는 괴담 속 존재를 삭제하려 드는 압박감!
녹아내리는 몸.
‘알아.’
이곳에서 사람은 미치고 괴담은 사라진다.
이중의 덫이다.
이 일을 계획한 자의 정교한 악의가 어느 쪽을 선택하든 숨통을 조른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한계. 간신히 그 서슬 퍼런 악의를 피한 내 몸이, 오르골을….
투둑.
고치에서,
완전히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달려 있던 고치의 실이, 김솔음의 왼손 검지가 떨어지며 오르골이 완전히 내 녹아내리는 손안으로 들어온다.
안착, 한다.
…….
아아아아아아아!
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소리그만오르골이주는평안녹아내려녹오르골속에서진실아평온함순은…
나는 오르골을 닫았다.
쿵.
…….
…….
정적이, 머리에서 흐른다.
그 순간.
오르골 틈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려 한다.
“…!!”
덜컹.
나는 다시 열리려는 오르골을 틀어막았다.
덜컹덜컹.
오르골이 움직인다.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오르골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다. 다시 활짝 열려 감미로운 천사의 한숨을 들려주려 한다. 숙주에게로 고치 속 김솔음에게로 돌아가려 한다. 나는….
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덜컹.
다급히 오르골을 손으로 내리쳤다.
쾅! 쾅!
마스코트의 강력한 완력이 상자를 부순다.
덜컹덜아아아!덜컹덜컹.아덜컹덜컹.덜컹덜컹아덜컹덜컹.덜컹아덜컹아.덜컹덜아컹.덜컹덜컹아.덜컹덜컹아아아아아아아아.
멜로디 한두 구결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했으나, 은빛 톱니바퀴와 부품이 부서져 바닥으로 흩어지며 단말마의 신음처럼 끝난다.
아아덜컹덜컹아덜컹아아
질척거리는 것이 부서진 오르골 틈 사이로 흘러나온다. 붉은 타르처럼 기생생물이 곤죽이 되어 흐른다. 피멍과 상처가 손을 뒤덮으나, 나는 숨도 쉬지 않고 필사적으로 계속 내리친다.
쾅!
내리치고.
쾅!
내리친다!
쾅!
그리고,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