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361화
목에 흉터가 있는 요원은 말없이 모노레일 열차 속 상담 교사를 응시했다.
“…너한테, 자격이 있다고.”
“예.”
상담 교사의 얼굴에서 희열로 일그러지는 듯했던 미소가 다시 반듯해진다.
“혹시 잊어버리셨나요? 저는 세광특별시 출신이랍니다.”
“…….”
“그리고 마스코트님과 계약했으니, 이보다 이곳의 관계자일 수가 없는 역할이지요. 아, 감사합니다.”
마지막 말은 자신에게 기념품 스티커를 내미는 마스코트를 향한 것이었다.
‘…사슴? 고양이?’
어쨌든 누가 봐도 놀이공원에서 볼 법한 마스코트 인형탈은 뒤뚱거리며 열차 앞으로 나오더니, 네 사람에게 환영한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에스코트했다.
이제 보니 차장 차림이었다.
“타, 타면 됩니까?”
“예.”
그리고 이자헌 연구원은 거침없이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마스코트가 왠지 반가운 것처럼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차장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다시 자각한 건지 얼른 헛기침을 하며 멈춘다.
‘짜식, 귀엽네.’ 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는 은하제 기자가 탑승하자 그 뒤를 따라 류재관도 황급히 모노레일에 올랐다.
♩♪♬♬~♩♬♬~♩♪♪
황금빛 모노레일이 경쾌하게 출발했다.
상아색 아름다운 선로의 벽면과, 그곳에 그려진 테마파크의 지도가 창밖으로 흘러갔다…. 유쾌 테마파크?
그것을 보던 류재관은 고개를 돌리다가 상담 교사와 눈을 마주치고서야 퍼뜩 다시 정신을 차렸다.
“저… 선생님.”
“…….”
상담 교사는 눈앞의 고등학생을 응시하다가 입을 연다.
“선생님보다는 호유원 씨가 좋겠네요.”
“예? 저, 선생님 성함을 그렇게 부르는 건….”
당혹스러워하는 고등학생 류재관을 훑는 호유원의 시선이 그 교복으로 향한다.
“…세광고 학생인가요?”
“예? 예….”
침묵.
‘대체 왜 당연한 걸 물어보시는 거지…?’
기이한 위화감에 류재관이 굳을 때.
“…그래요.”
호유원이 조용히 그를 보고 웃었다.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당장 보이는 광경에 마음이 속는 건 굉장히 인간적인 반응이지요?”
“……?”
“신기하고… 이상하네요.”
목에 흉터가 있는 요원이 경계 어린 태도로 그것을 보았으나, 호유원은 그저 가만히 세광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을 들여다보았다.
…그리운 것을 보듯이.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행복한 리조트 여행이 되길, 그리고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요. …재관 학생.”
마지막 말은 어딘가 약간 어색했다.
마치 낯선 것을 흉내 내는 듯, 혹은 아주 오랜만에 하는 듯 보였다….
“…….”
♩♪♬♬~♩♬♬~♩♪♪
“오, 도착했나 본데.”
모노레일이 멈추고, 창밖으로 마치 고전 동화 속 기차역 같은 풍경이 보인다.
차장 마스코트가 열차 문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승객들을 에스코트하듯 안내한다.
고등학생 류재관은 호유원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나가보세요. 제가 마지막으로 나갈게요.”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류재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꾸벅이며 나갔다.
그 뒤로 요원과 호유원의 눈이 마주쳤다.
“…….”
“…….”
등 뒤의 기묘한 분위기를 모르는 채로, 류재관은 열차 밖으로 나섰다.
이자헌 연구원과 밝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여!”
“예.”
“그리구….”
자그마한 체구의 돌고래 가면을 쓴 정장차림의 사람이 자신을 휙 돌아본다.
“오! 요원님.”
요원님?
류재관은 순간 당황했으나, 곧 자신의 뒤에 따라오시는 요원님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상식적인 추론을 해냈다.
하지만 왠지 저 돌고래 가면 너머의 시선이 자신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왜일까?
“두 분을 구조하신 건가여?”
“예.”
“무사히 귀가까지 해야 구조지! 그러니까 이 시민 두 분이 무사히 여기서 나갈 길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나 돌고래 가면은 이미 고등학생에게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눴고, 류재관은 그 묘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하게 된다.
모두가 아는 사이 같다는 점에 기묘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누가 들어도 자신의 신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이 리조트를 통해서 정말 세광특별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가?’
“그래여? 하루 정도 놀고 가도 좋을 텐데여! 이 리조트는 착한 사람들이라면 규칙만 지켜도 엄청 안전할 것 같은데, 음….”
하지만 돌고래 가면은 왠지 은하제 기자와 고등학생 류재관의 외양을 한 번 더 쓱 훑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넵. 바로 원래 계시던 곳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네여.”
“예. 담당 마스코트와 이야기하겠습니다.”
“네넵! 오, 아마 저분 같아여!”
그리고 이자헌 연구원은 성큼성큼 걸어서 돌고래 가면이 가리킨 마스코트를 향해 갔다.
계단 앞, 마치 안내데스크처럼 보이는 화려한 크리스탈 꽃나무 장식의 고동색 단상에 마스코트가 서 있었다.
마치 지배인처럼 조끼와 회중시계를 갖춘 그 마스코트는 고등학생 류재관을 보며 마치 유원지의 사람들이 그러듯이 악수까지 하려 했다.
“그, 괜찮습니다.”
그러자 마스코트의 귀가 기운이 빠진 듯 약간 축 처졌다. 류재관은 이름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음. 이 마스코트님 말로는, 일단 두 분이 나갈 길은 이미 준비해두셨다고 했어여!”
“그래? 그럼 확인해 봐야지~”
나갈 길을 알아낸 사람들이 무언가 현 상황에 대해 류재관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 숨겨진 극히 초조한 기색에 대해서는 아직 집어내지 못한 고등학생 류재관은, 그저 고개를 돌리다가 이 안내데스크 마스코트에게 조용히 접근하는 또 다른 사람을 보았다.
호유원.
그 사람은 가만히 마스코트를 응시하더니 말한다.
“당신도 노루 님은 아니군요.”
…….
“그분은 이 리조트에 없네요. 그렇죠? 당신은 그의 일부일 뿐이지요.”
마스코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나 같은걸요.”
상담 교사의 얼굴에는 여전히 침착한 미소만 떠 있었다.
“재관 학생! 길 안내 한댄다!”
“…! 예!”
은하제 기자의 부름에 퍼뜩 정신을 차린 류재관은 사람들을 쫓아갔다.
하지만 상담 교사는 그들을 따라오지 않은 채, 마치 다른 볼일이 있는 듯 자연스럽게 빠져 있었다.
류재관은 자신들이 등장한 덕분에 그에게 쏠릴 관심과 시선이 분산되었다는 것은 짐작도 하지 못했으나….
다른 감흥은 느꼈다.
그는 고민 끝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호유원의 눈이 살짝 흔들린 것 같더니, 곧 살짝 손을 들어 인사했다.
선생님이 그랬듯이.
“…….”
“이 계단을 오르면 됩니까?”
“네네넵.”
목에 흉터가 있는 요원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여기서부터는 저만 동행할게요. 다들 각자 일 보시죠!”
그렇게 인원이 다시 확정되었다.
류재관은 마스코트의 안내를 따라 사람들과 카펫이 깔린 상아빛 계단을 올랐다.
본래 대합실이 나타나야 하는 그 위에는….
“어우.”
아주 정교한 실내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유리 꽃, 황금 가지, 각양각색의 노란 꽃들이 푸른 잎 사이로 반짝인다.
“여긴 대체….”
미로 같은 덤불들 때문에 얼마나 넓은지 가늠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안내자의 걸음은 거침없이 씩씩했다.
외곽의 길로 그들을 인도한 마스코트는, 이내 아담하지만 보기 좋은 벽돌집을 복슬복슬한 손으로 가리켰다.
크리스탈 전등에 가려진 뒷문에 고풍스러운 필기체로 문패가 걸려 있었다.
직원 퇴근용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저, 여긴 출입 금지라고 적혀 있는데….”
“…음. 괜찮다고 하는걸.”
마스코트가 사람들을 보며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가슴을 팡팡 치더니, 문고리를 잡는다.
그리고 문을 열자, 바깥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정갈한 고동빛 나무로 이루어진 통로가 나타났다.
직원들을 향해 메시지를 적어놓는 듯한 칠판과 함께.
다음에 또 만나요!
– GOLDEN
마스코트가 먼저 안으로 발을 옮겨 문을 잡고 있자, 다른 사람들도 따른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발을 들이려던 요원을 마스코트가 저지한다.
“아.”
요원이 발을 멈췄다.
“…음, 여기서부터는 나는 못 가는 것 같아. 하지만 마스코트가 같이 가나 봐.”
그 얼굴에 살짝 쓴웃음이 번졌다가 다시 차분해진다.
“저 끝에 문 보이지? 저길 통해서 이 리조트를 나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야.”
“…….”
“건강하게 잘 지내. 알았지?”
류재관은 어쩐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저, 돌아가고 난 이후에, 요원님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
비밀스러운 정부 기관이라, 더는 연락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에이, 전화를 하면 되지!”
하지만 요원은 품에서 종이를 찾아내더니, 볼펜으로 번호 하나를 휘갈겨 썼다.
“번호를 줄게. 자! 이거 귀한 거다? 본부 직통 번호야.”
그리고 씩 웃었다.
“방금 초자연 재난에서 요원의 도움으로 탈출했다고 말하면, 친절하게 안내해 줄 거야.”
온건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한다.
“혹시 후유증은 없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도 확인해 줄 테니까. 감사 인사 아니더라도 꼭 연락해. 알았지?”
“예. 감사합니다…!”
“에이. 당연한 걸 가지고 뭘.”
웃고 있는 요원의 얼굴 너머로 그를 구해준 다른 요원의 얼굴도 떠오른다.
자전거를 탄 채 나타났던 사람.
그때의 안도감.
그리고 지금의 뭉클함.
고등학생 류재관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동시에 달아오른다.
“저, 혹시… 저도 거기서 일할 방법이 있습니까?”
“……!”
“저도 재난관리국에서 사람을 구조하고 싶습니다…. 요원님들처럼요.”
“…….”
“물론이지.”
어쩐지, 잠긴 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요원이 낄낄 웃는다.
“그런데 좀 더 커야겠는데?”
“예…!?”
“아니, 키 말고 나이가! 적어도 미성년자는 아니어야 시험을 볼 수 있거든. 알았지? 일단 팍팍 크자!”
“아, 알겠습니다.”
“나 기대한다. 미래의 후배 요원!”
류재관의 목소리가 단단해진다.
“…예!”
“그럼 가봐야지! 다들 기다리잖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류재관은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요원에게 인사한 후 마스코트를 따라 앞으로 향했다.
그래도 세 사람이라서, 그리고 친절한 마스코트 덕에 무섭지는 않았다.
‘이런 일을 경험하다니.’
정말로,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일 것 같다….
그건 나쁜 의미만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류재관은 복도를 끝까지 걸어가, 그 맞은편에 있는 문을 잡았다.
달칵.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문 너머로, 세광특별시에 붙잡혀 있던 세 사람이 걸어 나간다.
그렇게 사라진다.
자신의 시간대로 돌아가는 과거의 후배를, 최 요원은 그렇게 보고 있었다.
“…….”
“돌아갔나?”
“누님.”
해금 요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조트에서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절반씩 구역을 맡아서 수색하던 그 요원은, 시민들을 발견해 몰래 뒤쫓아온 것이다.
해금 요원이 입을 열었다.
“…못 기억할 거다.”
…….
“정신만 이곳에 불려 왔다면, 대부분 악몽으로 여기기 마련이야. 녀석이 영감이 있는 체질이니 현실로 생각할 확률이 높다만, 아마 구체적인 건 다 잊을 거다.”
장소의 명칭.
만난 요원들의 생김새.
현실적으로 식별이 가능한 요소들은 전부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초자연 재난에 빠졌던 건 기억하는 거죠.”
“…….”
“그리고 그 재난에서 어떤 요원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도, 확실히 기억할 거고요. 기억나는 번호로 연락도 할 겁니다.”
최 요원의 낮은 목소리에 물기 있는 웃음이 섞인다.
“결국 뜬금없는 연락을 받은 저는, 재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기억도 못 하는 녀석을 보고 한바탕 웃고는 미래의 어떤 요원이 구해줬구나 생각하겠죠. 일하고 싶다는 녀석에게 홍 팀장님은 이정 책방을 소개해 줄 거고요.”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저 고등학생이 멋진 요원이 되어서 산장에서 널 만나게 될 거고.”
“…….”
“포도야.”
복도에서 돌아온 마스코트를 보는 최 요원의 목소리가 낮고 갈라진다.
“봉쇄가 실시간으로 풀리고 있어. 정말로 얼마 안 남았다고.”
…….
“내가 봉쇄 의식에 참견 못하게 만들고 싶은 거라면, 최소한 널 돕게는 해줘야지. 최선을 다해서 돕게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 그게 약속이고.”
마스코트를 본다.
“듣고 있으면, 날 내보내 줘.”
“…….”
“내가… 최선을 다해서 널 도와볼 테니까.”
“참 안타깝네요.”
그 대화를 계단 아래에서 어렴풋이 듣고 있던 호유원이, 마찬가지로 마스코트에게 말한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저렇게 역할을 잃어버리는 법이죠.”
교대하듯 안내데스크에 들어선 마스코트는 그를 응시한다.
“제가 비밀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리고 호유원이 마스코트에게 속삭인다.
“저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
…….
“이건 신비한 능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단순한 사실이니까요. 시청 옥상에 계시겠죠? 거기서 기계를 설치하셔야 하니까.”
상담하듯 조곤조곤하던 목소리에 의지가 깃든다.
“그리고 저는 지상으로 통하는 관계자용 출입구를 통해서, 드디어 세광특별시로 갈 수 있고요….”
…….
“그러니까, 지금 찾아갈게요.”
“그리고 이 순간, 가장 저다운 일을 할 거랍니다.”
* * *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호유원.
상담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는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형상이 흔들리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내 꼴처럼, 급속하게 그 형상이 무너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괴담이니까!
“돌아가….”
아니, 내가 지금, 이 고치 속 존재를 파괴하는 게 빠르다.
그러면 모두 괜찮아진다. 이 모든 게, 나는 노란 마스코트와 가면을 쓴 노루 사이 어딘가의 뒤죽박죽인 몸을 추스르고 다시 김솔음을 뜯어내려 했….
“저, 혹시 다른 방식을 고려해 보신 적은 없냐고 질문을 드렸는데요.”
시간이 없다! 미칠 것 같다 정말로 시간이 없는데 왜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죄송해요. 자꾸 이런 방식으로 말씀을 드리게 되네요. 상담사의 직업병이라고 할까요.”
다가온다.
왜….
“내담자님. 제가 마침내 여기 서 있네요. 세광특별시에.”
호유원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희열에 찬 표정으로 변했다가, 다시 상담사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혹시 제가 첫 상담 때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시나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강력한 충동이나 관념에 사로잡히면, 너무 괴롭지요.’”
“…….”
“그리고 거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올바른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게 상담사의 역할이지요.”
호유원의 시선이 고치 속 김솔음을 향한다.
정확히는, 그 아래 매달린 모든 것들을.
…세광특별시의 시민들을.
무서워
“저는 계속, 자기 자신과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정기 상담과 장기 입원을 권유해 왔답니다.”
……잠깐만.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회복할 때까지 영구적인 입원을.”
잠깐, 설마.
“그리고 지금.”
호유원이 몸을 낮춘다.
고치 안의 존재들을 샅샅이 들여다보려는 듯이.
“제가 정말로 권유하고 싶었던 내담자 분들을 만난 것 같아요. 제 권유가 그 어느 때보다도 몹시 필요한 분들 말이에요.”
그건,
“아주 오랜 그룹 상담이 될 것 같죠? 어쩌면 제 상담사 삶이 전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짓을 했다가는….
“하지만 아주 보람찰 것 같네요. 아마 제가 이 순간을 위해 예비된 존재가 아닐까 싶을 만큼요.”
“…….”
“노루 님.”
전신이 거의 녹아내린 자들이 서로를 본다.
상담사와 착한 친구.
“상담에 동의해 주시겠어요?”
호유원이 반쯤 녹아내린 몸을 끌고 다가와서 내게 문패를 쥐여준다.
“내담자분께서, 혹은 그 보호자분께서 직접 문을 열어주시지 않으면, 상담은 시작될 수 없어요.”
“…….”
“상담은 강제가 아니라 반드시 동의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나는 깨닫는다.
고치 속 김솔음과, 그를 숭배하며 붙은 세광특별시의 시민들.
내가 바로 그 내담자 본인이자 보호자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부탁드릴게요.”
…….
“혹시 눈치채셨을지 모르지만, 제가 말하는 동안 노루 님께서도 어지간히 녹아내리셔서 이제 그 고치에서 사람 하나 뜯어낼 기력도 없어 보이시네요. 포기하시는 게 마음 편하실 것 같아요.”
하.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마세요. 전 겁이 많은 편이랍니다….”
나는 평소처럼 얄밉도록 겁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호유원을 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호 이사.
…눈까지 울컥거림이 솟아올랐다.
“…….”
“어서요. 서로 간에 더 녹아서 다 같이 죽기 전에요.”
호유원이 웃는다.
“우리, 가장 좋은 방법을 시도해 봐요. 노루 님.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오신 거잖아요.”
힘겹게 나를 잡는다.
“스스로 원하던 대로, 외면하는 대신 회복을 시도해 봐요.”
“…….”
“그리고….”
호유원이 말한다.
“상담사로 살아남은 호유원에게, 정말 상담하고 싶었던 내담자들을 이대로 소개해 주세요.”
…….
나는 문패를 받아들었다.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지만, 결국 녹아내리며 옥상의 비상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문에 문패를 걸었다.
똑똑.
노크하고, 이를 악물고…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잘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여우 상담실의 전경이 옥상으로 쏟아진다.